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6화
“라피스, 너 왠지 날 피하지 않아?”
“뭔 소리야.”
“그냥 그런 기분이 들어. 나와 접촉하는 걸 꺼리는 것 같아.”
“넌 평소에 네가 눈치가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냐?”
“글쎄. 하지만 지금 이게 말을 돌리려는 시도라는 건 알겠어.”
“하? 전혀 아니거든?”
“아니면 가만히 있어. 나도 시간이 남아돌아서 확인하려는 게 아니니까.”
그 말에 라피스가 멈칫하더니 묘한 눈으로 나를 살폈다.
“아까부터 뭔가 위화감이 있다 했더니. 너 또 그 상태냐?”
“글쎄. 그런 건 관심 없어.”
“어째 더 심해진 것 같은데?”
“라피스. 내가 같은 말을 또 해야겠어?”
조용히 물은 말에 라피스는 할 말을 잃은 얼굴로 잠시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어깨를 으쓱이더니 곧 마음대로 하라는 듯이 몸에서 힘을 뺐다. 사양할 까닭이 없는 나는 곧장 손을 뻗어 그의 가슴을 짚었다. 조금 전엔 잠잠하던 부근에서 선명한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이제 됐냐?”
“그래, 확인했어. 심장은 확실히 멀쩡한 것 같네. 그런데 혈맥이 좀 불안정해.”
“장기 위치가 바뀐 지 얼마 안 됐으니까 당연하지.”
“마력도 좀 거친 것 같은데.”
“그건 더 당연하고. 내가 너무 쉽게 해서 자꾸 잊어버리는 모양인데, 이사나한테 친 결계나 저 봉인진이나 절대 가벼운 게 아니거든? 큰 힘을 연달아 썼는데 마력이 평온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야?”
“그것만이 아니잖아. 너 아까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때 계산대로 잘 안 된 거지? 깜빡해서 놓친 게 아니었어.”
그 말에 라피스가 잠시 멈칫하더니 황당하다는 시선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너 진짜 엘 맞냐? 갑자기 너무 머리 쓰면 안 좋아.”
“헛소리 말고 대답이나 해.”
“대답은 이미 했어. 네가 안 듣고 있는 거지.”
“아까 다친 것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라는 게 정말 확실해?”
“그렇다고 했잖아.”
한숨을 내쉰 그가 성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집요하게 묻는 걸 귀찮아하는 티가 역력한 얼굴이었다. 더 물어봤자 제대로 된 대답은 듣지 못할 게 뻔해서 나는 한숨을 쉬고 물러났다. 혹시 몰라 치유술을 다시 써보았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기도 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아쉬워하고 있으려니 라피스가 피식 웃었다.
“내가 걱정되기는 하나 보다?”
“친군데 당연하잖아. 너야말로 다른 땐 관심 가져달라고 난리 아니었어? 왜 정작 이런 거엔 질색하는지 모르겠네.”
“네가 그저 걱정만 하는 녀석이었으면 상관없었겠지.”
“무슨 의미야?”
“네 지난 행적이나 돌아봐.”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얼굴이 절로 찌푸려졌다. 내가 아무리 크고 작은 사고를 쳤다 해도 딱히 이런 말을 들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었다. 아니, 정말 없었나? 라피스에겐 좀 박하게 군 적이 많으니 그의 감상은 다를지도 모르겠다.
“근데 악신 쪽은 어떻게 되어가는 거야? 하늘이 여전히 저 꼴인 걸 보니 소멸에 성공한 것 같진 않은데.”
라피스의 시선이 천군으로 가득 채워진 하늘을 향했다. 그들 아래 카펫처럼 깔린 구름이 스스로 발하는 것처럼 빛을 품고 있었다. 그래선지 평소라면 이미 해가 질 시간인데 여전히 낮처럼 밝았다. 나는 그에게 지난 상황을 간략히 설명했다. 악신을 다시 정화할 거라는 말에 라피스는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혀를 찼지만 자신이 상관할 바는 아니라고 여겼는지 말을 더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턱짓으로 대공 쪽을 가리켰다.
“저건 어쩔 건데?”
“일단 카노스에게 데려가야겠지. 조각을 제거한 후 바로 처리할 거야.”
“나도 같이 가.”
