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3화
“도련님?”
똑똑, 탁자 위를 두드리는 소리에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이프리트가 왠지 근심 어린 얼굴을 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 어리둥절해하는 내게 그는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그 방향으로 시선을 내리니 내가 손에 쥐고 있는 포크가 보였다. 갓 튀긴 새우튀김의 정 중앙에 꽂은 채였다. 그걸 멍하니 바라보다 주위로 시선을 돌렸다. 식탁보가 깔린 탁자 위엔 새우튀김만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음식들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나 지금 밥 먹는 중이었지. 한창 식사 중에 딴생각에 빠져들었다는 걸 뒤늦게 자각했다. 일부러 식사 자리를 함께해 주는 사람 앞에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미안해하니 이프리트가 그런 건 신경 쓰지 말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보다 왜 그래? 그 새우튀김 도련님이 좋아하는 거잖아. 다른 것도 거의 손도 안 대고. 요즘 통 먹는 둥 마는 둥 하네?”
“으음, 그러게. 그냥 별로 입맛이 없는 것 같아.”
“헉, 진짜? 당장 엘퀴네스한테 치료받으러 가자! 아니, 일단 이거부터 마셔봐!”
깜짝 놀란 이프리트가 품 안에서 서둘러 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치료용 회복제였다. 일단 아프다고 여기는 건 그렇다 치고, 그거 외상용 아닌가?
“아니, 나 아픈 거 아니야. 그냥 입맛만 없는 건데……?”
“그러니까 아픈 거지! 네가 입맛이 그냥 없는 게 말이 돼?”
음, 이프리트한테 내 이미지가 어떻게 잡혔는지는 알겠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지적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입만 벙긋거리다 그냥 얌전히 수긍했다. 새우튀김을 남기다니, 이건 아프다고 오해해도 할 말이 없는 일이긴 했다.
“아무튼 나 아픈 거 아니야. 그냥…….”
“맨날 땅이나 파니까 그렇지.”
맞아, 내가 땅이나 파서 그런 거다.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다 잠시 멈칫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왠지 조금 이프리트답지 않은 어투였던 것 같다. 아니, 정말 이프리트가 한 말이 맞기는 한가? 진짜 말소리였는지 헷갈릴 만큼 뚜렷한 느낌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프리트는 내가 다음 말을 잇기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왜 말을 하다가 말아?”
“혹시 지금 뭐라고 하지 않았어?”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아, 역시 내가 잘못 들은 거구나. 어리둥절해하는 이프리트를 보니 확실해졌다. 딴생각이 너무 깊어진 나머지 이제 환청까지 듣는 모양이다. 대충 상황을 수습한 다음 식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진짜 아픈 건 아닌지 유심히 살피던 이프리트는 내가 빠른 속도로 접시를 비우기 시작하니 그제야 안심한 얼굴을 했다. 그 후로는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이 이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한창 즐겁게 이야기하던 이프리트가 별안간 표정을 굳혔다.
“……으음.”
“왜 그래?”
“아, 별건 아냐. 근데 도련님, 내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 혼자 먹고 집에 갈 수 있지?”
“내가 어린앤가. 당연하지.”
“그럼 나중에 보자. 먼저 가서 미안해.”
웬일로 다급히 사라지는 그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남은 음식들을 마저 해치웠다. 그대로 귀가하기엔 싱숭생숭한 기분이라 차나 한잔 마시고 가기로 했다. 평소 즐겨 찾는 다과 가게로 들어가 경치가 좋은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아늑한 분위기라 원래도 좋아하는 가게인데 오늘따라 손님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더 조용해서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평화로운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주문한 홍차가 나와 한 모금을 마실 때쯤 누군가가 허락을 구하지도 않고 내 앞자리에 앉았기 때문이었다.
“…….”
어이가 없어서 바라보니 제 맘대로 자리 잡은 왕세자 놈이 씩 웃었다. 얘가 왜 여기에 있는 건지 모르겠다. 에펜 왕국에서도 이미 출정했다고 들었고, 왕세자는 그 왕국군의 총사령관이었다. 그럼 지금 전쟁터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니라 왔다 갔다 할 여유가 있는 건가? 짧은 사이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을 떠올려도 얘가 내 앞에 나타난 이유만은 설명이 되지 않았다. 힐끗 시선을 돌리니 어느새 문 앞을 장악하고 있는 기사들이 보였다. 얼마 되지도 않던 손님들이 불안해하며 어정쩡하게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도.
