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462화 (462/608)

제462화

“…….”

“…….”

수많은 잡음이 멈추고 주위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진혼 관계자는 물론, 다른 일반객들까지 모두 굳은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실내 한복판에서 거대한 정령이 튀어나왔으니 놀랄 만도 했다. 그들 중엔 지난 몇 달간 얼굴을 익혀온 여관 주인도 있었다.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그의 손에선 계산 중이던 동전이 와르르 떨어지는 중이었다. 역시 오늘 당장 여관을 옮기는 건 불가피한 일인 듯했다.

그 가운데 모두의 시선을 받는 주인공, 시큐엘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착지한 곳은 나와 진혼의 마스터 사이에 있는 탁자 위였다. 내가 읽다 만 서류를 던져놓은 곳이기도 했다. 철벅, 늑대의 발아래 짓밟힌 서류가 순식간에 젖어 들었다.

“아, 다 젖어버렸네요. 그러니까 진작 가져가라니까요. 잉크가 죄다 번졌으니 이건 말려도 소용없겠어요.”

“이, 이게 대체 무슨…….”

더듬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는 진혼의 마스터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안색이 창백했다. 정령사를 만나러 왔으면서 대비책이 검사들뿐이라니, 이 사람도 보기보다 참 순진하다. 고작 이 정도의 호위로 날 막을 수 있을 거라 여긴 건지, 그것도 아니면 내가 거칠게 나오지 않을 거라 여긴 건지, 어느 쪽이든 사람을 잘못 봐도 단단히 잘못 본 셈이다.

“그쪽이야말로 이해를 못 하네요. 난 거절한다고 이미 몇 번이나 말했어요. 애초에 당신 길드에 흥미가 있었다면 그동안 피해 다니지도 않았겠죠? 나도 동선 바꾸는 거 꽤 귀찮았거든요.”

“……으음, 그건, 무슨 말인지…….”

마주한 시선이 세차게 흔들렸다. 뭘 새삼 모르는 척을 하려고 그러실까. 한숨이 나올 만큼 가소로운 시도라 이번엔 비소를 숨기지 않았다.

“내가 성격이 좋아서 그쪽이 장난질 친 거 그냥 넘어가긴 했어요. 그럼 알아서 알아들었어야죠. 직접 찾아오기까지 하는 건 경우가 지나치네요.”

덕분에 여관을 옮겨야 하잖아. 그간 짐도 꽤 늘었는데 그걸 다 옮길 생각을 하니 벌써 귀찮았다. 장기 투숙으로 미리 넣어둔 돈은 환불이 되기는 하려나?

물에 젖은 서류는 한 덩어리로 굳어진 채였다. 나는 그걸 그대로 진혼의 마스터에게 던져주었다. 얼어붙은 그는 피하지도 못하고 얌전히 젖은 종이 뭉치를 받아들었다. 그 때문에 옷이 젖든 말든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었다.

“그럼 알아들은 거로 알고, 대화는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제가 좀 바쁜 사람이거든요.”

길드 일정이 추가된 이후론 수련 시간이 더 촉박해졌다. 요즘 나는 일분일초가 아주 소중한 사람이었다. 더는 이런 일에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아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서기 전 마지막으로 건넨 시선에 멀거니 올려다보던 진혼의 마스터가 꿀꺽, 목울대를 울렸다.

“한 번만 더 이딴 수작 부렸다간 아주 재밌는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신나는 수로 탐험이라고, 들어는 봤는지 모르겠다. 모르긴 몰라도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만들어 줄 자신은 있었다.

* * *

“아, 저 새끼.”

진혼의 마스터를 다시 만난 건 며칠 후 협회에서였다. 크리스가 이를 가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더니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이들이 보였다. 번듯한 차림만 봐도 대다수가 귀족으로 구성된 인원이었는데, 그 무리 속에 진혼의 마스터가 있었다.

난 평화주의자다. 아무리 짜증 나는 상대라도 그저 마주쳤다는 이유로 딱히 뭘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쪽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잠시 후 나를 발견한 진혼의 마스터가 어깨를 움찔하더니 일행을 이끌고 후다닥 지나쳐갔다. 누가 봐도 자리를 피하는 모습이었다.

