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8화
“일단은 이 정도가 될 텐데 괜찮겠어요?”
“……상관없다. 움직일 수 있기만 하면.”
“그럼 다른 사슬도 끊어낼게요.”
넋이 나간 남자를 뒤로한 채 착실히 다음 작업을 이어갔다. 최대한 꼬리가 늘어지지 않도록 바짝 끊어내는 쪽에 신경 썼다. 내친김에 다른 두 유니콘의 사슬까지 끊어주고 나니 남자가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다 됐어요.”
“……혹시 유희 중인 드래곤인가?”
“인간이라니까요.”
“무슨 인간의 힘이…….”
“힘이 좀 센 인간이죠. 이제 어떻게 할래요? 한 사람씩 업고 움직일까요?”
사슬은 끊었어도 몸만 자유로워졌을 뿐, 구체와 마나 봉인구는 여전히 그대로다. 무기도 없는 남자가 의식이 없는 일행을 둘이나 데리고 탈출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이왕 관여한 거 그들을 안전한 장소까지 옮겨준 다음에 다시 돌아오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잠시 입을 다문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리 쪽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 넌 원래 하려던 일을 해라.”
“혼자서 괜찮겠어요?”
“인간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지.”
“…….”
“도와준 건 고맙다. 하지만 네가 정말 인간이라면 더는 신세를 지고 싶지 않다.”
차분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날이 선 목소리였다. 나는 잠시간 남자를 응시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말랑해졌던 시선에 다시 경계심이 차올라 있었다. 심정은 충분히 이해했다. 언제 잡힌 건지는 몰라도 그간 험한 꼴을 많이 겪었겠지. 남을 믿지 못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하물며 자신들을 납치한 이들과 같은 종족이라면 더 신뢰하기 어려울 터였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현실을 생각지 않은 무모한 판단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둘을 어떻게 데리고 나갈 건데요?”
“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달리 계획이 없으면 그냥 도움을 받는 게 낫지 않아요? 인간과 얽히는 게 싫으면 일단 해결되고 나서 모르는 척하면 되잖아요.”
“그런 치사한 짓을 할 생각은 없다. 차라리 이대로 명예를 지키다 죽겠다.”
아니, 여기선 죽지는 않는다니까 그러네. 남자의 성격이 대충 그려졌다. 아무래도 쓸데없이 고지식한 사람인 모양이다. 그 와중에도 막막하긴 한지 어두운 표정은 숨기지 못했다.
“흐으…….”
다행히 흘러가는 상황이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때마침 의식이 없던 다른 쪽 유니콘이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물론, 나를 주시하고 있던 남자 역시 깜짝 놀라 급히 그를 살폈다. 이번에 의식을 차린 건 주황색 머리칼의 남자 쪽이었다.
“카리안, 정신이 드나?”
“……아렐?”
“그래, 나다. 알아보겠어?”
“웰디 님은…….”
“옆에 계시다. 무사해.”
얼굴을 찌푸린 주황 머리의 남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직 상황판단이 안 되는 듯 멍한 얼굴을 하던 그는 나를 발견하곤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누구?”
“아, 카리안. 그는…….”
그런데 그 순간 공기의 흐름이 달라졌다. 설명하려던 남자 역시 뭔가를 감지한 듯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나와 그는 거의 동시에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누군가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최소한 다섯은 넘는 인원이었다.
남자와 잠시간 시선을 맞춘 후, 나는 빠르게 입구 쪽으로 다가가 벽에 등을 밀착했다. 발걸음 소리와 함께 점차 가까워지는 대화 소리가 들렸다.
“걘 깼어?”
“아까 확인했을 땐 아직 자고 있던데요.”
“너무 오래 자는 것 같은데. 너 인마, 마지막에 걷어찼다고 했지. 그때 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
“아니에요. 그렇게 심하게는 안 찼어요.”
“피멍이 시퍼렇게 들었다던데 어디서 거짓말이야, 새끼야. 너 평소에도 잡을 때 좀 살살 다루랬지. 혹시 잘못된 거면 치료제값 너한테 받아낼 거야. 각오해.”
“에이, 너무해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시끄러, 인마.”
