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491화 (491/608)

제491화

다음날은 아침부터 정신이 사나웠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크리스가 나를 마구 흔들어 깨웠기 때문이었다.

“엘! 엘! 일어나 봐! 엄청난 소식이야!”

“으으, 뭐예요…….”

강제로 빼앗는 이불과 베개를 붙잡으려 팔을 뻗자 크리스는 오히려 그 손을 잡고 나를 더 일으켰다.

“내 이부울…….”

“아, 글쎄, 일어나 보라니까! 네가 꼭 알아야 할 소식이 있다고! 너한테 제일 먼저 알려주려고 눈썹 휘날리게 달려왔단 말이야!”

“하아, 대체 뭔데 그래요.”

“놀라지 마. 진짜 좋은 소식이니까.”

억지로 몸을 일으키니 코앞에 자리 잡은 크리스가 싱글벙글 웃었다. 아직 말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혼자서 축배를 든 얼굴이었다. 진혼 길드가 하룻밤 만에 폭삭 망하기라도 했나?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말이다. 이쯤 돼서는 호기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들을 준비 됐으니 이제 말해요.”

“내가 연금술사를 찾았어!”

“……뭘 찾아요?”

“연금술사 말이야! 세공을 제거할 연금술사! 드디어 다비안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고!”

잠시간 그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한껏 웃고 있는 크리스의 두 눈은 샛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야, 인마!”

“하하, 농담이에요. 드디어 찾았다니 다행이네요. 축하해요, 크리스. 해낼 줄 알았어요.”

“크흑, 역시 너밖에 없다!”

얼마나 기뻤는지 감격한 그의 얼굴이 물기를 머금었다. 결국 북받치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기 시작하는 그를 다독여주었다. 기쁘고 축하하는 마음은 진심이었지만 머릿속은 차분했다. 그간 백방으로 연금술사를 알아보러 다녔으나 교섭이 될 듯 말 듯 무산되기를 반복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침 라미아스가 보내주겠다고 하자마자 교섭이 됐다, 라. 우연이 겹쳤을 리는 없고, 아무래도 그가 벌써 손을 쓴 모양이다. 헤어진 지 반나절밖에 되지 않았는데 일 처리 한번 빠르기도 하지. 물론 어제 밤새도록 온갖 수다에 시달렸던 걸 생각하면 당연한 대가이긴 했다.

“이제 좀 진정했어요?”

“어, 고맙다, 엘. 지금 너무 기쁜데 다비안 놈 상황이 그렇다 보니 누구와 함부로 나눌 수 있는 기쁨이 아니잖아. 네가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저도 좋아요. 이제 다비안이 괜찮아질 일만 남았네요.”

“그러게 말이야. 그나저나 네 형님들 안 계시니 진짜 편하다. 다른 때 같으면 이렇게 막 방문하면 안 되잖아. 그런데 지금은 맘대로 들어와도 되니까 저질러놓고도 순간 이래도 되나 싶더라니까.”

“그렇네요.”

확실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가 갑자기 들어와 잠을 깨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땐 나 혼자 사는 공간이 아니었으니까. 씁쓸하게 웃으니 크리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혹시 무슨 일 있어?”

“아뇨, 무슨 일은요.”

“그런 것치곤 기운이 너무 없잖아. 혹시 형님들이랑 싸운 거야?”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긴. 척하면 척이구만. 형님들이 자리 비우신 것도 그 때문인 거지?”

이럴 땐 눈치가 없는 편이 더 좋은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표정이 흐려졌는지 크리스의 얼굴에 염려가 차올랐다. 모처럼 좋은 소식으로 들뜬 그에게 찬물을 뿌린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냥, 제가 좀 잘못한 게 있어요.”

“음, 궁금하지만 자세한 이유를 묻는 건 안 되겠지?”

“……죄송해요.”

“죄송하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두 분 다 금방 마음 푸실 거야.”

“그럴까요.”

“당연하지. 가족이 괜히 가족이겠어? 서로 마음 상할 때도 있고, 싸우다 틀어질 때도 있고. 그러다가도 다시 아무렇지 않게 웃는 게 가족이지.”

크리스가 씩 웃었다.

