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555화 (555/608)

제555화

“시벨 님이 뭐라고 하셔도 당신과 저는 반려의 연을 맺을 몸이에요. 그러니 전 당신 곁에 있을 거예요. 우리가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건 당연해요.”

하지만 이 말은 하지 않는 게 더 나았을 거다. 그저 골치 아프다는 기색이었던 시벨리우스의 눈빛이 한순간에 서늘히 가라앉았다. 온기 없는 눈동자에 자리 잡은 건 지긋지긋한 걸 바라보는 지치고 쓴 감정이었다.

“넌 대체 왜 내 반려가 되려고 해?”

“당신이 룬이잖아요!”

“그 이유뿐이야?”

“그게 이유가 되면 안 되나요? 반려를 고르는 기준은 다 다른 거잖아요. 전 저와 어울리는 반려를 맞이하고 싶어요.”

“미안하지만 난 아니야.”

“……제가 당신에게 부족하다는 건가요?”

“누가 더 어울리고 부족하고를 생각해보진 않았어. 하지만 적어도 난 장로의 핏줄과 혼인할 생각 없어.”

단호한 대답에 웰디는 숨을 멈췄다. 크게 떠진 눈동자가 충격을 받아 흔들리고 있었다. 시벨리우스의 눈빛에 서린, 숨길 수 없는 혐오감을 읽어낸 듯했다.

“……이건 나중에 얘기해요. 그게 좋겠어요.”

다급히 시선을 피한 웰디가 택한 건 자리를 떠나는 거였다. 도망치듯 빠르게 멀어지는 모습을 따라 병풍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던 카리안도 움직였다. 한바탕 폭풍이 일고 지나간 것처럼 주위에 정적이 찾아들었다.

“일단은 함께 가는 걸로 하자. 돌려보낸다고 순순히 돌아갈 것 같지도 않고.”

“……미안해, 엘.”

“괜찮아. 네 잘못은 아니잖아. 가서 달래진 않아도 되겠어?”

“내가 나서는 건 역효과일 거야. 카리안이 따라갔으니 알아서 하겠지.”

하긴, 이럴 때 달래면 여지를 주는 셈이니 차라리 끝까지 냉정한 게 낫다.

“혼자 멋대로 가버리기나 하고. 여기가 외지라는 자각도 없잖아. 이럴 거면 아렐은 대체 왜 돌려보낸 건지 모르겠어. 카리안 혼자서는 부담이 클 텐데.”

그래도 끝내 걱정을 숨기지 못하는 걸 보면 책임감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런데 유니콘은 전투 종족인 거 아니었나. 단순히 신분 때문에 신경 쓴다기엔 유난히 보호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슬쩍 이유를 떠보았더니 한숨 섞인 설명이 이어졌다. 하나뿐인 손녀를 너무 예뻐한 팔불출 할아버지가 웰디가 어릴 때부터 조금이라도 하기 싫다고 하는 건 안 하게 했다고. 그래서 무술과 주술 모두 기초적인 수준으로만 익혔다는 거다.

대신 그만큼 카리안과 아렐을 철저하게 훈련 시켜 늘 곁을 지키는 수호기사로 키운 듯했다. 어차피 마을 밖을 나갈 일은 거의 없는 데다가 장로의 핏줄이기도 하니, 본인이 직접 움직이기보다 사람을 부리는 법을 가르친 듯하다.

그걸 나쁘게 볼 생각은 없지만 누가 받은 대접과는 너무 달라서 배알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수행원들을 다 합친 것보다 더 강한 능력을 키우기까지, 시벨리우스도 분명 하기 싫은 적이 더 많았을 테니까.

“배우는 게 싫다고? 이해가 안 되네. 어떻게 배우는 게 싫을 수가 있지?”

물론 헛소리하는 라피스 같은 경우는 예외다.

어쨌든 시벨리우스의 어린 시절은 참 외로웠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같은 유년 시절을 보냈을 텐데 웰디에게 허락된 것이 그에겐 허락되지 않았겠지. 본인도 룬의 능력을 각성하지 못하는 만큼 다른 걸 더 잘하려고 애쓰지 않았을까. 형은 기억도 하지 못하니 그에게서 받은 애정도 잊어버렸을 거다. 안쓰러운 마음에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뜬금없는 손길에 당황한 시벨리우스가 눈을 크게 떴다.

