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8화
―안녕, 부르는 소리를 듣고 찾아왔어. 내가 바로 운디네야. 네가 날 불렀어?
물로 이뤄진 소녀가 경쾌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계약 절차를 밟는 중요한 순간이었는데, 정작 자신이 이뤄낸 결과를 두 눈으로 확인한 다비안은 그대로 넋을 잃었다.
“맙소사…… 정말로?”
어서 대답하라는 뜻으로 팔을 흔들었더니 겨우 한다는 말이 이거였다. 이쯤 되면 자질보다 배짱이 더 문제다. 저주가 아니었더라도 내가 아니었으면 평생 정령사가 되긴 힘들었겠구나 싶어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나마 운디네가 물의 정령 중에서 가장 온화한 편이라 다행이었다. 그를 빤히 바라본 운디네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참 재밌는 상황이야. 난 이런 거 마음에 들어. 좋아, 내가 널 도와줄게. 나와 계약할래?
그제야 정신을 좀 차렸는지 마른 침을 삼킨 다비안이 멍하니 나를 돌아보았다. 얼른 응하지 않고 뭐하냐는 뜻으로 눈짓을 보냈더니 그가 자유로운 쪽 손을 내밀어 운디네의 손을 맞잡았다.
―우리 계약은 성립했어! 앞으로 잘 부탁해!
후후후, 가벼운 웃음을 터트린 운디네가 제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소녀의 형상이 빠르게 허물어지며 맑은 물줄기만이 남았다. 그 물줄기는 다비안의 이마에 스며드는 것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흠칫 몸을 떤 다비안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더니 이내 의식을 잃었다. 계약과 동시에 일어나기 시작한 변화를 견디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급 정령도 감당하기 힘든 몸에 갑자기 중급 정령이 들이닥쳤으니 충격이 크긴 했을 거다. 한동안은 고생 좀 하겠지만, 저주를 막으려면 운디네 정도는 되어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
‘원래 찾아온 용건은 이게 아니었는데. 별수 없이 다음으로 미뤄야겠네.’
그를 부축한 다음 편한 자리에 눕혔을 때였다. 눈앞에서 보글보글 거품이 일더니 조금 전 사라진 운디네가 다시 얼굴을 빼꼼 들이밀었다. 이번엔 소환된 상태가 아니라 자연체의 모습이었다. 불길한 기분에 얼른 입을 막으려는데, 그보다 운디네의 말이 이어지는 게 더 빨랐다.
―있잖아, 왕의 계약자. 엘퀴네스 님이 당장 오래.
“…….”
―괜히 머리 굴릴 생각 하지 말고 얌전히 돌아오는 게 좋을 거래.
내 이렇게 될 줄 알긴 했지.
어색하게 웃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생각해도 대형 사고를 치긴 했다. 팔자를 스스로 꼬는 습관은 평생 고치기 글러 먹은 모양이다.
* * *
“어서 와, 도련님.”
숙소에 도착한 나를 가장 먼저 반긴 건 이프리트였다. 밖에서 차마 문고리를 잡지 못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려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열리더니 얼굴을 내민 그가 씩 웃었다. 태양처럼 화사한 붉은 머리칼이 오늘따라 몹시도 눈부셨다.
“다녀왔습니다.”
슬쩍 눈치를 보며 답하자 다시금 싱긋 웃은 그의 시선이 내가 업고 있는 다비안 쪽에 닿았다.
“우리 도련님은 어쩌려고 이렇게 겁이 없나 몰라. 그래서 재밌는 거긴 하지만.”
“……저기, 엘퀴네스 많이 화났어?”
“음, 현실적인 대답과 이상적인 대답 중에서 뭐가 듣고 싶어?”
“이상은 뭐고 현실은 뭔데?”
“이상은 일단 무조건 빌라는 거고.”
“……현실은?”
“죽이려고 하면 내가 막아볼게.”