뭐, 서로 안 마주치면 나야 편하고 좋지. 오히려 뻔뻔하게 다시 말을 걸어오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낫다. 그나마 말귀를 알아듣기는 하는 사람이구나. 내심 흐뭇해하는데 크리스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엘, 너 테오 놈한테 뭐 했냐?”

“딱히요?”

“딱히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닌 것 같은데? 저 새끼가 먼저 자리를 피할 놈이 아니거든.”

“정말 별거 안 했어요. 요즘 좀 귀찮게 굴길래 그러지 말라고 했을 뿐이에요.”

크리스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가벼운 대답만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는 한껏 일그러진 얼굴로 이미 멀어진 뒷모습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혹시 이번에 숙소 옮긴 것도 저놈 때문이야?”

“뭐, 아니라곤 못 하겠네요.”

“……빌어먹을 자식. 아무튼 뒷공작 하나는 대륙 제일이라니까. 저놈이 네게 무슨 짓 하려 들진 않았어? 나중에 또 찾아오면 말해. 이번엔 진짜 그냥 안 둬.”

“전 괜찮아요. 알아듣게 잘 말해놨으니 앞으로 다시 찾아올 일도 없을 거고요.”

“……너 또 그거 했냐? 웃으면서 협박하는 거.”

“또라니. 누가 들으면 내가 무서운 사람인 줄 알겠네요.”

“음, 뭐, 그래. 암튼 꽁지에 불난 듯이 달아나는 걸 보니 속이 시원하긴 하네.”

씩 웃은 크리스가 내 머리를 우악스럽게 쓰다듬었다. 미안해하면서도 안도감 섞인 얼굴엔 나를 대견해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그런데 넌 언제까지 여관에서 살 거야? 이번에 옮긴 숙소도 특실이지? 그 돈이면 적당한 저택을 구해 보는 게 더 낫지 않아?”

“음, 그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닌데, 저택은 관리가 필요해서 오히려 더 귀찮아질 것 같더라구요. 지금 생활이 불편하지도 않고 딱 적당한 것 같아요. 제도에서 정착할 것도 아니고요.”

길드가 필요했던 건 블루 드래곤 라미아스와 접선하기 위해서고, 그 일이 해결되면 다음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여기서 라피스를 찾게 된다면 다행이겠지만, 아니면 다른 드래곤을 만나러 가야 할 테니까. 그래서 크리스에게도 처음부터 길드 일은 적당한 시점까지만 하기로 말해둔 상태였다. 그 적당한 시점에 대해선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 보니 크리스도 내가 언젠가는 떠날 사람이라는 걸 간간이 잊어버리는 모양이었다.

“아, 그랬지. 넌 한시적으로 편하게 이름을 빌릴 길드가 필요한 거였지.”

머쓱하게 뒷목을 문지르던 그가 씁쓸한 얼굴로 돌아보았다.

“그래도 갑자기 그만두거나 하진 않을 거지?”

“제가 그렇게 의리가 없었으면 길드 일이 잘 안 풀렸을 때 이미 다 때려치웠겠죠?”

“헤헤, 그건 그래.”

“걱정 마요. 적어도 그만두더라도 진혼 길드와의 문제는 해결한 후에 그만둘 테니까요.”

그래야 돌아가서도 편히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사라지는 문명이라지만 지금 여기 사는 사람들의 삶은 진짜니까. 내가 떠난 후에 크리스가 곤란해지는 건 바라지 않는다. 이미 한차례 망가진 그의 모습을 본 적이 있기에 더더욱. 아마 해결하지 않고 돌아가면 계속 눈에 밟힐 게 분명했다.

“뭐? 엘 혹시 길드 나가?”

그때 뒤쪽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 왔는지 시몬 일행이 아연실색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제 막 도착한 참에 우리 대화를 듣고 오해를 한 것 같았다.

“아뇨, 아뇨. 지금은 아니고, 한참 나중 일이에요. 그냥 언젠가는 그만둘 수도 있다는 말이었어요. 아직은 제도에 정착할 예정이 없거든요.”

“아, 그랬구나. 난 또. 지금 당장 나간다는 건 줄 알았지.”

의외로 세 사람은 내가 그만둘 예정이라는 것 자체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 아무래도 첫 만남부터 수상한 인상을 많이 남겨서 그런가, 내게 본직이 따로 있다고 짐작한 눈치였다.

