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550화 (550/608)

제550화

웰디가 멍한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 시벨리우스조차 놀란 표정이었다. 그의 변화가 놀랍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리글레오는 그가 시벨리우스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원래도 그랬던 건 아니었을 거다. 처음 봤을 때 그의 태도가 가장 고압적이었던 걸 생각해봐도 그렇다. 아마 리글레오에게 감화되면서 시벨리우스를 대하는 태도 역시 바뀐 거겠지. 제일 쌀쌀맞던 남자가 어쩌다 전대 룬과 인연이 닿은 덕분에 지금은 가장 협조하는 사람이 되다니,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덕분에 분위기가 달라진 건 사실이었다. 웰디에 동조해 날카로워졌던 유니콘들의 기세가 그 한마디에 한풀 꺾인 것이 느껴졌다. 아무리 은연중에 만만히 여겼더라도 룬의 상징성과 대외적인 신분을 외면하긴 어렵겠지. 지금까지 해온 방식이 있는데 바로 달라지겠냐만은, 당장은 다들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얼굴들이었다. 하나둘 입을 다문 사람들 사이에 정적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주변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 흐름이 질식할 것처럼 부담스럽게 여겨질 때쯤, 나직이 한숨을 내쉰 시벨리우스가 입을 열었다.

“미안해, 웰디. 지금은 돌아갈 생각이 없어.”

“시벨리우스 님…….”

“모두가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나를 조금만 믿어줬으면 좋겠어. 물론 처음엔 충동적으로 나온 게 사실이야. 하지만 세상을 다니면서 얻은 것들이 많아. 새로운 것들을 깨우치고 배울수록 나아갈 길이 보이는 것 같아. 난 이 경험이 모두에게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해.”

“그 말씀은…….”

“부탁해, 웰디. 난 떳떳한 룬이 되고 싶어. 이름뿐인 룬이 아닌, 모두에게 도움이 될 진짜 룬.”

창백한 얼굴로 얼어붙은 웰디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괴로운 건지 슬픈 건지 홀로 복잡한 감정을 꾸역꾸역 삼키다 이내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는 것 같았다. 이윽고 물기가 가득한 눈이 닿았다.

“시벨리우스 님은 이 여행이 진정한 룬이 되는 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그래, 맞아.”

“일족을 떠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돌아오시기 위한 여행인 거예요. 그렇죠?”

시벨리우스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겨우 안심한 듯 웰디의 표정이 풀렸다. “그럼 알겠어요.” 나직하게 이어진 말에 시벨리우스의 표정도 밝아졌다. 만일을 위해 대비하고 있던 나도 안심했다. 그나마 가장 말이 통하는 상대라는 게 사실이긴 한가 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성분과 같이 다니시는 건 솔직히 안심이 안 돼요. 전 물론 시벨리우스 님을 믿지만요. 사고라는 건 원래 한순간에 일어나는…….”

“아, 웰디 님.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게 실은 저 사람은…….”

“네?”

또 이러기냐. 아렐이 건넨 귀엣말을 듣고 경악하는 웰디의 시선을 모르는 척 외면했다. 이거야 원, 이마에 남자라고 써 붙이고 다닐 수도 없고.

“……일단 신물부터 보여주시겠어요?”

어느 정도 사태가 수습된 것 같아 원래 용건을 꺼내기로 했다. 다행히 본론에 들어서니 그들도 곧 정신을 차리는 분위기였다. 웰디가 눈짓을 보내자 뒤에 있던 수행원들이 작은 나무함을 가지고 앞으로 걸어 나왔다. 건네받은 후 뚜껑을 열자 작은 쟁반만 한 거울이 보였다. 신물이라기엔 아무것도 느껴지는 게 없었지만 진품이라는 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예전에 신계에 갈 때 봤던 연결의 거울을 그대로 축소해둔 듯한 모양이었으니까.

덕분에 나도 모르게 무심코 표면을 만져봤다. 그때처럼 출렁거리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와 닿는 건 딱딱한 감촉이었다. 이름은 같아도 확실히 기능은 다른 모양이다. 내가 지금은 인간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그 신물이야?”

“응, 인연을 비추는 거울이래.”

