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1화
병사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급히 기름병을 닫으면서도 입술을 악물었다.
“너, 너만의 문제가 아니야. 유니콘들은 재워야 해.”
“묶어뒀으니 됐잖아.”
“하지만 묶는 것만으로는…….”
“다들 지쳐 있는 거 안 보여? 어차피 저렇게 묶인 상태에선 뭘 하고 싶어도 아무것도 못 해. 아까도 내가 풀어줘서 나갈 수 있었던 거고. 그러니 괜찮아.”
그 말에 병사가 찜찜한 얼굴로 유니콘들 쪽을 살폈다. 그러더니 본인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며 잠시 천막 밖으로 나갔다. 다시 돌아온 그는 아까보다는 한결 안색이 나아져 있었다.
“허가받았어. 하지만 허튼수작 부리면 바로 약 쓸 거야.”
“알았어.”
“절대 도망칠 생각하지 마. 그럼 너랑 같이 잡힌 놈들부터 숨통이 끊길 거야. 이건 절대 빈말이 아니야. 명심해.”
“알았다니까.”
시큰둥하게 답하고 나니 병사도 겨우 입을 다물었다. 병사들이 밖으로 나간 건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사슬을 점검한 후였다. 북적이던 공간이 한산해지며 한동안 무거운 정적이 이어졌다.
“고마워요.”
고요를 깨트린 건 가느다란 목소리였다.
생각지 못한 인사에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소리가 들려온 곳을 응시했다. 일행 중 유일한 여성인 은발의 유니콘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웰디 님. 저자는 인간입니다.”
“알아. 하지만 우리를 도와준 분이잖아. 예의는 지켜야지, 아렐.”
기겁해서 만류하는 흑발의 유니콘, 아렐을 달래는 음성은 엄격하면서도 고상했다. 확실히 신분이 높은 존재인 듯했다. 아렐이 말문이 막힌 얼굴로 물러서자 웰디라 불린 유니콘이 다시 나를 향해 미소 지었다.
“다시 강제로 잠들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건 너무 괴로운 경험이에요. 덕분에 살았어요.”
“……아니에요. 저도 잠들긴 싫었으니까요.”
“처음에 저희가 탈출하도록 도와준 분도 당신이라고 들었어요. 그것도 감사해요. 여러모로 도움을 주셨는데 이렇게 다시 붙잡혀서 면목이 없네요.”
“아뇨. 그런 건 상관없지만, 어떻게 된 건지는 궁금하네요. 잘 빠져나가시는 것 같았는데…….”
“외각에도 군대가 대기하고 있었더라구요. 정면에서 발각되고 말았죠. 피하려 했을 땐 이미 쇠 그물에 갇힌 뒤였어요.”
보이는 것보다 병력이 많았던 건 역시 사실이었나 보다. 이곳의 병력은 진혼 길드와도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보니 아무래도 편하게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남몰래 불법 노예 상단을 운영한다고 해도 군대를 이렇게까지 모을 필요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반역이라도 준비하는 건가. 여기서 나가면 그놈들 뒤를 본격적으로 캐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저희 통성명도 안 했네요. 전 라반 루 웰디예요. 웰디라고 불러주세요.”
“아, 전 엘이에요.”
“엘이군요. 예쁜 이름이네요.”
경계심이 강한 다른 두 유니콘에 비해 은발의 유니콘, 웰디는 성격이 참 좋은 것 같았다. 웰디의 눈짓을 받은 두 유니콘도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전 카리안입니다. 웰디 님의 호위입니다.”
“아렐. 마찬가지다.”
정중한 말투의 카리안에 이어 무뚝뚝한 아렐의 소개가 이어졌다.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주자니 웰디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어왔다.
“저어, 계속 바깥이 소란스러운 걸 느꼈어요. 엘이 그러신 거죠? 엘은 검사이신가요?”
“검도 쓰긴 해요. 엄밀히 말하면 정령사지만요.”
“정령사?”
그 순간 유니콘들이 눈을 크게 떴다. 되묻는 얼굴엔 당혹감이 가득했다.
“엘이 정령사라고요? 실례지만 속성은 어떻게 되세요?”
“물이에요.”
“세상에, 물의 정령사는 드물잖아요.”
