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571화 (571/608)

제571화

“그게…… 당분간 트로웰이랑 같이 지내게 됐어.”

“뭐?”

“미안해, 시벨. 미리 상의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결정해서.”

“아니, 아냐. 그런 건 상관없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앞으로 한동안 대화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설명하니 굳어 있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트로웰을 다시 봤다는 표정으로 돌아보기도 했다. 더 자세한 정황을 알면 틀림없이 화내겠지. 어쩌면 내게 실망할지도 모른다. 처음은 협박에 가까웠다면 이번엔 내가 자초한 부분이 더 컸다.

현대에서 이날의 일을 설명할 때 시벨리우스가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던 걸 알고 있다. 그래도 이 방법을 택해야 했다. 내가 아는 미래대로 갈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단서 중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뭘 어쩔 생각이야?”

방 안의 장식물을 흥미롭다는 듯이 구경하던 트로웰이 내게 물었다.

“으음, 그게…….”

“한 달이라곤 해도 난 잠들어 있는 시간이 더 많을 거야. 그러니 지금처럼 깨어 있는 시간을 아껴야 할걸. 어디든 가야 하는 거 아니야? 가여운 아이들을 보여준다거나, 선량한 사람들의 선행을 보여준다거나. 내 마음이 약해질 만한 부분을 자극해야지.”

즉, 그런 걸로 회유될 거라는 건 꿈도 꾸지 말란 의미였다. 사실 시도해 볼 마음이 없던 건 아니라서 어색하게 웃었다. 시벨리우스도 비꼬는 말이라는 걸 느꼈는지 얼굴을 찌푸렸다.

“왜 말을 그런 식으로 해?”

“넌 빠져.”

“뭐?”

“내가 날 설득하도록 허락한 건 저 아이뿐이야. 그러니 제삼자는 끼어들지 말라는 소리야.”

말문이 막힌 시벨리우스가 기가 막힌 얼굴로 입을 벙긋거렸다. 나를 돌아보는 표정이 일렁거렸다. 언젠가 라피스와 다퉜을 때도 저런 표정을 지었던 게 떠올랐다. ‘나 저 녀석 싫어’라고 말했을 때였던가. 애초에 시벨리우스는 좋아하는 쪽을 세는 게 더 빠르긴 하지만.

“설마 아무 대책도 없던 거야?”

“아냐! 있어!”

미심쩍어하며 묻는 말에 얼른 고개를 저었다. 거창한 계획이랄 건 없었지만 나름대로 해야 할 건 생각해뒀다. 그래도 일단 그의 의향은 확인해 두기로 했다.

“번잡한 곳에 가도 괜찮은 거지?”

조심스럽게 건넨 말에 트로웰은 찡그리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에 했던 말의 의미를 내가 이해하지 못한 거라고 받아들인 것 같았다.

“마음대로 해.”

어쨌든 떨어지는 허가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얼른 수첩을 꺼내 들고 그간 나름대로 알아봤던 것들을 쭉 모아둔 목록을 펼쳐 보였다. 무슨 목록인지 알지 못하는 트로웰이 의아한 시선을 보내왔다.

“지역들을 나열해둔 것 같은데. 나라의 구분은 없는 것 같고.”

“맞아, 이 중에서 어디가 제일 끌려? 유명하고 평이 좋은 걸로만 엄선한 거니까 아무 데나 골라도 괜찮긴 할 거야.”

“……무슨 의미로 묻는 말인지 짐작이 전혀 안 돼.”

“이번 달에 축제가 열리는 지역들이야.”

“…….”

입을 다문 그가 나를 돌아보았다. 황금빛 눈동자가 파문이 이는 것처럼 일렁거렸다.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는 콴제르였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나날들에 달력을 헤아리는 것조차 잊은 지 오래였지만, 시기상 아마 이때쯤일 거다. 이곳에선 오직 두 사람만 알고 있는 내 생일.

“축제에 가자.”

트로웰은 웃는 내 얼굴을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 입술을 움직이다, 쓰디쓴 잔을 받는 것처럼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모습이 왠지, 처음으로 내 제안에 응한 걸 후회하는 것처럼 보였다.

* * *

짜악-!

