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568화 (568/608)

제568화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대체 어떻게 그런……. 그 자식 진짜 미친 거 아니야? 네가 잘못될까 봐 눈앞이 캄캄했어.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해.”

“미안하긴. 다들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지. 나야말로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해서 미안해. 못 볼 꼴을 보였네.”

“그렇지 않아. 그런 말 하지 마. 진짜 다 나은 거지? 이제 더는 아프지 않은 거지?”

“응, 보다시피 정말 멀쩡해.”

바지를 걷어 멀쩡한 다리를 보여주고 나서야 그는 겨우 표정이 풀어졌다. 제거할 때 어떻게 했냐고 묻는 말은 그냥 어색하게 웃는 걸로 무마했다. 내가 멋대로 뽑아냈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런데 엘퀴네스는?”

“아, 그건…….”

“엘퀴네스요?”

그때쯤 의식을 차려가던 웰디가 우리 대화에 반응해서 물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그녀는 혼란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었다.

“웰디, 괜찮아요?”

“전 괜찮아요. 그보다 조금 전 대화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요. 엘퀴네스라니, 정령왕 엘퀴네스 말인가요? 물의 정령왕?”

“음, 그게 말이죠…….”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거의 처음부터 다 들었어요. 그가 당신을 치료했다는 의미로 들렸는데 맞나요?”

말하면서 이미 웰디는 상황을 직감한 듯했다. 표정이 차츰 굳어지고 있었다.

“설마 당신이 아버지라고 불렀던 그분이…… 엘퀴네스라는 건 아니죠?”

여기까지 왔으면 숨겨 봤자다. 어차피 밝히려고 했던 거라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그게 맞아요. 알려주는 게 늦어서 미안해요.”

맙소사, 경악한 신음을 흘린 건 비슷하게 의식을 차린 카리안이었다. 일어나지도 못한 상태에서 알게 된 사실에 그는 다시 기절하고 싶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웰디는 너무 놀라서 숨을 아예 멈춘 상태였다. 창백해졌다가 하얗게 된 얼굴이 급속도로 붉어지는 걸 보니 본인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드디어 자각한 모양이다. 외모에 반한 건 둘째치고, 그 앞에서 정령왕에 관해 주름잡았던 게 떠오르지 않았을까. 이건 한동안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이불을 걷어차도 이해해줘야 한다.

“트로웰이라고 했을 때도 설마 했는데…… 대체 어떻게 이런…….”

바쁘게 손부채질 하는 동안 웰디는 시벨리우스를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는 시선과 그래서 말린 거라는 시선이 팽팽히 맞닿았다.

“푸른색 머리칼이 정말 신비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보니 왜 진작 깨닫지 못했나 싶을 정도네요. 정령들은 반투명한 모습이잖아요. 정령왕도 당연히 그런 모습일 줄 알았어요.”

웰디의 한탄은 이후로도 쭉 이어졌다. 뒤늦게 내가 정령왕의 계약자라는 사실을 상기하고 새삼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물의 왕이 인간과 계약했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공개 시기나 방법이 너무 짜 맞춘 듯이 보여서 헛소문으로 여겼다는 모양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바람의 정령왕이 폭주하는 순간 마침 그 자리에 혜성처럼 나타난 물의 계약자라니, 내가 봐도 거짓말 같은 우연이었다. 이미 다 알고 찾아갔다는 점에서 우연도 아니었지만.

“그래서… 그분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한참을 빙빙 돌았던 화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떠드는 동안 나도 어느 정도 마음이 정리된 덕분인가. 생각보다 대답이 편하게 나왔다.

“아버지는 이제 안 올 거예요.”

“네? 안 오신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야, 엘?”

당황한 시벨리우스가 물었지만 그냥 대충 얼버무렸다. 모두의 앞에서 정령 계약이 파기됐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꺼려졌고, 전후 과정을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분위기가 있는 건지 다들 돌아가는 상황을 짐작한 얼굴이었다. 유니콘은 특히 민감하니까, 내 기운이 달라졌다는 것도 알아차리기 쉬울 거다. 표정이 흐려진 시벨리우스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일단 이후의 일정을 말해둘게요. 전 트로웰을 만나러 갈 거예요.”

