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8화
‘아버지나 트로웰한테 부숴달라고 해야겠다.’
아무리 강도가 강해 봤자 정령왕의 힘은 이기지 못하겠지. 또 한심하게 바라볼 얼굴들을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참담했다. 어쩌면 이미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그치만 이번 일은 나도 정말 예상 못 했다고. 누가 갑자기 이런 팔찌를 채울 거라 생각하겠어? 내게 죄가 있다면, 사람을 믿었다는 것뿐이다! 물론 트로웰은 그게 제일 큰 잘못이라고 할 것 같지만.
“정말 미안하다. 마탑의 공방에 가면 풀 방법이 있을 거야. 절차가 좀 복잡하겠지만.”
“네, 뭐. 푸는 건 내가 알아서 할게요. 대신 이 팔찌는 그냥 버리는 셈 치세요. 보상은 못 해드려요.”
“당연하지. 어차피 공방에 가도 망가트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을 거야.”
정말 평범한 방법으로는 열 방법이 없는 모양이다. 그런 까다로운 팔찌를 확인도 안 하고 채웠단 말이야? 다시금 노려봤더니 크리스가 진땀을 흘리며 시선을 피했다.
“아참, 엘. 그러고 보니 이번 토벌엔 참여할 거야?”
“토벌이요?”
“곧 콴제르잖아. 아마 협회에서 마수 토벌대를 모집하고 있을 거야.”
어떻게든 화제를 돌리려는 의지가 가상해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균열이 대대적으로 일어난다는 삼월, 콴제르는 마수와 마물이 나타나는 시기였다. 때문에 이 시기엔 각지에서 토벌대를 구성했다. 제도에선 근위대를 주축으로 동서남북 네 개의 군을 편성하는 듯했다. 보통 균열이 발생하는 구역은 정해져 있는 편인데, 정확한 위치는 해마다 달라져서 마신관들이 새로 짚어준다고 했다.
“제도에 있는 길드는 무조건 필참이라 구역도 강제로 지정돼. 하지만 우리 길드는 아직 등록이 안 된 상태니까 상관없을 거야. 해보고 싶으면 그냥 아무 구역이나 개인 참여로 신청하면 돼. 흔치 않은 행사니까 이왕이면 참여해 봐. 공헌도에 따라 수익 배분도 받고, 본인이 잡은 건 가져가도 되거든.”
“흠, 마수면 희귀하겠죠?”
“그야 물론. 게다가 거기서 활약하면 이름 알리기에도 엄청 좋을걸? 난 이번엔 못 하니까 너라도 활약해줘. 괜찮지 않아? 저 굉장한 정령사가 누구냐며 다들 포섭하려고 안달하고 있을 때 내가 혜성처럼 나타나 우리 길드원이라고 당당히 밝히는 거지.”
“네, 그전에 이 팔찌를 풀 수 있다면 말이죠.”
“……미안.”
다시금 급격히 쪼그라드는 남자를 보며 피식 웃었다. 마수 토벌이라,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 아무리 제도의 길드라 해도 고위 귀족과 접선하려면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져 있어야 할 테니까. 특히 여명의 활은 한 번 해체했다가 다시 생기는 거기도 하니 건재하다는 인식을 줄 필요도 있었다. 마수를 잡으면 그 사체를 거래하는 조건으로 들이밀어 볼 수도 있을 터였다.
“알았어요. 참여해볼게요.”
“오, 그래. 정말 잘 생각했어.”
크리스는 이후로 한동안 마수를 상대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한때 해마다 마수 토벌에 참여했다는 베테랑답게, 그는 주로 나타나는 마수들의 소소한 약점과 버릇들을 조목조목 꿰고 있었다.
“그리고 나 한동안 집을 비울 거야. 아마 다음 주까진 못 돌아올지도 몰라.”
“어디 가세요?”
“음, 잠시 볼 일이 있어.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 드디어 연락이 왔거든.”
직감적으로 기밀문서에 관련된 일이라는 걸 알 것 같았다. 다른 누군가에게 넘기는 건가? 호기심이 들었지만 이제 내 손을 떠난 일이라 내색하지 않고 억지로 눌러 삼켰다.
“그래요, 그럼. 다녀와서 봐요.”