“오랜만에 보는군.”
“……무슨 용건이죠?”
“이제 막 자리에 앉은 참인데 벌써 본론을 거론하기는 이르지 않나? 볼 때마다 느끼지만 성격이 참 급하단 말이지.”
참나, 네가 한국인으로 한번 살아봐라. 나처럼 안 되나. 아니, 그전에 누가 그 자리에 앉으라고 허락이나 했어? 헛소리를 낭랑하게 늘어놓는 꼴을 보려고 여길 온 건 아니었다. 한 모금밖에 마시지 못한 홍차가 아깝긴 하지만 뺀질거리는 얼굴을 마주 보는 걸 견디느니 남기는 게 나았다. 빠르게 결론을 내린 뒤 찻잔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네, 그럼 자리를 충분히 즐기세요. 성격 급한 사람은 이만.”
“다시 앉아. 정말 무슨 말을 못 하겠군.”
“나한테 명령하지 말죠?”
“좋아, 부탁이니 앉아라. 이러면 되겠나?”
당연히 하나도 안 됐다. 부탁은 아무 부탁이나 다 들어주는 줄 아나? 무시하고 그냥 지나치려는데 손목이 붙잡혔다. 무례한 짓만 골라 하는 것도 재주라고 생각하며 붙잡고 있는 손을 빤히 바라보았다.
“좋은 말로 할 때 놓지?”
“이젠 최소한의 경어도 생략인가? 나를 그렇게 대하고도 목이 붙어 있는 건 그대가 유일할 거다.”
“왜 본인이 살아남았다는 생각은 안 하실까.”
“그 말도 맞기는 하군. 확실히 그대 덕분에 살아나긴 했지.”
왕세자가 피식 웃었다. 무슨 엉뚱한 대꾸인가 했더니 지난 연회 때의 일을 말하는 거였다. 마치 좋은 시절이라도 회상하는 것 같은 얼굴이라 조금 황당해졌다. 누군 밤마다 이불을 걷어차게 하는 어두운 역사가 이놈한텐 참 뜻깊은 추억이었나 보다.
“그때 왜 나를 도왔지?”
“당신을 도운 게 아니라 마족을 쫓아낸 것뿐인데.”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나를 구한 셈이 됐지.”
“그러니까 그거 아니라고.”
이 녀석은 대체 뭐가 문제일까. 뭘 어떻게 하면 사고가 이런 흐름으로 갈 수 있는 거지? 내가 악당의 뇌 구조를 너무 만만히 여겼나 보다. 검을 쳐내는 척 저놈한테 중상 정도는 입힐 걸 그랬다. 그럼 내가 자길 구했다는 허무맹랑한 망상에 빠져 있지는 않을 텐데.
“당장 안 놓으면 팔이 부러지고 싶다는 뜻으로 이해할 건데. 괜찮겠어?”
경고하는 즉시 왕세자가 잽싸게 손을 놓았다. 그래도 팔이 부러지고 싶진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여전히 제정신은 아니었다. 이제야말로 걸음을 옮기려는데 등 뒤에서 생각지 못한 말이 이어졌다.
“내 사람이 돼라.”
“……뭐?”
어이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헛소리를 정정할 기회를 준 건데 시선을 받은 왕세자는 한술 더 떴다.
“한낮 헌터로 머물기엔 아깝지 않나? 그 고강한 능력을 나를 위해 써라.”
“……실례지만 어디가 아프신지?”
너 미쳤냐는 말을 점잖게 돌려 물었다. 피식거리는 왕세자는 이제 이 정도 발언은 간지럽지도 않다는 태도였다. 차라리 분노하면 여러모로 편해질 텐데, 쓸데없는 부분에 내성이 쌓이고 있다.
“처음엔 그대가 내 일을 방해하려는 불순 인자로만 보였다. 하지만 그대는 날 구했지. 다시 생각하니 시선이 환기되더군.”