점점 불편해지는 공기를 피할 겸 화제를 돌렸다. 의아해하던 유니콘들이 그 말에 모두 얼굴을 굳혔다.

“트로웰을 만난다니, 엘…….”

“땅의 왕은 당신을 죽이려고 하지 않았나요? 혹시 상황이 해결된 건가요?”

“아뇨. 해결하려고 가는 거예요.”

표정들이 한층 더 심각해졌다. 입으로만 뱉지 않았을 뿐 다들 제정신이냐고 묻는 얼굴이었다.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하지만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요. 땅의 왕은 너무 위험한 존재로 보였어요. 그분… 당신의 아버지가 오시지 않는다면 더더욱 만나선 안 되지 않을까요?”

조심스럽게 운을 떼는 웰디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웃었다. 계속 모호한 표현만 쓰더니 정작 이제 와서 ‘당신의 아버지’라고 정확하게 부를 줄은 몰랐다. 본인도 잘 알고 있는지 얼굴이 붉어져 있어서 더 웃음이 나왔다.

“어차피 위험을 피하진 못할 거예요. 제가 만나고 싶지 않더라도 트로웰이 다시 찾아온다면 피할 방법도 없고요.”

그건 미처 생각지 못했는지 웰디와 카리안이 가볍게 탄식했다. 이번에도 내가 아니라 트로웰 쪽에서 찾아온 거라는 걸 뒤늦게 인지한 것 같았다. 그건 즉, 나와 함께 있으면 위험하다는 걸 깨달은 것이기도 했다. 돌아보는 눈빛이 한층 달라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안타까워하는 시선만 있었다면 지금은 작은 경계심을 드리우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라 딱히 섭섭하진 않았다. 안 그래도 억지로 따라붙은 이들이라 이참에 돌아가겠다고 해준다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시벨 님, 저희 잠시 대화 좀 해요.”

양해를 구한 웰디가 시벨리우스와 함께 자리를 옮겼다.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세 유니콘이 실랑이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앞으로 여정을 함께하는 문제를 두고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았다. 시벨리우스는 나와 같이 가려고 할 거고, 다른 두 사람은 마을로 돌아가자고 하는 게 뻔했다.

“너무 위험하다니까요!”

“그러니까 더더욱 엘 혼자 보낼 수 없어. 그리고 난 안 위험해. 그 자식이 유니콘은 안 건드린다고 제 입으로 말했잖아.”

어디 그 말을 얼마나 잘 지키나 두고 보자는 표정이었다.

오랜 말다툼은 결국 두 사람만 떠나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시벨리우스의 결심이 워낙 확고해서 뜻을 꺾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끝까지 함께 하자니 정령왕을 향한 두려움을 이기지 못했을 거고.

“부디 시벨 님을 위해서라도 무모한 행동은 하지 말아 주세요.”

떠나기 전에 웰디는 나를 따로 붙잡고 간곡히 부탁했다.

“외부인의 눈에 우리 일족이 어떻게 보일지 저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룬은 정말 각별한 존재예요. 그분이 잘못되어서 룬의 명맥이 끊겨선 안 돼요.”

“웰디…….”

“저도 원하는 사람이 룬이 되는 거였으면 좋겠어요. 그럼 아무도 괴로울 일이 없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으니까요. 저희는 시벨 님께 모든 걸 걸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신계로 가면, 본향에 돌아가면 모든 게 좋아질 거예요. 루세프께서 시벨 님이 겪으시는 문제도 해결해주실 거고요. 그러니 그분은 더더욱 안전하게 돌아오셔야 해요. 힘든 시절 다 겪고 이제 좋은 날만 남았는데 여기서 잘못되실 순 없어요.”

