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9화
아무에게서도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자 기사단장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그가 나를 노려보다시피 응시할 때였다.
“아, 제가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생각지 못한 곳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가장 뒤쪽에 있던 승무원이 손을 들고 있었다. 당황해서 눈을 깜빡이는데 왕세자가 약간 찡그린 얼굴로 물었다.
“자네가 확인했다고?”
“네, 또래의 영애분이었습니다.”
“영애라……. 유난히 건장한 덩치는 아니었나?”
“아닙니다. 마르고 가냘픈 체형이었습니다.”
“……머리 색은 어떠했지? 흑발은 아니었나?”
“금발에 벽안이었습니다.”
한동안 모르는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다. 집요하게 내 일행에 대해 캐묻던 기사단장은 급기야 승무원의 신원까지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어느 것도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왕세자와 기사단장이 서로 시선을 마주하더니 살짝 고개를 저었다. 얼굴 가득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물론 여기서 가장 당황스러운 건 나였다. 금발에 벽안을 지닌 여자라니, 대체 있지도 않은 일행이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어리둥절한 기색을 내보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므로 최대한 표정을 관리했다. 무슨 문제가 있냐는 듯 뻔뻔하게 응시하니 기세에 눌린 기사단장이 머쓱한 얼굴을 했다.
“잠시 오해가 있었던 것 같군. 그럼 실례했소.”
결국 더는 물고 늘어질 순 없었는지 그들이 얌전히 객실을 나섰다. 내심 안도하는데 나가는 순간 왕세자의 시선이 스치듯 내게 닿았다. 못내 아쉬움을 담은 듯한 진득한 눈길에 왠지 모를 거북함이 들었다. 다행히 내 얼굴이 찌푸려지기 전에 문이 먼저 닫혔다.
열차는 그 뒤로도 한참을 더 정차했다. 역으로 하차하는 왕세자와 기사들을 볼 수 있던 건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였다. 기어이 일등 칸까지 전부 다 수색한듯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갑자기 기사들이 들이닥칠 줄은 꿈에도 몰랐지. 아무리 왕세자라도 저러면 반발이 만만치 않을 텐데, 그런데도 아랑곳없이 돌아다닌 보면 보통 일이 아닌 건 분명했다. 가방까지 다 뒤지는 걸 봐선 무언가를 분실하기라도 한 걸까. 일단은 사람을 찾는 것 같기는 했는데 말이다. 흑발의 건장한 남자를 찾는 것으로 보였는데, 설마 그게 트로웰은 아니겠지. 예전이었다면 체형에서 탈락했을 텐데 청년의 모습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섣불리 안심을 못 하겠다.
‘근데 그 승무원은 누굴 내 일행으로 착각한 거지? 저 사람들 기세를 봐선 화장실을 찾아가서라도 그 여자가 누군지 확인했을 게 분명한데, 다시 안 찾아오는 게 이상하네. 모습만 확인하고 객실 확인은 따로 안 한 건가.’
그때 돌아보는 왕세자와 시선이 마주칠 뻔해서 얼른 창문 아래로 피했다. 왠지 저 남자는 기분이 나쁘다. 딱히 위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무례하게 굴지도 않은 것 같은데 마주쳐서 좋을 게 없다는 경고가 울렸다. 어차피 왕세자 같은 신분을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만.
곧 열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멀어지는 풍경 속에서 비조를 타고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는 기사들이 보였다. 기차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는 걸 보면 본래 장소로 복귀하는 듯했다. 그걸로 이 요란한 해프닝도 끝난 거라 생각했다. 갑자기 문이 열리고 금발의 소녀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렇게 여겼을 거다.
“여기군.”
“……누구?”
노크 소리도 없이 문이 벌컥 열리더니 처음 보는 낯선 소녀가 안으로 들어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으로 감싼 모습이었다. 여행자라기보다는 야밤에 어딘가를 털러 갈 듯한 차림이다. 당황해서 바라보았더니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던 소녀가 낮은 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욕설 같기도 하고, 기도문을 읊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 무언가 결심을 굳힌 얼굴을 하고는 비장한 태도로 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이봐요, 당신 누구예요?”