“그래. 연락할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게 고맙다는 듯, 그가 내게 부드러운 시선을 보냈다. 나 역시 가볍게 웃어주었다.
크리스의 집에서 나왔을 땐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시각이었다. 협회에 들러 토벌대 참가 신청을 한 후, 근처의 상가를 가볍게 돌아보았다. 외출하는 날에 상가를 구경하는 건 제도에 온 이후에 들인 소소한 취미였다. 이젠 꽤 적응했지만 여전히 이 세계의 문물을 구경하는 건 즐겁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소문도 빠르고, 여러 생태를 파악하기에도 좋아 정보 수집의 목적도 있었다. ……사실 지금은 엘뤼엔과 트로웰에게 구박받는 시간을 최대한 미루려는 심리에 더 가깝긴 했다. 팔찌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두 정령왕이 식은 얼굴로 바라볼 걸 생각하니 숙소로는 선뜻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지만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지. 어쨌든 이왕 돌아보는 김에 괜찮은 장갑이나 골라볼 작정이었다. 지금도 손등용 장갑을 끼고 있긴 하지만 너무 두껍고 뻣뻣해서 영 불편했다. 좀 더 가벼운 걸 구하고 싶은데 이곳엔 기성품이 별로 없다 보니 마음에 드는 물건을 만나는 건 그때그때 운에 달린 편이었다. 원하는 형태로 주문 제작을 하는 게 가장 간단하겠지만, 치수를 재려면 맨손을 드러내야 하니 어지간하면 피하고 싶었다.
‘시벨리우스가 만들어준 장갑이 정말 편했는데.’
비칠 듯이 얇으면서도 신축성이 높고 문장은 완벽히 가려지는, 정말 이보다 더 괜찮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장갑이었다. 색도 예쁘고 고급스러워서 어느 자리에나 다 어울렸다. 인어의 비늘이라고 했었지. 혹시 구할 수 있다면 그것만이라도 구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거 얼마예요?”
“그 장갑은 삼십 루아만 줘요.”
그래도 오늘은 소득이 있었다. 어린 사슴 가죽으로 만들었다는 손등용 장갑이었는데, 지금까지 봤던 것 중에서 가장 모양이 괜찮고 재질도 부드러웠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계산부터 마치려니 문득 구석에 처박힌 장검 한 자루가 보였다. 의상 가게라 판매용은 당연히 아니겠지만, 뽀얀 먼지가 쌓여 있는 게 누가 봐도 꽤 오랫동안 방치된 것 같았다.
“저건 왜 저렇게 있어요?”
“아, 그게 거기에 있었네. 누가 옷이랑 교환해 간 거예요.”
돌아본 주인이 쯧쯧 혀를 차며 대답했다. 못마땅한 기억을 떠올린 표정이었다.
“다시 가지러 온대서 믿고 교환해줬더니 결국 끝까지 안 오더라구요. 팔아치우려고 했는데 죄다 녹슬고 아주 낡아 빠진 게 고물이에요, 고물. 꼴 보기 싫어서 그냥 처박아놨죠.”
“제가 잠시 봐도 돼요?”
“그러세요.”
조심스럽게 검을 들고 살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이상하리만치 마음에 밟혔다. 왠지 내가 아는 검이랑 손잡이가 비슷한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검집에서 빼내려니 아주 뻑뻑했다. 힘주어 뽑기 무섭게 마른 흙덩이와 녹슨 가루가 후두둑 떨어졌다. 검신 자체가 새카만데 그게 원래 색인지 오물이 묻었기 때문인지도 구분이 되지 않았다. 주인 말처럼 누가 봐도 낡고 더러운 검이었다.
“그거 봐요, 정말 고물이죠?”
기다렸다는 듯 이어지는 질문에 나는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머릿속은 너무 복잡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손잡이만 닮은 줄 알았는데 뽑아보니 모양도 비슷했다. 아니, 단순히 닮은 정도가 아니라 그냥 같은 거였다. 아무리 오물에 가려져 있어도 그 안에 서려 있는 미세한 기운까지 감출 순 없었으니까.
‘파이어 버스터?’
얘가 왜 여기에 있어?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미약한 기운이지만 틀림없이 파이어 버스터였다. 가만, 그러고 보니 얘도 시공간에 떨어진 적이 있었다고 했던가? 지금이 그 시기였어? 그럼 떨어진 지 얼마나 된 거지?
