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3화
불가사의한 실종 사건의 온상지가 된 루이사 숲은 원래는 전혀 위험한 숲이 아니었다. 여기서 가장 사나운 짐승이라고 해봤자 늑대 정도로, 소형 몬스터도 살지 않는 아주 안전하고 평화로운 땅이었다. 그런 곳에서 갑자기 실종 사건이 일어나니 처음엔 누구도 경각심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실종자를 찾으러 간 사람이 사라지고, 그 사람을 찾으러 간 사람들마저도 사라지기 시작하자 그제야 사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초반엔 다른 지역에서 몬스터 무리가 이동해왔거나, 마수가 생겨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주변에선 그 어떤 흔적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숲 안을 수색하러 간 팀들은 인원이 적든 많든 줄줄이 돌아오지 못했다.
숲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결국 아무도 맡으려는 곳이 없게 되면서, 사건 자체가 미궁으로 떠올랐다. 수천 년간 유구하게 평화롭던 루이사 숲은 그렇게 불과 몇 개월 만에 ‘사람을 잡아먹는 숲’이 됐다.
“여기야. 도착한 것 같아.”
짙은 안개비가 자욱하게 내리는 정오. 여러 이동 수단을 거친 끝에 우리는 목적지인 루이사 숲에 도착했다. 이른 새벽녘에 출발한 이후로 열흘을 꼬박 채운 여정이었다.
짧게 숨을 들이쉰 일행 사이에서 긴장감이 흘렀다. 거대한 활엽수로 가득한 숲은 생생한 녹음으로 화사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추적추적한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입구에 세워진 짙은 글씨의 경고판 때문인지도 몰랐다.
“‘절대 들어가지 마시오. 영원히 돌아오지 못해도 책임지지 않음.’ 짧고 살벌한 경고네.”
델라가 조금 굳은 얼굴로 적힌 문구를 읽어 내렸다. 경고판 바로 아래엔 작은 비석이 박혀 있었다. 그 앞으로 여러 종류의 꽃다발과 리본 같은 것들이 놓인 채였다. 이미 영원히 돌아오지 않게 된 사람들을 기리는 추모의 물건들이었다. 그것만 봐도 이 숲에 삼켜진 비극을 몰라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놓인 꽃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건 곧 실종자의 수도 그만큼 많다는 의미였다.
“전부 오십 명이 넘는다고 했지?”
“정확히 오십육 명일 거야. 모두 유품이고 뭐고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고.”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겉으로 봐선 그냥 평범한 숲인데 말이야.”
까아악―
푸드덕거리는 날갯짓 소리와 함께 구슬픈 울음이 들려왔다. 움찔한 크리스가 내 옆에 바짝 달라붙었다.
“어떤 것 같아, 엘? 뭔가 느껴져?”
“음, 글쎄요. 아직까진 잘 모르겠네요.”
주위를 조금 돌아보다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아직 초입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주변의 기운은 평범했다. 느껴진 대로 감상을 전하자 일행의 표정이 묘해졌다. 안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더 불안해하는 것 같기도 한 복잡미묘한 얼굴이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 보죠.”
꿀꺽, 누군가가 마른침을 삼켰다. 어차피 다들 굳은 얼굴이긴 마찬가지라 굳이 가려내는 것도 의미가 없건만, 그 순간엔 다들 서로를 돌아보았다. 동공이 세차게 흔들리는 것만 봐도 얼마나 긴장한 상태인지 훤히 보였다.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그냥 저 혼자 다녀와도 되는데요.”
“그건 안 돼! 무슨 소리야, 엘? 우린 같은 길드야. 너만 혼자 위험부담을 지게 할 순 없어.”
“맞아, 맞아. 죽을 때도 같이 죽고, 살 때도 같이 사는 거야!”
아니,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오히려 혼자 가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그게 더 나을 거다. 하지만 비장하게 달아오른 얼굴들을 보니 차마 솔직하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머쓱하게 고개를 끄덕이니 다들 불타는 눈으로 숲 쪽을 노려보았다. 그러면서도 선뜻 먼저 걸음을 옮기는 사람은 없었다.
“하하, 이게 뭐라고 좀 긴장되네.”
