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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왕 엘퀴네스-554화 (554/608)

제554화

한창 요리하느라 바쁜 가게 주인은 새로 들어온 손님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물론 가장 거슬리는 건 상대가 조금 전 건넸던 질문이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마치 조금 전 그가 한 생각을 알고 있다는 것처럼. 오싹한 감각이 등줄기를 스쳤다. 아인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구신지…….”

그 말에 피식 웃은 상대가 한 손으로 후드를 젖혔다. 새카만 흑발 아래 짙은 피부를 지닌 소년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금을 그대로 녹여낸 것 같은 찬란한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아인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으나, 누군지 알 것 같았다.

그 사람은, 엘은 알려진 부분이 극히 적었지만, 알음알음 퍼진 인적사항이 몇 가지는 있었다. 그중 하나가 형제들과 함께 산다는 것이었고, 그들의 미모가 하나같이 출중하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딱히 이목을 신경 쓰지 않는 덕에 목격한 사람들의 묘사도 상세했다. 양부이기도 한 큰 형은 바다처럼 신비한 푸른 머리칼에 청금석 같은 눈동자를 지닌 청년이었고, 소년처럼 보이는 둘째 형은 비단 같은 흑발에 다크 엘프처럼 짙은 피부, 화려한 금안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큰 형이라고 알려졌던 이가 알고 보니 정령왕 엘퀴네스였다. 그 자체로도 엄청난 일이라 당시엔 주목하는 이가 없었지만, 이후 사람들은 둘째 형의 정체도 궁금해했었다. 아인은 땅의 정령왕 트로웰이 흑발과 금안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결코 우연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지금 눈앞에 아무렇지 않게 나타난 소년을 보니 그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받은 기분이었다.

“이걸로 대답이 됐어?”

생긋 웃는 얼굴에 아인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으로 손끝이 굽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대감도 솟았다. 정령왕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났다는 건 아직 돌이킬 기회가 있다는 의미인지도 몰랐다.

“그래, 여전히 정신은 못 차렸구나.”

물론 이어진 말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아인은 초조한 기분을 숨기지 못한 얼굴로 소년, 트로웰을 바라보았다.

“지금에 와서 무슨 말씀을 드려도 전부 변명이라는 걸 압니다. 하지만 제 말씀도 들어봐 주십시오.”

“말해.”

“그날은, 제가 진심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그렇게까지 심하게 말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충격이 커서 이성을 잃은 나머지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함부로 내뱉었습니다.”

“아, 그래?”

“계약을 파기 당해도 할 말이 없는 일이었다는 거 압니다.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진심으로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트로웰은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정령왕이었다. 그 앞에선 거짓이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인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지금 하는 모든 말들이 진심이었다. 그는 정말 그런 식으로 미네르바를 상처 입힐 생각이 없었다. 그 날은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

사실 지금도 자신이 틀린 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화가 났어도 왕녀를 죽일 필요까진 없었다. 온화하다고만 생각한 미네르바가 죄 없는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였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알던 모든 것들이 부정당한 것만 같아서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 심하게 말한 건 사실이었다. 미네르바는 인간이 아니니 살인의 기준이 인간의 윤리와 다르다는 점을 감안했어야 했다. 아니, 애초에 이런 멍청한 짓을 저지르는 게 아니었다. 그땐 꽤 절박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왕녀에게 그렇게까지 애틋하지도 않았던 것 같았다. 그에 비해 미네르바와 쌓은 추억은 너무도 많았다. 빈자리를 깨닫고 나니 그가 무엇을 잃었는지가 눈에 보였다.

그 덕분에 쌓은 명성과 재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태어난 순간부터 함께한 것과 다름없는, 일생의 전부였던 이였다. 왕녀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있어도, 미네르바를 잃은 삶은 상상이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차마 다른 이에게 연정이 향한다는 말도 할 수가 없었던 거였다. 그가 자신을 떠날 것이 두려웠기 때문에. 그런 주제에 순간의 분노에 휩싸여 일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게 자신도 믿기지 않았다.

