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4화
“너, 이거 뭐야. 왜 이런 걸 적는 거야?”
“와, 역시 바로 알아보는구나? 뭔지 알 것 같아?”
“흑주술이잖아.”
공책에 적은 건 제례 의식에 썼다는 바로 그 주술식이었다. 주술에 능통한 시벨리우스라면 더 잘 알지 않을까 싶어서 물어보려 한 건데 설명하기도 전부터 한눈에 흑주술이라는 걸 알아보는 걸 보니 역시 내가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었다.
“이 주술이 뭔지 궁금한데 너라면 알 것 같았어.”
“흑주술은 영혼을 망치는 행위야. 이런 거에 관심 갖는 건 그만둬.”
“내가 흑주술을 하려는 게 아니야. 누가 이 주술로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아서 정확히 무슨 주술인지 확인하려는 거야.”
그 말에 얼굴을 찌푸린 시벨리우스가 가만히 공책에 그려진 주술식을 훑었다.
“완성된 식은 아닌 것 같은데.”
“맞아, 일부만 옮겨온 거거든. 이것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들까?”
“추적은 가능하지만 완벽하다곤 못해.”
“대충만이라도 괜찮아. 내가 의심하는 주술이 맞는지 확인하려는 거니까.”
“……일단 아는 대로 다 적어봐.”
듣던 중 반가운 소리에 얼른 기억하고 있던 전부를 옮겨 적었다. 그렇게 완성한 공책을 넘겨받은 시벨리우스는 잠시간 신중한 눈으로 주술식을 살폈다. 이윽고 그가 손가락으로 알 수 없는 수인을 맺었다. 그러자 공책에 적힌 글자에서 빛이 일기 시작하더니, 마치 떠내지듯이 들어 올려지며 글자만 하늘로 붕 떠올랐다.
“와…….”
나도 모르게 감탄하면서 보고 있으려니 푸른색으로 빛나는 글자들이 허공에 흐트러졌다. 시벨리우스는 그 글자들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몇몇 군데를 툭툭 건드리며 이어 붙이거나, 또는 떨어트리곤 했다. 띄엄띄엄 흩어진 글자들을 각자 문장이 되도록 연결하는 것 같았다. 그 과정이 거침이 없어서 신기했다.
“혹시 다 아는 문자야? 소수민족의 고어가 섞여 있다고 들었는데.”
“알면 더 쉬워지긴 하지만 몰라도 상관은 없어. 이건 기본적으로 언령이라 글자 자체엔 큰 의미가 없거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그냥 얌전히 있기로 했다. 어차피 시벨리우스도 그 이상 설명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한동안 글자들을 이리저리 조합하던 그가 다시 입을 열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대충 알아냈어. 타인의 생명력을 빼앗는 흑주술과 신관의 공격 주술을 섞어 응용한 거야.”
이어진 말에 가만히 숨을 삼켰다. 시벨리우스의 시선은 빛나는 글자들에 여전히 고정되어 있었다.
“함의된 언령은 신의 아이, 저주, 고통, 타락, 눈물. 이것만으로는 불완전하긴 하지만…… 아마도 신관의 성력을 강제로 빼앗으려고 한 것 같아.”
“…….”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설마설마했는데 정말 내 예상이 맞았던 모양이다. “이 주술의 핵심 문장을 찾아냈어.” 곧 모든 결론을 내린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멍하니 돌아보자 시선을 맞춰온 시벨리우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타락하는 천사의 피를 삼켜 어둠을 꽃 피우다.」”
한때 들어봤던 문장이 다시금 귀에 새겨졌다. 나도 모르게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그때 느꼈던 참담함만큼이나 더러운 기분이었다.
‘손을 잡은 게 마신전이 아니라 인어였어.’
그럼 카노스가 신전을 거둔 것도 이곳에 머무르고 있는 왕세자 때문인 걸까. 인어들이 마신관을 노리는 정황은 이전부터 충분했으니 그게 더 심화한 건지도 모른다. 카노스는 기회를 충분히 주는 신이니 진멸하기에 앞서 일단 신관들을 보호하는 쪽으로 간 거겠지.
그보다 인어는 그렇다 치고, 에펜 왕국에선 대체 뭘 노리고 그들과 손을 잡은 거지? 정복 전쟁을 원하는 거라 해도 마신전을 건드리는 건 너무 위험부담이 크지 않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데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드니 시벨리우스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야 그 앞에서 다른 생각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얼른 정신을 차렸다.
