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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왕 엘퀴네스-516화 (516/608)

제516화

때마침 고용인이 다가와 연회의 주최자인 델루시오 남작에게 넌지시 귀엣말을 건넸다. 어지간한 소리는 다 들리는 나조차 알아듣기 힘들 만큼 작은 소리였다. 심각한 용건이었는지 태연히 듣고 있던 남작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졌다. 그는 왕세자를 향해 다급한 시선을 보냈다. 무언의 신호를 받은 왕세자의 눈빛도 달라졌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곧 주위에 양해를 구한 두 사람이 함께 연회장을 떠났다. 무슨 일이 생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거슬리는 왕세자가 사라지니 한결 숨통이 트였다. 그사이 먼발치에서 끼어들 구석만 살피고 있던 귀족 하나가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태자 전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만. 잠시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으신지요.”

왜소한 체구를 지닌 중년의 남자는 뭔가 죄지은 거라도 있는지 한껏 비굴한 표정이었다. 반기는 사람은 아닌지 황태자는 살짝 눈썹을 찌푸렸지만 내키지 않는 얼굴을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조금 멀어지고 나니 귀족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라스포 후작님은 그간 몰라보게 얼굴이 수척해지셨네요.”

“그런 야단이 있었는데 그럴 만도 하죠. 오히려 근신을 생각보다 더 빨리 끝내신 편 아닌가요?”

역시 뭔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긴 한 모양이다. 게다가 꽤 유명한 사건이었는지 화제가 그쪽으로 쭉 이어져 나갔다.

“하긴, 아들이 이중첩자 노릇을 했으니까요. 그곳에 들어가면 가문과 관계없는 사람이 된다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요. 아무리 그 아들이 사생아라 해도 이런 망신이 없죠.”

“설마 정말 모르고 있었을까요? 후작님은 외무 재상이잖아요.”

“솔직히 의심스럽기는 해요. 게다가 그 아들은 탈옥까지 했다면서요. 누군가 돕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감옥에서 자력으로 탈출할 수 있었겠어요?”

“뭐, 그거야 구하신 것 자체는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사생아라곤 해도 아들은 아들이니까요.”

“하긴 그건 또 그렇네요.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후작님도 참 안되셨어요.”

오가는 이야기를 멍하니 흘려 듣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중첩자까진 별생각 없었는데 탈옥 이야기를 듣고 나니 누구에 관한 얘기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이건 다비안 얘기였다. 그날의 공범인 아인 이드리스도 얼굴 근육이 살짝 굳어 있었다. ……아니, 잠깐만. 그렇다는 건 아까 그 남자가 다비안에게 저주를 건 그 천벌 받을 놈이라는 거잖아?

“파벨 경이 이를 갈고 있더라구요.”

“저라도 그렇겠어요. 파벨 경의 동생이 같은 임무에 투입되었다가 돌아오지 못하게 됐으니까요.”

“키워준 조국과 동고동락한 동료들을 어떻게 배신할 수 있나 몰라요. 누가 사생아 아니랄까 봐.”

“넥시아 경이 그렇게 아꼈는데 말이에요. 은혜를 원수로 갚은 거죠. 지금은 그 넥시아 경도 그렇게 되시고…….”

“이래서 사생아는 안 된다니까요.”

그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이런, 입가를 문지르며 가볍게 혀를 찼다. 튀는 행동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은 모양이다.

“뭐가 재밌습니까?”

누군가가 뾰족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름은 모르겠고, 조금 전까지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딱히 숨길 것도 아니라 그냥 편히 대답했다.

“아, 죄송합니다. 재밌다기보다는, 그게 사생아인 거랑 무슨 상관이 있나 싶어서요.”

“그, 그야, 어미의 출신이 근본 없으니까요. 제대로 된 핏줄을 받지 못했으니 조국을 배신할 생각도 하는 게 아니겠어요?”

“아아,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근데 제가 보기엔 사생아라고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가족과 사회가 더 문제 같은데요. 잘해도 못해도 사생아라고 떠들어 대면 누가 제대로 훌륭하게 크고 싶겠어요.”