웰디의 얼굴이 상기됐다. 카리안과 아렐도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경계심이 한층 사라진 얼굴들이었다. 정령이 인정한 인간이니 신뢰해도 된다고 여긴 건지도 모르겠다.
“어쩐지, 그래서였군요.”
“뭐가요?”
“엘에게서 굉장히 좋은 향이 나거든요. 처음엔 여자분이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강하긴 드물어서 신기하다 했어요. 정령사라서 그런가 봐요.”
아니, 잠깐만. 방금 한 말 중에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말이 들어 있는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그들만 느낄 수 있다는 향 때문에 시벨리우스도 날 처음에 여자로 알았다고 했었지. 카리안이나 아렐도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얼굴인 걸 보면 같은 오해를 하고 있나 보다. 하지만 정정해보려 하기도 전에 웰디의 말이 이어지는 게 더 빨랐다.
“어쨌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엘. 우린 구조될 거예요.”
“아, 네. 근데 그보다 저는…….”
“제 동반자가 곧 우리를 구하러 와주실 거예요. 저와 반려의 인을 맺은 상태라 제가 위험에 빠지면 그분이 곧바로 알아차리게 되어 있거든요.”
이번에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말에 하려던 말이 절로 막혔다. 내 반응이 이상했는지 웰디가 의아한 시선을 보내왔다.
“왜요, 엘?”
“저기, 반려의 의미가, 그러니까 그게…….”
“아아, 인간들은 반려를 짝을 뜻하는 의미로 쓰죠? 우리 일족에서도 의미는 같아요.”
“헉, 그러니까, 약혼한 사이라는 거네요?”
“거의 그런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럼 정확히는 아니라는 소리 아닌가.
웰디가 수줍게 얼굴을 붉혔지만 나는 반대로 마음이 빠르게 가라앉았다. 시벨리우스의 모든 걸 다 알지는 못한다. 들은 이야기보다 듣지 못한 이야기가 더 많았다. 하지만 그 잔정이 많은 성격에 반려가 있었다면 인간 세상에 남기로 할 리가 없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하다못해 정략으로 맺어진 사이라도 안부 정도는 궁금해할 만도 했다. 그런데 전혀 언급조차 한 적이 없었다는 건…….
“혹시 장로의 딸이세요?”
“앗, 어떻게 아셨어요? 정확히는 딸이 아니라 손녀예요. 장로님이 제 할아버님이 되시죠.”
아, 역시.
왜 이런 예감은 잘 맞는 건지 모르겠다. “신분이 높아 보이셔서 짐작해봤어요.” 어색하게 웃으며 둘러대니 웰디는 그대로 믿는 것 같았다. 실제로 신분이 높아 보이는 건 사실이긴 했으니까.
“시벨리우스 님은, 아 그러니까 제 동반자님은 일족 최고의 주술사이자 세라핀이에요. 인간의 병사들이 아무리 많아도 그분에겐 아무것도 아닐 거예요. 그분이 오시면 엘도 꼭 풀어드릴게요.”
“음, 그럼 저야 고맙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왠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보통은 누군가를 설명할 때 그 사람의 가장 대표적인 점을 말하지 않나. 시벨리우스는 룬이었다. 유니콘 일족 중에서도 창조신 루세프의 색인 은발과 청안을 물려받는 유일한 혈통. 날개를 가진 천마이자, 신을 그 몸에 받아들일 수 있는 고결한 제사장.
그들 일족에게 룬은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존재였다. 존경심이라거나, 하다못해 자부심이라도 무심코 내비칠 만했다. 그런데 여기 있는 이들 중 누구도 그런 내색은 하지 않았다.
‘내가 외부인이라 그런 건가?’
하긴 낯선 사람에게 함부로 일족에 대한 걸 말할 필요는 없겠지. 정령사라는 걸 알고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이들에게 나는 경계해야 할 인간일 뿐이었다. 오히려 묻지 않은 것까지 술술 말하는 웰디가 특이한 편인지도 몰랐다.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사람 특유의 천진난만함이라고 해야 하나. 타인을 쉽게 신뢰하고 잘 의심하지 않는 편인 것 같았다. 그 증거로 웰디가 입을 열 때마다 아렐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걸 볼 수 있었다.
“두고 보세요. 시벨리우스 님이 반드시 오실…….”
“웰디 님.”