속삭여준 말은 당연히 조금도 위안이 되지 못했다. 도살장에 끌려 들어가는 기분으로 안으로 들어서니 의자에 앉아 있는 엘뤼엔의 모습이 보였다. 늘 감탄이 나올 만큼 반듯한 자세였던 그가 지금은 다리를 겹치고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묻은 다소 불량한 자세를 하고 있었다. 팔걸이에 두 팔을 올려 둔 채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흡사 영화에서 보던 최종 보스의 등장 장면 그 자체였다. 얼른 침대 위에 다비안을 내려놓고 잽싸게 그 앞에 섰다. 그제야 감겨 있던 그의 눈이 떠졌다. 서늘한 시선에 절로 마른침이 삼켜졌다.
“할 말은?”
“잘못했습니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답하니 그의 시선이 더 짙어졌다. 어색하게 웃어 보였지만 민망할 정도로 정색하는 얼굴만 돌아왔다.
“지난번에 한 충고로는 부족했던가?”
“그런 건 아닌데…….”
“그런데도 무시했다는 거군.”
“으음, 그게 말이지…….”
“모르고 저지른 것과 알면서 일부러 한 건 완전히 다르다. 너도 그 차이는 당연히 알고 있을 테지. 내 권위를 무시하고 왕의 영역을 침범하는 너를 내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지?”
처지를 바꿔 놓고 생각해도 이건 내가 백번 잘못하긴 했다. 그 자리에서 계약이 끊기는 건 물론 죽었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이렇게 불러다 놓고 일단 추궁부터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관용을 베풀고 있는 거였다. 아마도 진노하기 직전 폭풍전야의 순간이겠지만.
“미안해. 돕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앞섰어. 절대 왕의 권위를 무시하려거나 침해하려고 한 건 아냐.”
“내게 해주를 청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치만…… 그건 안 해줄 것 같아서…….”
“그걸 알면서도 저질렀단 소리군.”
“…….”
역시 엘뤼엔, 빈말로도 아니라는 소리는 안 한다. 그럴 줄 알고 있긴 했다. 그는 어지간하면 인간사에 개입하지 않으니까. 계약자인 내 일도 아니고,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도 아닌데 굳이 도와줄 리가 없었다. 눈동자를 빠르게 굴리니 그의 시선이 더 서늘해졌다.
“아니, 알기에 저지른 거겠지. 그런데도 내 권위를 무시한 게 아니다?”
“아하하…….”
“변명은 다 했나?”
엘뤼엔이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태산 같은 존재감이 오늘처럼 살벌하게 와 닿은 적은 없는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는 기분에 그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고 매달렸다.
“내가 잘못했어, 아버지!”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이프리트가 헉하고 숨을 삼켰다. 뭔가 말하려던 엘뤼엔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바로 내치려나 싶었는데 당황한 탓인지 그럴 조짐은 없어 보였다. 잠시간 고요하던 그의 입에서 가볍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내 아들로 산다는 의미를 이런 식으로 깨우치라는 소리는 아니었다만.”
헉, 뭐지? 좀 통했나?
뭔가 기시감이 드는 것 같은데 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희망을 본 것 같아 끌어안은 팔에 더 힘을 줬다.
“다시는 안 그럴게, 아버지! 한 번만 용서해줘, 아버지!”
“떨어져라.”
“화 안 낸다고 하면 떨어질게, 아버지!”
“애초에 화를 낼 상황을 만들지 말자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하는 거지?”
“이제 진짜 안 그래! 정말로 가슴에 새길게, 아버지!”
“허락할 땐 피하더니 궁지에 몰리니 잘도 부르는군.”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에 속이 뜨끔해졌다. 그에게 아들로 인정받은 지도 시간이 제법 흘렀다.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게 했을 땐 그리도 서운하더니, 막상 불러도 된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민망했다. 그래서 가급적 부르는 상황 자체를 자제하고 있었는데 이미 다 눈치채고 있었던 모양이다.
“악! 이 미친놈아!”
뒤쪽에서 이프리트가 악을 썼다. 배를 움켜쥐고 폭소하다가 물벼락을 맞은 탓이었다. 아하하, 매달린 자세로 어색하게 웃었더니 나를 내려다본 그가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저건 왜 가져왔지?”
무슨 말인가 했더니 침대에 눕혀둔 다비안을 가리킨 말이었다. 아니, 일단은 인간이거든요. 차마 타박할 수 없는 말을 속으로 삼키며 해명부터 늘어놓았다.