수긍하는 듯한 태도에 웃으려던 사람들의 얼굴이 그대로 다시 굳어졌다. 누구나 다 자기 말에 공감할 줄 알다니, 참 순진도 하시지. 당황한 낯을 숨기지 못하는 이들을 향해 빙긋 웃었다.

“그리고 사생아가 정말 문제가 된다면, 그런 사생아를 태어나게 한 사람부터 욕을 먹어야겠죠?”

“그, 그거야…….”

“그렇죠?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다들 같은 생각이신 것 같아 좋네요. 와, 정말 너무하지 않아요? 아이야 생겼으니 태어난 것뿐이라지만, 부모 쪽은 조국을 배신하는 사람으로 클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사생아를 만든 거잖아요.”

그런데 당신들, 정작 그 부친한테는 안됐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 의미를 담아 바라보자 귀족들의 얼굴이 뻣뻣하게 굳었다. 다행히 눈치가 없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아, 맞아. 전부 부모의 책임으로 치부할 순 없죠. 세상엔 혼인할 생각도 없으면서 꾀어서 아이를 갖게 하곤 나 몰라라 하는 사람도 있다면서요? 진짜 저주받을 놈이네요.”

“…….”

주위가 급격히 고요해졌다. 다른 건 몰라도 오늘 연회 이후로 내 평가가 곤두박질칠 거라는 것만은 알 것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은 없지만, 길드 일에도 지장이 생기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뒤늦게 아주 조금 들긴 했다. 어쨌든 그건 나중 가서 생각할 일이고, 지금은 떨떠름하게 굳어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응시해주었다.

지금 멋대로 떠든 사람들은 그 배신자라는 사람이 정보를 팔아넘겼다는 나라가 에펜 왕국이라는 것까진 모르는 거겠지. 부디 그러길 바란다. 알면서도 왕족 남매에게는 살갑게 군 거라면 기분이 더 더러울 것 같았다.

“잠시 실례할게요.”

더 이 자리에 있다간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아 환기라도 할 요량으로 자리를 떠났다. 탁 트인 테라스로 나오자 시원한 공기가 쏟아졌다. 상황 때문에 갑갑하다 여겼는데 이제 보니 실내가 생각보다 더웠던 모양이다. 아니, 나만 그렇게 느낀 건지도. 손등을 뺨에 대보니 뜨뜻한 열감이 느껴졌다. 설마 몸에 열이 있나? 하지만 그런 것치고 평소보다 상태는 더 좋았다. 전신에 힘이 넘쳐서 왠지 오늘은 트로웰과 대련해도 호각을 이룰 것 같은 근거 모를 자신감마저 들었다.

아, 혹시 이프리트가 준 약의 효과가 나타나는 건가? 보약이라더니 몸이 따뜻해지는 효과가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이게 가장 그럴듯했다. 실제로 정말 그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만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 나니 마음이 후련해졌다. 그런데 돌연 무언가가 눈앞을 휙 스쳐 지나갔다.

“……?”

멀거니 눈을 깜빡였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방금 지나간 그건 분명 정령이었다. 그것도 누군가에게 소환된 나이아스.

“저기다!”

황당한 마음을 다스리기도 전에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 정령이 사라진 방향을 따라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가고 있었다.

이게 대체 다 무슨 일이야? 상황을 살피려 난간 밖으로 몸을 쭉 내밀어봤지만 이미 병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아래에 있는 정원수 사이에서 또 다른 기척이 느껴졌다. 어둑한 그림자가 몸을 낮춘 채 살금살금 기어서 이동하고 있었다. 아까 달려나간 병사들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침입자인가? 델루시오 남작이 급하게 회장을 나간 이유가 저 사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 되겠다 싶어 일단 곧바로 뛰어내려 그림자를 덮쳤다.

“헉!”

기습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림자가 매우 놀라 숨을 크게 삼켰다. 체형을 봐선 남성일 가능성이 농후. 침입자가 맞기는 한지 온통 검은색 일색에 복면까지 쓴 차림이었다. 거센 저항이 이어졌지만 상대는 올라탄 내 힘을 이기지는 못했다. 심지어 오늘 나는 여느 때보다 기운이 넘치는 상태였다. 버둥거리는 걸 간단히 제압한 다음 두 팔을 뒤로 돌리게 해 손쉽게 결박했다.