“부탁드립니다. 미네르바를 만나게 해주십시오. 그를 직접 만나 대화하고 싶습니다. 저지른 모든 잘못을 사과드리고 용서를 빌고 싶습니다.”

“……재밌는 말을 하네.”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건조했다. 입술은 호선을 그리고 있었지만 눈빛이 얼어붙은 것처럼 싸늘해서, 아인은 착각으로라도 그가 웃는다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긴장한 아인은 다시금 마른침을 삼켰다. 무릎에 올려둔 손바닥 안이 축축해졌다.

“불쾌하실 거 압니다. 제가 미네르바를…….”

“불쾌하다는 거 알면.”

가라앉은 목소리가 이어지는 말을 가로막았다.

“더러운 입으로 그를 부르지 마.”

“…….”

숨을 삼킨 아인은 떨리는 입술을 몇 번이나 열었다 닫기를 반복했다.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는데도 거대한 태산을 마주하는 감각에 온몸이 압도됐다. 하지만 트로웰이 더는 볼 게 없다는 듯 몸을 일으키자 마음이 다급해졌다.

“제, 제발 부탁드립니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그분을 뵙게 해주십시오!”

이대로 가면 영영 끝이라는 생각에 그는 마지막으로 용기를 쥐어 짜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번에도 야멸찼다.

“글쎄,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지만. 가능하다 해도 그 요청은 들어주기 싫은데.”

훌쩍 걸어나가는 트로웰은 그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넌 자격이 없어.”

내뱉어진 한마디가 마치 사형선고처럼 느껴졌다. 문을 열고 나가버리는 그의 뒷모습에선 조금의 여지도 보이지 않았다. 굳어 있던 아인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허둥지둥 그의 뒤를 쫓아나갔다.

“자,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제 말을 조금만 더……!”

하지만 그래선 안 되는 거였던 건지도 모른다.

모든 일은 그가 가게 밖을 나가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아직 한창 겨울인 세이크 제국과는 달리 본향의 2월은 여름에 접어드는 시기였다. 오늘은 특히 날씨가 좋아 세상이 선명한 녹음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그가 디딘 땅을 기점으로 주변이 빠른 속도로 색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윤기를 머금고 있던 흙이 순식간에 퍼석해지고 풀이 회색빛으로 빛바랬다. 생기를 잃기 시작한 나무들은 온 가지와 나뭇잎을 우수수 토해냈다. 수확의 계절을 기다리며 한창 싱그럽게 맺혔던 작물들이 모두 바짝 말라 비틀어지고 있었다.

‘이게…… 뭐야?’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 앞에 아인은 그 자리에 멍하니 주저앉는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사방에서 당황한 사람들이 허둥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망연자실해져서 까무러치는 사람,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는 사람, 막아보려 애쓰며 울부짖는 사람, 그 밖에도 이어지는 수많은 이들의 아우성들이 귀가 울릴 정도로 소란했다.

“보여? 너 때문에 이렇게 되는 거야.”

그러나 이 순간에도 한 사람의 목소리만큼은 분명하게 들렸다. 아인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트로웰이 눈앞에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잔인한 재앙을 주관한 이라고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평온하고 무심한 모습으로.

“아프지 말고 오래 살아. 너무 싱겁게 죽어버리지 말고.”

상냥한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 부드럽게 속삭였다. 아인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절망하며 일그러진 얼굴에 눈물이 흘렀다. 손을 뻗어 눈가를 쓸어주는 얼굴이 더욱 다정해졌다. 마치 그의 슬픔이 값진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래야 더 절망하고 비참해질 테니.”

* * *

“이봐, 그 소식 들었어?”

식사 때를 맞이한 식당은 몹시 붐볐다.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들어찬 내부에 온갖 소음이 섞여드니 공간 전체가 웅웅거릴 정도였다. 남들보다 좋은 청각은 이럴 땐 오히려 단점이라 최대한 의식하지 않고 소리를 흘려보내는 게 최선이었다.