“저, 이거 저한테 파실래요?”
스치는 수많은 생각을 뒤로하고 가게 주인 쪽을 돌아보았다. 뭐가 어찌 됐든 일단 파이어 버스터를 확보해둬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내 제안에 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고물 검을 가져서 뭐하시려고?”
“잘 닦아서 쓰면 쓸만해 보여서요.”
“허, 그런 검에도 짝이 있긴 한 모양이네. 그럼 그냥 가져가요. 고물을 팔았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으니까.”
“아니에요. 나중에라도 주인이 찾으러 오면 곤란해지실 테니, 교환해갔다는 옷값이라도 제가 치를게요.”
“그럼 나야 고맙긴 하지.”
가게 주인의 얼굴이 무척 밝아졌다. 검 주인이 교환해갔다는 의상은 생각보다 값이 나가지 않았다. 아마 그 역시 이 검의 가치를 모르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덕분에 나로선 횡재한 셈이었다.
모든 값을 치른 후 가게를 나온 다음 최대한 먼 거리까지 떨어졌다. 골목 쪽으로 들어가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다시금 검을 살폈다.
“파이어 버스터? 내 말 들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하긴,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처음부터 옷이랑 교환해가지도 않았겠지. 단순히 침묵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다른 영향인 건지는 모르겠다. 그보다 이 녀석이 내 손에 들어와도 되는 건가. 일단 시벨리우스가 알아보지 못했던 걸 보면 본 적이 없었다는 소리일 텐데 말이다. 일단 숙소로 가져가서 더러운 걸 닦아내 봐야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으아아악!”
돌연 어디선가 깨질 듯한 비명이 들렸다. 놀라서 골목 밖으로 나가보니 혼비백산해서 달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앞을 보지 않고 무작정 내달리는 움직임에 좌판의 물건들이 사방으로 어지러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들 역시 그들을 따라 달리는 중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집채만 한 덩치를 지닌, 머리에 뿔이 달린 거대한 괴수가 날뛰고 있었으니까.
콰아아아아-!
괴수가 머리를 치켜들고 포효하는 순간, 귓속에 찌를 듯한 이명이 울렸다.
“저게 무슨…….”
“마, 마수다! 마수가 나타났다!”
웅웅거리는 소음 속에서 파묻힌 사람들의 비명이 다시금 울렸다. 덕분에 상황은 파악했지만 여전히 이해는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마수라니, 아직 콴제르도 아닌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나만은 아닌지 근처에서 지켜보는 이들도 다들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괴수는 눈에 보이는 모든 걸 말살하기로 작정한 듯이 때려 부수고 있었다. 육중한 발이 내리꽂힐 때마다 건물이며 그 안에 있던 집기가 태풍에 휘말린 것처럼 뽑혀나갔다. 척 보기에도 등급이 무척 높은 마수였다. 얼어붙은 몇 명은 어떻게 해야 할지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듯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기만 했다.
“모두 피해! 얼른 달아나지 않고 뭐해요!”
그러다 근처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명을 지르며 돌아 달렸다. 반대로 나는 마수 쪽으로 다가갔다. 하필 사람이 몰려 있는 번화가라 여파가 너무 컸다. 이런 소동이 났으니 곧 누구든 오겠지만, 더 날뛰지 못하게 빨리 수습해야 했다.
“시큐엘!”
그런데 왠지 아무런 감각이 일지 않았다. 헉, 그러고 보니 아직 팔찌 못 풀었지. 지금은 정령술을 쓸 수 없다는 게 뒤늦게 떠올랐다.
“아아악!”
“안 돼! 네브!”
그 순간 누군가가 넘어진 채 마수 앞으로 끌려 들어가는 게 보였다. 마수를 막아보려고 달려들었던 일행 중 한 사람이었다. 무장한 차림인 걸 보면 헌터나 용병인 것 같지만, 거대한 괴수의 힘 앞에선 속수무책인지 조금도 저항하지 못했다. 이대론 내리꽂는 발톱에 짓이겨질 게 뻔했다.
“젠장! 하필 이럴 때!”
