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2화
“그러니까, 네가 정령왕의 계약자였다는 거지……?”
한참 만에 깨어난 크리스는 10년은 한꺼번에 늙은 듯 해쓱한 얼굴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담배를 찾아대더니 막상 건네받고 나선 피우지는 않고 마른세수만 연신 반복했다.
“숨겨서 미안해요.”
“아, 아니. 이런 엄청난 일은 선뜻 밝히기 쉽지 않지. 이해해. 안 그래도 이상하긴 했어. 넌 그간 내가 봤던 정령사들이랑은 너무 달랐거든. 처음엔 검술도 같이 해서 그런 건가 했는데 볼수록 그게 아니더라고. 그냥 정령술 자체가 수준이 다르다는 느낌이었어.”
“그, 그런가요.”
“솔직히 말하면 아인 이드리스도 압도하는 것 같았어. 아마 나만 이렇게 생각한 건 아닐걸.”
몰랐던 부분은 아니라 그저 쓰게 웃었다. 아인 이드리스 본인조차 그렇게 여겼으니까. 내가 사실은 정령왕 출신이라고, 지금 가진 육체도 애초에 월등히 좋은 거라고 밝힐 수 있었다면 전부 괜찮았을까. 적어도 무의미한 비교에 집착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여러모로 이 상황들이 씁쓸하기만 했다.
“그보다 내가 궁금한 건 따로 있는데.”
“뭔데요?”
“네 형님, 두 분이잖아. 양아버지인 큰 형님의 정체가 엘퀴네스라면…… 둘째 형님은 누구셔?”
“……음.”
“아, 아냐. 됐다. 말하지 마. 안 듣는 게 심장 건강에 좋을 것 같아.”
그러면서도 이미 대충은 짐작했는지 크리스의 안색이 더 창백해졌다. 이번에야말로 담배가 간절한 얼굴인데 끝내 불을 붙이진 않는다. “내가 왜 팔자에도 없던 금연을 선언해서…….” 눈물을 머금은 그가 매우 비통해했다.
“그보다 여긴 어디야? 길드 사무실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
그제야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이 생겼는지(아니면 그냥 화제를 돌리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가 주위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저 낯선 곳이라기엔 지나치게 넓은 방인 데다가, 누가 봐도 고급스러운 가구들이 보이는 탓인지 다른 의미로 긴장한 것 같았다. 실제로도 평범한 장소는 아니었다.
“황궁 안에 있는 관서예요.”
“헐, 황궁? 우리가 왜 여기에 있어?”
“일이 좀 그렇게 됐어요.”
원래는 나도 길드 사무실로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기절한 크리스를 챙겨 들기 무섭게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우리를 둘러쌌다. 모르는 제복이면 무시하고 곧바로 튀었을 텐데, 하필이면 잘 아는 제복이라 그럴 수가 없었다. 역시나 그들 사이에서 아는 얼굴이 걸어 나왔다.
“잠시 우리와 함께 가주지 않겠나?”
아주 복잡한 얼굴을 한 라미아스였다.
도심 한복판에서 정령왕들이 대놓고 활약했으니 정보국이 헐레벌떡 달려올 만한 대형 사건이긴 했다. 제발 같이 가달라며 빌다시피 하는 시선을 차마 무시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동행에 응했다. 그렇게 크리스의 거취까지 덩달아 정해졌다.
“난 그냥 버려두고 가도 됐는데.”
“에이, 어떻게 그래요. 비도 내리고 있는데 찬 바닥에 계속 누워 있다가 큰일 나면 어쩌려고요.”
“……너 일부러 그런 거지.”
어떻게 알았지. 사실은 혼자 끌려가기 싫었다. 눈치 빠른 크리스가 배신감에 얼룩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 인마, 너 진짜…….”
“어차피 같은 길드인 이상 우리는 한 묶음이에요, 크리스.”
“뭔 소리야, 그게.”
“곧 들이닥칠 취재진한테 시달리는 것보단 여기에 있는 게 낫지 않을까요.”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한동안 천장을 응시하던 크리스가 다시금 마른세수했다. 그리곤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입 안에 털어 넣고 잘근잘근 씹었다. 저럴 바엔 차라리 피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었지만 지금은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는 생각에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이게 다 따라갈 거면 너나 가라며 사라져버린 엘뤼엔 때문이다.
