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6화
“이렇게 보니 그리 열렬히 반박한 두 사람의 심정이 이해되는군. 이런 외모를 평범하다고 한다면 이 세상에 인간의 이목구비를 가졌다고 할 만한 사람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겠어. 자아, 누가 해명을 좀 해보게. 자네들 얼굴에 달린 건 눈이 아니라 장식이었나?”
“뭐, 뭔가 착오가 있었나 봅니다, 공작님. 제가 본 사람은 저분이 아니었습니다.”
“저, 저도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자가 저분을 사칭해 사람들을 놀렸나 봅니다.”
졸지에 두 눈이 장식이 된 사람들이 너도나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중에 나와 말을 섞었던 사람은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귀족이랍시고 다가오지도 않았던 주제에 멀리서 다 알음알음 살피고 있었던 모양이다. 앞다투어 입을 여는 이들로 주위가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하니 공작이 한 손을 들어 하소연하는 이들을 물렸다. 덕분에 어느 정도 주위가 진정되자 그의 시선이 다시 나를 향했다.
“솔직히 꽤 놀랐네. 그만한 외모에 상급 정령사. 게다가 벌써 입검의 경지에 이른 검사라. 감탄이 나오다 못해 무섭기까지 하군. 인간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야.”
언뜻 듣기엔 호의적인 말이었다. 짓고 있는 표정 역시 부드럽기만 했다. 그런데 왠지 말투에서 묘하게 날이 느껴졌다. 잠시 멈칫했다가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물론 칭찬일세. 정령왕의 계약자인 아인 군이 누군가를 의식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싶었는데, 이렇게 보니 이해할 수밖에 없군. 오히려 당연하다 싶어. 그가 자네에게 자극을 받아 검술을 배우기로 한 건 알고 있나?”
예상치 못하게 찔러 들어오는 말에 몸이 움찔 굳었다. 아인 이드리스도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고, 공작님.”
“하하하! 아까는 그리 당당하게 인정하더니 당사자 앞에선 수줍음을 타는 건가? 너무 민망해하지 말게. 그렇게 치면 저이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나?”
“예?”
“정령왕과의 계약은 모든 정령사들의 숙원이지. 지금 눈앞에 그 경지에 이른 이를 마주하고 있지 않나. 저이는 자네보다 더 큰 자극을 느끼고 있을 거라네.”
말하지도 않은 내 속내를 알아서 짐작해 준 공작 덕분에 아인 이드리스는 큰 깨달음을 얻은 듯 보였다. 그가 멍하니 나를 돌아봤다. 정말이냐고 묻는 얼굴이었다. 거기다 대고 아니라고 할 수도 없어서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야…… 그렇죠.”
“그, 그렇군요. 엘도 절 보면 도전 의식을 느끼는군요.”
아인 이드리스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됐다. 대체 뭐가 기쁜 건지 모르겠지만, 순수하게 좋아하는 표정을 보니 더 할 말이 없게 됐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상황을 이렇게 만든 얄미운 공작을 돌아보았다. 그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나와 아인 이드리스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씩 웃었다.
“내가 보기에 두 사람은 숙명의 라이벌이네. 이런 관계는 좋은 방향으로 이끌면 서로 큰 발전을 이루게 하지. 자네도 물의 정령왕과 계약할 수 있게 되길 바라네.”
“아, 네. 감사합니다.”
이미 계약했지만,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니라 영혼 없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딱히 미안한 기분이 들지도 않는 게, 진심으로 하는 말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축언을 하는 사람의 눈빛이라기엔 지나치게 차가웠기 때문이다. 덕분에 알았다. 세피온 공작, 드래곤 라미아스는 나를 싫어한다. 아까 말투에 날이 서 있다고 느낀 건 착각이 아니었다. 적어도 좋게 보지 않는 건 확실했다.
‘뭐지? 내가 뭔가 실수했나?’
솔직히 어디서 뭘 잘못한 건지도 모르겠어서 당황스러웠다. 이제 슬슬 개인적으로 대화할 자리를 유도해봐야 하는데 이래서야 잘 될지 모르겠다. 자신감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아, 그런데 그거 아나? 물의 정령왕에겐 그를 수호하는 강력한 드래곤이 있다네.”