강하게 얻어맞은 남자가 경악한 표정으로 붉어진 뺨을 부여잡았다. 남자를 후려친 여자는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이번엔 다른 쪽 뺨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자, 잠깐! 릴리!”

“내 이름 부르지도 마, 이 쓰레기야!”

거의 헐벗은 남자의 뒤편엔 마찬가지로 헐벗은 여자가 몸을 감추기 바쁜 상태였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옷자락, 흐트러진 침구, 그 위에 뒤엉켜 있던 헐벗은 남녀. 조금 전까지 무슨 상황이었는지 모를 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진짜 감쪽같이 속았어! 네가 감히 바람을 펴?”

“오해야! 오해라구!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오해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넌 지금 네 모습을 보고도 오해라는 말이 나오니? 별 재주 없어도 착한 거 하나만 보고 결혼하기로 한 건데!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분개한 여자는 이번엔 베개를 집어 들었다. 휘둘러진 베개가 사정없이 남자를 후려칠 때마다 안에서 터져 나온 새털이 사방에 흩날렸다. 문이 활짝 열린 외도 현장 앞에는 이미 소리를 듣고 몰려나온 구경꾼들이 가득했다. 혀를 차는 사람, 쟤가 저럴 줄 몰랐다고 고개를 젓는 사람, 저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니냐며 안절부절못하는 사람, 그들이 내뱉는 수많은 소리를 뒤로 한 채 천천히 현장을 벗어났다. 혹시 도울 일이 있을지도 몰라 대기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을 거 같았다.

“좋아, 이번에도 한 사람을 무사히 수렁에서 구해냈어.”

“멋져, 엘. 정말 완벽한 작전이었어.”

“이게 다 트로웰이 저 남자의 불순한 행실을 알려준 덕분이지. 고마워, 트로웰.”

“…….”

감사 인사를 받은 트로웰은 정작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그는 할 말이 많은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적당히 고른 지역 축제를 시작으로 우리는 세상을 정처 없이 유람했다. 목적지 없이 기차를 타고 아무 데서나 내려보기도 하고, 유명하다는 관광지를 구경하기도 했다. 시간이야 늘 많았지만 마음까지 여유로웠던 적은 별로 없었다. 뭘 해야 한다는 계획 없이 그냥 한없이 즐기기만 하는 일상을 보내는 건 처음인 것 같았다. 그런 중에 문득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 일일 임무를 만들어 볼래?”

이른바 하루에 한 번씩 악당 골탕 먹이기 놀이. 트로웰이 인파를 둘러보다 불순한 계획을 품은 사람을 무작위로 한 명 골라내면, 그 사람의 행적을 따라가 방해하자는 계획이었다.

사람마다 품고 있는 불순함이 다르다 보니 임무 내용도 매일 매일 달라졌다. 소매치기가 훔친 돈을 피해자에게 다시 돌려놓는다든지, 오늘처럼 외도가 들통나도록 유도하는 건 가장 흔한 일이었다. 크게는 범죄 조직의 마약 거래일을 알아내서 치안대에 신고하거나, 인신매매 일당을 소탕하고 잡혀 있던 사람들을 풀어준 적도 있었다.

“아, 오늘도 참 보람찬 하루였다. 그치?”

“응, 정말 통쾌했어.”

신나서 고개를 끄덕이는 시벨리우스는 아주 후련해 보였다.

“결혼할 사람을 두고 다른 사람과 통정하다니. 그런 놈은 고개도 들고 살지 말아야 해.”

일평생 하나의 반려만 둔다는 유니콘이라 그런지 그는 외도하는 사람을 가장 싫어했다. 그래서 일일 임무가 그쪽으로 정해지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보통 외도 증거를 보여주고 알아서 하도록 맡기는 편이지만, 피해자가 마음이 약하거나 선뜻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면 우연을 가장해 대신 응징하기도 했다.

“엘, 우리 내일은 옆 동네로 가볼까? 거기가 이 영지에서 가장 우범지대래. 우리가 할 만한 일들이 많을 거 같아.”

“오, 그래? 난 좋아. 트로웰의 생각은 어때?”

“…….”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화를 듣고 있던 트로웰이 내 질문에 얼굴을 더 찌푸렸다.

“뭐든 상관없어.”

“좋아, 그럼 내일은 옆 동네에서 놀자!”

