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556화 (556/608)

제556화

“대체 아까부터 뭐하자는 거지?”

“……신이 강림하신 게 아니었다고요?”

“뭐?”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황급히 고개를 젓는 웰디의 얼굴이 이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민망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걸 보니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린 거였나 보다. 조금 전에 신이라고 했던 게 착각이 아니었구나. 이미 다 들었지만 쥐구멍이 간절해 보이는 웰디를 위해 못 들은 척해 주기로 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

본질을 단숨에 간파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눈썰미가 좋은 편이었다. 문제는 이게 단순한 감상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거다.

“저어, 존함이 어떻게 되시죠?”

엉거주춤 다가선 웰디가 엘뤼엔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성함’도 아니고 무려 ‘존함’이다. 나와 시벨리우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마주쳤다. 말하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걸 알 것 같았다. 자꾸 방해받는 게 짜증이 난듯한 엘뤼엔은 그 사소하면서도 큰 어감의 차이를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지 않았지만.

“그걸 묻는 이유는?”

“그, 그야, 앞으로 당분간 일정을 함께 할 사이니까요. 이름을 모르면 불편하잖아요.”

발긋한 얼굴에 고와진 목소리, 힘이 잔뜩 들어간 어깨에선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홀린 듯이 눈을 떼지 못하는 것만 봐도 감정의 기류가 명확해서 확신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험난한 웰디의 연애사업이 아무래도 새로운 국면을 맞아버린 듯했다.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알 수가 없고…….”

힐끔 눈길을 보내곤 스스로 부끄러워진 듯 얼굴이 더 붉어진다. 지금도 충분히 사랑스러운 외모가 더 사랑스러워지는 행동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도 야박하게 굴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상대가 엘뤼엔이었다.

“네가 날 왜 부르지?”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에 주위가 고요해졌다. 할 말을 잃은 채 그대로 굳어버린 웰디를 바라보다, 시벨리우스와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시작하기도 전에 망한 사업이었다.

* * *

관계가 망하는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체로 두 가지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눈치가 없거나, 알아도 신경 쓰지 않거나. 엘뤼엔은 명백히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그가 상대가 보이는 호감을 몰라봤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이건 분명 고의였다. 아니, 오히려 알아봤기 때문에 더 그렇게 한 건지도.

웰디는 자각하기도 전에 맞이한 실연을 견디지 못했다. 덥지도 않은 공간에서 손 부채질만 반복하며 어쩔 줄을 몰라 하더니 끝내는 바람을 쐬고 싶다며 카리안을 대동하고 밖으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시벨리우스와 거북해질 때도 그러더니, 분위기가 불리해지면 일단 자리를 피하고 보는 게 습관인 듯했다.

“이참에 그냥 돌아가겠다고 하면 좋을 텐데.”

이 사태를 대하는 시벨리우스의 자세는 냉정했다. 감정적인 변화가 보이기는커녕 다른 기대심만 품은 걸 보니 이 관계도 영 글렀지 싶다. 혹시 시벨리우스가 장로 때문에 진심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는데, 그 모든 생각이 전부 무색해졌다.

사건이 벌어진 건 그로부터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였다. 다가온 저녁 식사 시간에 앞서 식단을 선정하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더니 카리안이 들어왔다. 이제야 웰디가 좀 괜찮아진 건가. 굳이 부르러 가지 않아도 알아서 시간 맞춰 돌아오는 걸 보니 먹을 복은 있었다.

“마침 잘 왔어, 카리안. 홍합과 토마토로 식단을 짤 건데 넌 밥이 좋아 면이 좋아?”

“시벨리우스 님, 혹시 웰디 님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그런데 정작 돌아온 건 당황스러운 질문이었다. 조리할 토마토를 고르고 있던 시벨리우스가 모든 동작을 멈췄다. 나 역시 당황해서 그를 돌아보았다. 이제 보니 카리안의 안색이 푸르죽죽했다. 시벨리우스의 표정도 가라앉았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왜 여기서 웰디를 찾아? 너와 같이 나갔잖아.”

“그게…… 잠시 혼자 있겠다고 하셔서. 근방만 돌아보실 거라 하셨는데…… 그런데 아무 곳에도 안 계십니다.”