“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똑바로 마주한 푸른 눈동자가 강렬하게 빛났다. 그 시선에서 뚜렷한 견제가 느껴졌다.
“그는 물의 드래곤이라 불리는 블루 드래곤이지. 엘퀴네스와 그 드래곤의 사이는 아주 돈독해서 마치 한 몸과 같다네. 엘퀴네스의 생각이 곧 그 드래곤의 생각이고, 그 드래곤의 생각이 엘퀴네스의 생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지.”
“……네?”
“서로를 끔찍이 아끼는 그들은 다른 이가 자신들 사이에 끼어드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고 하네. 물의 정령왕을 아무도 소환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라지? 엘퀴네스를 소환하려면 먼저 그 드래곤의 허락부터 받아야 한다더군.”
아니,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처음부터 끝까지 금시초문인 말들에 정신이 다 아득해졌다. 답할 말을 고르지도 못한 채 멀거니 눈만 깜빡이니 그가 껄껄 웃었다.
“그냥 그렇다는 일화일세.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퍽 곤란한 일이지 않겠나? 그 드래곤은 매우 엄격해서 허락을 구하지 않고 정령왕을 소환하려는 이를 용서하지 않는다고 하네. 미리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해주고 싶었네.”
내가 자네를 염려해서 해주는 말이라네.
마지막으로 덧붙인 말엔 실소가 절로 흘러나왔다. 염려하는 게 아니라 염려하길 바라는 거겠지. 표정 관리가 전혀 안 돼서 진땀이 흘렀다. 미네르바 앞에서도 가능했던 걸 이렇게 쉽게 흔들다니, 어떤 의미로 참 대단한 드래곤이었다. 덕분에 어정쩡하게 굳어 있는 나를 보며 공작이 즐거운 얼굴로 웃었다. 즉석에서 지어낸 사기극이 참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와, 물의 정령왕에게 그런 이야기가 있었습니까?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 잘 알려진 이야기는 아니라네. 나도 어느 책에서 우연히 읽은 이야기지.”
“공작님은 정말 모르시는 게 없으십니다.”
“미네르바, 이 이야기가 사실인가요?”
흥분한 사람들 사이에서 사실을 확인하려는 아인 이드리스의 목소리가 울렸다.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시선들이 곧장 미네르바를 향했다. 당황해서 입을 벌리는 그를 향해 라미아스가 빙긋 웃었다. 물론 겉으로만 태연해 보일 뿐 눈동자는 필사적으로 간절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뭐라 이루 말할 수 없는 얼굴로 잠시 그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던 미네르바가 이내 시선을 틀었다.
“……그에 대해선 내가 해줄 말이 없을 것 같군.”
기권 선언이었다.
그걸 승기로 여겼는지 라미아스가 의기양양해져서 나를 바라봤다. 그에겐 미네르바의 흐린 눈빛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나만 허탈해졌다.
‘라피스 과라더니.’
계속 날이 서 있길래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냥 내가 물의 정령사라서 그런 거였다. 긴장하고 있던 어깨에서 스르르 힘이 빠졌다. 내가 오히려 느긋해지자 라미아스가 눈을 꿈틀거렸다.
“제가 들은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네요, 공작님.”
“들은 이야기라니?”
“제가 알기론 엘퀴네스와 그 드래곤은 그렇게 친하지 않거든요.”
“무슨…….”
“오, 당신도 관련된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겁니까?”
라미아스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사람들의 관심이 몰려들었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드래곤이 엘퀴네스를 독점하고 싶어하는 건 맞지만, 엘퀴네스는 그에게 큰 관심이 없다고 들었어요. 한번은 드래곤 쪽에서 관심을 끌어보려고 불의 정령왕이 더 좋다는 거짓말을 했는데, 선뜻 가라면서 계약을 끊은 적도 있다던데요.”
“하하하, 그것도 재밌는 일화군요.”
“그럼 드래곤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건 사실이 아닐 수도 있겠군요?”
“아마도요. 어쩌면 아무도 엘퀴네스를 소환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그 드래곤이 일부러 지어내 퍼트린 이야기일지도 모르죠.”
