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524화 (524/608)

제524화

“얘가 왜 이리 멍하지? 너 엘한테 무슨 짓 했어?”

“아무 짓도 안 했어! 처음부터 계속 멍하던데?”

“나랑 같이 있을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거든? 근데 지금은 넋이 나가 있는 얼굴이잖아!”

“나도 몰라. 처음부터 그랬다니까? 혹시 나한테 반한 거 아냐?”

참 누구의 어머니답다는 생각이 드는 대답이었다. 자화자찬은 유전이었구나. 그리운 기분이 들어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프리트는 더더욱 정색하며 나를 꽉 끌어안았다.

“란타샤, 얘도 거울은 봐.”

“뭔 소리야?”

“잘 생각해봐. 매일 보는 얼굴이 이런 건데 너한테 반할 리가 있겠어?”

“너 죽을래?”

안 그래도 날카롭게 올라간 눈매가 대번에 더 사나워졌다. 이프리트도 지지 않고 마주 노려보았다. 다시금 둘이 원수가 아니라 계약 관계임을 억지로 상기했다. 이 시대 정령왕들의 계약 관계는 왜 다 하나같이 정상이 없는 것 같지?

“시끄러워.”

다행히 이 공간엔 두 사람을 말려줄 존재가 있었다. 낮게 가라앉은 음성에 옥신각신하던 이프리트와 란타샤의 동작이 우뚝 멈췄다. 다툼이 끝났음에 안도하며, 다녀왔다는 인사를 할 생각으로 안쪽에 있을 엘뤼엔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거실에 앉아 있는 건 그 혼자가 아니었다. 멈칫하며 눈을 깜빡이니 창가 쪽에 기대어 있던 흑발의 소년이 느릿하게 시선을 맞춰왔다.

“트로웰…….”

“안녕.”

그가 갑자기 방문하는 일이야 이제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최근 저지른 일이 있다 보니 괜스레 손끝이 굳었다. 그는 내가 미네르바와 만난 걸 알고 있을까. 알고 있을 거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 시점에 나타날 이유가 없었다.

“뭐야, 진짜 엘퀴네스랑 트로웰이 있네.”

황당하다는 듯이 중얼거린 란타샤는 한동안 엘뤼엔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왠지 모를 불만과 짜증으로 가득한 시선이었다. 엘뤼엔은 그러거나 말거나 돌아보지도 않았지만. 설마 둘 사이에도 내가 모르는 사연이 있는 건가? 그냥 보기엔 란타샤 혼자 적의에 불타올라 있는 것 같긴 한데, 엘뤼엔은 원래 누구나 다 무시로 일관하니 속 사정을 알 방법이 없었다. 그때 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란타샤가 별안간 나를 돌아보았다.

“인간, 계약자인 네가 말해봐. 네가 보기에도 나랑 엘퀴네스가 닮았어?”

“네? 아뇨?”

뜬금없는 질문에 반사적으로 답하고 나니 란타샤의 눈썹이 잔뜩 찌푸려졌다.

“안 닮았다고?”

“전혀 다르게 생겼는데요?”

굳이 우기자면 같은 계열의 분위기를 갖고 있기는 한데 닮은 얼굴은 아니다. 그런 생각으로 답한 건데 란타샤는 비딱하게 해석했다.

“그건 내 외모가 엘퀴네스한테는 현저히 미치지 못한다, 그런 의미야?”

“네? 아뇨. 말 그대로 생김새가 다르다는 의미인데…….”

“그럼 네가 보기엔 나랑 엘퀴네스 중에서 누가 더 아름다워?”

“……네?”

대화 주제가 왜 이렇지? 당황한 나머지 이프리트를 바라보았다. 설레설레 고개를 가로젓고 있는 그는 또 시작이냐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닌 모양이다.

“애 좀 곤란하게 하지 마. 도련님, 이럴 땐 그냥 엘퀴네스라고 답하면 돼. 그럼 얘 혼자 씨근덕거리다 알아서 꺼질 거야.”

“뭐야?”

“네가 또 터무니없는 시도를 하니까 그렇지. 말했잖아, 란타샤. 쟤도 거울을 본다니까? 엘퀴네스는 무슨. 넌 일단 도련님부터 이겨야 해.”

“너 진짜 죽을래!”