“네 일행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렇게 말하면 네가 날 도와줄 거라고 하더군.”
“누가요?”
“나도 모른다.”
“……지금 장난해요?”
황당한 심정으로 물은 말에 소녀는 오히려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품 안에서 목걸이를 꺼내 들고는 걸려있는 로켓을 확인했다. 로켓 안쪽은 아무런 그림이나 무늬 없이 짙은 노란색으로만 채워져 있었다.
“6시량의 두 조각인가. 곧 풀리겠군.”
“무슨…….”
그 순간 소녀에게서 희미한 빛이 일렁이더니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체형이 빠르게 불어나고 덩치가 벌어지며 머리카락 색이 변했다. 화려한 금발이 짙은 흑발로, 벽안이 보라색으로 바뀌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소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건장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아무리 나라도 이 순간엔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던 모양이다. 소녀, 아니 남자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일시적인 변형 마법이라고 들었다. 유지 시간이 끝나서 다시 원래 내 모습으로 돌아온 거지. 체형까지 축소하는 변형 마법은 처음 봤지만 나도 자세한 건 모른다. 네가 알 거라 생각했는데 표정을 보니 오히려 나보다 상황을 더 모르는 얼굴이군.”
“……당신 대체 누구야?”
“염려 마라. 나는 곧 내릴 거다.”
“아니, 내가 염려하는 건 그게 아니라…….”
“세이크의 제도로 간다지?”
“그건 또 어떻게 알아?”
“내 부탁을 하나 들어주지 않겠나?”
아까부터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남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기로 작정한 사람 같았다. 그는 품 안에서 또 다른 무언가를 꺼내 들더니 내게 내밀었다. 제법 두툼한 서류 봉투였다.
“제도에 가면 여명의 활이라는 헌터 길드가 있을 거다. 이걸 그곳에 가져다주길 바란다. 길드에 도착한 후에 곧바로 크리스라는 남자를 찾아라. 그에게 다비안이 전해준 거라고 하면 알아들을 거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직감적으로 눈치챘다. 왕세자와 기사들이 찾던 물건이 바로 저거라는 걸. 얼굴을 찌푸리고만 있자 남자가 내 품에 억지로 서류를 떠밀었다.
“내용물은 보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이건 내가 곤란해서가 아니라 널 위해서 하는 충고다. 이 안의 내용을 알면 왕국에서 너도 가만히 두지 않을 거다.”
“이봐요.”
“그냥 여명의 활에 가져다주기만 해라. 그럼 그들이 다 알아서 할 거다. 네게도 후한 값을 치를 거라 약속한다.”
“아니, 누가 이걸 한다고…….”
“나도 원래라면 이런 미친 짓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황이 급박해서 할 수만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쥐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 중에 기묘한 힘이 나를 인도했으니 희망을 품는 수밖에. 네가 악마든 천사든, 또 다른 무엇일지라도 상관없다. 부탁한다. 이건 반드시 전해져야 한다.”
남자의 말은 스스로 하는 다짐에 더 가까워 보였다. 일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에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이 남자가 누군지, 왜 이런 걸 나한테 부탁하는지, 대체 뭘 알고 뭘 모르고 있는 건지 하나도 파악이 되지 않았다. 이쯤 되니 아예 자포자기하는 기분이 되어서 나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대화가 영원히 제자리걸음만 반복할 기세였다.
“……좋아요. 이걸 여명의 활이라는 헌터 길드에 가져다주기만 하면 되는 거죠?”
그러자 내내 어두웠던 남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로봇처럼 딱딱하던 얼굴에 드디어 감정이라는 게 보이는 것 같았다.
“고맙다.”
“인사는 됐으니 이제 제대로 설명을 해봐요. 누가 당신에게 이런 걸 지시했어요?”
“말했다시피 나도 누군지는 모른다. 내가 아는 건 그가 검은 후드를 썼다는 것뿐이다.”
“검은 후드?”