* * *
세이크 제국의 정보국― 아이기스의 본부가 황궁에 있다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직접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가짜로 채워진 지난 2년간의 기억에서도 여기까지 들어와 볼 기회는 없었다. 전산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온 사방에 서류 더미가 펼쳐져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와본 사무실은 허전할 정도로 깔끔했다. 다들 뭔가를 쓰거나 옮기고 있는 걸 보면 서류 작업이 없는 건 아닌 것 같고,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모양이었다.
“차를 좀 더 드시겠습니까?”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말에 주위를 살피던 걸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검은색과 푸른색이 조합된 제복을 입은 남자가 주전자를 들고 서 있었다.
“아, 고맙습니다. 바쁘실 텐데 이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은데요.”
“아닙니다. 저희 손님이신걸요.”
정중히 답한 남자가 주전자를 기울였다. 거의 다 비워가던 잔에 다시 더운 찻물이 채워졌다. 마음은 고맙지만 바로 옆에 대기한 채 찻잔이 비워질 때마다 채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조금 부담스럽다. 응접실 너머로 보이는 사무실 광경이 한창 바빠 보이는 중이라 더욱 그랬다. 이 사람은 말단 직원이라서 혼자 시중을 떠맡게 된 건가. 짠한 마음으로 바라보니 조금 긴장한 듯한 남자의 얼굴이 뻣뻣해졌다. 너무 무례했나 싶어 시선을 돌리려는데 잠시 헛기침한 남자가 결심을 굳힌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어,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아, 네, 무슨 부탁이신데요?”
라미아스에게 시중 필요 없다고 말해달라는 소리인가. 하긴 부하가 명령을 거역할 순 없겠지. 이런 건 내가 먼저 배려했어야 했는데 너무 눈치가 없었나 보다. 고개를 끄덕이니 얼굴이 환해진 남자가 부스럭거리며 무언가를 내밀었다. 활짝 펼친 수첩이었다. 말로 하면 누가 들을 수 있으니 글로 적은 건가 했는데,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어리둥절해져서 고개를 들자 남자가 몹시 수줍어하며 말했다.
“여기에 사인 좀……”
여기에 뭘 해?
“사인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그때 불쑥 나타난 서류철이 남자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라미아스였다.
“헙, 구, 국장님.”
돌아본 남자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어째선지 사무실에서 한창 일하던 사람들의 얼굴도 그와 비슷했다. 그들 모두 손에 수첩을 들고 있는 건 우연인가? 주위를 한 번 돌아본 라미아스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자네들 전부 시간이 남아도는 모양이지? 이렇게 한가들 하시니 지시했던 보고서는 오늘 안으로 받아볼 수 있겠어.”
“아닙니다! 시정하겠습니다!”
그 순간 사람들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부리나케 사라졌다. 바퀴벌레 떼가 순식간에 흩어져도 이보다 더 빠르진 못할 것 같았다. 라미아스가 혀를 끌끌 찼다.
“얼빠진 놈들. 저런 정신머리로 국가시험은 대체 어떻게 합격한 거야? 저딴 것들이 이 나라의 정예라고 불리니 나라 꼴이 이 꼬락서니로 돌아가지.”
“근데 다들 어디로 간 거예요? 여기가 사무실 아니에요?”
“사무실 맞아. 외부에 공개되는 대외 공간이라 간단한 잡무만 처리하는 곳이어서 그렇지. 진짜 업무를 하는 사무실은 다른 방에 있어.”
“그런데 왜 다들 여기에…….”
“왜겠냐. 다 너 구경하러 온 거지.”
“헐.”
“너 여기서 꽤 유명인사거든. 검성이자 정령사인 존재가 흔하진 않잖냐. 이번에 목록이 하나 더 추가됐지만.”
그럼 지금까지 다들 일하는 척하는 거였어? 어이가 없어서 입을 벌린 내게 라미아스는 조금 전 뒤통수를 맞은 남자가 가위바위보에 이겨서 시중할 권한을 따낸 거라는 쓸데없는 사실도 알려줬다.
“뭔가, 생각보다는 분위기가 가볍네요.”
“도저히 나라의 요직에 있는 애들로는 안 보이지? 원래 저 정도까진 아냐. 사건이 사건이니 다들 정신 줄을 놓은 거지.”