기껏 사그라진 불이 다시 붙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로 지켜보고 있자니 트로웰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둘 사이에서 빠져나오라는 신호였다. 엉거주춤 자리를 벗어나 즉각 그쪽에 달라붙어 섰다. “왜 저러는 거야?” 작은 소리로 물으니 트로웰이 그들 쪽에 한심하다는 시선을 보내며 답했다.

“신경 쓰지 마. 란타샤 혼자 저러는 거니까.”

“솔직히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겠어.”

“정말 시시한 이유야. 예전부터 엘퀴네스의 외모와 비교하면서 혼자 경쟁심을 태우고 있거든.”

“왜? 란타샤도 예쁘잖아.”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었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을까. 한창 이프리트와 실랑이하던 란타샤가 이쪽을 휙 돌아보았다. 기괴할 정도로 번들거리는 시선에 어깨가 절로 움찔했다.

“인간, 너 다시 말해봐. 방금 뭐라고 했어?”

“네? 아, 그…… 란타샤도 예쁘다고…….”

“엘퀴네스보다 더?”

“어……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다 각자 다른 느낌으로 예쁜 거라 비교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왜 비교를 못 해! 그 안에서도 순위는 있을 거 아냐!”

“으음, 글쎄요. 굳이 여기서 순위를 매긴다면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매력이나 호감 같은 게 더 크게 작용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진짜 의미 없는 순위죠, 기어들어 가는 어조로 답하자 사납게 타오르던 눈빛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나마 마음에 차는 답변이었나 보다.

“넌 랄스 그 자식보단 좀 낫네. 사실 엘퀴네스가 더 낫지만 네 기분 생각해서 좋게 말해준다는 태도는 안 취하는 걸 보니.”

“랄스?”

“라미아스. 그 녀석 애칭이야.”

폭풍우가 지나간 듯 한시름 던 얼굴로 이프리트가 대답했다. 머릿속이 바쁘게 굴러갔다. 설마 라미아스는 엘퀴네스가 더 낫다고 한 건가. 그 드래곤, 첫사랑이 란타샤라고 하지 않았나. 왜 차였는지 지금 그 이유를 알게 된 것 같다.

어쨌든 기분이 풀린 란타샤는 한결 차분해진 모습으로 거실 의자에 앉았다. 가볍게 주위를 돌아본 다음 “정령왕들이 이런 후줄근한 곳에서 사는 거야?”라며, 여관 주인의 자랑이자 자부심인 특실을 한마디로 폄하하기도 했다. 유전자의 힘이 강해도 너무 강한 거 아닌가 속으로 혀를 내두르는 동안 차를 내온 이프리트가 툴툴거리며 물었다.

“근데 넌 여긴 왜 왔어?”

“그냥 궁금하잖아. 대체 어떤 인간이길래 그 고고하신 나머지 온 사방에 철벽을 치는 엘퀴네스를 중간계에 내려와 있게 하는지. 세상 까칠하고 사나운 트로웰이 종종 들여다본다질 않나. 그것도 모자라 이프리트는 아예 얼이 빠져서 내 피까지 강탈해다 바치고 말이야.”

와, 지금 앉은 자리에서 정령왕 셋을 한 번에 험담한 거 맞지?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감탄하다가 멈칫했다. 아니, 잠깐만. 그보다 방금 한 말 중에 이상한 단어가 섞여 있지 않았나?

“……피?”

움찔한 이프리트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한순간에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벼락같은 깨달음이 들이닥쳤다.

“피?!?”

혹시 전에 마셨던 그 붉은 음료가 피였어? 심지어 란타샤의 피라고? 보지 않아도 지금 내 표정이 얼마나 멍청할지 짐작이 갔다. 란타샤가 의외라는 얼굴로 이프리트를 바라보았다.

“혹시 쟨 몰랐어?”

“그걸 어떻게 알려줘. 피라는 게 평범하게 먹는 건 아니잖아.”

“난 또 쟤가 달라고 졸라댄 건 줄 알았네. 얼마나 되바라진 인간인가 얼굴이나 구경하자 했던 건데 내가 오해한 거였구나?”

“허 참, 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 도련님 그런 애 아니야.”