이후 가볍게 대화를 마친 우리는 의뢰를 받기 위해 창구로 향했다. 매일 보는 협회 직원이 반갑게 맞이했다.

“아, 여명 여러분. 마침 잘 오셨네요. 여러분께서 흥미를 보이실 만한 의뢰가 있는데, 한번 보시겠어요?”

물론 그 말에 솔깃해하는 사람은 우리 중 아무도 없었다. 저 직원의 해맑은 낚시질에 낚여 허우적거렸던 게 어디 한두 번이던가. 시큰둥하게 고개를 끄덕이니 직원이 냉큼 서류를 꺼내 보였다.

“이번엔 정말 흥미로우실 겁니다. 정말이에요.”

“네에, 그래서 뭡니까?”

“조사 의뢰입니다.”

“누구 뒷조사요. 또 어느 놈팡이가 외도한대요?”

“아이참, 그런 게 아닙니다. 얼마 전 서부 지부에서 온 지원 요청이에요. 몇 달 전 제레미 백작령의 루이사 숲에서 원인 모를 기현상이 생겼어요. 숲에 들어가는 사람은 전부 실종된다고 하네요. 물론 조사하러 간 팀들도 모두 돌아오지 못했구요. 그쪽 지부에선 더는 맡으려는 길드가 없어서 본부에 지원 요청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어? 잠깐,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나는 반사적으로 크리스를 돌아보았다. 그 역시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껄렁하게 듣던 자세는 어느덧 사라지고, 다들 바짝 기합이 들어가 몸을 똑바로 세웠다. 그런 우리를 보는 협회 직원이 거보라는 듯이 의기양양한 얼굴을 했다.

“제가 이번엔 다를 거라고 했죠?”

“……이건 몇 급입니까?”

“마키나 급이에요.”

시몬이 놀란 숨을 삼켰다. 마키나 급이면 상위에서 세 번째에 해당하는 등급이었다. 제일 낮은 아르마 급, 잘해 봐야 그보다 한 단계 위인 칼리가 급 정도나 기웃거리던 우리 길드가 꿈도 꾸지 못하는 의뢰라는 건 분명했다. 멀거니 직원을 응시하자 그가 민망하다는 표정으로 뺨을 긁었다.

“뭐, 여명이 신생 길드라서 그동안 주어진 기회가 적었던 것뿐이지, 전력이 부족한 길드는 아니니까요. 일단 악시스 급 헌터가 두 명이나 있으시니.”

“그걸 알아주시니 좀 감사하네요.”

“흠흠. 아무튼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하진 마시고 신중하게 의논해보세요. 마키나 급이라곤 말씀드렸지만 정확히는 미확정 등급이나 다름없거든요.”

“무슨 뜻이죠?”

“이번 의뢰는 등급이 계속 오른 경우예요. 시작은 칼리가 급이었는데 마나테스로 올랐다가, 이번에 마키나 급으로 상향됐죠.”

의뢰 등급은 처음엔 협회가 임의로 지정했다가 실패하면 그 등급을 한 단계 상향하는 방식이다. 즉, 마지막으로 돌아오지 못한 팀의 능력치가 마키나의 전 단계인 에퀘스 급이었다는 소리였다. 그 이후로는 아무도 맡지 않았다고 하니 어쩌면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실은 대형 길드 위주로 미리 제안했었어요. 하지만 어디서도 선뜻 맡으려는 곳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저희한테까지 기회가 온 거군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렇습니다. 그래서 신중히 결정하시라고 말씀드리는 거고요.”

직원은 며칠 이내로 결정해달라고 덧붙인 후 의뢰서를 넘겨주었다. 고대하던 상급 의뢰였지만 창구를 벗어나는 일행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크리스가 찜찜한 얼굴로 의뢰서를 들여다보았다.

“어쩌지? 마키나 급이라고 하니 귀가 번쩍 뜨이긴 했다만, 사람을 잡아먹는 숲이라니 좀 섬뜩한데. 정확히는 미확정 등급이라는 것도 그렇고.”

“그래도 조사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발 빼면 되잖아.”