그때 카리안이 황급히 웰디에게 신호를 보냈다. 흠칫 놀란 웰디가 얼른 입을 다물고 몸을 굳혔다. 나는 이미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고 있던 참이라 별로 놀라지 않고 입구 쪽을 돌아보았다. 아까 나간 병사들이 다시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번엔 상단 관계자로 보이는 남자를 대동한 채였다. 그는 철장 가까이 다가와 가만히 나를 살폈다. 똑바로 시선을 마주하고 바라보니 쯧쯧 혀를 소리가 이어졌다.
“진짜 생김새 하나만은 천사 같구만. 벌레 하나 죽이지 못하게 생겨서는……. 이 얼굴이 병사 오십을 두부처럼 썰었다는 걸 누가 믿겠어?”
내가 죽인 병사의 수가 오십 명인 모양이다. 그러게 누가 쫓아오랬나. 적어도 도망치는 쪽을 공격한 적은 없다. 어깨를 으쓱이니 남자의 표정이 더 찌푸려졌다.
“근데 정말 안 재워도 괜찮은 거 맞아?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단주님은 왜 그런 걸 허락하고 그러시는지.”
“동료를 생각해서라도 허튼짓은 못 할 겁니다.”
잠시 찜찜한 얼굴로 바라보던 남자가 짧게 고갯짓을 했다. 그러자 병사 중 하나가 철창 안으로 들어오더니 내 수갑에 연결된 사슬을 풀었다. 의아해져서 눈만 가만히 깜빡거리고 있으려니 창살 밖에 있던 남자가 내 발치 쪽으로 무언가를 성의 없이 던졌다. 집어 들고 보니 옷가지였다.
“그걸로 갈아입어.”
“……이걸 입으라고?”
절로 떨떠름한 목소리가 흘러나갔다. 지금 입은 옷은 피로 더러워졌으니 갈아입으라고 하는 것 자체는 이해했다. 하지만 그가 던져준 옷은 가볍게 걸치는 로브 같은 거였다. 그런데 뭐로 만들어진 건지 잠자리 날개처럼 반투명해서 안이 다 비쳤다. 이게 옷의 기능을 하긴 하는 건지 심각한 의문이 들 정도였다.
“다 보일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는지 남자가 이죽거렸다.
“그러라고 입는 거야. 상품은 살펴보기 편하게 해두는 게 판매 방식의 기본이니까. 아니면 손님들이 네 옷을 직접 벗겨보길 바라는 거야?”
“……그건 더 싫네.”
“이해했으면 어서 갈아입어.”
더 싫다는 게 이걸 수용하겠다는 의미는 아닐 텐데. 기분 나쁘게 히죽거리는 남자를 바라보다 다시 옷(이라고 부르기도 싫지만)을 돌아보았다. 이 망측한 걸 입은 채 시벨리우스와 만나는 장면을 상상했더니 조금 눈앞이 캄캄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언제든 내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있는 트로웰과 엘뤼엔도 있다. ……굳이 묻어버리고 싶은 과거를 여기서 더 늘릴 필요가 있을까.
“안 입을래.”
당연한 결론을 내리고 나니 남자와 병사들의 사나운 시선이 쏟아졌다.
“동료의 안위를 생각한다면 반항하지 않는 게 좋을 텐데?”
“이게 왜 반항이야? 어차피 팔아도 세공한 후에 판다며. 그럼 그 후에 너희가 알아서 입히든가 해. 아직 파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굳이 이런 걸 입고 있어야 해?”
본인이 생각해도 할 말이 없었는지 남자의 입이 다물렸다. 꼴을 보아하니 진짜 필요해서 입히려는 게 아니라, 내가 옷을 갈아입으면서 굴욕감을 느끼는 걸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코웃음이 나올 만큼 유치한 수작이었다.
“좋은 말 할 때 입어.”
“좋은 말 할 때 싫거든?”
그때 문밖이 소란스러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를 노려보던 남자가 어리둥절해져서 고개를 들었다.
“뭐, 뭐야? 또 무슨 일 있나?”
“제가 나가보고 오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얼굴을 굳힌 병사가 서둘러 내 수갑에 사슬을 다시 연결한 다음 밖으로 나갔다. 설마 시벨리우스인가? 기대심에 나도 모르게 목을 쭉 빼고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유니콘들도 같은 생각인지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장막을 거두며 들어선 건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무리에 가까웠다. 그들은 한눈에도 화려한 정복을 입은 자들이었다. 절도 있는 동작으로 우르르 들어선 이들이 양쪽으로 갈라서자, 그 사이에서 더 화려한 옷을 입은 남자들이 걸어 나왔다. 그 뒤를 상단주가 다급히 쫓아오고 있었다.