누가 들어도 나에 대한 이야기였다. 장막 사이로 틈을 벌려 다가오고 있는 무리를 확인했다. 로브 차림의 남자 둘과 무장한 남자 다섯. 가장 앞선 이는 꽤 높은 직급인 듯, 입고 있는 차림이 번듯했다.
다시 고개를 돌려 유니콘들 쪽을 확인했다. 그사이 카리안이란 남자도 제법 정신을 차렸는지 긴장한 얼굴로 이쪽을 살피고 있었다. 혼자라면 뭐라 하든 외면할 수 없었겠지만 이제 둘이니까 괜찮겠지. 마음이 한결 가뿐해졌다.
“이 붉은 천막에 들어온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 여긴 그냥 부르는 게 값인 애들이라고. 너희는 평생 만질 수도 없는 거금을 하루아침에 불러오는 애들이란 말이야. 아무튼 너희 모두 정신 바짝 차려. 조금 있다 귀한 분도 오시기로 했는데…….”
잔소리를 퍼부으며 천막 안으로 들어서던 이가 이윽고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바로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한 탓이었다.
“……어?”
그 뒤를 따르던 남자들도 모두 눈을 크게 떴다. 찍어낸 것처럼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그들을 향해 나는 생긋 웃어주었다. 그리고 곧바로 눈앞에 있는 병사에게 접근해 다리를 걷어찼다.
“헉!”
휘청거리는 병사를 그대로 찍어 눌러주곤 들고 있던 검을 가로챘다. 생각보다 힘이 많이 실렸는지 쓰러진 남자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물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다음 동작을 이어갔다. 다음 목표는 가장 선두에 있던 남자였다.
“단주님!”
검을 휘두르기 무섭게 반사적으로 뛰어든 전사들이 선두의 남자를 대신해 칼을 받아냈다. 어쩐지 직급이 높아 보이더라니, 저놈이 이 망할 노예 상단을 운영하는 놈이었나 보다. 병사들은 그를 지켜내는 대신 균형을 잃었다. 한꺼번에 포개진 남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면서, 한쪽 진형이 우르르 무너졌다. 고개를 돌리자 다른 쪽 이들이 서둘러 방어 자세를 취했다. 내가 다시 검을 휘두를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러나 이번 목표는 공격이 아니었다. 우후죽순 정신을 못 차리는 무리를 한번 돌아본 다음, 뒤쪽의 유니콘들 쪽을 확인했다. 짧은 순간, 흑발의 남자 아렐과 시선이 맞았다. 굳어 있는 얼굴에 동요가 선명했다.
‘시선을 끌 테니 그 틈에 도망쳐요.’
입 모양으로 건넨 말이 제대로 전해졌는지는 모르겠다. 일단 알아들었을 거라 믿고 나는 그대로 앞으로 달려나갔다.
“뭐, 뭐하는 거야! 당장 잡아!”
다른 사람 덕분에 목숨을 건사한 상단주가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소리쳤다. 소란을 느꼈는지 맞은 편에서 병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노련한 자들이긴 한지 갑자기 닥친 상황에 대처하는 것치곤 반응이 빨랐다. 방향을 바꾸려다 중간에서 이어지는 급습을 느끼고 급히 몸을 틀었다. 거꾸로 뛰어넘기 위해 바로 옆의 기둥을 디뎠다.
‘엥?’
그런데 생각보다 시야가 훅 널을 뛰었다. 뒤로 가볍게 도약한 것뿐인데 당황스러울 만큼 너무 높이 뛰어졌다. 정신을 차렸을 땐 지붕 위에 올라와 있었다.
“미친!”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지금 내 심정이었다. 한순간에 멀어진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나는 가만히 혀를 찼다.
‘이 정도면 진짜 나는 수준 아냐?’
무게 가중 장치 하나 뺐다고 이렇게까지 될 일인가. 당사자인 내가 놀랄 정도니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눈앞에서 펼쳐진 곡예에 넋을 잃고 있던 사람들 틈에서 다시금 상단주가 악을 썼다.
“지금 뭐하는 거야, 새끼들아! 당장 정신 차려! 얼른 잡으란 말이야!”
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들이 다시 우르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 릴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금발은 흔한 편이었고, 애초에 한눈에 알아볼 만큼 눈에 띄는 인상도 아니었으니까.
