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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왕 엘퀴네스-442화 (442/608)

제442화

세이크 제국의 영토까지는 열흘이 넘게 소요되는 먼 여정이었다. 이튿날도, 그다음 이튿날도 눈에 들어오는 게 망망대해밖에 없다는 소리다. 배로 하는 장거리 이동이 처음도 아니고, 물론 그런 사실은 탑승하기 전부터 당연히 알고 있었다. 정령왕일 땐 오히려 그런 환경이라 더 즐겁기까지 했다.

하지만 인간의 몸은 여건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보이는 것도 없고 느껴지는 것도 없는데 체력은 빠르게 고갈되고 지치기는 쉽게 지친다. 나는 정확히 닷새 만에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몸부림을 쳤다.

“심심해…….”

갑판을 구경하는 것도, 운동하는 것도, 잠을 청하는 것도 더는 한계였다. 이렇게까지 심심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세상이 온통 무료했다. 다른 승객들은 서로 교류하며 매일같이 파티도 하는 모양이던데, 난 함께 하는 일행이 너무 눈에 띄는 사람들이다 보니 그러지도 못했다. 특히 엘뤼엔은 중간에 들어온 거라 알려지면 여러모로 곤란해진다. 식사 역시 나 혼자만 먹는 걸 이상하게 볼 것 같아 식당이 따로 있는데도 일부러 객실에 가져다주는 거로 신청했다. 즉 대다수 시간을 스스로 감금 생활을 하며 보내는 셈이었다. 사실 그 자체는 별로 상관없는 데 객실 안에서는 할 게 너무 없었다. 항구에 책방이 없는 바람에 시간 보내기용 책을 사 두지 못한 게 가장 큰 패착이었다. 새삼 다시 느끼는 건데, 우리 이사나는 정말 인내심이 대단한 아이였다.

“결국 열어 보는 거야?”

온종일 선실 안에서만 보내는 단순한 일상의 반복은 사람이 뭐든 자극을 찾도록 만들었다.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 배낭 안을 뒤지는 나를 보고 트로웰이 피식 웃었다. 언급도 안 했는데 내가 뭘 찾는 건지 한눈에 알아본 모양이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두툼한 서류 봉투를 꺼내 들었다. 기차 안에서 만난 수상한 남자가 강제로 떠밀다시피 건네줬던 바로 그 물건이었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었지.’

그 남자에 관해선 트로웰도 우연히 발견한 것뿐이라고 했다. 주위를 살피고 있는데 한 길목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남자가 보이더라나. 왠지 재밌을 것 같아 참견했다는 게 전반적인 설명이었다. 그 남자는 몰랐겠지만, 그가 무사히 도주해서 기차에 숨어든 과정 자체가 처음부터 트로웰이 베푼 안배였던 셈이다.

아마 트로웰이라면 그가 가진 사연도 알아보았을 텐데, 알려주고 싶지 않은 건지 거기까진 언급하지 않았다. 어쨌든 열어 보지 않는 게 좋을 거란 충고도 있었고, 괜히 찜찜해서 그동안 배낭 속에 처박아두고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뭘 전달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혹시 뭔가 일이 틀어지더라도 대응할 수 있지 않겠는가.

솔직히 아무런 일도 안 생길 거라고 장담할 수가 없는 게, 내가 이상할 정도로 사건 사고에 많이 휘말린다는 건 다른 사람들도 인정한 사실이다. 여기 와선 특히 더 그러는 것 같다. 그러므로 이것도 분명히 문제가 생길 거다. 틀림없이. 백 프로!

“글쎄, 이상할 정도로 휘말리는 게 아니라, 네가 그렇게 끼어드니까 일어나지 않을 문제도 생기는 게 아닐까?”

장황하게 늘어놓은 변명에 내려지는 평가를 애써 외면하며, 나는 봉투를 단단히 묶어둔 끈을 풀었다. 겉봉이 열리자 안에 들어 있던 두툼한 종이 뭉치가 흘러나왔다. 여러 묶음으로 나눠진 문서들이었다. 이것도 읽을 거라고 반갑기까지 했다.