횡설수설하는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벨리우스가 허리에 두르고 있던 앞치마를 벗어 던졌다. 문을 박차고 나가는 그를 따라 카리안과 나도 급히 달렸다. 그사이 해가 떨어진 바깥은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어둑해져 있었다.

“웰디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어디야.”

“저, 저 근방이었습니다.”

카리안이 굳은 얼굴로 가리킨 건 숲 입구였다. 설마 안으로 들어간 건 아니겠지. 불길한 기분에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장 먼저 반응한 시벨리우스가 곧장 수풀을 헤집었다.

“웰디! 너야?”

“으아악!”

그런데 들려온 건 웰디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보다 한층 어리고 약간 쉰 듯한 목소리. 당황해서 다가가 보니 수풀 사이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넘어져 있는 어린아이가 보였다. 조금 전 숲에 들어가지 말라며 경고하고 사라졌던 소년이었다. 커다랗게 눈을 뜬 얼굴이 겁에 질린 채 우리를 올려다보았다.

“너 뭐야. 여기에서 뭘 했어.”

“나, 나는 분명히 말했어!”

시벨리우스의 추궁을 받은 소년이 내지르듯 소리쳤다.

“내, 내가 숲에 들어가지 말라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는데…….”

이어진 말은 그냥 흘려들을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동시에 시선을 맞춘 것을 신호로 우리는 곧바로 소년에게 다가섰다.

“지금 하는 얘기 더 자세히 해줄래?”

“너 뭘 알고 있어?”

“나는, 난…… 혹시나 싶어서… 그냥 확인하려고…….”

“똑바로 얘기해! 뭘 본 거냐고 묻잖아!”

“시벨, 애가 겁먹었잖아. 일단 진정해.”

다그치는 시벨리우스를 만류하고 소년 앞에 몸을 굽히고 앉았다. 가까이에서 확인하고 보니 얼굴 가득 흥건한 눈물이 보였다. 눈가가 잔뜩 부어 있는 걸 보면 지금 울기 시작한 게 아니라 이미 전부터 울고 있었던 것 같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소년은 어깨를 흠칫거리며 눈치를 봤다. 최대한 안심시키기 위해 부드럽게 웃었다.

“무섭게 굴어서 미안해. 우리가 지금 일행이 사라져서 찾는 중이었거든. 그래서 말인데, 혹시 뭔가 본 게 있다면 말해주지 않을래?”

다행히 달래는 어조로 말한 게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한층 안정된 소년이 팔로 얼굴을 문지르곤 고개를 들었다.

“누구를 찾는 건지 알아. 은발 머리 누나를 말하는 거지?”

“……맞아. 그 누나가 어디로 갔는지 봤어?”

고개를 끄덕인 소년이 손가락을 뻗어 한 방향을 가리켰다. 역시나 숲 쪽이었다. 시벨리우스와 카리안이 동시에 탄식하는 것을 들으며 나 역시 한숨을 삼켰다. 정말 안으로 들어가 버렸구나. 더러운 기운이 가득하다며 기겁을 하더니, 이 밤 중에 왜 혼자 들어간 건지 모를 일이었다. 대책 없이 무모한 짓을 하는 사람은 아니라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 먼저 가볼게, 엘.”

“저도 가겠습니다!”

“앗, 잠깐……!”

돌아봤을 땐 시벨리우스와 카리안은 이미 숲으로 달려간 후였다. 두 사람의 뒷모습이 컴컴한 공간 속으로 순식간에 삼켜졌다. 밤에 들어가는 건 되도록 피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나도 따라갈 생각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소년이 내 옷자락을 다급히 움켜잡았다. 불안해하는 표정에 공포가 서려 있었다.

“누나도 저기 갈 거야?”

“어? 아아, 그야 찾으러 가긴 해야지. 근데 일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안 돼! 절대 들어가면 안 돼! 저 숲은 누나들을 잡아먹어!”

“난 누나가 아니라…… 뭐?”

오해를 정정하려다 들려온 소리에 멈칫해서 내려다보았다. 소년은 다시 울고 있었다.