“마음대로 해. 난 이만 갈 거야.”

“응, 내일 봐, 트로웰!”

웃으며 손을 흔드니 그의 표정이 더 복잡해졌다. 그리곤 짧게 한숨을 삼킨 후 그대로 사라졌다.

“저 녀석은 매번 까칠하네.”

시벨리우스가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내키지 않는 걸 억지로 어울리고 있으니 어쩔 수 없겠지. 쓰게 웃으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환했던 하늘이 어느새 어슴푸레 저물어가고 있었다.

트로웰은 깨어 있는 시간에만 나를 찾아왔다. 처음엔 하루에 몇 시간 정도였고 그 시간대도 불규칙했지만, 점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그의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표정은 늘 좋지 않았다. 특히 일일 임무를 마치고 난 직후엔 더욱 그랬다.

“주인님! 목걸이를 찾았습니다!”

“오오, 어디에 있었지?”

“하인 숙소에 있었습니다! 더글러스의 베개 안에요!”

우렁찬 외침을 듣는 순간, 몇 시간 동안 온 집안을 수색한 사람들의 시선이 한 남자를 향했다. 곧 이어질 상황을 기대하며 실실 웃고 있던 남자가 제 이름이 불리는 것에 놀라 주춤거렸다.

“나? 나라고?”

“더글라스! 네놈이 감히!”

“아, 아냐! 이럴 리가 없는데? 그건 내가 분명……!”

오늘 당첨 임무는 동료를 모함하려는 남자를 방해하는 거였다. 귀중품을 훔쳐 동료의 옷 주머니 속에 넣어놨는데, 그걸 우리가 다시 빼돌려서 남자의 베개 안에 숨겨뒀다. 동료가 범인으로 몰리는 순간을 기대하고 있던 남자는 생각지도 못한 사태에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저놈을 당장 끌어내라!”

“아, 아닙니다, 주인님! 제가 그런 게 아닙니다! 제가 아니라구요!”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남자가 다급히 외쳤지만 아무도 그 말을 듣지 않았다. 남자는 끌려가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일이 틀어진 건지 궁금해 미칠 노릇이겠지만 끝내 진실은 알지 못할 것이다. 오늘도 완벽한 마무리였다.

“넌 대체 나와 뭘 어쩌고 싶은 거야?”

시벨리우스와 손바닥을 마주치며 성공의 기쁨을 표현하고 있는데 트로웰이 불쑥 물었다.

“응? 뭐가?”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그렇지 않아도 날카로운 눈매가 치켜뜨니 더욱 사나워졌다.

“이제 열흘밖에 안 남았어. 그런데 계속 무의미한 시간만 보내고 있잖아. 날 설득할 생각이 있기는 해?”

“으음, 이게 설득하는 건데.”

“이런 한심한 장난들이? 오히려 인간의 나쁜 부분을 더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니고?”

무슨 말인지는 알고 있었다. 임무를 하기 위해선 매일 범행을 계획하는 인간을 찾아야 한다. 선한 부분만 강조해도 모자를 시간에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였다.

“하지만 트로웰에겐 필요한 일인지도 몰라.”

“……뭐?”

“내가 보기엔 트로웰은 지금 너무 무겁거든. 마이너스 부분을 직면하고 쌓아두기만 하지 흘려버리지를 않잖아. 그러니 조금 가벼운 방식으로 비워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해서.”

지금까지 그의 방식은 혼자 처리하는 쪽이었으니까. 심지어 살인 같은 극단적인 형태가 되다 보니 돌아오는 반응도 좋지 않았다. 그래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단순한 화풀이성이 아니라 누군가를 돕는 쪽이 되고, 그걸 직접 실감하는 건 또 다른 느낌일 터였다. 다수의 평범한 인간들이 악인을 향해 분개하고 처벌하는 광경을 지켜보는 것 역시, 불쾌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거고.

“…….”

트로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은지 조금은 누그러진 얼굴이었다.

“하지만 사실 이건 핑계고, 솔직하게 말하면 그냥 트로웰이랑 재밌게 놀고 싶은 것뿐이야. 우리 이렇게 시간 보낸 적이 거의 없었잖아.”

“넌 나랑 놀고 싶은 마음이 들어?”