“네가 할 말이야? 네가 문제야, 네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은 란타샤가 이프리트의 등을 마구 때렸다. 흡사 파리채로 파리를 후려치는 듯한 광경이었다. 이프리트가 온 엄살을 부리며 폭력 반대를 외치는 동안 트로웰이 내게 고요한 눈길을 보냈다. ‘쟤네랑 놀지 마.’ 말하지 않아도 담고 있는 의미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물론 나는 다른 의미로 충격이 커서 두 사람이 뭘 하건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

“그게 피였다니…….”

어쩐지 라미아스 반응이 굉장히 찝찝하다 싶었다. 피가 비치는 거에 거부감이 있는 편이라 고기를 구울 때도 바짝 굽는다. 한국에서 살 땐 선짓국도 잘 먹지 못했다. 그런 내가 생피를 먹었단다. 심지어 먹을만하다고 생각했었지. 머릿속이 아득해지면서 탄식만 흘러나왔다. 망연자실이라는 단어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기분이었다. 그런 나를 보며 란타샤가 이프리트와 수군거렸다.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이네. 인간은 몬스터 부산물로 약도 만들어 먹지 않나?”

“가공한 거랑은 느낌이 좀 다르지.”

“그런가? 뭐, 어쨌든 안심해, 인간. 우리 피는 깨끗해서 그냥 먹어도 되거든. 아니, 그냥 피라고 생각할 것도 없어. 냄새나 맛도 너희 혈액이랑은 좀 다르지 않았어? 다른 종에겐 그냥 만능 영양제 같은 거야.”

그러고 보니 라피스도 몇 번 그런 식으로 언급한 적이 있던 것 같다. 확실히 피를 떠올리게 하는 냄새나 맛도 나지 않았다. 아니, 그렇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아? 란타샤는 물론이고 다들 뭐가 문제냐는 태연한 시선이라 더 억울해졌다. 내가 이상한 거야? 어? 나만 지금 이게 이상한 거냐고!

“신경 쓰지 마. 드래곤의 피는 마력이 녹아 있는 원액 같은 거니까. 드래곤 쪽에서 내주는 건 종종 있는 일이고, 호의니까 행운으로 받아들이면 돼.”

“그건 그렇지만…….”

트로웰의 말에 무어라 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그냥 머리만 감싸 쥐었다. 때마침 화제를 전환할 기회를 주는 것처럼 문밖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통 이런 식으로 평범하게 방문하는 사람은 내 손님이었기 때문에 서둘러 몸을 일으켜 문으로 달려갔다. 크리스나 다비안이 찾아온 것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열린 문 앞에 서 있는 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었다.

“어……?”

“내가 들어가도 될까?”

어색하게 웃는 얼굴을 한 미네르바가 물었다. 검은 망토와 후드로 모습을 거의 다 가리고 있었지만 분명 미네르바였다. 황급히 들어설 수 있도록 길을 트자 그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 고맙다는 표시를 했다. 다행히 내가 잘못 본 건 아니었는지 안쪽에서도 놀라워하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헉, 미네르바?”

“설마 미네르바야?”

이프리트와 란타샤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엘뤼엔도 드물게 관심을 보이며 돌아보았고, 트로웰조차 조금 당황한 얼굴이었다. 지난 만남을 의식하고 날 찾아왔을 그도 미네르바 본인을 여기서 만날 거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다들 모여 있는 것 같길래.”

후드를 벗은 미네르바가 머쓱해하며 미소 지었다.

“혹시 내가 방해한 건가?”

“아니이! 그럴 리가 있나! 어서 와, 미네르바! 우리 좀 오랜만이지 않아? 중간계에서 널 보니까 너무 반갑네!”

“나도! 어쩜 여기서 미네르바까지 볼 줄이야! 나 누군지 알지? 란타샤야.”

“물론 알고 있어.”

새삼 이프리트와 란타샤가 이 자리에 있는 게 다행스러웠다. 조금 전만 해도 시끄럽다고 느껴지던 두 사람의 합이 이 순간엔 분위기를 편하게 하는 쪽으로 빛을 발했다. 나와 트로웰만 있었다면 절대 이렇게 끌어가기 힘들었을 거다(엘뤼엔한테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미네르바의 시선이 다음 순간 트로웰을 향했다. 석상처럼 고요히 서 있는 것과는 달리 트로웰의 금안은 파문이 이는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서 와.”

“응.”

잠시 후 떨어진 한마디에 미네르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트로웰의 얼굴에도 미소가 어렸다. 안심한 듯, 정말 기뻐 보이는 얼굴에 내 가슴도 울렁거렸다.