“그러든지.”
고개를 끄덕이니 그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이쯤에서 나와야 할 언급이 있지 않아? 이사나에게 먼저 들르자든가. 그 녀석도 같이 데려가겠다든가.”
“뭐하러? 지금 그쪽은 신들이 우글거려. 인간이 있을 곳이 아니야.”
“그래서 그대로 두겠다?”
“그냥 방치된 거라면 당연히 보호하는 게 먼저겠지만 지금 이사나는 아무한테도 안 보이잖아. 가장 안전한 상태 아냐? 그냥 두는 데 문제 있어?”
“아무것도 모른 채 혼자 있으면 불안해할 텐데? 그건 신경 안 쓰이나 보지?”
“상황을 알면 뭐가 달라지는데? 오히려 더 불안해지기나 하지. 어차피 이번 일에 인간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나서서도 안 되고. 내 눈앞에서 누가 다치는 건 이제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아.”
그답지 않게 왜 이런 한심한 질문을 하나 싶어서 얼굴을 찌푸렸더니 라피스의 표정이 더 묘해졌다. 빤히 바라보는 붉은 눈동자가 왠지 의미심장해 보였다.
“위험 요소는 아예 처음부터 배제하고 가겠다는 거지. 너치곤 제법 이성적인 판단이긴 하네. 마음에 들어. 더 극단적이 된 것 같긴 하지만.”
“난 이사나를 보호하려는 거야.”
“누가 뭐래?”
피식 웃은 라피스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애초에 별다른 의미를 담은 건 아니었는지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묘하게 찜찜한 느낌에 사로잡혀 한동안 찡그린 인상을 펼 수 없었다.
* * *
장소 이동은 라피스의 마법으로 한 번에 해결했다. 눈대중으로 대충 좌표를 잡았는데, 도착하고 보니 시벨리우스 바로 앞에 떨어져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우리의 모습에 놀란 시벨리우스가 눈을 크게 뜨는 것이 보였다. 함께 있던 아스 역시 당황한 표정을 하다가 허둥지둥 몸을 일으켰다.
“대부……랑, 은인?”
“뭐야, 역시 꼬맹이였네. 너 왜 이렇게 금방 컸냐?”
라피스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아스를 살폈다. 그러고 보니 처음 아스가 저 모습으로 나타났을 땐 라피스는 다른 곳에 있었지. 멀리서도 누군지는 알아봤을 테지만 가까이서 보니 새삼 신기한 듯했다.
“나 크니까 멋있지? 이제 나 은인만큼 크다?”
“까불지 마라. 이게 내 실제 키겠냐?”
“드래곤 본체로 재는 건 반칙이지. 그리고 어차피 현신할 때는 본체의 이미지와 비율을 반영하는 거잖아.”
“그건 맞는데, 키는 일부러 더 줄였거든?”
“뭐? 왜 그랬는데?”
“이 얼굴에 키까지 더 커 봐. 너무 인기가 넘쳐서 감당이 안 되잖아.”
“은인, 그렇게 숨 쉬듯이 잘난 척하면 피곤하지 않아?”
둘이서 영양가 없는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는 악신이 있는 쪽을 보았다. 그사이 놈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사방진의 형태가 완성되어 있었다. 트로웰과 이프리트가 서로 마주 선 채로 서 있었고, 그와 각도를 맞춰 두 개의 무리가 나눠 선 상태였다. 각기 화염과 대지의 기운을 지닌 드래곤들이었다. 그 안에서 나는 어렵지 않게 디아곤과 메세테리우스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카노스를 비롯한 신들은 한창 바닥에 마법진을 그려 연결하는 중이었다. 거기까지 확인하고 있으려니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눈이 마주치자 시벨리우스가 밝게 웃었다.
“엘.”
“……여기서 뭐 해?”
“아, 우린 데르온을 치료하고 있었어.”
힐끗 시선을 내리니 검은 그물에 덮인 데르온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그가 크게 다쳤었지. 응급조치한 것까지도 기억나는데 다음이 어떻게 됐는지, 그 뒤의 상황이 전부 흐릿했다. 다행히 깊이 잠든 듯한 그의 모습은 꽤 안정적으로 보였다.
“괜찮은 것 같네.”