“당연하지?”

“혹시 괴롭힘 당하는 걸 좋아해?”

“괴롭힌다는 자각은 있구나.”

“……이렇게 남의 생각을 알고 싶어진 건 처음이야.”

가볍게 한숨을 내쉬는 그를 보고 빙긋 웃었다.

“모를 땐 그냥 믿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닐까. 의심은 관계를 갉아먹지만 신뢰는 관계를 더 풍성하게 하잖아.”

“그야말로 속 편한 말이네.”

“하지만 트로웰, 인간은 속으로도 거짓말을 해.”

“…….”

“너도 그걸 모르진 않겠지만 말이야.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자기가 괜찮으려면 우선 자기 자신부터 속여야 하거든.”

“그건 네 이야기야?”

앗, 또 그렇게 해석할 줄은 몰랐네. 난처한 기분에 그냥 어깨를 으쓱했다. 트로웰은 눈을 가늘게 뜨긴 했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현대에서 시벨리우스는 트로웰이 끝까지 날 죽이진 못했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그리 나쁘진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상황을 낙관했던 것 같다. 내가 지금 제대로 잘 하고 있는 거라고. 하지만 인류의 존망이 걸린 일이 그렇게 순조롭게만 나아갈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저기요.”

아직 트로웰이 오지 않은 시간이었다. 장을 보러 나온 김에 상점 거리를 돌아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불렀다. 돌아보니 처음 보는 여자애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이는 일고여덟 살쯤 됐을까. 허름한 차림에 앙상하게 마른 몸만 봐도 가난한 집안 형편이 짐작됐다.

“왜 그러니?”

“제가 아빠를 잃어버렸어요. 혹시 우리 아빠 못 보셨어요?”

이런, 아무래도 미아인 모양이다. 일단 주위를 둘러봤지만 근방에 아이를 찾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아빠랑 어디서 헤어졌는지는 기억나?”

“잘 모르겠어요.”

기운 없이 대답하는 아이의 얼굴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어느 순간 아빠가 사라졌다는 걸 깨닫고 쭉 헤맸다는 듯했다. 여긴 경찰서가 있는 것도 아니니 따로 데려다줄 수 있는 곳도 없고. 어찌해야 하나 난처해졌다. 그때 식료품점 매대에서 감자를 고르고 있던 시벨리우스가 다가왔다.

“엘, 무슨 일이야?”

“아, 시벨. 얘가 길을 잃었나 봐.”

“미아?”

“응, 아빠를 찾는 중인데 어디서 헤어졌는지 모르겠대.”

덩치 큰 남자가 다가와서 겁이 났는지 흠칫한 아이가 내 뒤에 몸을 숨겼다. 그에 머쓱한 표정을 지은 시벨리우스가 품에서 글자가 휘갈겨진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거라도 써볼래?”

“아, 이거 혹시 그때 그거야?”

추적 주술이었던가. 일전에 다비안의 집을 찾아갔을 때 시벨리우스가 도와줬던 게 생각나서 물었더니 역시나 그렇다는 답이 떨어졌다. 비상 상황을 대비해 미리 만들어둔 거라고 했다. 고맙다고 말한 후 받은 종이를 아이한테 내밀었다.

“이걸 손에 쥐고 아빠 얼굴을 떠올려 봐. 그럼 얘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안내해 줄 거야.”

그러자 아이는 무척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오히려 더 불안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려고 했다. 마법이라고, 괜찮다고 여러 번 말하면서 안심시키니 그제야 겨우 믿는 듯한 눈치였다.

우물거리던 아이가 종이를 꼭 움켜쥐고 눈을 감았다. 다행히 아빠 얼굴을 또렷하게 그렸는지 곧 글자가 파란빛을 뿜어냈다. 그걸 하늘에 던지게 하자 새처럼 팔랑거리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제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아이는 선뜻 움직이지 못하고 나를 올려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같이 가줄까?”

그제야 굳어 있던 아이의 표정이 펴졌다. 하긴 어린애를 혼자 보내는 것도 불안하니, 아빠를 만나는 모습까지는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근방에서 이쪽을 주시하는 눈길들이 느껴졌다. 아이를 기웃거리며 수군거리고 있는데, 조금 불량한 무리 같아서 느낌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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