“그게 아니라는 말을 몇 번을…….”
“맞아. 그대는 상단에서 날 만난 사실을 고발하지도 않았다. 내가 가진 힘을 알아봤으면서도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았고 말이야.”
“내 말 듣고는 있어?”
“아직 어느 쪽도 아니라면 내 쪽으로 포섭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 아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말이야.”
그래, 전혀 안 듣고 있구나. 허공을 한 번 바라본 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그 연회에서의 일이 이 녀석 마음속에 있는 이상한 장치를 제대로 건드린 모양이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굴욕감과 수치심에 머리가 망가진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왜 그랬는지도 생각해주면 좋겠네. 어떻게든 복잡한 일에 엮이지 않으려는 각고의 노력이란 생각은 안 드시나?”
“물론 그런 거라 판단했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지.”
“미안한데 난 아니네요. 그리고 이제 와 태도를 바꿔봤자 음료수에 몰래 수면제 타서 먹이려는 사람이랑은 안 놀아.”
“이런, 이미 알고 있었나?”
“물의 정령사한테 물로 장난을 치면서 들킬 거란 생각을 못 해? 그거 조언한 사람은 자르는 게 좋겠네. 본인 생각이면 스스로 머리를 좀 잘라주시고.”
“……역시 점점 더 탐난단 말이지.”
난 점점 더 네가 싫어진다는 것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변태인가? 본인 머리 자르라는 말을 듣고 왜 더 탐이 나는데? 질색하며 물러섰지만 왕세자 놈이 성큼 더 다가오는 바람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온 얼굴에 속이 거북해졌다.
“내 사람이 되면 모든 걸 다 갖게 해주겠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거다. 그대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들이 이뤄질 거라고 약속하지.”
“필요 없…….”
“아아, 지금 당장 결정하지 마라. 난 그대처럼 성격이 급하지 않으니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 몇 달이 걸리건 기다려 주지. 하지만 이왕이면 거절하지 않길 바란다. 그대의 그 능력은 너무 위험하거든. 나를 위해 쓰지 않을 거라면 없어지는 게 더 나은 힘이지.”
아하, 한마디로 내 편이 안 되면 죽이겠다는 협박이시겠다? 역시 이 녀석의 머릿속은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날 죽일 수는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 다른 건 둘째치고 일단 모든 상황을 본인이 다 조종하고 있다는 듯 치명적인 표정을 짓는 것만이라도 좀 그만뒀으면 한다. 그 나이 먹고 왕자병에 걸렸냐고 쏘아붙이고 싶은데 진짜 왕자라서 할 말이 없었다.
“이 뇌혈관이 빠진 듯한 놈은 뭐야?”
그래, 내 말이 바로 그거다. 무심코 동의하다 멈칫했다. 방금 누가 말한 거지? 주위를 돌아봤지만 근처엔 왕세자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 왕세자 놈은 내가 두리번거리니 의아해하는 기색이었다.
“왜 그러지?”
“지금 무슨 소리 못 들었어?”
“소리? 무슨 소리를 말하는 거지?”
“분명 누가 말을…….”
“상황을 회피하려는 시도로는 너무 뻔한 것 같군.”
왕세자가 가소롭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일부러 화제를 돌리려 딴짓하는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런 수고로운 짓을 할 만큼 본인이 그리 가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부디 죽기 전에는 깨달아야 할 텐데. 어쨌든 지금은 망상만 부풀리고 있는 왕세자 놈보다는 조금 전의 환청이 더 신경 쓰였다. 한번은 착각이었다 쳐도, 헛소리를 연이어 듣는 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나 정말 어디가 아픈 건가? 아무래도 오늘 돌아가면 엘뤼엔한테 치료해달라고 해봐야겠다.
“내가 한 말을 이해했나?”
이 심각한 와중에도 듣기 싫은 왕세자의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어째 아까보다 거리가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실제로 밀착하다시피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내게 미혹이 안 통한다는 건 이미 몇 번이나 확인했으면서 이건 또 무슨 수작인가 싶어 거칠게 밀쳐내려고 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나보다 먼저 놈을 내게서 밀쳐냈다.
“대화하기엔 너무 위협적인 자세 아니야? 보기에 영 안 좋네.”