“난 반대야. 먼저 간 사람들은 그걸 몰라서 실패했겠어? 아무리 엘이나 크리스가 악시스 급이라지만, 내가 보기엔 이건 우리 같은 소형 길드가 맡을 만한 의뢰는 아닌 것 같아. 아까워도 그냥 포기하는 게 좋겠어.”

“델라의 생각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걸 거절하면 다음 기회를 잡기가 더 어려워지진 않을까요?”

시몬과 델라에 이어 네브가 차례대로 의견을 말했다. 반대와 찬성이 딱 반으로 갈라진 상황이었다. 고심이 더 깊어진 크리스가 나를 돌아보았다.

“엘,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음, 저는…….”

“저기요.”

의견을 말하려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고개를 돌리니 한 남자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입고 있는 제복을 봐선 그도 협회 직원인 것 같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바라보자 그가 돌연 내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땐 감사했습니다.”

뜬금없는 인사에 당황하고 보니 왠지 얼굴이 낯이 익었다. 조금 살핀 끝에 그를 어디서 봤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마수가 나타났을 때, 내가 반사적으로 구했던 사람이었다.

“진작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그간 기회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 뒤로 몸은 괜찮으시고요?”

“네, 덕분에 무사합니다.”

“다행이네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니 남자가 조금 머뭇거렸다. 뭔가 다른 용건이 있어 보였다. 잠자코 기다렸더니 그가 잠시 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방금 그 의뢰 말입니다만. 맡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네?”

“그거 아마 마키나 급이 아닐 겁니다. 실은 협회장님 부탁으로 진혼 길드에서 사전 답사를 다녀왔거든요. 그런데 악시스 급은 될 것 같다고 했답니다.”

“……그래요?”

“예, 분명히 그렇게 들었습니다. 아까 그 녀석, 여러분껜 신중히 생각해 보라 했지만 아마 또 권할 겁니다. 진혼 길드 마스터가 은밀하게 지시하는 걸 봤습니다. 어떻게든 여명 길드에서 그 의뢰를 맡게 하라고요.”

아.

그것만으로도 무슨 의미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이 한층 밝아진 직원이 다시 고개를 숙여 보이곤 후다닥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내게 도움받은 게 있다 보니 차마 모른 척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모두가 동시에 탄식을 터트린 순간이었다.

“젠장, 텄네, 텄어. 고민할 필요도 없었네.”

죽상이 된 크리스가 의뢰서를 두 손으로 잡았다. 그대로 찢어 버리려는 걸 막은 사람은 나였다.

“……? 왜?”

“이거 그냥 해볼까요?”

“엥? 방금 못 들었어? 악시스 급이라잖아. 협회에서 정하는 의뢰 등급은 개인이 아니라 다섯 명 단체 기준인 거 알지? 다섯 명의 평균 능력치가 악시스 급이어야 할 수 있는 의뢰란 뜻이라고. 우리가 이걸 어떻게 해?”

“악시스 급이라도 종류에 따라 다르죠. 이건 원인 모를 현상이라 그런 거잖아요. 제 생각엔 조사하는 정도는 저한텐 별로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것 같거든요.”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은 대부분 신이나 사념 때문이다. 둘 다 영(靈)의 세계에 관련된 일인 만큼 같은 계열에 해당하는 정령사, 특히 나라면 더 알아내기 쉬운 종류였다. 그 부분을 대충 설명하니 크리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정말이야?”

“네, 그래서 전 일단 시도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요. 다들 거부했던 의뢰니 잘 풀리면 그만큼 이름도 더 크게 알려질 거예요. 단번에 급부상할 좋은 기회 같은데요.”

“으음, 잘 풀린다면야 당연히 그렇긴 한데…….”

“어차피 어떻게든 우리에게 맡기려고 할걸요. 이왕이면 모양이라도 보기 좋게 해보죠. 모처럼 판을 깔아줬는데 응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진혼 길드 마스터, 넌 다녀와서 보자. 수로 탐험을 그렇게 하고 싶다면 하게 해줘야지. 후후, 음침하게 웃었더니 크리스가 움찔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눈동자는 어느새 반짝이고 있었다. 다른 이들 역시 제법 결심을 굳힌 얼굴이었다. 잠시간 시선을 교환한 끝에 우리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자.”

그렇게 길드의 첫 외부 일정이 정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