울었는지 눈 밑이 새빨개진 걸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유니콘 일족을 여전히 좋게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를 위하는 웰디의 마음은 진심인 것 같았다. 시벨리우스가 웰디에게 무른 것도 이런 점 때문이겠지.

내가 아무것도 몰랐다면 이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졌다. 아마도 웰디의 편에 서서 시벨리우스를 같이 돌려보내려는 쪽이지 않았을까. 지금도 사실 뭐가 맞는 건지 고민 중이긴 하다. 내가 아는 미래대로 가려면 시벨리우스가 서클렛에 갇히는 사건도 진행돼야 한다는 말인데, 그 시점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이왕이면 최대한 미루고 싶은데 그래도 되는 건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래를 바꾸기 위해 필사적이었는데 이제 그 반대의 고민을 하고 있으니 정말 기분이 이상했다. 둘 중 어느 쪽을 택해도 마음 편한 길이 없다는 것도.

어쨌든 복잡한 내 마음과는 달리 두 사람을 떠나보낸 시벨리우스는 그저 홀가분해했다. 멀어진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그는 진지한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엘, 이제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말해줄 수 있을까?”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숨길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으니까. 막상 입을 열기 시작하니 급속도로 차분해져서 별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듣는 사람도 그렇진 않았나 보다. 주요 요점만 간단히 짚었을 뿐인데 시벨리우스는 그것만으로도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동요를 숨기지 못해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어수선했다. 특히 내가 목숨을 담보로 내기를 걸었다는 부분에서 더욱 그랬다.

“원래 그러기로 한 거라는 말이 무슨 말인가 했더니…….”

마른세수를 거듭하며 진득한 한숨을 삼킨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어느 시점에서부턴 두 눈이 분노를 담고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진짜 미친 녀석 아냐? 자기가 본 미래를 막지 못하면 널 가장 먼저 죽인다고? 그런 걸 내기라고 걸어?”

“내가 너무 무모했지, 뭐.”

“처음부터 그런 제안을 한 거 자체가 제정신이 아냐! 동족을 멸족시킨다고 하는데 누가 그런 내기에 응하지 않겠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거래를 걸고선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몰아붙여? 그건 그 자식이 비열한 거야!”

앗, 그게 또 그렇게 되나.

모두를 살릴 기회를 주는 쪽이라고만 생각해서 그렇게 전환해보지는 못했다. 내가 인간이 아니라 정령왕 쪽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서 그랬나 보다. 하지만 확실히 강압적인 내기였다. 머쓱한 기분에 얼굴을 긁적였다. 길길이 화내는 시벨리우스를 보니 그게 나를 위한 거라는 걸 알면서도 속이 착잡했다. 트로웰이 잘못한 건 아는데, 누가 욕하는 걸 듣고 싶지는 않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트로웰은, 지금 많이 다쳐서 그래.”

괜히 변명하듯 뱉은 말에 시벨리우스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장 열부터 재보자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선이라 쓰게 웃었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너무 많잖아. 다들 그걸 모르니까 괜찮은 거고. 하지만 트로웰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으니까. 몰라도 좋을 나쁜 면을 너무 많이 봤을 거야. 그래서 마음이 다친 거야.”

난 트로웰이 아니라 그의 생각을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내가 보는 그는 인간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 믿을 수 없게 된 거다. 그가 본 인간이 대부분 그랬으니까.

수명이 짧은 만큼 인간은 성장이 빠르고, 내면도 금방 달라진다. 미네르바를 향한 아인 이드리스의 연정이 한때는 진심이었던 것처럼. 나를 학대했던 한국의 부모도 어릴 때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을 거다. 성격은 타고나는 거라지만, 아무 생각 없이 뛰놀고 천진하게 웃기만 하던 시절이 그들에게도 분명히 있었겠지.

인간의 순수함은 그리 오래 가지 않고, 너무 쉽게 변하며, 변화의 폭조차 크다. 그에 비해 정령들은 처음의 순수함만 기억하고 마음을 내주니 위험하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 매우 극단적이긴 하지만 일종의 자기방어인지도 모른다. 시벨리우스도 내가 하려는 말 자체는 이해하는 듯 보였다. 물론 그 변명을 왜 네가 해주고 있냐는 기색이 얼굴에 가득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나가는 건 옳지 않아.”