“넌 이 나라에 왜 연좌제가 있는지 알아? 무슨 짓을 저질러도 가족은 그 잘못을 품어주기 때문이야. 물론 연좌제를 옹호하려고 하는 말은 절대 아니고. 그만큼 끈끈한 유대를 가진 집단이 바로 가족이라는 거지.”

“……그렇지 않은 가족도 있지 않나요?”

무심코 뱉은 말에 크리스가 잠시 멈칫했다. 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 그냥 의미 없이 한 말이에요.” 아무렇지 않게 웃었는데 오히려 크리스의 표정은 더 굳어졌다. 복잡한 얼굴을 한 그가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음, 엘. 난 말이지. 가족이란 건 나를 기준으로 형성되는 신뢰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

“핏줄이라든가 운명이라든가, 그런 타고난 관계에 의한 게 아니라. 내가 믿을 수 있는, 내가 사랑하고 날 사랑하는 사람이 내 가족이라는 거지. 그러니 이건 그냥 별 뜻 없이 말하는 건데 말이야. 만약 네가 아는 가족의 형태가 그렇지 않다면 그걸 억지로 감당하지 마. 그건 네 가족이 아닌 거야.”

가족이 아니다.

떠오른 건 한국에서의 가족들이었다. 가족이길 바랐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 나만 붙들고 있었던 모래성 같은 관계들. 결국 체념하며 내려놓기까지 견뎌야 했던 기나긴 과정들. 두 번은 겪고 싶지 않은, 하지만 또다시 겪을지도 모르는 순간들.

“극단적이긴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피차 괴롭기만 하잖아.”

“그렇, 네요.”

“아, 아니, 그렇다고 무조건 최악을 상정하라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신뢰가 전혀 없는 경우를 말하는 거야. 내가 보기엔 네 형님들은 널 충분히 아끼고 위하는 사람들 같았거든? 물론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건 아는데, 이게 또 완전히 틀린 것만도 아니라서 말이야. 음, 그러니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좀 더 믿어주라는 소리였어.”

횡설수설하듯 이어가던 말이 단호한 울림으로 마무리되었다. 멀거니 눈을 깜빡이니 크리스가 멋쩍어하며 말했다.

“서로 신뢰하는 게 가족이라고 했잖아. 난 내 가족이 내게 용서받지 못할 거라 생각해서 겁먹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슬플 것 같거든.”

“…….”

“반대로 한번 생각해봐. 네 형님이 너한테 뭔가 큰 잘못을 했어. 그래서 네 기분이 엄청 상했다 쳐. 네 형님은 미안해 죽으려고 해. 넌 그걸 끝까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결론은 금방 내려졌다. 천천히 고개를 저으니 크리스가 다시 씩 웃었다.

“그렇지? 딱 그만큼만 믿어 봐.”

그 말에 곧장 마음이 편해진 건 아니었다. 하지만 먹구름만 가득하던 머릿속이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았다. “고마워요.” 작게 중얼거린 말을 용케 들었는지 손을 뻗은 크리스가 내 머리칼을 마구 헝클어트렸다.

“쓸데없는 생각은 너무 오래 하는 거 아니야. 맛있는 거나 잔뜩 먹고 얼른 평소의 너로 돌아와.”

“맞아, 맞아. 내 말이 바로 그거야.”

그 순간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라서 고개를 들자 문에 기대어 서 있는 금발의 남자가 보였다. 마도구를 찬 이프리트였다.

“……릴.”

“좋은 아침, 도련님. 잘 잤어?”

그가 한쪽 눈을 찡긋하며 웃었다. 한눈에 알아보지 못해 어리둥절 해하던 크리스가 곧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오, 릴이었구나? 오랜만이다.”

“오랜만, 크리스. 근데 아침부터 꽤 위험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걸?”

“엉? 어헉! 아, 아니, 난 그런 게 아니고…….”

당황한 크리스가 허둥지둥 침대를 벗어나 내려갔다. 그러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근데 친구끼리 침대에 좀 앉아 있으면 어때서?”

“그걸 뒤늦게 깨달은 시점에서 넌 이미 진 거야.”

“크윽!”

말로는 절대 이프리트를 당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 패배감에 망연자실하던 크리스가 기운 없이 나를 돌아보았다. 타격이 제법 컸는지 한꺼번에 십 년은 늙은 듯한 얼굴이었다.