문제는 상대의 정체를 확인할 때 생겼다. 복면을 벗기는 거 자체는 어렵지 않았는데, 드러난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짙은 어둠이 깔린 밤. 스산한 달빛에 비치는 이목구비를 잠시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다비안?”

그 역시 당황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엘?”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입만 몇 번 벙긋하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엄지손가락으로 지그시 문질렀다.

“그…… 당신이 왜 여기에 있어요?”

그것도 왜 이런 차림으로, 도둑처럼 살금살금 기어가고 있었냐는 말은 차마 나오지 않았다. 왜긴, 도둑이 맞으니까 그렇겠지. 바로 조금 전에 그의 이야기를 하고 나온 참이었는데 이렇게 마주치다니. 그 모두가 이 만남을 위한 포석이었나 보다.

어쨌거나 아까 그 나이아스의 소환자가 누구인지만은 분명해졌다. 정령으로 병사들을 유인해 따돌리고 반대 방향으로 도망가려는 계획인 듯했다. 그러라고 계약하게 해준 정령이 아닐 텐데. 한숨이 푹푹 흘러나왔다.

“엘이야말로…… 이 연회에 참석하셨군요.”

다비안은 여전히 얼떨떨해하는 얼굴이었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에 내가 더 울고 싶어졌다. 나도 이게 꿈이면 좋겠다.

멀찍이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등잔불이 어른거렸다. 내 아래 깔린 몸이 움찔 굳었다. 그제야 아직 그를 제압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고 급히 팔을 풀어주었다.

“일단 따라와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병사들과 한 편이었는데, 이제 그 반대가 됐다. 빠르게 주변을 살핀 후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쪽으로 먼저 몸을 틀었다. 추궁은 안전한 장소에 가서 해도 될 일이니 지금은 여기부터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비안이 내 손목을 붙잡았다.

“동행이 있습니다.”

뭐라고?

“전 미끼와 교란 역할이었습니다. 다른 쪽은 지금 저택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저보단 그 사람을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일단 묻겠는데요. 설마 그 동행이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니죠?”

크리스냐고 물은 것이었다. 의미를 이해한 다비안이 고개를 저었다.

“그 녀석은 아닙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말이네요.”

이런 엄청난 일을 나랑 상의도 없이 벌였다면 배신감을 느낄 뻔했다. ……내가 맘대로 사고 치는 건 잠시 모른 척하기로 하자.

“목적지가 어딘데요?”

어쨌든 상황이 급해 보이니 자세한 건 나중에 묻기로 했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들려왔다.

“이 저택 안에 비밀 공간이 하나 있습니다. 델루시오 남작의 집무실 책장과 연결된 지하실입니다.”

“비밀 지하실?”

“예, 그 안에 여자 하나가 갇혀 있을 겁니다. 저흰 그분을 구하러 온 겁니다.”

“……헐.”

그냥 찾아서 데리고 나오면 되겠지, 가볍게 떠올린 생각이 그대로 아련해졌다. 다비안이 아무 일에나 연루될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건 정말 규모가 커도 너무 컸다. 그 말대로라면 델루시오 남작이 여자를 납치해서 은밀한 공간에 가둬놨다는 소리였다. 게다가 왕세자와 함께 자리를 비운 걸 보면 그놈과도 관계된 일이었다.

“잘 알았으니 당신은 이대로 여길 빠져나가요. 내가 도와줘서 다른 쪽 일이 성사돼도 당신이 잡히면 골치 아파져요. 나가서 안전한 곳에, 라미……아니, 세피온 공작의 저택으로 가 있어요.”

“세피온 공작님은…….”

“날 믿는다면 믿어도 돼요.”

흔들리던 시선이 이내 차분해졌다. 다비안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엘의 말대로 하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나중에 봐요. 자세한 얘기는 그때 가서 하자고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고 그대로 훌쩍 뛰어올라 원래 있던 테라스에 안착했다. 힐끔 아래를 내려다보니 얼빠진 얼굴로 올려다보고 있는 다비안이 보였다. 뭐 하고 있어. 얼른 가라니까? 손을 휘휘 휘저어주니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가 허둥지둥 수풀 사이로 사라졌다.