“손잡이를 잡고 얼굴을 비추면 닿아 있는 인연이 나타날 거예요.”

신기해하며 구경하는 나와 시벨리우스를 향해 웰디의 차분한 설명이 이어졌다. 성별에 대한 오해는 이제 풀린 것 같은데, 밀착한 우리를 보는 얼굴은 여전히 심경이 복잡해 보였다. 일족의 룬이 인간과 친하게 지낸다는 사실 자체가 마뜩잖나 보다.

거울을 들어 올려 얼굴을 똑바로 비추자 잔잔한 파문이 일면서 정말로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게 목적이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인연을 비춘다고 하니 괜히 긴장됐다. 내가 아는 사람이 나올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나타날지 설레는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윽고 뚜렷한 형태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한눈에 들어온 건 끝도 없이 펼쳐진 광활한 바다였다. 바닥이 다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한 물결 위에 눈 부신 태양 빛이 보석 가루처럼 흩뿌려져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이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

그래, 물이군. 물이구나. 확실히 내가 물이랑 인연이 깊긴 하지.

아니, 그치만 이건 좀 아니지 않아? 사람만 비추는 거 아니었어? 물론 누군가가 비쳤다면 그건 그것대로 심경이 복잡했을 것 같지만, 어쨌든 괜히 기대했다. 나도 모르게 허탈한 기색을 비친 모양이다. 시벨리우스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래, 엘? 뭐가 보이길래?”

“음? 넌 안 보여?”

“내 눈엔 네 모습만 비추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거울이 보여주는 건 장본인한테만 보이나 보다. 시벨리우스한테도 권했더니 그는 난처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히 그런 걸 알고 싶지는 않다는 거절이었다. 좋은 결과만 있는 건 아니니 현명한 선택이긴 했다. 정작 웰디는 그 결정을 아쉬워하는 것 같았지만.

“거울을 보셨으니 이제 용건이 끝난 건가요?”

“아뇨, 본래 목적은 이게 아니라 조금 더 기다리셔야 할 것 같네요. 일단 장소를 옮기죠.”

“장소를 옮긴다고요?”

“애초에 며칠간 빌릴 예정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사용할 용도에 적합한 곳으로 이동할 거예요. 싫으시면 굳이 따라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대여하겠다는 약속은 지킬 테니까요.”

“아니에요. 가겠어요. 그곳이 어디죠?”

“마신전이요.”

문장이야 나한테도 있지만 괜히 공개해봤자 골치만 아파진다. 게다가 강신에 어떤 부작용이 따를지 알 수도 없고. 원래 신은 지상에 강림할 때 시간제한이 있다. 강림했을 때 지상에 미치는 여파도 크다고 들었다. 지난번 카노스는 아무렇지 않게 나타나긴 했지만 강신할 때도 그럴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문제들을 최대한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안전한 장소에서 시도하는 게 나았다. 신이 강림해도 괜찮을 만한 장소라면 역시 신전뿐이었다.

목적지를 들은 웰디의 표정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안 그래도 경계하고 있던 시선이 불길한 것을 보는 듯이 일그러졌다.

“당신 설마…… 그 신물에 숨겨져 있는 다른 기능을 알고 있는 건가요?”

어깨를 으쓱이니 웰디는 더욱 혼란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시벨리우스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말도 안 돼요. 그건 우리도 고서적을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거예요. 중간계에 몇 개 남지 않은 희귀 서적이고, 쭉 우리 마을에서만 보관했던 거예요. 드래곤 란타샤를 비롯해 역대 신물의 소유주 중 아무도 그 기능을 알지 못했어요. 그런데 인간인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미안한데, 그건 알려 드리기 어렵겠어요. 영업 비밀이거든요.”