‘이대로 시간 끌면서 다들 어디에 있는지 위치나 파악해둬야겠다.’
그 순간 날카로운 기운이 뺨을 스쳤다. 냉큼 고개를 틀어 피하고 보니 화살이었다. 몇몇 병사들이 어느새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접근전이 안 되는 상황에서 충분히 할 만한 공격이었다. 그런데 정작 잡으라며 펄펄 뛰던 상단주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으아악! 활 쏘지 마! 저게 얼마짜리인데! 다치면 어쩔 거야!”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소리였다. 근처의 병사들이 이를 갈았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단주! 그럼 저렇게 높이 있는 걸 어떻게 잡으란 겁니까!”
내 말이 바로 그 말이었다. 상단주도 자신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은 듯 울상을 지었다.
“치, 치명상만 입히지 마! 최대한 다리를 맞춰! 절대 죽이면 안 돼!”
“그게 맘대로 되는 게 아닙니다!”
“사정 봐주기엔 저게 너무 빠르다고요!”
“하라면 해, 이것들아! 저게 죽으면 너희 다 감봉이야!”
악을 쓰며 억지를 부리는 상단주는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의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누군가가 달려오며 외치는 소리가 이어졌다.
“단주! 큰일 났습니다! 유니콘들이 달아났습니다!”
“뭐야!”
상단주가 거품을 물고 뒷목을 짚었다. 그대로 쓰러지는 그를 서둘러 부축하는 자들과 나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서로 어지러이 뒤섞였다.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혼비백산한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멀찍이서 빠르게 이동하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천막 사이에서 의식이 없는 여성을 업은 채 달려가고 있는 두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유니콘들이었다. 다행히 무사히 탈출하긴 한 듯했다. 그러나 그만큼 발각도 빨랐다.
“검은 천막 쪽에서 유니콘 발견!”
“좋아! 너희는 여기에 남고, 너희는 당장 그쪽 추격해!”
병사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침착하게 명령을 내렸다. 그가 가리키는 손짓에 따라 순식간에 대열이 정비됐다.
‘그건 안 되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그들을 보고 나는 지붕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정확히는 유니콘을 추격하려는 인원 쪽으로.
“헉?”
설마 내가 다시 내려올 줄은 몰랐는지 병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황해서 대응하지 못하는 틈을 타 곧바로 공격하니 대열이 다시 빠르게 흐트러졌다. 전에 싸웠을 때도 느꼈던 거지만 인원이 많아도 실력이 좋은 편들은 아니라 상대하기 벅찬 느낌은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내가 더 빨라져서 그런지 더욱 수월했다. 조금이라도 불리해질 것 같으면 다시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런 식으로 몇 번 치고 빠지는 일을 반복하니 악다구니 속에서 걸쭉한 욕설이 난무했다. 단단히 약이 올라 이성을 잃은 병사들은 이제 상단주가 뭐라고 하든 말든 화살이고 창이고 가리지 않고 던져댔다. 그러는 동안 유니콘들은 무사히 빠져나가는 듯 보였다.
‘좋아,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여볼까.’
어느 정도 날뛰고 있으면 시벨리우스도 만나게 되겠지. 마음이 한결 편해지니 더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이번엔 내려오자마자 가장 눈앞에 보이는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내려오면 공격부터 하던 내가 갑자기 노선을 바꾸자, 반사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하던 병사들이 당황해서 분주해졌다.
“어어?”
“자, 잠깐만!”
뒤에서 들려오는 얼빠진 소리를 무시하고 천막 안쪽의 상황을 살폈다. 내부 구조는 내가 있던 곳과 마찬가지로, 창문 없이 통으로 짜인 공간에 여러 채의 감옥이 놓인 형태였다. 다만 내 쪽은 여기저기 한껏 치장된 느낌이었던 것에 비해 여기는 그보다는 훨씬 단출했다. 등급별로 구분해둔다더니 천막 안의 분위기도 그에 맞추는 모양이었다. 그래 봤자 다 감옥이었지만.
그런데 뭔가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당연히 있어야 할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는 듯한 허전함이었다. 그 이유는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갑자기 낯선 사람이 뛰어들어 온 상황인데 감옥 안에 갇혀 있는 사람 중 누구도 나를 돌아보는 이가 없었다.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하는 듯 그저 멍한 얼굴로 얌전히 앉아 있기만 했다. 지금 보니 사슬도 따로 채워져 있지 않았다. 왜 그런 건지는 익히 짐작이 갔다.