“시큐엘.”

다비안의 기척이 어느 정도 사라진 걸 확인한 후 시큐엘을 불러냈다. 내가 하려는 일을 파악한 물의 늑대가 씩 웃고는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곧 새카만 먹구름이 밀려오기 시작하더니 하늘이 사나운 폭우를 퍼붓기 시작했다. 우르릉 콰광! 내리친 번개가 바로 근처 나무에 내리꽂히며 우렁찬 소리를 울렸다. 갑작스러운 이변에 병사들이 우왕좌왕하는 소리가 가득해졌다.

‘진짜 교란은 이렇게 하는 거지.’

이 정도면 다비안이 빠져나가는 데 문제는 없을 거다. 누군가에게는 참사일 광경을 만족스럽게 돌아본 다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폭우는 회장 안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다. 조금 전 천둥소리 때문인지 겁먹은 사람들이 벽 쪽에 바짝 달라붙어 술렁거렸다. 들이닥치는 비를 피해 서둘러 테라스 문을 닫는 고용인들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몇 사람이 테라스에서 나오는 내게 물었다.

“아까 바깥이 번쩍이던데. 혹시 번개가 쳤나요?”

“네, 바로 정원 앞에 떨어진 것 같아요. 나무가 쓰러지던데요.”

“헉! 정말이요? 별일이네요. 아까까지만 해도 날이 참 맑았는데.”

“그러게 말이에요. 그래도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 같으니 금방 그칠 겁니다.”

이 시대와 내 시대의 공통점이라면 사람들이 정령사의 능력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고작해야 몬스터를 죽일 만큼 강하다는 것만 알지, 정령들이 어떤 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상급 정령사쯤 되면 날씨도 가뿐히 바꿀 수 있다는 사실까지는 잘 알지 못했다.

유일하게 짐작할 수 있는 아인 이드리스만이 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그냥 웃어버리는 걸 보니 내가 아까 일로 화가 나서 화풀이를 한 정도라고 여기는 듯했다. 뭐, 내심 시원하긴 했으니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어쨌든 지금은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니 시시한 감상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었다. 델루시오 남작과 왕세자가 자리를 비운 지 얼마나 됐지? 아직 둘 다 돌아오지 않은 걸 보면 잡히진 않았을 거다. 일단 화장실을 가는 척 핑계를 대고 적당히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집무실이고 서재고 저택 내부 구조는 전혀 몰랐지만 별로 걱정하진 않았다. 치트키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지.

―저쪽으로 쭉 가면 돼.

―응응, 바로 그 방향이야.

모르면 아는 사람한테 물어보면 된다. 이 근방에서 오래 살아 저택 내부 구조는 훤히 꿰고 있다는 바람의 정령들은 매우 친절했고, 기꺼이 물어보는 걸 알려주었다. 자연체의 정령에 말을 걸려면 꽤 높은 집중력이 필요하지만 오늘은 몸 상태가 좋아서 그런지 그마저도 쉬웠다. 이쯤 되면 이프리트가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 미리 보약을 챙겨준 건 아닌가 싶다.

알려준 방향대로 따라가다 보니 이동 중인 병사들이 보였다. 얼른 기둥 뒤에 바짝 붙어 최대한 기척을 숨겼다. 조심스레 동향을 살피려니 다른 쪽에서도 한 무리가 다가왔다. 그들 중엔 아는 얼굴들이 있었다. 왕세자와 델루시오 남작이었다.

“잡았나?”

“죄송합니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수색이 어려워졌습니다.”

“날씨까지 말썽이군. 어쩌면 들어온 게 한 놈이 아닐지도 모른다. 저택 내부도 샅샅이 수색해라. 누군지 몰라도 반드시 찾아서 끌고 와. 목적을 심문해야 하니 최대한 생포해라. 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죽여도 좋다.”

“예!”

고개 숙여 답한 병사들이 우르르 사방으로 흩어졌다. 내 앞을 지나가는 무리도 있었지만 다행히 숨어 있는 날 알아보지 못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다음 빠르게 이동해 복도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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