“난 이만 갈게, 엘. 아 참, 아까 말했던 건 오후에 진행하기로 했거든. 너도 시간 괜찮으면 올래?”

접선했다는 연금술사가 오후에 다비안을 치료하기로 한 모양이다. 그가 라미아스가 보낸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가볼 생각이었기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럴게요.”

“그래. 그럼 이따가 보자. 릴, 너도 다음에 봐.”

“어, 그래. 잘 가. 다음엔 침대에 있는 애 덮치지 말고.”

“아옼! 그게 ㅏ니ᅟᅡᆨ니악!”

발작한 크리스가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말들을 마구 내질렀다. 그런 그를 보는 이프리트는 낄낄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주 신나게 갖고 노는구나. 크리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이프리트의 정체는 끝까지 알리지 않는 게 좋을 듯싶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으려니 짧은 배웅(?)을 마친 이프리트가 성큼 내 쪽으로 다가왔다.

“도련님, 혼자 있었어?”

“크리스랑 있었는데.”

“아니, 걔 말고. 엘퀴네스는 못 봤어?”

“……엘퀴네스?”

“아무도 없었어?”

고개를 끄덕이니 이프리트가 얼굴을 찌푸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둥, 똥고집이 어떻다는 둥,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그는 나와 시선이 마주쳤을 땐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혼자 있는 줄 알았으면 내가 좀 더 서두를 걸 그랬네. 일단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자. 아침 아직이지?”

“아, 응. 근데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아아, 라미아스가 부탁한 게 있어서. 그것 좀 처리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어.”

라미아스가? 그가 불의 정령왕에게 부탁할 일이 뭐가 있지?

어리둥절해져서 바라보니 어깨를 으쓱인 이프리트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도련님도 곧 알게 될 거야.”

* * *

크리스의 집을 방문한 건 정오가 조금 넘었을 무렵이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그의 집은 그사이 제법 사람 사는 형태가 되어 있었다. 모델 하우스처럼 짐이라곤 거의 없던 공간에 못 보던 물건들이 늘어져 있었고, 부엌을 비롯한 모든 공간마다 생활감이 가득했다. 집 안을 채운 채광과 온기만 해도 이전엔 느낄 수 없었던 것이었다. 아무래도 성치 않은 친구를 돌보고 있어서인지 혼자 살 때보다는 좀 더 신경 쓰고 있는 듯했다.

“안녕하세요, 다비안. 잘 지냈어요?”

웃으며 건넨 인사에 긴 흑발의 남자가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보았다. 다시 금방 시선을 내리긴 했지만 인형 같기만 했던 처음보다는 한결 나은 반응이었다.

“이제 소리에 반응하네요?”

“아, 그거 아마 이름에 반응하는 것 같아. 이름 부를 때만 응시하더라고.”

대접할 걸 준비한다며 아까부터 부엌에서 부산스럽게 움직이던 크리스가 돌아보지 않고 대꾸했다.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인 후에 다시금 다비안의 모습을 살폈다. 앉혀둔 자리를 얌전히 지키고 있는 그는 다소 멍해 보이는 것 말고는 건강해 보였다. 크리스가 어련히 알아서 신경 쓰고 있겠지만. 그냥 보기엔 처음 기차에서 만났을 때만큼이나 멀쩡해 보여서 금방이라도 평범하게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곧 현실이 되겠지.’

약속한 연금술사는 곧 도착한다고 했다. 정신이 돌아오면 제일 먼저 무슨 말을 할지가 기대됐다. 나를 알아보기는 하려나? 스치는 인연이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이렇게 끈덕지게 마주하게 될 줄은 당시의 다비안도 짐작하지 못했을 거다. 사람 일은 참 알 수가 없었다.

“근데 여긴 왜 이래요?”

“어? 뭐가?”

“다비안 손목이 다친 것 같아서요.”

이름에 반응한 다비안이 다시금 나를 바라보는 것과 동시에 한창 달그락거리던 식기 소리가 우뚝 멈췄다. 크리스가 당황하며 돌아보았다.

“어? 그래? 다쳤다고?”

“네, 피부가 붉은데요.”