“아직 재워두지 않았습니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내 기사들의 실력을 믿지 못하는 건가?”
“그,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보통이 아닌 녀석이라 그렇습니다.”
“그렇게 말하니 오히려 더 보고 싶군. 그래서 누구지? 병사 오십을 단신으로 상대했다는 대단한 소년이. 저 철장 안에 혼자 있는 자인가?”
‘시벨리우스가 아니었네.’
아무래도 성격 급한 손님이 구경하러 온 모양이다. 실망했던 것도 잠시, 곧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일행을 보고 나는 잠시 멈칫했다. 왠지 어디서 본 듯이 다들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특히 가장 앞에 있는 은회색 머리칼의 남자는 몰라보는 게 어려울 정도로 기억에 선명했다. 이곳에 있는 게 말이 안 되는 사람이다 보니 보고도 믿을 수가 없어서 그렇지.
“하지만 루시엘 님…….”
그러나 상단주가 그를 부르는 소리까지 듣고 나니 의혹을 확신으로 굳힐 수밖에 없었다. 루시엘. 역시 내가 아는 이름이 맞았다. 그 남자였다. 기차를 중간에 점거하고 들어왔던, 에펜 왕국의 왕세자.
‘……얜 또 왜 여기서 나와.’
다비안에 이어 왕세자라니. 오늘은 기차에서 만난 인연과 재회하는 날인가. 황당해져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동안 은회색 머리칼의 남자, 왕세자 역시 내 모습을 확인하고 멈칫했다. 잠시 당황하는 듯한 금안이 곧 이채를 띠고 번들거렸다. 나를 알아본 게 분명한 표정이었다.
“넌…….”
그의 옆에 있던 갈색 머리 남자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 또한 누군지는 곧장 알아봤다. 당시 왕세자와 함께 있었던 근위대장이었다. 딱딱하게 얼굴을 굳힌 그가 입을 열려는 걸 왕세자가 한 손을 들어 막았다. 시선은 내게 고정되어 떨어지지 않는 채였다.
“저하.”
근위대장이 염려스러운 시선을 보내는데도 왕세자는 빙긋 웃기만 했다. 다음 순간 살짝 몸을 굽힌 그가 철장 쪽으로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진득한 시선에 나도 모르게 뒤쪽으로 몸을 뺐다. 그래 봤자 이미 벽이라 소용은 없었지만.
“이런 데서 만나다니 우연이군. 아니지, 필연인가?”
무슨 헛소리야.
저 남자와의 필연 따윈 아는 바가 없다. 두 번 다시 마주치기 싫은 사람이라는 인상은 선명하지만. 얼굴을 찌푸리니 왕세자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
“이 아이가 정령사라고 했나?”
“예? 예, 예. 물의 상급 정령사입니다.”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있던 상단주가 얼른 대답했다. 힐끗 나를 주시하는 얼굴이 창백한 걸 보면 왕세자와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몰라서 초조해진 것 같았다. 참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누가 봐도 왕세자는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으니까.
“물의 상급 정령사라. 과연, 그때도 평범해 보이진 않았지.”
그는 그저 이 상황을 몹시 재밌어하는 얼굴이었다. 그야 예전에 마주쳤던 사람이 노예로 잡혀 있는 걸 보면 흥미가 들 만도 하겠지. 하지만 나는 하나도 재미없었다. 최소한 저 웃고 있는 얼굴이라도 그만 보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왕세자가 노예를 매매해도 되나요?”
“여긴 제국 땅이지. 게다가 노예 매매가 불법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만.”
“전 납치된 건데요.”
“그래서?”
“납치 매매는 상황이 다르지 않나요? 자랑스럽게 밝힐 일은 아닐 텐데요.”
불법 노예 매매 현장에 가담한 일국의 왕세자라니. 위신에 도움이 될 소식은 절대 아닐 거다. 하물며 타국으로까지 건너와서 벌인 범법 행각이니 국제적 망신에 외교적 문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예상대로 근위대장의 얼굴이 더 굳어졌다. 그런데 정작 왕세자는 피식 웃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