“아, 고마워, 시벨. 정말 큰 도움이 됐어.”
“……굉장히 잔인한 주술이야. 이런 일엔 엮이지 않는 게 좋아.”
“응, 조심할게.”
웃으며 답하니 그가 뜻 모를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가볍게 한숨을 내쉰 그가 그 자리에서 뭔가를 꺼내 내밀었다. 얼결에 받고 보니 부적처럼 생긴 종이였다.
“이게 뭐야?”
“수호부라는 거야. 몸에 지니고 있으면 흑주술 공격을 한 번은 막아줄 거야.”
“우와, 이런 게 있었구나. 고마워.”
“……임시방편 수준이야. 너무 강한 건 완전하게 막지는 못해.”
“그래도 좋아. 흑주술에 당하는 거 정말 싫거든. 그런 거 쓰는 놈들은 자기들도 똑같이 당해봐야 한다니까. 그래야 얼마나 구역질 나는 느낌인지를 알지.”
“놈들? 그때 말고도 또 당한 일이 있었어?”
“아, 음, 어쩌다 보니.”
어색하게 웃으니 시벨리우스가 묵묵히 수호부를 한 장 더 꺼내 손에 쥐여주었다. 아무래도 사고뭉치로 찍힌 것 같은데, 그냥 기분 탓이겠지. 나라고 그런 놈들이랑 엮이고 싶어서 엮인 건 아닌데 말이다.
‘그보다 역시 친절하네.’
내 시대에서야 과거에 쌓은 연이 있었다지만, 여기선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관계인데 걱정해서 먼저 챙겨줄 줄은 몰랐다. 표정이나 말투는 달라도 타고난 성품이 다정한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아직 서먹하기는 한지 웃으며 바라보자 그의 얼굴이 살짝 경직됐다.
“용건이 끝났다면 이만 갈게. 주방을 오래 비울 순 없어서.”
“응, 오늘 정말 고마웠어. 다음에 또 보자.”
“……는…….”
“어? 뭐라고?”
“……식사는 안 하고 가는 거야?”
왠지 말투에서 섭섭함이 느껴지는 건 내 착각이 아닐 것이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것 같아서 꾹 눌러 참았다.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복귀한 게 아니라서 어려울 것 같아. 내가 오늘 여기 온 것도 다들 모르거든. 이왕이면 조용히 다녀가고 싶어.”
“……그래.”
“아아, 정말 아쉽다. 네가 만든 요리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데. 요즘 맛있는 걸 못 먹고 살아서 내가 얼마나 우울하고 슬픈지 넌 모를 거야. 온종일 네 요리가 아른거려서 금단 현상까지 왔다니까.”
과장하며 한탄하니 약간 침울해졌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곧바로 정색하긴 했지만, 이미 표정에 드러난 기쁨을 다 봐 버린 후라 별로 효과 없는 시도였다. 히죽거리는 나를 똑바로 보기가 민망했는지 그가 몇 번 헛기침을 내뱉었다.
“참, 아까 소수민족의 고어라고 했던 거 말인데.”
“아, 응.”
“필수는 아니지만, 주술은 언령을 토대로 하는 거라 기본적으로 모든 언어를 다 검토해두긴 해. 그 글자도 눈에 익은 거긴 했어.”
“앗, 그래? 어느 민족의 언어야?”
에펜 왕국의 왕비가 그 소수민족 출신이라고 했던가. 혹시 알아두면 왕국의 목적을 좀 더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관심이 일었다.
“원래는 신관들이었어.”
“신관들?”
“그에 대해 말하려면 신화와도 이어져. 내가 알려주는 것보단 관련 서적을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될 거야. 세이렌에 대해 찾아봐.”
그 순간 들려온 단어에 몸이 절로 멈칫했다.
“……세이렌?”
굳어진 얼굴로 시선을 보내니 시벨리우스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보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인어를 지칭하는 명칭이기도 하지만, 원래는 그들을 창조한 신의 이름이었어.”
“왜 과거형이야?”
“지금은 없거든. 주신의 권능에 도전했다가 징벌을 받고 신적에서 지워졌어.”
“……!”
“인어가 야만족이라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지.”