황당해하는 유니콘들이 할 말을 잃는 동안 머릿속에선 웃음소리가 퍼졌다. 졸지에 영업 비밀이 된 라피스는 이 상황이 퍽 재밌는 모양이다. 그래, 너라도 재밌으니 됐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신물을 다시 나무함에 집어넣은 뒤 배낭 속에 잘 갈무리했다. 당황한 유니콘들은 내가 배낭을 매고 일어서니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었다. 막상 정말 출발할 것 같으니 부담스러운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 나라에 유니콘 사냥꾼이 많다고 했던가. 형벌의 신전은 인적이 닿지 않는 산꼭대기에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특별한 경우고, 대개 신전은 비옥토에 세워진다. 그래서 그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는 경우가 잦았다. 사전에 미리 조사해둔, 내가 목적지로 삼은 마신전만 해도 마을 한가운데에 있었다. 가장 가까운 곳으로 정한 것뿐이었지만 어쨌거나 반드시 인간들과 마주쳐야 한다는 소리였다. 누가 봐도 꺼리는 기색이었으나 굳이 그들의 사정을 헤아려줄 마음은 없었다.

“그럼 이만 출발할까요?”

* * *

세 개의 소왕국이 결성하여 만들어진 체르바 연합국은 고산 지대가 많아 비조를 주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는 나라였다. 한 가구당 비조 하나를 키우는 걸 당연시할 정도라, 하늘이 닫힌 이후로 가장 피해가 큰 나라이기도 했다. 그간 비조에만 투자하다 보니 다른 행로가 거의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차는 턱없이 부족하고, 닦여진 길도 그리 많지 않았다. 다른 지역으로 가려면 차라리 걸어서 산맥을 넘는 게 더 빨랐다. 마신전까지 가는 여정도 마찬가지라 가는 길만 꼬박 하루를 투자하게 됐다.

엘뤼엔에게 이동 마법을 부탁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정원이 서넛 정도란 말에 그만뒀다. 큰 마법을 쓰고 나면 다시 마력도 보충해야 하는데 수행원을 다글다글 달고 온 웰디 측은 전부 일곱 명이나 된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을 위해 그런 수고를 부탁하고 싶지는 않았다. 애초에 엘뤼엔이 들어줄 리도 없겠지만.

“뭐야, 고작 십수 명도 한 번에 못 옮겨? 역대 최강 정령왕도 별거 없네. 난 할 수 있는데.”

‘……정령왕이 마법을 쓰는 것 자체가 엄청난 거거든?’

애초에 비교하는 게 불가능한 영역을 두고 으스대는 라피스를 한심하게 여겨주고 엘뤼엔을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에게 비법을 배운다는 걸 잊고 있었다. 이참에 다른 정령왕도 마법을 배울 수 있는 거냐고 지나가듯이 물었더니 그는 의외로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할 수는 있겠지. 통로를 만들기만 하면 되니.”

“통로?”

이어진 설명은 나도 알고 있는 마법 상식이었다. 마나는 육체에 스며들어 순환하는 동안 마력으로 치환된다. 이때 얼마나 많은 양을 빠르게 치환하여 쌓을 수 있느냐에 따라 마법사의 자질이 결정됐다. 하지만 정령은 육체가 없기 때문에 애초에 이 순환 체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니 육체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주면 되는 문제지. 물론 진짜 육체에 비하면 기능은 떨어진다.”

참 쉽게도 말하지만 한마디로 몸에 새로운 장기나 혈관을 만들면 된다는 논리다. 잠시 할 말을 찾지 못해 방황하다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그게 언제부터 가능했어?”

“7천 년 정도 꾸준히 시도해보니 되더군.”

하핫, 괜히 물어봤네. 어차피 안 되는 거였잖아? 누울 자리에 다리를 뻗어야 한다고, 괜한 희망을 깨끗이 접었다. 된다고 해도 내겐 7천 년이나 시도할 끈기와 집념 같은 거 없다. 역시 천재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었다.

어쨌든 그렇게 시작된 여정은 생각보다 순탄했다. 앞서 걷는 우리 일행을 묵묵히 뒤따르는 유니콘 일행은 꼭 필요한 말 외에는 대화도 잘 걸지 않았다. 특히 내내 잠잠한 엘뤼엔을 가장 경계하는 것 같았다. 그가 후드를 눌러 쓴 수상한 행색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외모를 가리고 있는데도 강렬하게 느껴지는 존재감을 의식하는 듯했다. 그래도 자존심 때문인지 끝까지 정체가 뭐냐고 물어오지는 않는다. 나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꽤 많이 걸었네요. 끼니때도 된 것 같은데, 잠시 쉬었다 갈 겸 여기서 식사할까요?”