한숨처럼 대꾸한 라미아스가 내 맞은편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탁자 위에 던지듯 서류철을 내려놓은 그의 얼굴은 몹시 피곤해 보였다. 사건 경위를 듣기로부터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까지, 대략 반나절 만에 얻은 다크서클이 벌써 턱밑까지 내려와 있는 것 같았다.
“많이 바쁘죠?”
“그걸 말이라고 하냐.”
시큰둥하게 대꾸한 그가 손가락을 튕겼다. 주위의 공기가 진동하더니 얇은 막이 씌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리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차단하는 마법을 실행한 듯했다.
“미네르바가 폭주하다니. 이런 건 진짜 생각도 못 했다. 이렇게 황당한 적은 내 드래곤 삶을 통틀어서도 처음이야.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냐?”
이번 일로 집계된 공식 사상자는 1만 명이 넘었다. 폭발 자체보다는 대다수 폭풍으로 인한 간접 피해였다. 한눈에도 어마어마하게 커 보이더니 제도 전체에 영향을 미쳤던 모양이었다. 병동마다 더는 환자를 받아들일 수 없어 곳곳에 임시 막사가 설치됐다.
그나마 폭풍에 의한 건 경상자밖에 없었다. 사망자를 비롯한 심각한 중상자는 전부 진원지에서만 나왔고, 전부 합쳐 백 명을 조금 넘는 정도였다. 백 명이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정령왕이 폭주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피해 규모가 적은 편이었다. 단지 고급 주택가가 밀집한 2구역에서 벌어진 참사인 데다가, 취재진과 근위대까지 휘말리는 바람에 여파가 쉽게 수습될 것 같진 않았다. 정보국만이 아니라 제국의 모든 기관이 전부 다 비상이었다.
“이프리트랑 트로웰은 어떻게 된 건지 알아? 지금 계약자들 다 연락이 끊긴 것 같던데.”
“저도 잘은 모르겠어요. 엘퀴네스가 강제로 정령계로 보냈다고만 들었어요.”
“억, 추방인가. 그럼 역소환이나 마찬가지지. 한동안 나오긴 힘들겠구만. 내 엘퀴네스는 참 야성적이기도 하지. 근데 왜 그랬대?”
“아마 이프리트가 욕해서 화났던 것 같아요.”
추측한 이유를 들려주니 라미아스는 곧바로 수긍했다. 모두의 성격을 잘 아는 만큼 대충 어떻게 흘러간 건지 돌아간 사정이 보였나 보다. 애초에 화목한 사이도 아니지만, 화목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피식거리던 그의 표정이 곧 싸늘히 식었다.
“빌어먹을 놈. 기어코 일을 이렇게 만들었네.”
이를 바득바득 가는 라미아스가 누구를 언급하는 건지는 모르지 않았다. 이번 사태의 주범이자 중상자 중 한 명인 아인 이드리스는 병동으로 옮겨졌다고 들었다. 아직 정황을 파악하는 단계인 데다가 그간 쌓아둔 명성 덕분에 극진한 치료를 받고 있다는데, 과연 깨어난 후에도 그 대접이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그는 이제 더는 정령왕의 계약자라고 불릴 수 없을 것이다. 씁쓸한 기분으로 침묵하고 있으니 라미아스가 혀를 차며 머리를 흔들었다.
“널 탓하는 거 아니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라. 놈이 배신할 줄 몰랐던 것도 아니고, 그걸 막지 못한 건 다들 마찬가지지. 그간 네가 애쓴 걸 누가 모르냐? 넌 잘못한 거 없으니까 자책하지 마. 그냥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뿐이야.”
“그런 걸까요…….”
“당연하지. 허참,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난 배신을 해도 그냥 몰래 내통이나 하다 걸릴 줄 알았지, 그 미친놈이 이런 사달을 만들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 뭐? 왕녀를 죽여달라고 해? 그래놓곤 누가 누굴 원망해, 그 정신 나간 놈이.”