소매 끝에 비치는 걸 얼핏 본 거라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하지만 옷을 걷어 보니 확실히 손목에 붉은 상처가 있었다. 뭔가에 강하게 쓸린 자국 같았다. 게다가 한쪽만이 아니라 양쪽 모두 같은 흔적이 보였다. 이런 상처가 생길 만한 거라면…….

“이거 묶인 자국 아니에요?”

식기 소리가 다시 멈췄다. 기묘한 공기가 흐른다고 느낀 건 내 착각만이 아닐 것이다. 떨떠름하게 돌아보니 마찬가지로 얼떨떨해하는 크리스와 시선이 닿았다.

“……크리스. 혹시…….”

“악! 야! 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냐!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그건 절대 아냐!”

기겁하며 날뛰는 반응이 한눈에도 더 수상했다. 눈을 가늘게 뜨니 크리스의 얼굴이 귀까지 새파래졌다.

“이상한 취향이 있는 거 아니죠?”

“미쳤어! 그딴 게 있겠냐!”

“그럼 왜 묶었는데요?”

“아니, 그건……!”

“아니라고 할 생각은 하지 말고요. 이거 누가 봐도 묶은 자국이거든요?”

이런 장난을 칠 사람은 아니니 이유가 있긴 할 거다. 그래도 엄격하게 물었더니 한동안 가슴을 두드리던 크리스가 곧 머리를 쓸어 올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 녀석이 가끔 발작할 때가 있어.”

“발작이요?”

“그래. 그럴 땐 힘으로 제압해도 막기가 힘들어. 그래서 진정될 때까지만 묶은 거야.”

당황해서 다비안을 돌아봤다. 발작이라니. 지금 눈앞에 있는 그는 지나칠 정도로 얌전하기만 해서 묶어야 할 정도로 난동을 피우는 상황이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세공 후유증일까요?”

“아니. 그건 원래 있던 지병이야.”

“그게 또 무슨…….”

“그런 게 있어. 본인이 밝히기 싫어하는 병이야. 너라서 알려준 거니까 그냥 그렇게만 알고 있어 줘.”

그런 사정이 있는 줄은 몰랐다. 미안한 기분으로 눈치를 보니 쓰게 웃은 크리스가 괜찮다며 손을 휘저었다. 밖에서 소리가 들린 건 그때쯤이었다. 쿵쿵, 문고리를 크게 두드리는 소리에 나와 크리스가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왔나 보다.”

서둘러 부엌을 빠져나온 크리스가 부리나케 달려나갔다. 곧 문이 열리고 사람의 기척이 더해졌다. 괜히 나까지 긴장돼서 몸을 가만히 둘 수가 없었다. 엉거주춤 일어나서 돌아보니 크리스의 뒤를 따라 후드를 깊숙이 눌러 쓴 남자가 들어서고 있었다. 연금술사라더니 이것저것 짊어지고 온 것이 많았다. 실내에 들어선 남자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소파에 앉아 있는 다비안에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치료할 환자가 저 사람입니까?”

“예, 맞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남자가 후드를 벗었다. 뒤로 젖힌 천 자락 안에서 가볍게 묶은 진회색 머리칼이 흘러나왔다. 생각보다는 젊은 편인가.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평범한 외모였다. 너무 흔한 느낌이라 길에서 우연히 다시 마주쳐도 알아보지 못할 것 같았다.

‘음? 이거 왠지 익숙한 묘사 같은데.’

이상한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러고 보니 저 사람, 조금 전에 곧바로 다비안에게 시선을 고정하지 않았나? 보통은 안에 사람이 두 명 있으면 그중에서 누굴 봐야 하는지 의아해하는 기색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런 망설임이 조금도 없었다.

게다가 왠지 목소리도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다. 찜찜한 기분으로 가만히 바라보니 시선을 느낀 남자가 피식 웃었다. 그때 슬쩍 들춰진 겉옷 사이로 그가 걸고 있는 목걸이가 보였다. 어디서 많이 본 형태의 목걸이였다. 그래, 이프리트가 걸고 다니는 메달이랑 똑같은.

‘설마.’

혹시 잘못 봤나 싶어서 눈을 몇 번 깜빡이자 씩 웃은 남자가 입 모양을 벙긋거렸다.

‘나 맞아.’

……설마가 아니라 정말로 라미아스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