“의식도 없는데 혼자 놔두고 오기가 좀 그래서…….”
“봉사활동이 취미인가?”
“그 동네가 치안이 너무 안 좋은 지역이었어. 내가 문고리도 망가트려 놨는데 집에 강도라도 들면 어떡해.”
“그 쓸데없는 배려심을 널 건사하는 데 쓴다면 서로 이로울 것 같다만.”
“그래. 나도 알아, 아버지. 이런 애가 아들이 돼서 어이가 없고 억울하기도 하고 분통스럽기도 하겠지. 하지만 이젠 어쩔 수 없어. 한번 뱉은 말은 물리면 안 돼.”
일부러 더 뻔뻔하게 나갔더니 엘뤼엔이 기가 막힌 얼굴을 했다. 그런데도 오히려 기분이 나아진 것처럼 보이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하긴, 키운다는 건 인내를 요구하는 일이지. 네가 이런 녀석인 줄 몰랐던 것도 아니고.”
오오, 정말 용서해주는 건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기대감에 나도 모르게 눈을 반짝인 모양이다. 혀를 찬 그가 손끝으로 내 이마를 가볍게 쳤다.
“물론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다. 그만한 벌은 받아야겠지.”
“뭐, 뭔데?”
“반성문을 써라.”
“어? 반성문?”
“불만인가?”
“아냐! 쓸게! 반성문! 당장 쓸게!”
반성문이라니, 그건 그냥 잘못했다고 쓰기만 하면 되잖아. 긴장했던 몸에서 힘이 풀렸다. 맞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벌인데 불만을 가질 리가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미처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반성문의 목적은 보통 참회를 위한 거고, 참회란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며, 엘뤼엔은 장차 형벌의 신이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백 장.”
“……헐.”
“기한은 내일 아침까지다.”
급히 바라본 창문은 이미 저물어가는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백 장이나 되는 양을 아침까지 다 채우려면 오늘 밤을 지새워도 부족할 게 분명했다.
“끝내지 못하면 내일부터 한 달간 간식은 꿈도 꾸지 마라.”
“…….”
간식 금지라니. 그것도 무려 한 달간이나!
여유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땅이 꺼지는 듯한 절망감에 털버덕 자리에 주저앉았다. 과연 아버지는 아버지라고 해야 할지. 내게 뭐가 제일 타격이 큰지 너무나 잘 아는 이다운 선언이었다.
* * *
다비안의 의식이 돌아온 건 한창 깊은 밤에 접어들었을 무렵이었다. 고요하던 몸에서 숨소리가 한 번 크게 울리더니 조금씩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굳게 감겨 있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면서 그 사이에서 깨끗한 눈동자가 드러났다.
“깼어요?”
눈을 뜨고도 한동안 멍해 있던 그가 내가 건넨 말에 놀라 흠칫했다. 재빨리 고개를 돌린 그가 날 발견하고 낮게 숨을 삼켰다.
“엘?”
그렇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니 그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표정에 당혹감이 가득했다.
“여기는…….”
“내가 머무는 여관이에요. 그 집에 혼자 두고 올 수가 없어서 옮겨왔어요. 미리 양해를 구하지 못한 건 이해해줘요.”
사정을 설명하는데 듣는 이의 얼굴은 여전히 멍하기만 했다. 누가 봐도 내가 한 말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한 표정이었다. 제대로 초점이 잡히지 않은 시선을 보니 날 알아본 게 맞기는 한 건가 싶었다.
“속은 좀 어때요?”
“예? 속이요?”
“무리해서 계약한 거라 몸에 부담이 컸을 거예요. 견디기 힘들면 참지 말고 말해요. 회복제라도 마시면 좀 괜찮아질 테니까요.”