경쾌한 목소리가 노래하는 것처럼 흘렀다. 당황해서 돌아보다 그대로 숨을 멈췄다.
……어?
“넌 뭐지?”
“그냥 지나가는 사람.”
질문에 성의 없이 대꾸한 이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도움 필요해?”
내게 물은 것이라는 걸 알았지만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러기엔 정면에서 보이는 붉은색이 너무 시리도록 강렬했다. 설마 그럴 리가. 눈을 몇 번이나 깜빡였지만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정말 현실이었다.
“라피스……?”
아니었다.
말하면서도 그가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상대의 성별이 여성이라든가 그래서만은 아니었다. 라피스가 여성일 때의 모습도 알고 있다. 그 모습과 비교해봐도 그 녀석이라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순간이나마 착각할 수밖에 없을 만큼 닮았다. 특히 머리카락 색이 정말 똑같았다. 이프리트의 붉은색이 화염을 담아낸 것 같다면 라피스의 붉은색은 질 좋은 루비를 연상케 했다. 전체가 보석으로 이뤄진 게 아닐까 싶을 만큼 화려하고 선명한 색이었다. 다른 레드 드래곤들도 봤지만 그 어떤 이들보다 그가 가진 색이 독보적이었다. 그래서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 여긴 색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반짝이는 붉은색을 또 지닌 이가 있었다.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은데.”
고개를 갸웃한 여자가 빙긋 웃었다. 역시 다시 봐도 라피스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 사람이 누군지는 알 것 같았다.
“혹시…… 란타샤?”
선명한 붉은 머리칼을 지닌, 눈부시게 화려한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신기하다는 듯 나를 훑어내리더니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참 이상하네. 릴이 내 외모까지 설명해 주진 않았을 텐데. 날 어떻게 알아봤을까?”
머리 색과 똑같은, 홍옥을 닮은 눈동자가 반달 모양으로 휘어 접혔다. 추측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으나 복잡한 기분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떨리는 것 같았다.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 소리가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가 벅찰 정도였다. 진정시키기 위해 애써 호흡을 가라앉혔다.
레드 드래곤 란타샤.
라피스의 모친이었다.
* * *
꽤 오랫동안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주변 상황을 자각했을 땐 이미 가게를 나와 란타샤와 함께 숙소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먼저 돌아와 있던 이프리트가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가 뒤따라 들어서는 란타샤를 보고 그대로 굳었다.
“으엑.”
“후후, 그 반응은 무슨 뜻일까?”
생글생글한 얼굴로 란타샤가 고개를 기울이자 창백해진 이프리트가 주춤거리듯 뒤로 물러섰다.
“뭐, 뭐야? 네가 왜 엘이랑 같이 들어와?”
“우연히 들어간 가게에서 마주치고 말았거든.”
“말도 안 돼. 일부러 따돌리려고 다른 길로 유인했는데?”
“그런 것 같아서 네 기척은 그냥 무시했지. 낚이기엔 너무 노골적이더라고.”
“으으! 내 치밀한 계획이!”
아, 혹시 먼저 간 이유가 그래서였나. 갑자기 무슨 급한 볼일인가 했는데 설마 란타샤를 따돌리기 위해서였을 줄은 몰랐다. 근데 왜 따돌리지? 둘이 계약한 사이 아닌가? 계약자를 그렇게 대해도 괜찮은 거야? 멍하니 두 사람의 모습을 관전하고 있자니 성큼 다가온 이프리트가 나를 보호하듯 제 품에 끌어당겼다.
“도련님, 괜찮아? 쟤한테 무슨 일 안 당했어?”
“당하긴 뭘 당해! 오히려 곤란해 보이는 걸 내가 도와줬거든?”
“그게 정말이야?”
“아, 어? 으응.”
틀린 말은 아니라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지 못한 등장에 너무 놀라서 그렇지 확실히 도움은 받았다. 어쨌든 그 끈질기던 왕세자 놈이 더는 귀찮게 굴지 못하고 물러나긴 했으니까. 그쯤에서 마무리되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왕족 살해범으로 공개수배 될 뻔했다. 조금만 더 그대로 있었다면 분명 일을 치르고도 남았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