“저 숲이 우리 누나도 잡아갔어! 우리 누나를 구하러 간 다른 누나도! 아까 그 은발 누나도 숲이 잡아간 거야!”

“그게 대체 무슨…… 울지 말고 차근차근 얘기해 봐. 숲이 잡아간다는 게 무슨 말이야?”

서럽게 울기 시작하는 소년을 다시 차분히 달래며 설명을 기다렸다. 간신히 진정된 후에야 듣게 된 이야기는 당황스러웠다.

“숲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세이렌의 신도들이 숲에 들락거릴 때까지만 해도 이곳은 그냥 평범한 마을이었다고 한다. 그들이 숲을 성역이라 부르며 포교 활동을 하거나 말거나 관심 없는 이들에겐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숲에 잿빛 안개가 끼기 시작한 이후로 환청을 듣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숲에서 자꾸 자신을 부른다며, 가봐야 한다고 했단다. 전부 특정 연령대의 여자들이었다.

“그것들은 누나들이 성녀로 선택받은 거라고 했어. 그래서 성역의 부름을 받은 거라고.”

“그것들?”

“저 숲 안에 사는 괴물들.”

대답하는 소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사람처럼 생겼지만 사람이 아니야.” 처음엔 신도들을 칭하는 건가 했는데 덧붙여진 말을 들으니 그게 아니었다.

“대화해 보면 알아. 그 괴물들하고는 평범한 대화가 안 돼. 그것들은 미리 외운 말밖에 못 하거든. 사람이냐고 물어보면 걔들은 ‘난 세이렌의 천사다’라고 대답해.”

아, 그래서 우리한테도 사람이냐고 물어본 거였나. 참 황당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랫소리 같은 환청, 인어의 숲에 사는 사람의 형상을 한 괴물들이라. 이쯤 되면 괴물의 정체가 뭔지는 뻔했다.

“제나 아줌마가 그랬어. 그건 인어일 거래. 누나들을 숲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인어가 하는 짓일 거라고 했어.”

마을 사람들도 그 정체는 알고 있었다. 인어의 숲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도 이 마을이 주도한 거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들를 여행자에게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누나도 환청을 들었어. 하지만 성역엔 안 가려고 했어. 근데 숲에서 자꾸 부른다고…… 내가 아무리 말려도 숲 안으로 계속 들어갔어.”

동생이 울면서 옷자락에 매달리는데도 소년의 누나는 넋을 잃은 사람처럼 오직 숲만 응시하며 걸어갔다고 했다. 그때의 상황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소년은 지금도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시커먼 아귀를 벌린 숲은 정확히 자신이 부른 여자들만 집어삼켰다. 사라진 딸과 누이를 찾아 숲으로 들어간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몇 날 며칠간 헤매기만 하다 다시 밖으로 돌아 나왔다고 했다. 때론 넋이 나가 있거나 시신이 된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지만 대다수가 귀환하긴 했다. 하지만 환청에 홀려서 들어간 여자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니까 누나는 들어가지 마, 응?”

옷자락을 꾹 움켜잡는 소년을 보며 쓴 한숨을 삼켰다. 마신관 납치에 이어 이제 민간 여성들이라니. 인어들이 무슨 짓을 꾸미는 건지 모르겠지만 왕비가 여성들을 모은다고 했던 것과 연관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틀림없이 그거였다.

“넌 이름이 뭐야?”

“미온.”

“그래, 미온. 난 엘이라고 해. 너희 누나가 숲에 들어간 지는 얼마나 됐어?”

“일주일. 누나 친구가 들어간 건 이틀 정도 됐어.”

누나의 학교 동기라는 소녀는 이 지역 주민이 아니라고 했다. 방학 기간이라 놀러 왔다가 친구가 실종됐다는 사실을 알고 구해오겠다며 숲에 들어간 거였다. 하지만 역시 돌아오지 못했다.

‘너무 늦지 않았어야 할 텐데.’

그래도 이곳이 본거지인 만큼 납치한 여성들을 다른 장소로 옮기지는 않았을 거다. 오히려 전국에서 모은 여성들을 이곳으로 옮겼을 가능성이 더 컸다. 죽지만 않았다면 구할 기회는 있었다.