가장 좋은 건 엘뤼엔이 직접 봐주는 걸 텐데, 그는 낯선 인간과 한 공간에 있기 싫다는 이유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령계로 가 버렸다. 그로서는 계약을 거두지 않고 그대로 둔 것만으로도 관대한 처사였다. 이건 다비안을 선택한 운디네의 의사를 존중한 거겠지만. 랑시 때도 일부러 거두진 않았기 때문에 그 점은 크게 걱정 안 하긴 했다. 아마 이런 점까지 계산한 걸 알아서 엘뤼엔이 더 화가 났을 거다. 두 번 생각해도 내가 너무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제 정말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지.
이프리트 역시 이제 갓 계약한 물의 정령사에겐 자신의 기운이 부담될 거라며 자리를 비운 참이었다. 덕분에 지금 숙소 안에 있는 사람은 나와 다비안 둘밖에 없었다.
“계약……?”
비상용 회복제를 어디에 뒀는지 찾아보는데 다비안이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이런, 거기서부터인가. 아무래도 의식을 잃기 전의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차분히 떠올려 봐요. 정령이랑 계약했잖아요. 운디네를 소환했던 거 기억 안 나요?”
“예? 무슨…….”
다시 멍하니 되묻던 다비안이 다음 순간 숨을 삼켰다. 빠르게 주위를 훑어본 그가 다시 내 쪽을 바라보았다. 휘둥그렇게 눈을 뜨는 얼굴이 마치 이제야 나를 알아보기라도 한 것 같았다.
“맙소사, 엘…….”
새삼스럽게 당황하는 걸 보면 정말 그런 모양이다. 탄식인지 탄성인지, 떨리는 호흡을 내뱉은 그가 자신의 이마를 매만졌다. 계약을 마친 마지막 순간 물줄기가 이마를 파고든 감각을 기억한 모양이었다.
“정령사가 된 기분이 어때요?”
웃으며 물었더니 다비안이 다시금 숨을 삼켰다. 동요를 고스란히 드러낸 눈동자에 차츰 물기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게…… 꿈이 아니었습니까?”
“큰일 날 소리를 하네. 누구 마음대로 남의 고생을 수포로 만들어요?”
“하지만…… 실감이 나지 않아서…….”
“뭐, 바로 정신을 잃었으니 그럴 만도 하죠. 그렇게 믿기지 않으면 정령을 소환해봐요.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증거잖아요.”
“제, 제가 말입니까?”
“그럼 내가 할까요?”
얘가 아까부터 왜 이렇게 얼빠지게 구는가 싶어 바라보니 다비안이 허둥지둥 자세를 똑바로 했다. 그래도 평소 정령술에 관심 있던 사람답게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는 잘 아는 것 같았다. 그는 곧 진지하게 소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물에 깃든 가장 정순한 영이여, 부름에 응답하소서! 나이아스 소환!”
어디서 뭘 공부한 건지는 몰라도 꽤 거창한 주문이었다. 어쨌든 방식은 틀리지 않았기 때문에 곧장 반응이 있었다. 퐁퐁 튀는 물방울 사이로 작은 인어가 모습을 드러내자 다비안의 숨소리가 급격히 커졌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기세라 회복제를 미리 먹여뒀어야 했나 걱정이 들 정도였다.
“에, 엘! 저, 정말 나타났습니다! 나이아스입니다! 제, 제가 정말로 정령을!”
“네, 축하해요. 근데 다음번엔 조금 더 간단하게 불러도 돼요.”
내가 생각해도 성의 없는 축하 말이었지만 다비안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정확히는 너무 흥분해서 내가 뭐라고 하든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것 같았다. 나이아스만 정신없이 바라보는 그의 두 눈엔 눈물이 가득 차올라 있었다. 울지 않기 위해서인지 입술을 악문 그가 다음 순간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내게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뭐하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푹 숙인 고개 사이에서 잔뜩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지금까지 그가 속으로만 삭여왔을 수많은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더는 무신경하게 임할 수가 없어서 하던 일을 중단하고 그에게 다가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어느새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꿈이 아니라는 거 믿겠어요?”
“예, 예.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이런 일이 가능할 거라곤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꿈인 줄 알았습니다.”
“꿈이었다면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이유가 없겠죠.”
한숨을 내쉬며 답하니 눈을 깜빡인 다비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제야 주위에 가득 늘어져 있는 수많은 종이 뭉치들이 눈에 들어온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