“네, 그러죠.”

내 제안에 담담히 동의한 웰디가 일행에게 휴식을 지시했다. 타고난 근력이 좋아도 익숙지 않은 산행은 고됐는지 지쳐 있던 유니콘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엘, 여기서 점심 먹는 거야? 그럼 바로 준비할게.”

이젠 식사 준비를 자신의 숙명으로 여기는 시벨리우스가 자연스럽게 일을 시작했다. 갖가지 조리도구의 등장에 어리둥절해하던 웰디는 시벨리우스가 본격적으로 불을 지피고 요리를 시작하자 큰 충격에 빠졌다.

“지금 뭘 하시는 거예요, 시벨리우스 님?”

“보는 그대로, 식사 준비하는데.”

“안 돼요! 그냥 계세요! 룬이 어떻게 이런 일을 직접! 식량은 우리도 준비해왔어요. 이런 건 수행원들이 하게 두세요!”

“그래? 뭘 가져왔어?”

그 말에 수행원들이 머뭇거리며 배낭에서 꾸러미들을 꺼내 들었다. 그 안에서 나온 건 흰 빵 여러 덩이, 그리고 마른 건량과 육포 종류였다. 빙긋 웃은 시벨리우스가 그대로 요리를 계속했다. 웰디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저 정도면 여행 식으로는 충분하잖아요!”

“난 싫어.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을 거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니까 가져온 건 도로 집어넣도록 해. 나와 있을 때 그런 부실한 걸로 배 채울 생각하지 마.”

단호한 대답에 수행원들이 슬그머니 다시 배낭을 채웠다. 이왕이면 맛있는 걸 먹고 싶은 본능이 리더의 눈치를 이긴 듯했다. 그 모습을 당황한 표정으로 돌아본 웰디가 입술을 깨물었다. 왠지 나를 약간 노려본 것도 같았다.

“식사 준비를 당연시하시다니, 대체 마을을 떠나 계신 동안 얼마나 이런 일을 자주 하신 거예요? 인간들의 나라에서 요리사로 일하신다는 얘긴 들었는데, 설마 정말 그러셨던 건 아니죠?”

“맞아.”

“맙소사!”

“내가 좋아서 한 거야. 원래 요리 좋아하는 거 알잖아.”

“하지만……!”

“제가 뭐 도와드릴 건 없습니까? 이 감자를 깎으면 됩니까?”

그 순간 자연스럽게 스며든 아렐이 화제를 전환하면서 두 사람의 대화가 중지됐다. 누가 봐도 의도적인 행위에 웰디가 기막힌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일전만 해도 가장 앞서서 시벨리우스의 취미를 구박하던 이의 태도가 느닷없이 돌변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렐은 민망한 기색도 없이 어깨를 으쓱였다.

“가족 내력은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도 어머니를 닮아 낚시를 좋아하거든요.”

“무슨 말이에요, 아렐?”

“아, 그게 실은 저도 최근에 알게 된 겁니다만. 선대 룬들도 종종 요리를 즐기셨다더군요. 라이넨 님께서는 직접 만드신 음식으로 연회를 베푼 적도 있었다고요.”

“라, 라이넨 님께서요?”

“예, 저희가 태어나기 전의 일 같긴 합니다만.”

“……그렇구나. 아버님께서…….”

누구를 말하는 건가 했더니 시벨리우스의 아버지 이야기였다. 중얼거리는 시벨리우스는 매우 묘한 표정이었다. 아렐이 그 모습을 잠시 힐끔거렸다.

“전대께서도 곧잘 하셨고요.”

덧붙인 한마디에 순간 주위가 고요해졌다. 다들 경악한 시선으로 아렐을 바라보고 있었다. 빠르게 다가온 카리안이 다급히 아렐을 낚아채 끌고 갔다. 지금 제정신이냐며 추궁하는 소리가 속닥거렸다. 저 한마디에 이 난리가 일어나는 걸 보니 리글레오의 존재 자체가 금기시된 건 확실히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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