가장 위에 놓인 문서는 근 몇 년간에 걸친, 에펜 왕국 안의 물자 유통을 정리해둔 장부였다. 그냥 가볍게 훑어보기만 해도 왕실이 특정 재료와 물품들을 모으고 있다는 게 한눈에 보였다. 가장 많이 취급하고 있는 건 철과 마석이었고, 목재도 상당량 사들이고 있었다. 인부와 기술자들도 모으고 있었는데, 대다수가 대장장이와 전함 설계자였다. 거기까지 읽어보다가 살짝 멈칫했다.

‘이거 왠지…… 전쟁을 준비하는 것 같은데.’

아니, 이 정도면 확실히 전쟁이다. 에펜 왕국에 가장 인접한 국가는 세이크 제국이니, 전쟁하려는 대상도 세이크 제국일 가능성이 컸다. 가난하고 평화로운 나라라고 들었는데 침략전쟁이라도 벌이려는 건가? 아니면 제국 쪽에서 침략할 기미를 느끼고 방어하려는 건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건 확실했다. 이래서 왕세자와 근위대가 나선 거구나. 기밀이라는 건 익히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대놓고 기밀문서다운 내용이 나오니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이런 걸 처음 보는 나한테 맡기다니, 대체 어떻게 된 사람이야?’

아무리 절박했어도 이건 도박으로 걸기엔 너무 위험한 내용 아닌가. 나였으니 망정이지 평범한 사람은 바로 왕실에 신고하고도 남았다. 아니면 그대로 불태워버렸거나.

그 밖에 나머지는 왕비에 관한 문서라든가 주술식으로 보이는 듯한 자료들이었다. 무언가에 관계된 듯한 명단도 있었지만 현재로썬 그 쓰임을 알 수가 없었다.

“뭔가 마음에 드는 게 있었어?”

대충 읽어내리고 봉투에 다시 집어넣으려는데 트로웰이 말을 걸어왔다. 기밀을 확인한 내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궁금했는지, 얼굴에 알 수 없는 기대감이 엿보였다.

“음, 남이 보면 안 되는 내용이었던 것 같긴 해.”

“네겐 유용했다는 뜻?”

“글쎄, 딱히?”

아무리 굉장한 정보라도 필요한 사람에게나 쓸모있는 법. 내가 이곳 사람이라면 중요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냥 그렇구나 싶다. 빨리 전달해주고 털어버려야 할 이유가 늘었을 뿐이다. 그러자 트로웰의 표정이 묘해졌다. 어째선지 관심 없어 보이던 엘뤼엔까지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말 모르는 건가?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는 거야?”

“……어?”

“그 손등에 있는 거.”

살짝 내리뜬 시선이 내 손에 닿았다. 정확히 마신의 문장이 있는 쪽이었다.

“네가 충분히 흥미로워할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어? 아니, 그게…….”

“답할 마음이 없다면 됐어. 네 목숨이 붙어있는 건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그 묘한 지점 때문이니까. 호기심을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건 좋은 방법이지. 하지만 네가 믿을 수 있는 인간이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지 기대되긴 하네.”

의미심장하게 웃는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아무래도 이 문서 속에 신관이면 알아볼 만한 내용이 있는 모양이다. 즉, 그는 내 문장이 가짜라는 말을 믿지 않고 있는 거다. 신관이 정령사가 될 수 없다는 건 당연한 상식일 텐데, 그런 부분을 무시할 만큼 내가 수상하긴 한가 보다.

엘뤼엔도 여기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 걸 보면 역시 내 말을 다 믿지는 않았다는 거겠지. 하긴 처음부터 적당히 넘어가 준다는 식이긴 했었다. 찝찝했지만 차라리 오해하는 게 낫겠다 싶어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아니라고 해명하자면 또 끝이 없을 게 뻔하니까. 그 과정에서 어떻게든 나올 수밖에 없는 오류를 수습할 자신도 없었다.

‘그런데 정확히 어떤 부분이 관련된 거지?’