“응, 무척 순조로워. 아마 곧 깨어날 거야. 근데 엘은 어딜 다녀온 거야? 잡아두고 있는 건 인간 아냐?”
물어보는 말에 나는 잡고 있던 대공의 뒷덜미를 내려다보았다. 의식 없이 축 늘어진 놈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수시로 넘나들고 있었다. 치유술과 얼려두기를 번갈아 쓰려니 무척이나 귀찮았다.
“악신의 남은 조각이야. 처리하려고 가져왔어.”
“아, 그렇구나. 내가 좀 봐도 돼?”
“왜?”
“그냥 좀 궁금해서.”
“미안한데 이건 장난감이 아냐. 호기심을 해소하자고 내줄 순 없어.”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한숨이 흘러나왔다. 말이 안 통하는 상대에겐 행동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나는 얼음 창을 만들어 그의 눈앞에 겨누었다. 가까이 다가오려던 시벨리우스가 흠칫 놀라 멈춰섰다. 아스와 라피스도 하던 대화를 중단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에, 엘?”
“왜 나를 그렇게 불러?”
“왜냐니…….”
“네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내 애칭은 아무한테나 허락하지 않아. 함부로 친한 척하지 마.”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시벨 아니잖아.”
그 말에 시벨리우스, 아니, 그의 몸에 들어 있는 자가 멈칫하더니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곧 아무렇지 않게 씩 웃었다.
“에이, 안 속네?”
억양과 목소리 톤이 바뀌면서 한순간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여전히 시벨리우스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이젠 확실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으으음, 왜지? 나 꽤 그럴듯하지 않았어?”
“같은 수법에 한두 번 당한 게 아니거든. 또 당하면 머저리지.”
“허어, 그랬구나. 그건 미처 몰랐어.”
애석하다는 듯이 주먹을 손바닥에 치면서도 그의 얼굴은 해맑았다. 처음부터 금방 들켜도 상관없었던 것 같았다. 오히려 당황한 건 아스 쪽이었다.
“시벨이 아니라고? 언제부터? 그럼 넌 누구야?”
“아, 좀 됐지. 난 이오웬이야.”
“이오웬?”
의아한 목소리로 반문하던 아스가 곧 얼굴을 굳혔다.
“……천신 이오웬?”
“헤헤, 맞아. 바로 그 이오웬이야.”
산뜻한 긍정에 아스는 할 말을 잃은 듯 입만 벙긋거렸다. 라피스조차 꽤 놀란 표정이었다. 천신이라면 마신과 정반대 속성의 신인가. 최고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대단한 정체가 놀랍긴 했지만 한때 마신도 담았던 그릇이니 이번엔 천신이 담긴다 해서 이상할 건 없었다. 그보다 신경 쓰이는 건 따로 있었다.
“시벨은 어떻게 했어.”
“아, 그건 안심해. 지금 내 안에서 지켜보고 있으니까. 아! 오해는 하지 마. 내가 강제로 내려와서 차지한 게 아니라 이 아이가 날 부른 거야.”
“시벨이 왜?”
“이 마족의 치료에 필요했어. 기운이 폭주하지 못하도록 다스리기 위해선 정반대의 기운으로 눌러야 했거든. 이 아이가 판단하기에 내가 적임자였던 거지.”
대충 돌아가는 상황은 알 것 같았다. 물론 이해했다 해서 어처구니없는 기분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지만.
시벨리우스의 몸은 신을 담는 그릇이고, 악신이 노리고 있었다. 비록 놈이 이미 각성에 들어간 상태라곤 하나 여전히 탐내고 있을 거라는 건 변하지 않았다. 그런 자가 바로 근처에 있는 상태였다. 분명 강신이 꺼려졌을 텐데 스스로 문을 열다니. 아무래도 데르온을 치료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진행한 모양이었다.
나중에 돌아오면 한마디 해야겠다. 한숨을 내쉰 후에야 나는 겨눴던 창을 거뒀다. 그러자 그때까지 아무런 동요 없이 서 있던 이오웬이 히죽 웃었다.
“음, 뭔가 이 아이한테 들은 말과는 다르네? 이번 엘퀴네스는 상냥하고 다정한 성격이라고 했는데 오히려 상당히 사나운 것 같아.”
