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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왕 엘퀴네스-415화 (415/608)

제415화

[이게 아주 겁대가리를 상실했네?]

간단히 습격을 막아낸 라피스가 어처구니없어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잠시간 머뭇거리던 괴수가 또다시 앞으로 달려들었다. 이번엔 공격이 아니라 그대로 스쳐 지나가는 쪽이었다. 빠르게 날아간 방향 끝엔 울창한 숲이 있었다. 단순히 도망친다기엔 무언가 의도를 품은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그들을 유인하려는 것 같았다.

[저게 진짜 날 우습게 보는데?]

“저어,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는데요. 왠지 계속 절 노리는 것 같은데요.”

[안심해. 기분 탓 아니니까.]

“으음, 역시 그런가요.”

[성에서도 정확히 너만 덮쳤잖아. 그게 우연이겠냐?]

이사나는 굳은 얼굴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아래에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는 주민들이 보였다. 건물이 부서지면서 소동이 나긴 했으나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마을을 습격했다는 건 자신만 노리는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대충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그 목적이 짐작되기도 했다. 라피스 덕분에 몬스터가 겁을 먹었으니 당분간은 괜찮을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안심할 수도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하죠?”

[글쎄, 본진을 찾아야겠지. 우선 놈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볼까.]

대답과 함께 라피스가 몸을 틀었다. 때마침 하늘 뱀 괴수가 숲 안쪽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라피스는 느긋하게 그 노선을 따라갔다. 이윽고 도착한 숲은 쥐죽은 듯이 고요했다. 여름을 눈앞에 둔, 한창 싱그러워야 할 계절의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착지 후 바닥에 내려선 이사나가 주위를 살피는 동안 라피스 역시 몸집을 줄이고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먼저 도착했을 괴수는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여긴가요?”

“그래. 근처에 있어. 근데 정확한 위치가 안 잡히네.”

혼잣말로 중얼거린 후 라피스가 한 손을 뻗어 이사나의 머리를 짚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이사나가 눈을 깜빡거렸다.

“라피스 님?”

“뭐, 좋아.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끝까지 해주지.”

“네?”

이윽고 라피스가 뭔가를 중얼거렸고, 닿은 부분에서부터 따뜻한 기운이 전해졌다. 이사나는 무언가가 자신을 덮어 내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치 투명한 천에 감싸진 것 같은 감각이었다. 그 느낌은 라피스가 손을 뗀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돌아보고 올게. 결계 쳤으니까 넌 여기서 꼼짝도 하지 마.”

“예? 하지만…….”

“내게 생각이 있어. 네가 같이 있으면 방해돼.”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차마 더는 나설 수 없었던 이사나는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사실 무릅쓰고 만류했더라도 소용이 없긴 했다. 이미 라피스가 사라진 후였기 때문이다. 할 말만 마치고 사라지는 것 역시 지극히 그다운 행동이라 화낼 기운조차 나지 않았다. 이사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침묵이 내려앉는 숲에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이 숲에 와본 건 아주 어릴 때뿐이라 기억이 가물거리긴 했지만, 원래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 * *

나쁜 예감은 곧 현실이 되었다. 정령의 눈을 써서 황궁을 살피기 시작했을 때, 내 시야에 들어온 건 처참하게 망가진 건물의 모습이었다.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황궁 외벽 한 면이 거의 다 무너져 있었다. 정무실 한가운데 널브러진 대형 몬스터의 사체도 보였다. 예상했던 대로 대공이 이사나부터 노린 것 같았다.

이미 사태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고, 사람들이 현장을 수습하는 중이었다. 그 장소엔 친위대들도 있었지만 이사나의 모습은 황궁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라피스도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아무래도 그가 이사나만 데리고 이동한 것 같았다. 그나마 친위대의 모습이 침착해 보인다는 점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이사나가 쫓겨나듯 달아난 거였다면 남겨진 친위대가 차분히 현장을 수습하고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그들이 평온하다는 건 적어도 일촉즉발의 위급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뜻이었다.

그 뒤로는 이사나를 찾는 데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다행히 그리 오래지 않아 배회 중인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멀리 있을 거란 예상과는 다르게 그는 의외로 황궁과 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숲 안에 있었다. 그런데 당연히 함께 있을 줄 알았던 라피스가 보이지 않았다.

‘뭐야, 왜 이사나 혼자 있지?’

설마 이런 상황에 그를 혼자 놔둔 건 아니겠지. 라피스라면 황성에서 공격받자마자 돌아가는 사태 정도는 바로 알아차렸을 거다. 이사나의 심장이 제물에 적합하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을 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그를 혼자 놔둘 리가 없었다. 나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정령의 눈을 산 전체로 확대해 보았다. 그러나 역시 라피스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기가 막히지만 아무래도 그 설마가 맞는 모양이었다.

‘발견하기만 해봐라.’

이사나는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연신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나이아스조차 소환해두지 않은 상태로 검만 꼭 끌어안은 채였다. 기습을 대비하려면 정령과 함께 있는 편이 더 나을 텐데, 최대한 마나를 아껴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다시금 이가 갈렸지만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나중에 라피스를 잡아다 족칠 땐 족치더라도 지금은 이사나를 안심시키는 게 먼저였다. 나는 곧장 그의 앞으로 이동해 내려섰다. 그러자 갑자기 나타난 내 모습에 놀랐는지 그가 눈을 크게 뜨게 떴다.

“이사…….”

“엘? 너……아, 잠깐. 가까이 오지 말아봐.”

“뭐?”