이제 더는 놀랄 게 없다고 생각했건만, 역시 사람의 일은 쉽게 단정하면 안 된다. 충격을 받은 걸 너무 대놓고 내색한 걸까. 시벨리우스가 내 표정을 살피는 게 느껴져서 괜찮다는 의미로 웃어준 다음 크게 심호흡했다. 적어도 에펜 왕국이 인어와 손을 잡은 이유만은 명확해져서 다행이었다.
‘확실히 다행이지.’
그 외의 모든 건 다 불행인 것 같으니 말이다.
* * *
이 시대의 좋은 점은 교통도 편하지만 서점이 보편화되어 있다는 게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공용 도서관까지는 없어도 대형 서점은 존재해서 서민들도 마음만 먹으면 간단한 자료 정도는 구할 수 있었다. 덕분에 시벨리우스가 알려준 이야기를 알아보는 과정도 그리 어렵지만은 않았다.
<세이렌 설화 ‘괴물이 된 신의 이야기’>
“제목부터 참 암울하네.”
직원으로부터 추천받아 구매한 책 표지를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점 한구석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차분히 읽어보기 시작한 내용은 과연 제목 그대로였다. 원래 세이렌은 하급신이었다. 심지어 시작은 평범한 인간의 영이었으나 오랜 수련과 인고 끝에 신적에 오르게 된 경우였다.
한번 정해진 신의 등급은 바꿀 수 없지만, 노력으로 신이 된 세이렌은 하급신에서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경지를 꿈꿨다. 그리하여 오랜 연구와 시험 끝에 마침내 힘을 키우는 주술을 완성해냈다. 그건 다른 존재의 영력을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암흑 주술이었다.
순조롭게 힘을 키워낸 세이렌은 권세를 크게 확장했고, 그 힘을 토대로 인어를 창조해냈다. 그러나 본래 상급신이 아닌 그가 진정한 상급신의 권능을 행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일단 창조하긴 했으나 순수한 성질이 아닌 여기저기서 가져온 걸 끼워 맞춘 수준에 불과한 데다가 가장 중요한 창조신의 축복은 내릴 수 없었다. 그렇게 불완전하게 완성된 인어 일족은 당연하게도 온전한 영을 받지 못했다.
영장으로 인정받지 못한 일족에게 남은 길은 몬스터나 마물로 분류되는 것뿐이었다. 그에 격분한 세이렌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로 했다. 세상의 기준이 문제라면 그 기준을 바꾸겠다. 주신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곧 주신이 되면 된다고.
“……악신이 되는 주술을 처음으로 만든 게 이 신이었어?”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던, 단어만 들어도 지긋지긋한 그 원류를 이렇게 확인하고 나니 입안이 썼다. 어쨌든 덕분에 인어 일족이 어떻게 그런 주술을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는 알 것 같았다. 아주 신과 창조물이 돌아가면서 해악과 민폐를 끼친 경우였다. 그 모든 과정을 4천 년 후에 똑같이 답습하게 된다는 점마저도.
하지만 세이렌의 최후는 카류안과는 조금 달랐다. 악신이 되려는 첫 시도였다 보니 여러모로 어설펐고, 제대로 된 각성에 이르지도 못했다. 게다가 당시엔 주신이 깨어있을 때였기에 직접 징벌에 나섰다. 여러모로 간단하게 끝난 상황이었다.
주신은 세이렌을 소멸하는 대신 저주를 내린 후 신적에서 지우고 신계에서 떨어트리기만 했다. 그리하여 저주받은 세이렌은 괴물이 되어 중간계에 숨어 살다가 한 인간 영웅이 토벌에 나서고서야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마지막 부분은 정확히 명시되지 않고 지나가는 설화처럼 기술되어 있었다. 아마도 떨어진 중간계가 아크아돈은 아닌 듯했다.
주신이 세이렌을 괴물로 만든 건 그 혼을 정화하려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온전한 소멸이 아니었기에 그를 따르던 신관들은 여전히 세이렌을 잊지 않고 기억했다. 그들은 성력을 잃은 후에도 작은 민족을 이뤄 꾸준히 명맥을 이어나가게 된다.
‘……그리고 에펜 왕국의 왕비가 그 후예인 거구나.’
한숨과 함께 책상 위에 머리를 박았다. 인과관계를 파악하면 속이 좀 시원해지는 부분이 있을 거라 여겼는데 오히려 머리만 더 괴로워진 기분이었다.