“에, 엘?”

“참 잘 견뎠어. 아주 잘 컸어.”

나라도 알아주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칭찬하자 머뭇거리던 시벨리우스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손길을 피하지 않는 걸 보면 싫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었다.

“네 앞가림이나 잘해라.”

이 모든 광경을 삐딱한 자세로 지켜보고 있던 엘뤼엔이 혀를 차며 빈정거렸다. 모처럼 훈훈한 분위기건만 아무렇지 않게 찬물을 뿌리는 게 이렇게까지 물의 정령왕이란 티를 낼 일인가 싶다.

“내 말이.”

중얼거리는 라피스도 비슷한 말투였다. 서로 사이도 좋지 않으면서 이럴 때만 합이 맞지 않았으면 좋겠다.

* * *

목적지인 숲은 마을에서 도보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었다. 조금 높은 언덕에 올라가면 대강의 전경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였다. 잿빛 안개가 자욱한 숲은 멀리서도 불길한 기류를 흘리고 있었다. 정상적인 안개가 아니라는 건 정령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증명했다.

그래서인지 마을은 제법 큰 편인데도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다. 비품을 구매하며 숲에 관한 정보도 살피려 했으나 이렇다 할 소득은 얻지 못했다. 언급이라도 할라치면 다들 경기를 일으키듯 후다닥 사라지거나 버럭 화를 내며 내쫓기 바빴다. 나중엔 어떻게 소문이 돌았는지 상인은 물론이고 오가는 사람들까지 우리와 눈조차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저녁이 훌쩍 다가왔다. 해가 진 후에 들어가느니 차라리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하에 숲 어귀에서 야영하기로 했다.

“저길 들어가겠다고요?”

목전에 다다르고 나서야 우리의 목적지를 알게 된 웰디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마음이 바뀌었으면 돌아가도 괜찮아요.”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정령사라면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지 않나요? 저 안은 더러운 기운이 가득해요.”

“네, 알아요.”

솔직히 이 정도로 음산하면 정령사가 아니라도 이상하다는 건 느낄 거다. 그 증거로 숲 입구에 출입금지 팻말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정화하러 들어간 마신관들이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고 했던가. 그 정도면 아마 민간인 피해도 있었을 거다. 마을 사람들이 숲을 언급하는 것조차 꺼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겠지.

“알면서도 들어가려는 이유가 있나요?”

“더러우니까 정화하려고요. 내버려 두면 위험해진다고 하더라구요.”

“그걸 정화하러 가는 건 위험하지 않고요?”

“음, 위험하려나. 어쩌면 위험할지도 모르겠네요.”

정화 방법이야 간단했지만 숲 안이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긴 하다. 그걸 알아보려고 수소문해봤던 건데 마을 사람들이 너무 비협조적이라 그냥 부딪힐 수밖에 없게 됐다. 정령이 없는 숲이라 엘뤼엔이 미리 들여다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가 직접 가보면 해결되는 문제이긴 하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부탁하고 싶진 않다. 어차피 위험하다고 해봤자 들어가야 한다는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사실 내가 언제는 그런 걸 따져가며 살았던가. 웰디가 기막힌 얼굴을 하는 게 보였지만 할 수 있는 대답이 진짜 이거밖에 없었다.

그보다 내가 뭔가를 하려는 이유를 꼬치꼬치 캐묻는 사람은 오랜만이라 조금 감회가 새롭다. 엘뤼엔이나 시벨리우스나 내가 뭘 하자고 하든 그러려니 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생뚱맞게 성역을 정화하러 간다고 말했을 때도 두 사람 다 보인 반응이 “그래.”가 전부였다.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그러마 하는 시벨리우스도 시벨리우스지만, 엘뤼엔은 내가 새벽에 마신관들과 만나서 한 대화도 이미 다 들었을 텐데 그에 관한 언급조차 없다. 이젠 마신과 무슨 사이냐고 묻는 것도 포기한 모양이다. 이쯤 되면 둘 다 나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좀 궁금하긴 했다.

“엘, 천막 다 쳤어.”