“왜 벌써 약한 소리야? 다들 졸아들지 마! 우린 할 수 있다!”
“시몬, 너나 심호흡 좀 해. 지금 얼굴이 아주 시퍼렇다고.”
“하지만 귀신은 좀 껄끄럽단 말이야!”
“괜찮아, 괜찮아. 그냥 평범한 마수일 수도 있잖아.”
“안 괜찮아! 일단 마수는 평범하지 않거든?”
한동안 의미 없는 말다툼이 옥신각신 이어졌다. 어떻게든 긴장을 풀어 보려는 시도라는 걸 알기 때문에 시끄러워도 그냥 내버려 뒀다. 다행히 효과가 있기는 한지, 걸음을 옮길 땐 다들 표정이 한결 나아져 있었다.
“다들 잘 따라와요.”
비록 내 뒤에 꼭 붙어있는 병아리 같은 모습들이긴 했지만 말이다. 엘뤼엔이나 트로웰이 옆에 있었다면 이걸 보고 비웃었겠지. 하지만 아쉽게도 두 정령왕은 이번 여정에 함께하지 않았다. 새삼 느껴지는 빈자리를 자각하며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여덟 개의 나라를 통일하며 건국했다는 세이크 제국은 대륙에서 가장 크고 넓은 영토를 보유한 나라였다. 초대 황제 라비올스는 본인의 업적에 자부심이 넘친 나머지 정복 기간에까지 의미를 두고 통치했다. 알아서 투항했든 강제로 항복을 받아냈든, 전투에 소모한 기간이 짧았을수록 혜택을 내리고, 반대로 오래 걸렸을수록 세금을 더 많이 징수하며 배척하는 식이었다.
서부는 마지막까지 심하게 저항한 곳이었다. 그런 탓에 제도를 둘러싼 네 개의 지역 중에서 가장 발전이 더뎠고, 사백 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낙후된 지역으로 남아있었다. 정기 운행하는 열차도 많지 않은 데다가 그나마도 근처까지만 운행하는 편. 마차가 다니는 길조차 제대로 정비된 지역이 많지 않아 대부분 도보를 이용해야 했다. 한마디로 말해, 상당히 오래 걸린다는 소리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의뢰비도 형편에 따라 정해진다. 같은 헌터 협회라도 보상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서부 지부의 지원 요청을 아무도 선뜻 맡지 않으려는 것엔 이런 사정도 있었을 것이다. 고생길이 될 게 뻔한데 그에 비해 돌아오는 보상이 크진 않았으니까. 어디까지나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지만, 진혼 길드에서 사전 답사를 보낸 것만으로도 큰 선심을 쓴 셈이었다.
덕분에 우리 길드에서 의뢰를 맡기로 했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여론은 물론 대놓고 비웃는 반응이었다. 어차피 응원은 기대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남이 뭐라 떠들든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가장 걱정한 건 두 정령왕의 반응이었다. 적어도 한두 달은 걸릴 게 분명한 일정을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고 덜컥 내 마음대로 저질렀으니까.
“흐음, 그래, 잘 다녀와.”
하지만 트로웰은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할 거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지만, 예상했던 반응과도 달라서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 다녀오라니?”
“네가 먼저 다녀온다며. 아, 나가 있어도 매일 기본 훈련을 빠트려선 안 된다는 거 알지? 나중에 다 점검할 거니까 게으름 피울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트로웰은 같이 안 가?”
제도 안에서 소소한 의뢰를 하러 다닐 때야 그냥 내버려 뒀지만, 이번 같은 장기 일정은 당연히 같이 갈 줄 알았다. 혹시 내가 마음대로 결정해서 화난 걸까. 나도 모르게 섭섭해하는 마음을 드러냈는지 트로웰이 곤란하다는 얼굴로 웃었다. 이어진 대답은 이번에도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음, 나만이 아니라 엘퀴네스도 못 갈걸.”
“어? 아버, 엘퀴네스도?”
당황해서 돌아보니 정작 엘뤼엔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마도 그의 의사가 반영된 말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다음 순간 그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엘퀴네스?”
“……본계에 다녀오겠다.”
“엥? 갑자기?”
“늦어질 수도 있다. 돌아올 때까지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지내라.”