‘세공……이구나.’
그런 걸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끔찍했지만 실제로 당한 이들을 보니 머릿속이 차갑게 식었다. 가만히 눈만 깜빡거리고 있는 사람들은 그저 살아 있는 인형 같았다.
“잡아!”
추격을 피해 앞으로 나아가며 빠르게 감옥 안을 살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곳에선 아무도 발견할 수 없었다. 막다른 곳 앞에서 몸을 돌리자 몰려온 병사들과 자연스럽게 대치하는 형태가 됐다. 궁지에 몰았다고 생각해서인지 다들 기세가 등등했다.
“포기하고 투항해라!”
“얌전히 굴면 다치게 하진 않겠다!”
조금 전까지 마구잡이로 창을 던져대던 사람들이 할 말은 아니었다. 신경 쓰지 않고 옆으로 훌쩍 뛰어 감옥의 창살 끝에 올라섰다. 그대로 성큼성큼 역주행하기 시작하니 출구 쪽에 이르기는 순식간이었다. 얼빠져있던 병사들이 다시 욕지기를 내뱉으며 쫓아왔지만 내가 빠져나가는 속도가 더 빨랐다. 몇 차례 천막 사이를 오가며 시선을 흩트리는 동안 사방으로 분산된 병사들이 곧 내 흔적을 놓쳤다.
“아오, 젠장! 쥐새끼 같은 자식!”
“대체 어디로 간 거야?”
“당장 찾아!”
쏟아지는 원성을 한 귀로 듣고 흘리며 다시금 주위를 살폈다. 방금 들렀던 천막이 무슨 색이었더라. 충동적으로 들어가 보긴 했지만 열 채가 넘는 천막을 일일이 다 살피는 건 아무리 봐도 비효율적이었다. 아까 상단주가 붉은 천막 운운하던 걸 보면 각자 색깔에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가볍게 살펴볼 땐 깨닫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천막 중 다섯 채만 원색이었고 나머진 전부 혼합색이었다.
원색의 종류는 붉은색, 검은색, 흰색, 노란색, 초록색. 이중 붉은색 천막을 제외하고, 나머지 원색 천막엔 혼합색의 막사가 각자 서너 개씩 딸려 있었다.
그러고 보니 노예를 종류별로 구분해둔다고 했었지. 아무래도 원색 천막이 상등품을 모아두는 곳인 것 같다. 그렇다면 네 개의 천막 중에 크리스가 있을 가능성이 컸다. 악시스 등급 헌터라면 적어도 비싼 값에 팔려고 할 테니까. 거기까지 고려하고 보니 자연스럽게 어딜 찾아가야 할지가 보였다.
붉은색은 인간.
검은색은 마족.
흰색은 신족.
금색은 드워프.
초록색은 엘프.
예전에 들었던 종족의 상징색에 관한 내용이 떠올랐다. 지내다 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건데, 이 시대의 인간들에겐 이 상징색이 여러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다. 인간의 상징색이라는 이유로 붉은색을 가장 뛰어난 색으로 여기고, 마족이 전투 종족이기에 전쟁을 뜻할 땐 검은색을 쓰는 식이었다. 그 기준에서 초록색은 아름다운 외모를 상징하며, 노란색은 금색 계열로서 근력을 의미했다. 고결함을 상징하는 신족의 흰색은 시중드는 사람을 뜻할 때도 쓰이는 편이었다.
그러니 전투 노예는 검은색이겠지. 추측일 뿐이지만 밑져야 본전이니 우선 시도해보기로 했다. 마침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찾아가기도 쉬웠다. 눈에 띄지 않게 은밀히 안으로 들어서니 붉은 천막만큼이나 잘 꾸며진 내부가 들어왔다. 역시 선별한 이들을 두는 장소인 게 분명했다.
더불어 다른 예상도 맞춘 모양이었다. 살피기 시작한 지 그리 오래지 않아 구석에 혼자 갇혀 있는 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남들보다 한 자는 더 커 보이는 체격과 짧은 금발. 여러모로 익숙한 외형을 지닌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