생각 같은 걸 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있는 힘껏 달려가 넘어진 사람 앞으로 뛰어들었다. 그래도 설마 정령검인데 부러지진 않겠지? 양손으로 파이어 버스터를 쥔 채 들어 올리기 무섭게 육중한 무게가 내리쳤다. 욕이 절로 튀어나올 만큼 엄청난 압력이었다. 그나마 내가 튼튼한 편이라 버틴 거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막기는커녕 그대로 같이 압사했을 게 뻔했다. 아래에 깔려있던 사람이 얼빠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당장 피해요!”
“네브!”
다행히 그의 일행인 사람들이 달려와 얼른 쓰러진 사람을 빼냈다. 그러나 무심코 시선이 스치는 순간 나는 상황도 잊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
“헉?”
상대 역시 눈을 부릅뜨고 숨을 삼켰다. 남녀로 이루어진 두 사람은 내가 아는 얼굴들이었다. 랑시의 집에서 만났던 헌터, 시몬과 델라였다.
“당신……!”
아니, 하필 만나도 이 사람들을 여기서 만날 건 또 뭐야? 아무래도 오늘은 재수가 옴 붙은 날인 게 분명하다. 하지만 마수가 바로 움직였기 때문에 그들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가해지는 무게가 사라지더니 이번엔 마수가 다른 쪽 발을 휘둘렀다. 바로 대응하려 했지만 제대로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부러진 것 같았다.
혀를 차고 옆으로 빠르게 몸을 날려 발톱을 피했다. 아슬아슬하게 스친 발톱이 옷자락을 무참히 찢었다. 불행한 점은 마수가 나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사실이었다. 아래로 굴러떨어지기 무섭게 거대한 이빨이 곧장 따라붙었다. 속도가 너무 빨라 이번엔 피할 겨를이 없었다.
“아버지!”
씹히면 정말 엄청나게 아프겠지. 설마 여기서 죽는 거 아니야? 눈을 질끈 감는 그 짧은 시간은 정말 수많은 생각이 스치는 순간이었다. 주마등이라는 게 보이는 것 같았다.
콰앙!
그러나 이어지는 건 아픔 대신 거대한 소음과 바람이었다. 눈을 뜨니 내 앞에 서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새카만 머리칼이 흩날렸다.
……살았다.
익숙한 모습에 안도감이 차올랐다. 약간 기울어진 자세로 한 발을 들고 서 있는 사람은 트로웰이었다. 그가 도와주러 온 거다. 저 멀리서 쓰러진 마수가 입에 피거품을 문 채 꿈틀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그가 단숨에 발차기로 날려버린 듯했다.
사람들은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도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이윽고 트로웰이 내 쪽으로 돌아섰다. 살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부터 하려다가 나는 흠칫해서 입을 꾹 다물었다. 나를 바라보는 금안이 싸늘했다.
“너 말이야.”
“……넵.”
“다시 이런 짓 하면 그냥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이런 짓? 이런 짓이 뭐지? 공격을 못 피하고 가만히 있던 거 말인가? 아니, 그치만 피하고 싶지 않아서 못 피했던 게 아닌데. 아무리 그래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을 줄 알았지.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무력할 줄은 몰랐다. 억울했지만 일단 무작정 고개부터 끄덕였다. 어쨌든 지금은 살았다는 게 중요했으니까.
“어?”
그 순간 몸이 휙 들리더니 시야가 거꾸러졌다. 잠시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서 어리둥절했다가 바로 옆에 있는 푸른 머리칼을 보고서야 이게 무슨 일인지 깨달았다. 엘뤼엔이 나를 어깨에 두른 거였다.
“아, 아버지? 나 팔이 부러진 거지 다리는 멀쩡한데?”
“입 다물어.”
이어진 음성에 얌전히 입을 닫았다.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싸늘한 목소리였다. 아무래도 굉장히 화가 난 게 분명했다.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수가 쓰러진 걸 확인하고 나온 사람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헌터와 병사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마수 쪽에 온 신경을 쏟고 있던 이들 중 몇몇이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아마 확인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때맞춰 손을 펼친 엘뤼엔이 주위에 자욱한 안개를 퍼트렸기 때문이었다. 이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틈으로 그가 아무렇지 않게 걸음을 옮겼다. 이 자리를 피할 생각인 것 같았다.
‘마수……. 아까운데.’
물론 그에게 매달려 있는 내겐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다.
강제 귀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