“오랜만이야, 엘퀴네스.”

미네르바가 자리에 앉으며 건넨 인사에 힐끔 눈길만 보낸 엘뤼엔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다른 이들도 서둘러 자리에 따라 앉으면서, 서로 마주 보고 얘기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모두를 둘러본 이프리트가 실감이 안 난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와, 내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네. 네 정령왕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니, 이게 대체 무슨 조화야? 정령계에서도 일어나지 않던 일이 여기서 일어나네.”

“우리 셋은 그래도 가끔은 에바스 에덴에서 마주친 적 있긴 했어. 늘 엘퀴네스가 없었지.”

“엘퀴네스는 영역에서 잘 나오지 않으니까.”

“들었냐, 엘퀴네스? 네가 우리의 화평을 깨는 주범이란 얘기를 하고 있다.”

“……진짜 깨진다는 게 뭔지 보고 싶나?”

“아니, 뭘 또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러냐. 네가 같이 있어서 좋다는 거지.”

한마디씩 나누는 동안 네 정령왕의 분위기는 한결 더 편해졌다. 모두가 이 상황을 신기하게 여기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누구도 나만큼 기분이 묘하지는 않을 거다. 그간엔 선대라는 인상을 크게 받지 않았는데 이렇게 모여 있는 모습을 보니 와 닿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외형 연령대가 더 성숙하기 때문인가, 뭔가 좀 더 차분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내 시대와는 다른 고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미네가 태어나기 전의 정령계와도 또 다른 분위기다. 다 같은 속성의 정령왕인데 이런 차이가 난다는 점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생각해 보면 이게 전부 도련님의 공이지.”

“어? 나? 내가 뭘…….”

이프리트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 몰려들었다. 당황해서 고개를 저었지만 이프리트는 더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아냐, 이건 도련님 공 맞아. 도련님이 아니었으면 엘퀴네스가 중간계에 내려와 있기나 했겠어? 아니, 당장 이 자리에 얌전히 앉아 있지도 않을걸. 난 이런 날이 올 거라곤 꿈에서도 상상해본 적이 없어.”

“그건 확실히 맞지.”

트로웰도 피식거렸다. 엘뤼엔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반박하지 않는 것 자체가 인정하는 셈이었다. 그 모습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훑어내린 란타샤가 중얼거렸다.

“솔직히 좀 의외야. 엘퀴네스는 계약자들한테도 태도가 늘 건조하지 않았어? 왜 저 인간 아이는 예외야?”

“뭐, 인간 계약자는 흔치 않으니까. 엘퀴네스는 아예 처음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특별할 수밖에 없지.”

“이프리트 너도 인간이랑 몇 번 계약한 적 있잖아. 나보다 걔네가 더 특별했어?”

“어, 그게…….”

“대답 잘해라.”

가라앉은 란타샤의 눈동자에 불꽃이 튀었다. 화날 때의 라피스랑 비슷한 얼굴이라 기분이 굉장히 이상해졌다. 집요한 시선을 애써 회피한 이프리트는 다른 말을 꺼내 들기 바빴다.

“그러고 보니 이 자리에 계약자가 두 명이네. 우리 이렇게 보니까 계약자 동반 모임 같지 않아? 하하하. 다음엔 정말 정식으로 동반 모임 해볼까?”

“헛소리하지 마.”

“아니, 왜. 친교 모임 좋잖아. 트로웰, 너도 친하게 지내는 계약자 있지? 걔 이름이 뭐더라? 디아곤?”

“큽!”

생각지 못한 이름에 놀란 나머지 마침 마시고 있던 물을 그대로 뿜어냈다. 몰려드는 시선들을 향해 아무것도 아니라고 얼른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은 채로 화제가 계속 이어졌다.

“그 녀석 맞지? 란타샤한테 한눈에 반해서 쫓아다니는 블랙 드래곤. 란타샤, 걔 요즘도 그래?”

“그렇지, 뭐.”

이번엔 딸꾹질이 날 뻔했다. 설마 아직 둘이 결혼도 안 한 상태인 건가? 아니, 대화 내용을 보면 연인도 아닌 모양이다. 라피스가 3천세 가량이었는데 부모인 두 드래곤이 이 시점에도 아직 평행선이라니. 그 녀석한테 형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둘이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이 이뤄졌다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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