이어진 설명은 이러했다. 남자가 이 열차에 숨어든 건 어제저녁이었다. 어떠한 일을 마친 후 도주한 그는 추격을 피해 도망 다니다 때마침 열차가 정차한 걸 발견하고 몰래 숨어들었다. 차마 안으로 들어갈 엄두는 나진 않아 객실 칸 사이에서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그때 홀연히 눈앞에 검은 후드를 쓴 자가 나타났다.
<도와줄까?>
당황하는 남자에게 그렇게 말한 그는 곧장 한 객실을 지정하면서 그곳에 있는 소년을 찾아가라고 했다. 그에게 도움을 청하면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일시적으로 모습을 바꾸는 물약을 건네주곤 시간까지 지정해가며 해야 할 일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 일과 중엔 일부러 승무원과 마주쳐 이 객실의 손님임을 알리는 것도 있었다.
“들어오기 직전엔 왕국 기사들과도 대면했다. 왕세자가 마법사라고 들었는데 변형 마법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더군. 이런 약물은 생전 처음이다.”
설명하는 동안 남자는 살짝 흥분한 듯 보였다. 마법이 난무하는 세상에서도 특별한 힘을 신기해하는 건 다 비슷했다.
“그 사람한테 왜 당신을 도와주냐고 물어보진 않았어요?”
“물어봤다.”
“그랬더니 뭐라고 해요?”
그러자 내내 막힘없이 대답하던 남자가 처음으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재밌어 보인다고 했다.”
왜 머뭇거렸는지 단번에 이해되는 대답이었다. 재밌어 보인다니, 저러니 천사니 악마니 같은 소리가 나오지. 알지도 못하는 사이지만 그 순간엔 남자가 얼마나 당황했을지 족히 짐작됐다. 그의 눈엔 나도 한편으로 보였을 테니 마주하자마자 이상한 소리를 해댄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상황은 알겠는데, 모르는 사람 말을 뭘 믿고 따른 거예요? 내가 안 한다고 하면 어쩌려고요.”
“널 믿는다.”
“내가 누군지 알고요. 우리 조금 전에 처음 봤거든요?”
“모르지만, 네가 할 수 있을 거라는 건 알 것 같다.”
“와, 정말 대책 없는 사람이네.”
“미안하다.”
기가 막혔지만 더는 나무랄 마음은 들지 않았다. 모르는 나를 무작정 신뢰할 정도로, 그만큼 절박하다는 소리겠지. 왕세자가 움직일 정도의 사건이면 그럴 만도 했다.
“솔직히 난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당신을 도와줘도 되는 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하지만 어쨌든 맡기로 했으니 이건 꼭 전해줄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 고맙다.”
“당신은 이제 어쩔 작정이에요?”
“난 미끼가 된다.”
“미끼라니…….”
“지금은 물러났지만 내가 지체하면 이 열차에 꼬리가 또 따라붙을 거다. 그러니 다른 쪽으로 흔적을 유인할 생각이다.”
“그럼 다음 역에서 내리는 건가요?”
“아니, 지금 내린다.”
“지금요?”
남자는 행동으로 대답을 보여줬다. 창문을 열더니 달리는 열차 위에서 그대로 뛰어내린 것이다. 경악해서 아래를 살폈을 땐 이미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죽지는 않았을까 생각하진 않기로 했다. 적어도 살 자신이 있으니 뛰어내린 거겠지. 그제야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휘말린 건지 실감이 들었다.
“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혼란한 머리를 부여잡고 아까도 했던 푸념을 다시 중얼거렸다. 일단 정리해보자. 누군가가 저 남자를 부추겨 내게로 오게 했고, 누가 봐도 수상스럽기 짝이 없는 서류를 떠넘기게 했다. 그 누군가는 남자의 사연을 물어보지 않고도 짐작한 것으로 보이며, 그걸 내가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내가 이등 칸에 혼자 머무는 것도, 최종 목적지가 어딘지도 안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보니 정황상 짚이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았다. 애초에 내가 여기서 아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기도 했지만.