“오, 고마워. 수고했어.”

그래도 잠은 편히 자겠구나. 어느새 번듯하게 세워진 천막을 보니 마음이 흐뭇했다. 식사 준비를 할 땐 기겁하던 웰디도 이에 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본인도 침낭은 불편했나 보다.

“어떻게 이런 주술을…….”

아니, 이제 보니 놀라서 참견할 생각도 하지 못한 거였다. 천막 안을 살피는 웰디는 아예 넋이 나가 있었다. 시벨리우스의 천막을 보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구나. 주술사는 다 할 수 있는 건 줄 알았는데, 그들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나 보다.

“당신도 못하나요?”

웰디는 원래 주술을 거의 안 배웠다고 하니 카리안을 바라보았다. 마찬가지로 얼떨떨해하고 있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네. 간단히 설명하면 환상을 일시적으로 실체화하는 주술인데, 기술적으로도 그렇지만 영력 소모도 상당합니다. 작은 물건 정도는 가능합니다만, 이 정도 수준을 구사할 수 있는 건 마을에서도 몇 사람 되지 않습니다.”

“그렇구나. 정말 대단한 거였네요.”

“범인은 흉내도 내지 못할 재능이죠. 이토록 강한 분이 대체 왜 룬의 힘은 각성하지 못하시는 건지…….”

탄식하며 중얼거리는 소리는 듣지 못한 척했다. 정확히는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였지만, 본인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시기엔 의미 없는 구분이었다. 이렇게 강한 힘이라 자신의 힘을 속박하는 것도 강한 게 아닐까. 라피스의 영혼이 너무 강해서 되려 찾기 어려워졌던 것처럼 말이다.

그때쯤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위험하다고 느껴지진 않아 일단 두고 봤더니 곧 길목에서 작은 형체가 나타났다. 열 살 전후로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설마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지 당황한 소년은 후다닥 뒤로 물러나 우리를 노려보았다. 잔뜩 경직된 얼굴에 경계심이 그득했다.

“당신들 누구야?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음, 우린 그냥 여행자인데. 보다시피 천막을 치고 쉬는 중이고.”

“그럼 그냥 사람이야?”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가 싶어서 고개를 기울였다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사람이야.” 친절하게 건넨 답에 소년의 얼굴이 복잡해졌다.

“마을에서 숲에 대해 묻고 다녔다는 사람들이 당신들이야?”

“그것도 맞아. 넌 누구니? 마을에 사는 아이야?”

“숲에 가면 안 돼!”

소년은 동문서답을 했다. 그리곤 본인이 낸 큰 소리에 스스로 놀란 듯 얼른 입을 틀어막더니, 화난 표정으로 다시 뒤돌아 뛰어갔다. 그 와중에 돌아보면서 외치는 소리가 다시금 울려 퍼졌다.

“난 분명히 경고했어!”

이름 모를 소년아, 뭔가를 경고하려면 설명을 정확히 해줘야 하지 않을까. 어린애가 혼자 여기까지 온 걸 보면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너무 당황한 나머지 붙잡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왔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사라져버리는 작은 뒷모습을 보며 황당한 기분을 삼켰다. 시벨리우스와 다른 이들도 당황해서 눈만 깜빡거리고 있었다.

“저 앤 뭐지?”

“마을 아이 같은데. 숲이 위험하니 들어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나 봐.”

“친절한지 불친절한지 모르겠네.”

적절한 표현에 공감하며 피식 웃었다.

“하지만 진짜 위험한 건 맞는 것 같아. 어떡할래요, 두 분? 돌이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예요. 정말 우리와 같이 갈 거예요?”

돌아보며 물은 말에 웰디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가기 싫은 티가 역력하면서도 끝내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모습이 딱해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느낀 게 나만은 아니었는지 시벨리우스가 적당한 타협점을 내놓았다.

“무리하지 말고 너흰 그냥 마을에 가 있어. 끝나면 내가 데리러 갈게.”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따돌릴 생각이신 거죠?”

“그런 짓은 안 해. 난 불가피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것뿐이야. 만약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내가 너희까지 보호해야 하니까.”

“그냥 시벨 님도 안 가시면 안 돼요?”