“오, 그럴 수도 있겠네요.”
맞장구를 친 사람들이 와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이 공간에서 웃지 않는 이는 라미아스 단 하나뿐이었다. 표정은 여전히 태연한데 눈빛은 한층 싸늘했다.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군. 흔히 알 수 있을 만한 이야기는 아닌데. 그건 어디서 들은 건가?”
“제 친구인 릴이 말해준 겁니다.”
“……이름이 릴이라고?”
“네.”
“그거 참 우연이군. 내 친구 중에도 릴이란 이름이 있다네. 다재다능하고 아주 유능한 친구지.”
“반가운 우연이네요. 제 친구인 릴도 그렇거든요. 그는 특별한 물건에도 관심이 많아요. 오늘 제가 차고 온 이 장신구도 그중 하나죠.”
대답과 함께 주머니에서 이프리트가 준 마도구를 꺼내 보였다. 라미아스는 그걸 제대로 보기도 전에 신음부터 흘렸다. 한눈에 알아본 게 분명했다.
“……정말 그렇군. 실은 나도 특별한 물건에 관심이 많다네. 자네만 괜찮다면 그 장신구와 동명의 친구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고 싶은데.”
“전 언제든 좋습니다, 공작님.”
“오늘 이 자리에선 그렇고, 조만간 사람을 보내지.”
……됐다.
모두가 감탄과 부러움이 담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겉으로는 화목하기만 한 친목의 현장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정작 나는 온몸을 압박하는 살기를 고스란히 견디고 있었지만.
차갑게 파고드는 기운에 손끝이 다 저릿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내게만 살기가 느껴지도록 조절할 수 있다니, 역시 강한 드래곤다웠다. 그래도 이곳에 온 목적을 이루니 그저 홀가분하기만 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미네르바도, 아인 이드리스에 대한 그 어떠한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불타는 것처럼 이글거리는 라미아스의 눈을 바라보며 생긋 웃었다. 아주 길고 긴 하루였다.
* * *
라미아스와 다음을 기약하긴 했지만 사실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드래곤은 게으르기로 유명한 데다가 자존심이 센 일족이다. 나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긴 했겠지만 내 뜻대로 움직이고 싶지는 않을 터였다. 일부러 시간을 질질 끌 수도 있고, 변덕을 부릴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니 서두르지 않고 마음을 느긋하게 먹기로 했다. 첫 단추를 순조롭게 채운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무적인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게 있는데, 그가 라피스 과라는 점을 깊이 생각지 않았다는 거다. 단 하나의 일에 대해서만큼은 맹목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 말이다. 이 사실을 상기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오늘 정말 고생했다. 푹 쉬어.”
“크리스도요. 잘 들어가요.”
“그래, 연락할게.”
적당히 분위기가 흐트러진 시각, 끝날 기미가 없는 연회를 뒤로하고 공작가를 나왔을 땐 이미 새벽하늘이 반기고 있었다. 나를 먼저 내려준 크리스가 마차 안에서 피로에 찌든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마찬가지로 손을 흔들어 준 다음, 마차가 떠나가는 걸 잠시간 지켜보았다. 마차가 비추는 희미한 전등 빛이 골목 속으로 완전히 삼켜지고 나니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이제야 모든 일정이 끝났다는 실감이 일어서인가. 감당하기 벅찰 만큼 감정이 차오르는데 그게 안도감인지 심란함인지조차 구분할 수가 없었다. 몸보다는 정신이 더 피곤했다.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새벽이라 암흑에 휩싸인 공간에서 홀로 유일하게 희미한 불빛을 내는 건물이 보였다. 여행객을 위해 온종일 영업하는 여관이었다. 그 2층에 내가 머무는 숙소가 있었다.
숙소 열쇠는 내 주머니에 들어 있으니 문을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됐다. 당장 침대에 누워 잠들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다. 그런데 못이 박힌 것처럼 다리가 떨어지지 않았다. 한동안 주저하다 어쩔 수 없이 무거운 걸음을 한 발짝 떼어냈다. 그 순간 빠르게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
반사적으로 팔을 들기 무섭게 묵직한 충격이 닿았다. 얼굴이 절로 찌푸려질 만큼 상당한 압력이었다. 뭐지? 강도인가? 생각지 못한 습격에 상대를 확인하려 할 때였다.