“응, 그건 맞아. 그러니까 그러지 못하게 설득해야지.”

“그게 설득이 되겠어?”

“될 거야. 트로웰이니까.”

땅의 왕은 남들보다 더 많은 걸 볼 수 있는 정령왕이니까. 지금은 마음이 많이 상해서 시야가 흐려졌지만, 곧 다른 이들이 볼 수 없는 좋은 점도 발견해낼 거다. 내 시대에서 트로웰은 인간들과 잘 지냈다. 용병단에 섞여 그들과 같은 일상을 공유하고 함께 웃었다. 그 나름대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법을 터득한 거겠지. 그가 얼마든지 괜찮아질 수 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지금의 나만이 도울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정령왕도 다른 종족도 아닌, 인간인 나라서.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더 기운이 났다.

“……그럼 엘퀴네스는?”

그래도 이 말엔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을 망연히 뒤적거리다 그냥 웃는 걸 택했다. 뭐, 그것도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하는 건 이제 그만하고 싶다. 그래도 버티는 거 하나만은 잘하니까. 지금은 그것만 믿는 수밖에.

* * *

“야, 엘퀴네스! 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정령계로 돌아오자마자 이프리트가 향한 곳은 물의 영역이었다. 평소에도 주로 화가 나서 쳐들어가는 장소였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따져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아무리 화가 났어도 그렇지! 어떻게든 잘해 보겠다고 애쓰는 애한테 꼭 그렇게 모질게 굴어야 했냐! 이 눈물도 자비심도 없는 못된 정령왕아! 너 진짜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

“계약까지 파기한 건 진짜 너무했잖아! 너 트로웰 성격을 몰라? 계약 파기된 거 알면 그놈 더러운 성격에 아주 더 날뛸 거라고! 그러다 엘이 진짜로 죽으면 어떡할 거야! 너 그래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

하지만 속사포로 쏟아내던 말은 고요히 고개를 드는 엘퀴네스의 서슬 퍼런 시선을 마주하는 순간 급격하게 수그러들었다. 저 녀석이 원래 무심하고 냉정한 분위기이긴 한데, 이렇게까지 살벌한 느낌이었나? 뒤늦게 미치는 위기감에 이프리트는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정신없이 소리치기에 바빠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주변의 분위기도 그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평소 물의 영역은 화창한 여름날의 투명하도록 푸르른 바닷속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보석 같은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온통 우중충하기만 했다. 온도도 지나치게 차가운 데다가 시야가 닿는 모든 부분에 빙하가 보였다. 물의 영역이 아니라 얼음의 영역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어, 저기, 엘퀴네스? 그러니까 내 말은 말이지…….”

저도 모르게 주춤 뒤로 물러난 이프리트가 변명하듯 중얼거리자 그를 표정 없이 바라보던 엘퀴네스가 입을 열었다.

“할 말은 다 했나?”

“어, 어, 음, 다 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럼 꺼져.”

훅하고 치미는 감각이 스쳤을 땐 이프리트는 어느새 물의 영역 밖에 서 있었다. 안에서 강제로 추방된 것이다. 멀거니 눈만 깜빡이기를 잠시,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다시 들어가 보려 했지만 이번엔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아예 아무도 들어올 수 없도록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근 것 같았다. 억지로 깨부수면 어떻게든 될 수도 있겠지만, 조금 전 엘퀴네스의 싸늘한 눈빛을 상기한 이프리트는 바로 포기했다. 그와 숱하게 싸워본 본능이 강하게 경고했다. 다음은 그냥 내쫓기는 걸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저거 진짜 엄청 화났네. 저렇게까지 빡친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매사에 무정한 물의 정령왕이 저렇게까지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다니. 여러모로 엘이 대단한 존재이긴 했다. 그래서 더 이 사달로 이어진 것 같지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