“내 대답은 이미 알잖아.”

선을 그어 잘라내는 태도에 웰디가 주먹을 꾹 움켜쥐었다. 상처받은 얼굴을 보면서도 시벨리우스의 덤덤한 시선은 변하지 않았다.

“어떻게 할래? 마을까지 데려다줄까?”

“아뇨, 같이 가겠어요.”

단호하게 답한 웰디의 눈빛이 오기로 불타올랐다. 분노가 불안을 집어삼켰는지 망설이는 기색 따윈 더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한 발짝도 안 떨어질 거예요.”

“……웰디.”

“고집이 센 건 당신만이 아니에요. 시벨 님도 제 대답을 알아두세요. 전 당신을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할 말을 마친 웰디는 도도한 얼굴로 천막에 들어갔다. 한숨을 내쉰 시벨리우스가 피곤한 낯으로 미간을 문질렀다. 침울해진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우리도 이만 들어가자고 말하려는 때였다.

“웰디 님?”

별안간 웰디가 다시 밖으로 튀어나왔다. 막 안으로 들어가려던 카리안이 넘어질 것처럼 휘청거리는 몸을 간신히 받아냈다. 새파랗게 질린 웰디는 크게 놀라 얼이 나간 얼굴이었다. 심상치 않은 모습에 나와 시벨리우스도 급히 다가갔다.

“왜 그래, 웰디?”

“무슨 일이에요?”

“아, 안에…….”

뭐야, 천막 안에서 귀신이라도 나타났나? 그럴 리가 없는데? 우선 확인할 요량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 봤다. 하지만 여느 때와 같은 아늑한 거실만 나타났을 뿐, 달리 놀랄 만한 광경은 보이지 않았다.

“뭐지?”

거실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엘뤼엔이 의아한 시선을 보내왔다. 문제가 생겼다면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렸을 그가 태연한 걸 보니 웰디가 헛것을 본 거라는 판단이 더 확고해졌다.

“아버지, 혹시 여기에 뭐 이상한 거 있었어?”

“보면 모르나?”

그 말처럼 봐도 모를 상황이긴 했다. 설마 내부가 너무 아늑해서 저렇게 충격을 받았을 리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밖으로 나와 살펴본 웰디는 여전히 충격을 다스리지 못한 모습이라 진지하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대체 뭘 보고 놀란 거예요, 웰디?”

“당신은 보지 못했어요? 안에…….”

“제 눈엔 이상한 게 하나도 없던걸요. 아버지도 아무것도 못 본 것 같구요.”

“아뇨, 이상한 게 아니라 안에 신이…… 네? 아버지요?”

울 것 같은 얼굴로 대답하던 웰디가 멈칫해서 되물었다. 근데 방금 신이라고 하지 않았나? 너무 순간적으로 스친 말이라 제대로 들은 건지 확실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대답만 했다.

“거실에 아버지 있었잖아요. 못 봤어요?”

“……혹시 지금 말하는 아버지라는 분이 당신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그분을 말하는 건가요?”

그럼 아버지가 한 명이지, 또 다른 아버지가 있을 리가?

의미를 알 수가 없어 눈을 깜빡였더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웰디가 다시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엔 모두가 곧바로 뒤를 따랐다. 웰디는 입구에서 멈춰선 채 어딘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을 보고 의아해졌다가 시선이 향한 방향을 보고 금방 이해했다.

그곳에 있는 건 엘뤼엔이었다. 창가로부터 스며드는 금싸라기 같은 노을빛이 고요히 책을 읽는 그의 모습을 덮어가고 있었다. 내리뜬 눈꺼풀이 천천히 깜빡일 때마다 붉은색이 감도는 물의 머리칼이 흐르듯이 윤을 발했다. 석양 진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고즈넉하고 신비한 모습이었다. 그의 외모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나조차 한순간 감탄할 정도니 면역이 없는 사람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웰디가 엘뤼엔의 얼굴을 보는 것 자체가 처음인가. 지금까진 계속 후드를 쓰고 있었으니까. 슬슬 이게 무슨 상황인 건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신경한 그도 쏟아지는 시선은 귀찮았는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책에서 떨어진 눈길이 자신을 향하자 웰디가 가볍게 숨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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