무슨 일인지 물으려 했을 땐 이미 그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황당해져서 입만 벙긋거리고 있는 내게 트로웰이 피식 웃었다.
“거봐, 내 말이 맞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불의 영역이 드디어 복원됐나 봐.”
“……어?”
“이프리트는 포기를 모르는 성격이거든. 정확히는 학습 능력이 없는 거겠지만.”
그 야멸찬 평가는 잊고 있던 지난 일을 상기하기에 충분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지. 이프리트가 또 물의 영역을 공격한 모양이다.
“그런데 트로웰은 왜……?”
“아, 비슷한 사유야. 이번엔 어쩐지 나까지 오해를 산 모양이라.”
“오해라니?”
“누구와의 약속 덕분에 요즘 내가 엘퀴네스와 같이 있잖아. 덕분에 나와 그가 꽤 친밀해졌다고 여기게 된 것 같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 거겠지.”
“……혹시 이프리트가 땅의 영역도 공격한 거야?”
“뭐, 물의 영역에 비하면 가벼운 장난질 수준이긴 한데. 그래도 제대로 수복하려면 내가 직접 가봐야 해.”
설명은 그걸로 충분했다. 한마디로 이프리트가 두 정령왕에게 선전포고했다는 소리였다. 게다가 분위기를 봐선 땅의 영역부터 먼저 공격한 것 같다.
‘아니, 대체 무슨 성격이…….’
영역을 회복하자마자 다시 전쟁이라니. 보통은 그 정도로 당했으면 한동안은 몸을 좀 사리지 않나?
현대에서 엘뤼엔이 이프리트를 어린애 취급하는 이유를 이제야 좀 알 것 같았다. 이런 이프리트를 겪었으니 새로 태어난 불의 정령왕이 조금 툴툴거리는 정도가 얼마나 가소롭게 보였을까. 대체 어떤 정령왕인 건지, 정말 보통이 아니었다.
“히이이익!”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에 퍼뜩 상념에서 깨어났다. 무슨 상황인 건지 돌아볼 겨를은 없었다. 거의 동시에 뒤에서 뻗어 나온 두 팔이 내 목을 우악스럽게 끌어안았기 때문이었다.
“우, 움직여, 엘! 방금 저게 움직였어!”
“윽! 크리스! 숨 막혀요! 일단 이거 놓고 말해요!”
“나무가 방금 움직였다고!”
“알았으니까 놓으라고!”
재차 소리쳤지만 완전히 이성을 놓은 크리스는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오히려 목을 조이는 힘이 더 강해졌다.
“아, 진짜!”
할 수 없이 그대로 업어치기 해서 그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지르며 넘어간 크리스가 대자로 뻗은 자세로 눈을 멀거니 깜빡거렸다. 이제야 좀 정신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그러게 놓으라고 했죠.”
“……엘, 너무 매정해.”
“닥쳐요.”
어리광도 어지간해야 그냥 넘어가 주지. 숲에 들어온 이후로 그가 이렇게 호들갑 떤 횟수만 벌써 수차례다. 나와 둘만이었다면 상관없겠지만 그의 행동에 다른 사람들도 영향을 받는다는 게 문제였다.
“뭐야? 방금 뭐였어?”
“나왔어? 뭐가 나온 거야?”
역시나 크리스 때문에 덩달아 놀란 일행이 겁에 질린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치만 방금 나뭇가지가 움직였단 말이야.” 노려봤더니 억울하다는 얼굴이 된 크리스가 하소연했다. 그가 가리키는 문제의 나무를 돌아보았다가 나는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다람쥐가 지나간 거예요.”
“진짜? 진짜야?”
“그렇다니까요.”
그 증거로 나무 위쪽을 가리켰다. 그제야 나뭇가지 끝에 앉아 있는 다람쥐를 발견한 사람들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곧 한 사람을 향한 싸늘한 시선으로 이어졌다. 그 한가운데서 헛기침하며 몸을 일으킨 크리스가 이제 와 새삼스러운 고백을 했다.
“미안. 사실은 나 귀신 엄청 싫어해.”
“……네, 확실히 그래 보이네요.”