차마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어서 문서들을 다시금 자세히 살펴봤다. 하지만 진짜 신관도 아닌 내가 본다고 해서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유통 장부는 정말 유통에 관한 기록뿐이었고, 왕비에 관련된 문서는 신상 조사에 가까웠다. 예를 들면 왕비는 제논이라는 지역 출신인데 본가에 특이한 유전병이 있으며, 이걸 타고난 아이는 전부 죽여서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식이었다. 명단은 아무리 봐도 뭔지 모르겠고, 주술식은 일부가 조금 낯익은 느낌이긴 했다. 하지만 너무 기초 도안들뿐이라서 어느 것이든 형식을 제대로 알아볼 만한 게 없었다.

‘저주 계통의 흑주술 같기는 한데…….’

혹시 마신관들이 이 주술에 관여하고 있는 건가? 그러고 보니 에펜 왕국과 마신전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그것과 관계가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전쟁 준비를 하는 이유도 제국이 아니라 교단 때문이려나. 물론 지금은 전부 다 추론에 불과할 뿐이었다. 이후에도 한참을 더 살펴봤지만 결국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쿠웅!

고민을 멈춘 건 선체에 와 닿은 강한 진동 때문이었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드니 달리던 배가 서서히 멈추는 게 느껴졌다. 그 뒤 오래지 않아 바깥에서 사람들의 분주한 걸음 소리가 이어졌다.

“뭐지? 암초에 걸린 건가? 아니면 해적?”

“글쎄, 궁금하면 나가 보지그래?”

그렇게 말하는 트로웰은 이미 상황을 살펴본 것 같았다. 뭘 본 건지 몰라도 눈동자에 묘한 이채가 서려 있었다. 엘뤼엔 역시 재밌다는 듯한 표정이다. 앉은 자리에서 다 들여다보는 능력, 예전엔 나한테도 있었는데. 다들 아는데 나만 모르고 있으니 조금 서글퍼졌다.

할 수 없이 객실을 나가 터덜터덜 밖으로 향했다. 진동을 느낀 다른 승객들도 하나둘씩 복도로 나오고 있었다. 갑판과 연결된 문을 열자 날이 흐린지 자욱한 안개가 밀려들었다. 뺨에 달라붙는 짙은 물기에 반사적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좀 이상하네.”

“뭐가 이상해?”

혼잣말하기 무섭게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뒤에 따라오는지도 몰랐던 트로웰이 서 있었다. 머뭇거리는 동안 그가 대답을 채근했다.

“말해봐. 뭐가 이상한 거야?”

“어, 아, 그냥…… 뭔가 자연적인 안개가 아닌 것 같아. 그렇다고 마법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정령의 일과는 관계없는 안개라는 느낌?”

“보통 거기까지 구분하기 쉽진 않은데. 그걸 알겠어?”

“역시 아닌 거지?”

트로웰은 어깨를 으쓱였다. 나한테는 대답을 종용하면서 본인은 제대로 된 대답을 해줄 마음이 없는 모양이다. 아무리 트로웰이라도 이번엔 좀 얄미웠다.

갑판엔 이미 나와 있는 승객이 한곳에 몰려 있는 상태였다. 혼란한 듯 어딘가를 바라보는 얼굴에 겁을 먹은 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 시선들이 고정된 방향에선 선원들이 배 난간에 매달려 있는 중이었다. “틀렸어! 그냥 포기해!”, “그만둬!”, “돌아와! 그러다 너까지 위험해!” 그 사이에서 오가는 고함이 서로 다급하게 울렸다.

“가까이 가시면 안 됩니다.”

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가보려 하니 선원 중 몇 명이 앞을 막아섰다. 그들은 승객들을 보호하듯 앞을 막아선 채 무기를 움켜쥐고 있었다.

“저기, 대체 무슨 일이에요?”

“습격이 있었습니다.”

“습격이요?”

역시 해적이 나타난 건가? 하지만 주위를 봐도 해적선으로 보이는 함선은 보이지 않았다. 안개에 가려져 안 보인다 쳐도 난간에 매달려 있는 선원들의 모습 역시 이해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해적이 습격했다면 다들 방어할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등을 콕콕 찔렀다. 돌아보니 겁먹은 듯한 낯선 얼굴들과 눈이 마주쳤다. 평범한 여행복 차림인 거로 봐선 나와 같은 승객인 듯했다. 그들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인어예요.”

“네?”

“인어가 나타났대요. 갑판에 있던 사람 몇을 바닷속으로 끌어갔다나 봐요.”