나는 조금 전까지 남자가 앉아있던 의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금은 누가 봐도 아무도 없는 빈자리일 뿐이다. ……설마 아니겠지. 머리론 그렇게 생각하는데 한번 스친 의심을 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정령을 언제 볼 수 있었더라. 처음은 차가운 강물에 얼굴을 깊이 담갔을 때였던가. 두 번째는 엘뤼엔이 내 이마에 물의 인장을 새겼을 때였다. 얼굴에 물이 닿은 게 영향을 주었던 걸까? 하지만 그 외에도 물에 닿은 적은 많았다. 엘뤼엔을 소환했을 땐 완전히 잠기기까지 했지만 정작 그 순간엔 정령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뭔가 다른 조건이 있을 텐데 공통점이랄 만한 게 생각나지 않았다. 특히 처음은 정말 지극히 평범했다. 악몽을 꿨었지. 라피스가 죽었을 때의 기억이었다. 식은땀을 씻어낼 겸 물에 얼굴을 담갔는데 숨이 막힌 덕분에 정신을…….
‘아, 이건가.’
꿈에서 깨어난 직후라 잠깐 현실감각이 무뎌졌던가. 엘뤼엔에게 인장을 받았을 땐 물을 온전히 느끼면서 그 속에 완전히 녹아드는 느낌을 받았다. 돌이켜 보면 둘 다 무의식적으로 지금의 나를 잊은 순간이었다.
왠지 단서를 잡은 기분이 들어 시험해볼 겸 나이아스를 소환했다. 불려 나온 나이아스가 곧바로 내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씻거나 옷을 세탁할 때만 주로 불렀더니 이제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청결하게 하려는 듯했다.
“아니, 고마운데 이번엔 그거 아니야.”
웃으며 고개를 저으니 나이아스가 어리둥절해하며 눈을 깜빡거렸다. 약간 불안한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나이아스를 향해 한 손을 펴 보였다.
“잠깐 여기에 앉아 줄래?”
고개를 갸웃한 나이아스가 엉거주춤 손바닥 위에 내려앉았다. 상쾌하면서도 축축한 감각이 몸속으로 스미는 게 느껴졌다. 나는 그 상태에서 최대한 의식을 집중했다. 인간인 지금의 나를 잊고 내가 여전히 정령왕이며 엘퀴네스라고 여기려고 했다. 그러자 정답이었는지, 눈앞에 점차 흐릿한 형체가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그 형체는 의식을 집중할수록 점점 더 선명해졌다. 맞은편 자리에 누군가가 다리를 겹친 자세로 앉아있었다. 내가 누구보다 잘 아는, 너무나도 익숙한 소년의 모습이었다.
‘역시…….’
트로웰, 너였구나.
긴장하고 어깨에서 천천히 힘이 빠졌다. 허탈한 웃음이 절로 흘러나갔다. 솔직히 말하면 그와 재회할 건 이미 예상했다. 직접 만나러 올 만큼 내게 호기심을 가진 상태인데 아무것도 해소하지 못하고 헤어졌으니까. 내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곧 다시 나타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설마 계속 바로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줄이야.
그는 살짝 찌푸린 얼굴로 나를 관찰하는 중이었다. 뜬금없이 정령을 불러낸 게 이상했는지 내 생각을 헤아리려는 듯했다. 초조한 얼굴을 한 나이아스는 애써 그쪽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필사적이었다. 아까부터 불안해 보였던 게 이래서였던 모양이다. 정령왕이 무시무시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으니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차마 나한테 상황을 알려주지는 못하고 눈치만 살피는 모습이 가여우면서도 귀여웠다.
‘……일단은 모르는 척을 하는 게 좋으려나.’
인간이 자연의 정령을 본다는 건 반감을 사기 쉬운 일이다. 엘뤼엔은 우연히 보는 거로도 불쾌해했는데 작정하고 볼 수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되면 트로웰이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 같았다. 빠르게 판단을 내린 후 나는 나이아스에게 이만 돌아가도 좋다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운이 없으려는 건가. 하필이면 바로 그 순간에 트로웰과 시선이 맞았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눈길을 틀었으나 이미 그가 멈칫한 게 느껴졌다. 잠시간 침묵하던 그에게서 서늘한 기운이 흘러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