“타라 대륙이 사막이 됐대! 그 넓은 땅이 하루아침에 메말라버렸다더군!”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외침까지 흘리지는 못했다. 더구나 흘리고 싶어도 흘릴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아아, 그래. 드디어 시작된 거구나. 늦된 봄이 경고처럼 느껴지던 이유가 있었다. 역시 이런 종류의 예감은 배신하는 법이 없다. 이미 각오한 덕분인가. 심장이 철렁할 줄 알았는데 올 게 왔다는 기분이라 생각보다는 기분이 덤덤했다.

“대륙 전체가 말이야? 에이, 무슨 농담도.”

“농담하는 거 아니야. 내 사촌이 라반 제국에서 사는데 아까 급보를 보내왔다니까? 거긴 지금 다들 난리가 난 모양이야. 땅의 정령왕 트로웰이 저주를 내린 거래.”

“헉, 정령왕이 대체 왜?”

“아인 이드리스 때문이지 뭐겠어. 그 바람의 정령사가 타라 대륙 출신이잖아.”

“허어, 그자가 미네르바를 배신했다는 게 정말이었나? 하지만 좀 너무한데. 고작 한 명 때문에 그렇게 된단 말이야?”

“가장 무자비한 정령왕이라더니…….”

문제는 한번 의식하기 시작하니 대화 소리가 계속해서 들린다는 거다.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말들도 날처럼 박혀 드니 아무리 무시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식사를 멈추고 천천히 식기를 내려놓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먹을 만했던 고기가 이상하리만치 비리게 느껴져서 더는 입에 넣을 수가 없었다. 나만큼이나 입맛을 잃은 듯한 시벨리우스가 굳은 시선을 보내왔다.

“엘, 지금 저 얘기들…….”

“음, 우리 그냥 아무 말 하지 말자.”

착한 시벨리우스는 내 말을 잘 알아들었다. 벌어진 입이 그대로 얌전히 다물렸다. 하지만 모두가 다 그처럼 순순하지는 않았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정령왕의 분노를 사다니, 터무니없는 짓을 저질렀군요.”

맞은편에서 식사를 마친 웰디가 우아하게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당황한 시벨리우스가 눈치를 줬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얼마 전에 바람의 왕이 폭주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굉장히 위험했다고 들었는데, 그게 계약했다는 인간 정령사 때문이었나 보네요. 감히 정령왕을 배신하다니. 너무 인간다워서 놀랍지도 않아요.”

“웰디.”

“그냥 개인적인 감상일 뿐이에요.”

시벨리우스의 엄격한 시선도 경고가 되지 못했다. 웃으며 받아넘긴 웰디가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의 정령은 괜찮나요?”

“제 정령이요?”

“왕을 기만한 인간에게 정령들이 더는 호의적이진 않을 것 같아서요. 예전만큼 정령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워지지는 않았나 해서 물어본 거예요.”

“아…….”

“당장 큰 변화가 없다고 너무 안심하지는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정령왕들은 이런 모욕을 그냥 넘기지 않아요. 대지의 복수는 이제 겨우 서막에 불과하겠죠. 불과 물의 정령왕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예요. 그들은 인간 계약자부터 칠지도 모르죠.”

나도 모르게 무심코 옆에 있던 엘뤼엔을 돌아보았다. 그렇다는데 어떻게 생각해, 아버지? 라는 시선을 보내자 그가 피식 웃었다. 웰디가 발끈해서 바라보았다.

“왜 웃는 거죠?”

“정령왕들을 잘 아는 것처럼 구는군.”

“적어도 당신들보다는 아는 게 많아요.”

“딱히 그런 것 같진 않은데.”

“뭐라고요?”

“웰디, 그만해.”

사고를 치는 사람은 웰디인데 고통받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얼굴이 붉어진 시벨리우스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하지만 시벨 님, 저 사람이 절 비웃었어요. 전 틀린 말은 하지 않았어요. 엘은 특히 물의 정령사라고 했잖아요? 그러니 더 경각심을 가져야죠. 물의 정령왕은 정령왕들 중에서 가장 자비심이 없다고요.”

“제발 그만 좀 해.”