세상에, 그야말로 별세계 같은 이야기였다.

황당함에 자세히 물으려니 다른 쪽에서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는 사람의 증언이 이어졌다. 날이 좋아 갑판 위에서 가벼운 친목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빠른 속도로 안개가 끼기 시작했단다. 그러다 곧 무언가에 부딪힌 듯 강한 진동이 울렸다고.

“다들 당황하고 있는데 몇 사람이 난간 쪽으로 걸어가지 뭡니까. 그러더니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그대로 곧장 뛰어내리더라고요.”

비척거리며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 같았다고 했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난간 쪽을 살폈을 땐 막 몸을 돌려 잠수해가는 인어 떼의 꼬리만 볼 수 있었다. 바로 상황을 눈치챈 선원들이 뛰어들었지만 따라잡기엔 이미 늦은 모양이었다.

“제기랄, 인어가 나타났단 게 말이 돼! 여긴 걔들 영역도 아니잖아! 제논이나 마켈란 근해도 아닌데 대체 여기서 인어가 왜 나온단 말이야!”

어디선가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얼굴이 거무죽죽해진 선장이 선원들을 향해 버럭거리며 성을 내고 있었다.

“노랫소리는! 노랫소리를 들은 놈은 있어? 아무도 없어? 너희 안개가 끼고 나서 바로 알리러 온 거는 맞아? 아, 글쎄 환몽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놈들이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갔냔 말이야!”

선장은 당장 거품을 물고 넘어갈 기세였다. 해명하는 선원들의 얼굴 역시 당혹감이 가득했다. 아무래도 이곳 사람들에게도 이건 이례적인 사건인 듯했다.

‘어느 쪽으로 갔으려나?’

평범한 사람이 물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었지. 지금 따라가도 늦지 않게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슬쩍 뒤쪽으로 빠진 후 다른 쪽 난간을 통해 바다로 잠수했다. 거기까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물속에 한가득 잠기고 난 후에야 숨을 쉬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젠장, 또!’

대체 왜 자꾸 까먹는 거지? 그나마 수습할 방안이 있으니 망정이지, 엘뤼엔과 계약해두지 않았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시큐엘 소환!’

지체할 것 없이 이 순간에 가장 필요한 바다의 파수꾼을 불렀다. 소환된 물의 늑대는 나타나자마자 눈치 빠르게 상황을 알아차리고 내게 곧바로 공기막을 씌워줬다.

―왕의 계약자여, 괜찮은가?

기침하는 나를 살피는 시큐엘은 상당히 당황한 기색이었다. 하긴, 나라도 일단 물에 뛰어든 후에 정령을 소환하는 정령사가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을 거다. 고개를 끄덕여 안심시킨 다음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깊은 바닷속 새파란 풍경은 배 위쪽의 상황과는 관계없이 평화롭기만 했다. 그 어느 곳에서도 사람을 사냥한 인어 떼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달아난 거지?’

정령왕일 땐 바닷속이 육지보다 더 편했는데, 확실히 인간이 되니 물속에서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적었다. 시야가 선명하지도 않은 데다가 움직임이 무거워 감각마저 둔해진 것 같았다. 인어가 습격했다는 위치를 중심으로 잡고 아래로 쭉 내려가 보았지만 역시 보이는 건 없었다.

―지금 뭘 찾는 건가?

“인어가 사람을 납치해갔어. 혹시 인어들 안 보여?”

그 말에 시큐엘이 잠시간 집중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 근방에는 없는 것 같다.

“으음, 그래?”

시큐엘까지 이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없다는 소리였다. 그래도 흔적 정도는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대체 얼마나 속도가 빠른 건지 모르겠다. 더 깊이 내려가 볼까 고심할 때였다.

―왕의 계약자여, 왕으로부터의 전언이다.

응?

당황해서 돌아보니 시큐엘이 지긋이 나를 응시했다. 잘생긴 늑대의 얼굴 위에 서늘한 표정이 덧입혀졌다.

―지금 제정신인가? 돌아와.

이어진 음성은 엘뤼엔과 똑같았다. 당황한 나머지 온몸에 소름이 쭈뼛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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