정화용 밀가루 따위를 갖고 다닐 때부터 조짐이 있긴 했었지. 일급 마수 앞에서도 침착했던 사람이 나뭇가지만 흔들려도 기겁하는 건 진귀한 광경이긴 하다만 그런 감상도 한두 번이다. 계속 이러니 사기당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크리스만 나무라기엔 다른 일행의 상태도 썩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친애하는 길드원 여러분? 이렇게 잡고 있으면 앞으로 못 가는데요.”
“아, 미안.”
어느새 꼭 붙들고 있던 손길들이 그제야 조금 풀어진다. 한결 자유로워진 상태를 느끼며 나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나만 들어왔어야 했어.’
때늦은 후회가 가슴을 후볐다. 이렇게 심하게 겁먹을 줄 알았으면 강제로 떨어트려 놓고 왔을 거다. 그나마 입구에선 뒤따르는 정도더니, 숲에 들어온 후론 다들 내게 바짝 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질 거라 여겼는데 오히려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이럴 거면 대체 왜 같이 들어오겠다고 호기를 부린 건지 모르겠다. 생사를 함께 하겠다는 기상은 갸륵하다만 슬슬 귀찮았다. 혹시 엘뤼엔이나 트로웰도 나를 볼 때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서글퍼졌다.
‘그런데 엘뤼엔, 분명 ‘다녀오겠다’고 했었지?’
게다가 늦어질 수 있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예전에 갈 땐 그냥 가봐야겠다고만 하는 식이었고, 돌아오는 시기에 대한 언급도 없었는데. 이런 걸 두고 장족의 발전이라고 하는 건가 보다. 조금은 그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된 걸까? 적어도 돌아간다는 생각을 심어준 것만으로도 어딘가 싶긴 하다.
“저기, 엘, 아직도 아무것도 느껴지는 게 없어?”
아,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조심스럽게 들려오는 크리스의 목소리에 히죽거리려는 입꼬리를 억지로 가라앉혔다. 비슷비슷한 광경만 계속 연이어져서 그런가.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만 딴생각에 빠지는 것 같다. 내심 반성하며 다시금 주위를 살폈다.
“네, 딱히 없네요.”
“으음, 우리 들어온 지 꽤 되지 않았어? 아직도 아무 일이 벌어지지 않으니 오히려 더 불안한데. 아, 혹시 아직 낮이라서 그런가?”
“아뇨, 시간대는 상관없을 거예요.”
그러고 보니 정말 찝찝하긴 했다. 너무 아무 일도 없는 거 아닌가.
그 말대로 숲 안으로 들어온 지도 벌써 두 시간은 지난 것 같다. 그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걸었으니 꽤 깊이 들어온 셈이었다. 자욱하던 안개비도 그치고 화창한 날씨로 바뀐 지 오래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사념은 강할수록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이 족족 실종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면 강해도 보통 강한 게 아니었다. 솔직히 여기 도착하기 전엔 사념이 숲 전체를 장악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오히려 지나치게 평범하다. 사념이 아니라면 다른 힘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그 무엇도 느껴지는 게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건가. 그럼 그 많은 실종자는 뭐지?’
설마 내가 발견하지 못하는 걸까.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지만 섣불리 단정하기도 힘들었다. 내가 아무리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도 정령왕일 때보다는 감이 떨어질 테니까. 만에 하나 상급신이 관여한 거라면 내 감각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때마침 하늘에서 퐁퐁퐁 물방울이 솟아올랐다. 정찰을 위해 퍼트린 나이아스 무리가 귀환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깜짝 놀란 일행이 다시금 달라붙는 걸 억지로 떼어 놓는 동안, 터진 물방울 속에서 나이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왔어!
―부탁한 대로 멀리 멀리까지 갔다 왔어!
여느 때처럼 해맑게 웃는 얼굴을 보니 긴장이 조금 풀렸다.
“그래, 잘했어. 도와줘서 고마워. 어때? 뭔가 본 게 있어?”
정찰이라 해도 나이아스는 실프만큼 멀리 가진 못한다. 근방을 조금 더 자세히 살피는 정도였기 때문에 물어보면서도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의외로 대답이 선뜻 돌아왔다.
―인간들이 있어.
“어? 인간들?”
―좀 이상한 인간들.
―옹기종기 모여있어.
……이 숲 안에 사람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