“내가 기대한 대로 행동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앗, 그건 그렇지. 딱히 별 뜻은 없었어. 하지만 공격성은 신중히 드러내야 하지 않을까? 난 도발에 잘 안 걸려들어서 괜찮은데, 좀 성격 나쁜 애가 들어왔으면 일부러 찔렸을지도 몰라. 어차피 다치는 건 얘잖아. 설마하니 진짜 이 몸을 찌르려던 건 아니지?”
무슨 상관이냐고 대꾸하려다가 멈칫했다. 이상한 위화감이 들었다. 조금 전 라피스와 대화를 마무리할 때도 느꼈던 기분이었다. 그때 왜 이렇게 찜찜했는지 왠지 조금 깨달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원래 이렇게 거침없는 편이었던가? 시벨리우스의 몸에 들어 있는 게 다른 이라 해도 그의 몸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걸 알면서도 너무 아무렇지 않게 창을 겨눴다. 이오웬의 말대로 그가 가만히 있었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큰 상처를 낼 뻔했다. 아니, 사실은 상처가 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야 바로 치료하면 되니까. 몇 가지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진짜 그가 어딨는지 확인하고 되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 과정에서 시벨이 느낄 충격과 통증은 고려하지 않았다. 뭔가 어딘가가 어긋난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갑자기 나 자신이 지독하게 낯설었다.
“대부, 왜 그래?”
그 순간 아스가 내 옷소매를 잡으려는 것이 느껴져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내 반응이 너무 강했는지 아스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내게 다가오지 마.”
“대, 대부?”
당혹감을 담은 붉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모습을 보니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미안한데 내가 지금 좀 날카로운 것 같아. 잠시 떨어져 있는 게 낫겠어.”
“대부…….”
“이런 상태로 대화하고 싶지 않아. 나중에 다시 올게. 하던 일 계속해.”
아스가 무어라 뭐라 말을 잇기 전에 나는 곧장 모두를 뒤로 하고 날아올랐다. 이 이상 더 말을 섞다가는 수습하지도 못할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것 같았다.
서둘러 자리를 피해 도착한 곳은 카노스 앞이었다. 들고 있던 대공을 던지다시피 내려놓자 한창 마법진을 그리고 있던 카노스가 반가운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오, 안 죽이고 제대로 잘 잡아 왔네?”
“네.”
“좋아, 그럼 이것도 따로 처리해 볼까. 섀넌, 나머지 작업 부탁해.”
그 말에 다른 쪽에서 마법진을 그려가고 있던 명계의 신이 멈칫하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별말 없이 묵묵히 작업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될 대로 되라는 사회인의 체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우린 이쪽.”
발랄하게 손짓한 카노스는 의식이 없는 대공을 옆구리에 끼고 정화진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따로 다른 방진을 만들어 대공의 혼과 섞인 악신의 조각을 분리해 낼 것이라 했다. 나는 그가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낸 후 그걸로 마법진을 그려가는 모습을 한동안 구경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드니 정화진 속에 있는 검은 덩어리가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눈을 감은 채 그걸 둘러싸고 있는 이들의 얼굴이 조금 전에 비해 확연히 굳어져 있었다. 하늘에서도 웅성거림이 느껴졌다. 검은 덩어리가 점차 거둬져 나가며 빛의 화살들이 다시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활대가 마치 부식되는 것처럼 조금씩 가늘어지고 있었다. 신계 쪽에서 그걸 억지로 버티는 중인 듯했다.
“카노스.”
“어? 아, 자기 조각이 제거되려는 걸 느끼고 마지막 저항을 하나? 서둘러야겠네.”
혀를 차는 것과는 달리 카노스는 느긋해 보였다. “다 됐다.” 이윽고 마법진을 다 그린 그가 축 늘어진 대공을 그 위에 내려놓았다. 곧 붉은 기운이 일어나며 그 몸을 휘감듯이 감싸기 시작했다. 그러자 원래라면 얼려둔 상태라 미동도 할 수 없을 대공이 갑자기 두 눈을 부릅떴다.
“크, 으아아아!”
한껏 벌어진 입에서 거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라서 얼굴을 찌푸리는데 카노스는 아무렇지 않게 그를 쿡쿡 찔러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