이젠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이다. 어쩌다 화제가 이렇게 흘러온 거지. 나까지 민망해져서 머쓱하니 얼굴을 긁었다. 딱히 속이려던 아니고 그냥 잠깐 만나고 말 사이에 굳이 엘뤼엔의 정체까지 알릴 필요는 없다 여긴 것뿐인데 아무래도 이젠 진짜 밝히면 안 될 것 같다.

어쨌든 덕분에 잡생각에서 벗어나게 된 건 좋았다. 속내가 훤히 보여서 그런지 대놓고 시비 거는 태도도 크게 얄밉지 않았다. 하지만 시벨리우스를 계속 저렇게 괴롭힐 순 없었으므로, 슬슬 도와주기로 했다. 어차피 웰디를 침묵하게 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그보다 두 분은 이제 가보셔야 하지 않나요? 에펜 왕국에 다른 일정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언제 출발할 예정이에요?”

예상대로 웰디는 곧 조용해졌다. 겨우 안색이 돌아온 시벨리우스가 고문이 끝난 사람처럼 긴 한숨을 내쉬었다. 동족 때문에 참 여러모로 고생이 많은 룬이었다.

지도상의 정식 지명은 은여우 숲, 지금은 인어의 숲으로 더 많이 불린다는 세이렌의 성역은 숲 전체에 흑주술로 된 결계가 둘러쳐 있었다. 엘뤼엔 혼자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결계 안은 좌표 계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동 마법으로 들어가는 게 불가능했다. 할 수 없이 인근 지점으로 타협하고 거기서부터 이동하기로 했다. 그런 김에 비품도 보충할 겸 아예 마을로 들어왔는데, 거기서 헤어지기로 했던 웰디가 꼼짝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처음엔 인간 세상은 익숙지 않으니 근처까지만이라도 동행해달라고 억지를 부렸다. 하지만 그게 통하지 않자 식사도 하지 않고 헤어지는 건 너무 야박하지 않냐는 핀잔을 주며 물고 늘어졌다. 할 수 없이 가까운 식당을 방문해 식사를 마치고 났더니 주식 후엔 후식을 먹는 게 마땅하다 해서 다과 가게에도 들렀다.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산책을 요구하는 것도 들어줬다. 그리고 지금 막 약속한 마을 한 바퀴 순회를 다 끝마친 참이었다.

“이제 헤어지나요?”

“그야…….”

“가까운 기차역까지만 해도 거리가 꽤 있어서 날이 저물기 전에 출발하는 게 좋을 거예요. 마차를 수배해줄까요?”

이번엔 또 무슨 변명을 댈까 싶어 지그시 바라보니 웰디는 선뜻 말을 잇지 못했다. 더는 떠오르는 방법이 없나 보다. 우물쭈물하며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는 걸 지켜보던 시벨리우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거짓말한 거였구나.”

“……네, 맞아요.”

결국 솔직하게 인정한 웰디가 억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어떻게든 시벨 님을 따라가고 싶었어요. 그럼 안되나요?”

“거짓말까지 하면서 수행원들과 떨어진 게 잘했다는 거야? 네가 지금 얼마나 위험한 짓을 한지 알아?”

“그러는 시벨 님은요! 시벨 님이야말로 무모하게 나가셨잖아요!”

“난 전사야. 내 몸을 지킬 수 있어.”

“저도 카리안이 있으니 괜찮아요! 그리고 세라핀인 시벨리우스 님도 곁에 있잖아요! 그 수행원들을 다 합친 것보다 시벨리우스 님이 더 강한데 무슨 상관이에요?”

논리만큼은 전혀 밀리지 않는 주장이었다. 그 말을 신세를 지는 쪽에서 한다는 점이 양심이 없어서 그렇지. 솔직히 조금 찔리기도 했다. 엘뤼엔이 보기엔 지금 나도 딱 저런 식이 아닐까. 덕분에 그의 기분을 좀 알 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때때로 뭐 이런 게 다 있냐는 시선을 보내는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었다. 그 특유의 어이없어하는 표정이 지금 시벨리우스의 얼굴에서도 보였다. 할 말을 잃은 그가 머리를 쓸어넘기는 모습을 보면서도 웰디는 당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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