미래에 카류안이 인어의 주술을 이용할 수 있었던 건 여기서 배웠기 때문이겠지. 어쩌면 악신이 될 단서를 제공한 것조차 이 시대인지도 모른다. 어쩌다 카류안이 마신관들을 보호하는 일을 맡은 건지는 몰라도 고양이한테 생선을 떠넘긴 셈이었다.
‘라피스, 넌 왜 하필 떨어져도 여기에 떨어진 거야.’
오랜만에 그 녀석이 좀 원망스러워졌다. 왜 자꾸 알고 싶지 않은 것들만 알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난 내 할 일만 생각해도 벅찬 사람이란 말이야.
다시금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였다. 검은 장갑을 낀 손이 눈앞에 불쑥 나타나더니 내가 들고 있던 책을 휙 낚아채 갔다. 황당해서 고개를 들기 무섭게 그대로 얼굴이 굳었다. 여기서 볼 거라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서 있었다.
“미안하지만 이 책은 내게 양보해줬으면 좋겠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기름을 발라 번들번들하게 넘겨 올린 은회색 머리였다. 같은 금안이라도 트로웰의 것과는 격이 다른 황토색 눈동자. 입고 있는 검은 제복에선 지독한 향수 냄새가 진동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뺀질뺀질한 느낌으로 가득한 남자는 바로 루시엘 왕세자였다.
젠장할, 이놈을 왜 또 여기서 만나? 후드를 눌러 쓰고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무심코 지킨 습관에 오늘처럼 덕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이미 내가 산 건데요.”
“책값은 돌려주지.”
피식 웃은 왕세자가 대답하니 바로 옆에 있던 시종이 냉큼 금화 하나를 내 앞에 내려놓았다. 책값의 세 배는 되는 돈이었다. 돈이 썩어나나 싶다가도 알아서 손해 보겠다는 걸 마다할 이유는 없어서 얌전히 교환했다. 어차피 필요한 내용은 다 읽은 뒤였다.
“그럼 이만.”
조금이라도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아 얼른 자리부터 피하려 했다. 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곧바로 손목이 붙잡혔다. 얼굴을 찌푸리고 돌아보니 나를 붙잡은 왕세자가 묘한 시선을 보내오고 있었다.
“뭐죠?”
“잠시 후드를 벗어보지.”
“……뭐요?”
“왠지 내가 아는 사람인 것 같아서 말이야.”
앗, 젠장. 설마 눈치챘나? 나도 모르게 욕할 뻔한 걸 간신히 삼켰다. 손목을 비틀어 빼려고 하니 붙잡는 힘이 더 강해졌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뿌리칠 수 있긴 하지만, 의심에 확신을 더해주는 꼴이 될까 봐 일단 참았다.
“난 당신 모르겠는데요. 뭘 근거로 알 것 같다고 하시는지.”
“목소리가 귀에 익어.”
“하하하. 보아하니 귀족이신 것 같은데. 용건을 마치셨으면 애꿎은 시민 핍박하지 마시고 갈 길이나 가세요.”
“귀족을 대하는 말투가 아니군. 그조차 비슷해.”
이쯤 되면 이미 다 알아차리고 이러는 거다. 틀림없다. 우위에 섰다는 듯 싱글싱글 웃고 있는 얼굴을 보니 속이 뒤틀렸다. 아니, 근데 생각해 보니 억울하네. 내가 왜 이놈을 피해 다녀야 하지? 날 만나면 찔려야 하는 건 오히려 이놈 아냐? 짜증 나서 일단 손부터 뿌리치려고 할 때였다.
“……전, 루, 루시엘 님!”
두웅!
갑자기 진동이 울리더니 왕세자의 몸이 휙 뒤로 밀려났다. 당황한 시종이 급히 달려가 넘어진 그를 부축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어리둥절해지는데 눈앞에 보이는 광경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허공에 팔랑거리는 종이 하나가 떠 있었다. 그 위에 적혀 있는 문자들이 은은한 푸른 빛을 뿜어내는 중이었다. 시벨리우스가 준 수호부였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얼른 가슴 부근을 더듬었다. 상의 안쪽에 넣어놨던 수호부 한 장이 사라진 채였다.
‘헐, 잠깐만. 이게 반응했다는 건…….’
저 미친놈이 방금 흑주술을 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