“하. 이걸 막아?”
기습에 실패한 상대가 삐딱하게 웃었다. 그 목소리가 익숙해서 다시금 멈칫했다. 바로 코앞에서 대치 중인, 달빛 아래 비치는 상대의 얼굴이 상당히 낯익었다.
“……세피온 공작님?”
“공작님 좋아하시네.”
빈정거리는 남자의 얼굴은 어디를 봐도 라미아스가 맞았다. 이 드래곤이 왜 여기에 있지? 황당한 나머지 머리가 멈추는 것 같았다. 연회장을 떠나온 지 아직 한 시간도 되지 않았다. 조만간이라고 한 게 빈말이 아니었다는 것도 당황스러운데, 그가 직접 나타날 거라곤 더더욱 예상치 못했다.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네요, 공작님.”
“뭘 순진한 척이야. 너 내가 누군지 알잖아?”
게다가 예상보다 더 노골적이었다. 떠보는 것도 아니고 아예 확신하는 걸 보니 이미 유희의 가면은 집어 던지기로 한 모양이다. 날 선 적의에 몸이 절로 긴장했다. 나는 침착하게 그를 응시했다.
“공작님이 정하신 방식대로 대우해드렸는데, 이게 문제가 되나요?”
“이것 봐라?”
라미아스의 눈동자가 새파랗게 빛났다. 살기가 다시 덮쳐드는 게 느껴졌지만 이번엔 막을 틈이 없었다. 다가왔다 싶었을 땐 이미 멱살이 붙잡힌 채 벽에 처박힌 후였다.
“너 대체 뭐야?”
“윽, 잠……깐…….”
“다시 생각해도 참 기가 막힌단 말이지. 내 유능한 부관은 초대장을 보낼 때 기본적인 뒷조사도 같이해.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수상하거나 특이한 행적이 보이면 반드시 내게 보고하지. 하지만 너에 대해선 별다른 보고가 없었거든?”
속삭이는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목을 조여오는 악력이 점점 더 커져서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적어도 내 앞에서 당돌하게 뒤통수 칠 만한 놈으로는 보이지 않았다는 뜻이지. 그런데 처음부터 날 노리고 접근한 거라니, 정말이지 신선한 경험이었지 뭐야? 아주 훌륭했어. 겁도 없이 나와 엘퀴네스 사이를 언급한 배짱도 칭찬할게. 릴이랑 아는 사이라고? 나에 대해 많은 얘길 들은 모양이야. 그 외모도 내 취향에 맞춰 만들어낸 거겠지?”
“이건, 일단 이거부터 놓고 말을…….”
“대답해. 너 뭐냐고.”
“그건 네가 들을 말이군.”
대답은 전혀 다른 곳에서 이어졌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목을 움켜쥔 압력이 단숨에 사라졌다. 마른기침을 뱉으며 고개를 드니 멀찍이 나동그라져 있는 라미아스가 보였다. 어떻게 된 건지는 궁금해할 필요가 없었다. 내 앞에 서 있는 이의 모습이 보였으니까.
“제기랄, 뭐야!”
이를 갈며 몸을 일으킨 라미아스 역시 내 앞에 있는 이를 발견했다. 눈을 커다랗게 뜬 그가 얼빠진 표정이 되었다.
“……엘퀴네스?”
멍하니 벌어진 입에서 갈라진 음성이 흘러나왔다. 고요히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던 엘뤼엔이 그쪽을 응시했다. 얼음처럼 싸늘한 시선이 닿자 라미아스가 파드득 몸을 떨었다.
“이, 이게 무슨……! 왜, 왜 엘퀴네스가 여기에 있어?”
“내가 내 계약자 옆에 있는 게 이상한 일인가?”
“뭐?”
라미아스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눈을 깜빡였다. 그가 나와 엘뤼엔을 번갈아 가며 천천히 바라보았다. 멍한 얼굴에 서서히 경악이 차오르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