―아아아…….

순간 귓가에 기묘한 선율이 흘렀다. 하프와 실로폰을 섞은 연주 같기도 하고, 아름다운 노랫소리 같기도 했다. 반대로 섬뜩한 귀곡성처럼 들리기도 했다.

무언가 속삭이는 말이 빠르게 귓가를 스치는데 너무 작은 소리라 무슨 내용인지 잘 들리지 않았다. 잘 들어보려고 집중할수록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하니 미온이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누, 누나? 왜 그래?”

“혹시 지금 노랫소리 들려?”

흠칫한 미온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 그래. 나한테만 들리는 소리라 이거지. 달갑지 않은 기시감에 삐딱한 마음이 차올랐다. 악당 놈들은 전부 눈이 옹이구멍인 건가. 대공 놈 때도 그러더니 왜 자꾸 내게 위장 업무를 유도하는 거야?

어쨌거나 초대장을 받았으면 응해주는 게 도리지. 자리를 털고 일어나니 미온이 겁먹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숲에 홀린 건 아닌지 살피는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라 싱긋 웃어주며 안심시켰다.

“난 괜찮아, 미온. 저런 소리엔 쉽게 홀리지 않아.”

“진짜? 그럼 숲에 안 들어가는 거지?”

“음, 그건 아닌데. 들어가긴 해야 할 것 같아.”

“왜, 왜?”

“내 일행이 저 안에 있잖아. 다들 데리고 나와야지. 사실 그게 아니라도 용건이 있어서 원래 들어갈 생각이었어. 넌 걱정하지 말고 집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너희 누나도 구해서 올게.”

“안 된다니까? 누나들은 못 돌아온다니까?”

“어, 음. 그게 말이지. 그건 괜찮을지도 몰라.”

머쓱한 기분으로 답하니 미온이 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 톨의 의심도 없는 순진한 눈동자에 혀끝이 떨떠름해졌다. 말할 기회를 잡지 못한 건 내 탓이 아닌데 왜 죄책감은 오롯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가.

“……내가 일단 누나가 아니거든.”

미처 인어들도 몰랐던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 * *

놀라서 얼이 빠진 미온을 다독여 돌려보낸 다음 대강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 비장한 마음으로 숲 입구 앞에 서니 넘실거리는 안개가 어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이게 단순히 착각이 아닌 이유는 이 순간에도 들려오는 청아한 노랫소리가 증명했다.

미온의 오해는 풀렸지만 인어들의 오해는 풀릴 기미가 없다. 오히려 넘어오지 않는 내가 애타는지 갈수록 소리가 더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정신을 다잡고 있는데도 무심코 귀 기울일 정도라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간 그대로 홀릴 게 뻔했다.

“왜 그러고 있지?”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옆에 서 있던 엘뤼엔이 물었다. 숲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유를 묻는 거다.

“하이패스 권을 쓰느냐 마느냐 고민 중.”

“무슨 말인진 모르겠지만, 또 무모한 계획을 하고 있다는 건 알겠군.”

“하지만 생각해봐, 아버지. 숲에 그냥 들어가면 내가 직접 본거지를 찾으러 다녀야 하잖아. 물론 찾기야 하겠지만 상대 쪽에서도 날 파악할 시간을 갖겠지. 그사이에 납치한 사람들을 다른 장소로 옮기거나 해코지를 할지도 몰라.”

하지만 내가 노랫소리에 홀린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단 그들은 내게 방심하게 될 거다. 여성으로 오해하는 만큼 알아서 본거지에도 데려가 줄 거고. 즉, 무혈입성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이게 이럴 때 쓰는 말은 아닌 것 같지만.

“근데 이건 확실히 위험한 방법이긴 하거든. 도착한 후에도 의식이 안 깨어날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하려는 말이 뭐냐.”

“내 마음 다 알지, 아버지? 내가 믿는 건 아버지밖에 없어.”

“무슨…….”

“뒷수습을 부탁해!”

설령 깨어나지 못해도 엘뤼엔이라면 어떻게든 해결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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