그 딴엔 위로하기 위해 하는 말이겠지만 별로 위안은 되지 않았다. 난 그럴 줄 알고 있었으니까. 미래를 바꾸려는 구상 중에 이에 대한 대응을 가장 고심했었다. 카류안을 죽이는 데 실패하면 곧바로 들어갈 계획도 짜뒀다. 배신 자체는 어쩔 수 없으니 미네르바에게 미리 언급해두려고 했다. 혹시 아인 이드리스가 그런 부탁을 하더라도 진심이 아니니 절대 응하지 말라고. 더불어 그가 비슷한 말이라도 하면 내게 바로 알려달라고 실프들에게 따로 요청해두려 했다. 막을 수 없다면 사건의 주최를 바꾸는 쪽으로. 미네르바가 나서기 전에, 내가 먼저 왕녀를 죽일 작정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참 비겁한 계획이긴 했다. 사실 진짜 죽어야 할 사람은 아인 이드리스지. 정작 가장 큰 원흉은 건드리지도 못하면서 왕녀를 제거하기로 마음먹기는 참 쉬웠다. 그래서 이런 벌을 받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 연회에서 왕녀가 죽도록 그냥 내버려 뒀어야 했나 봐요.”
그런 중에도 이런 생각이나 하는 걸 보면 여전히 정신은 못 차린 것 같고. 끝없이 밀려드는 자괴감에 머릿속이 엉망진창이었다. 물론 막상 그렇게 진행됐어도 잘 해결됐을 거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제 발로 기회를 찼다는 생각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책하지 말라니까. 세상엔 아등바등 매달려도 풀리지 않는 일이 있어. 이게 그런 일이었다고 생각해. 그냥 어쩔 수 없는 흐름이었던 거야.”
“엘퀴네스랑 비슷한 말을 하네요.”
“핫, 정말? 우리가 일심동체라서 그래.”
내내 구겨져 있던 라미아스의 미간이 처음으로 활짝 퍼졌다. 고작 그와 비슷한 말 하나 했다고 금세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그 단순한 기분 전환을 보는 내 기분도 덩달아 나아졌다. 이쯤 되면 진심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보고 있나, 미래의 이프리트? 네 경쟁자는 내가 아니라 라미아스라고.
“아, 엘퀴네스 하니 말인데,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만 정체가 드러나는 건 막지 못할 것 같다. 목격자가 너무 많아. 내일 조간에 네가 엘퀴네스 계약자라는 게 공식적으로 발표될 거야.”
“으음, 할 수 없죠.”
그 난리가 났는데 정체를 숨길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조금도 하지 않았다.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니 라미아스가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새 다시 불퉁한 표정이었다.
“젠장, 부러워 미치겠네. 엘퀴네스의 공인 계약자라니. 그게 신문에 실려 기록으로 남는다니. 나도 엘퀴네스 계약자인데. 나도 공식적으로 발표돼서 사회에 파장을 미치고 싶은데.”
뭐가 문제인가 했더니 이거였나 보다. 아니, 그보다 그쪽은 드래곤인 거부터 밝혀야 하지 않나. 그리고 그게 파장이 더 클 거다, 분명히. 떨떠름하게 응시하니 본인도 민망하긴 했는지 마른 헛기침이 이어졌다. 그래도 수치심을 전부 버린 건 아닌 모양이라 다행이었다.
“어쨌든 너, 그렇게 태연하게 있을 게 아니야. 지금 상황 파악이 잘 안 되나 본데, 각오해두는 게 좋을걸? 검성이란 게 밝혀졌을 때랑은 여러모로 상황이 달라질 거다.”
“그렇게 차이가 클까요?”
“당연하지. 일단 황제가 널 찾을 거야.”
“……헐.”
“농담 아냐. 이미 네가 황궁에 있다는 것도 파악했어. 아인 이드리스가 제국에 왔을 때도 얼마나 호들갑이었는데. 그땐 여유도 있고 체면도 차릴 때라 점잖게 인사 오길 기다렸지만, 이번엔 그러지 못할 거야. 그동안 막연하게만 여기던 정령왕의 위력을 처음으로 체감했을 테니까.”
그간 아인 이드리스는 외부에 미네르바를 공개하길 꺼렸다. 당연히 미네르바가 모두 앞에서 능력을 발현할 일도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다들 정령왕이 어떤 존재인지 크게 실감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 앞에 서면 존재감에 압도되면서도 비현실적인 분위기와 외모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러다 이번 사건으로 깨닫게 된 거다. 그저 아름답고 희소하다고만 여겼던 그 존재가 사실은 얼마나 굉장하고 두려운 존재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