가까이 오지 말라니? 이해할 수 없는 반응에 얼굴을 찌푸릴 때였다. 갑자기 바닥에서 검은 기류가 솟구치더니 그대로 그의 몸을 꿰뚫었다. 크게 굽혀진 몸이 허공으로 무력하게 떠올랐다. 쿨럭, 작은 기침과 함께 벌어진 입에서 붉은 피가 터져 나오는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이어졌다.

“이사나!”

머리로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검은 기류를 공격해서 끊어내자 매달려 있던 몸이 무력하게 떨어져 내렸다. 나는 서둘러 달려가 간신히 그를 받아냈다.

“이사나! 정신 차려! 이사나!”

의식을 잃은 이사나의 몸이 품 안에서 축 늘어졌다. 구멍이 뚫린 부분에서 붉은 피가 꾸역꾸역 솟아나고 있었다. 환부를 살피려는데 손이 덜덜 떨렸다. 심장 부근이었다.

몹시 나쁜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구체화하기 전에 나는 서둘러 치유술을 퍼부었다. 다행히 평소보다는 느린 속도였지만 효과가 있었다. 뚫린 옷자락 사이로 곧 말끔한 피부가 드러났다. 그러나 이사나에게선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숨을 쉬고 있는 게 맞는지도 알 수 없었다. 나는 누르고 있던 환부를 다시금 내려다보았다. 심장 위를 짚고 있는데 특유의 박동이 닿지 않았다. 급히 귀를 가져다 대보았지만 역시 잠잠했다.

“말도 안 돼.”

물의 정령왕인 내 치유력은 반으로 갈라진 심장도 재생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아예 떨어져 나간 상태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 그 몸의 주인이 살아있기만 한다면.

나는 미동 없이 고요한 이사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피부는 분명히 아물었고, 출혈도 완전히 멈췄다. 하지만 심장 박동이 없었다. 인간은 심장이 멎은 채 얼마나 버틸 수 있지? 심장이 꿰뚫리거나 뽑힌 상태에서는? 그가 습격당한 후 내가 치유술을 쓰기까지 몇 초나 걸렸지? 머리가 혼란해서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크크큭.”

다시 치유술을 써보려는데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멍하니 돌아보니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새카만 로브에 검은 망토를 걸치고 있는 자였다. 깡마른 얼굴 위를 탁한 금발이 덮어 내리고 있었다. 한때는 제법 이사나와 닮았다고 생각한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비슷한 부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쉽게 되었군, 물의 정령왕. 이번엔 내가 이겼어.”

음산하게 웃은 그가 보란 듯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가 움켜쥐고 있는 붉은 덩어리가 보였다. 그 정체를 깨닫자마자 눈이 뜨거워졌다.

“너…….”

“그 아이는 처음부터 이 기나긴 제사의 마지막 제물로 장식할 예정이었지. 중간에 놓치는 바람에 안타까웠는데, 결국 내 뜻대로 되었군.”

끓어오르는 분노로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았다. 너무 화가 나니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죽이면 안 되니까. 냉정한 이성이 연거푸 경고했다. 저건 카류안과 다르다. 내가 조금만 과하게 건드려도 분명 죽어버릴 거다. 지금 나는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차분하지 않았다.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억지로 분을 다스리려니 온몸이 떨렸다. 일단 저 손에 들린 것부터 뺏어야 했다.

“후하하하! 이사나 그 아이도 영광으로 여길 것이다! 이 심장이 위대한 탄생의 마지막 밑거름이 될 것이니!”

그 순간 손에 들린 붉은 덩어리가 터지더니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차 싶어서 얼굴이 바로 굳었다. 그런데 놈도 의도한 현상이 아니었는지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꾸역꾸역 흘러내리는 피가 놈의 팔을 타고 번져나갔다. 잠시 후에는 그 피에서 붉은빛이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놈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

당황해서 외치는 말은 끝까지 뱉어지지 못했다. 완전히 밧줄에 휘감긴 듯한 모습이 되어 바닥에 쓰러진 채였다. 포박된 것이다. 놈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할 수 없어 하는 얼굴이었다.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지라 그저 바라보고 있기만 했다. 그때 아래에서 숨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시선을 내리자마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이사나가 깨어나 있었다.

“……이사나?”

“아, 젠장. 아파 죽는 줄 알았네.”

가볍게 얼굴을 찌푸린 그가 투덜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어떻게…….”

“그러는 넌 어떻게 하필이면 그때 딱 나타나냐? 가급적이면 공격당하기 전에 잡으려고 했는데 결국 최후의 수를 썼잖아.”

“최후의 수?”

“그나마 타이밍이 맞아서 망정이지,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애써 공들인 계획이 다 날아갈 뻔했어. 뭐 어쨌든 성공했으니 됐지만.”

나는 천천히 손을 떼어내고 그에게서 물러섰다. 이 녀석은 이사나가 아니다. 단지 바로 처분을 결정하기엔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짜인지 그 몸에 누군가 다른 이가 들어간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이 부분을 헷갈리게 한다는 점에서부터 이미 평범한 존재는 아니었다. 가만히 노려보고 있으려니 이사나로 위장한 그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왜 그런 표정이야?”

“너 누구야.”

“뭐? 무슨……아, 이게 아직도 그대로였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던 그가 원인을 깨달았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러자 짧은 머리칼이 점차 자라기 시작하며 짙은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어른스러워졌지만 아직 앳된 기가 남은 소년의 얼굴이 사라지고,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한 이목구비가 나타났다. 누군지 알아보지 못할 수가 없는 얼굴이었다.

“라피스?”

중얼거린 이름에 반응하듯 그의 입술이 명확한 호선을 그렸다. 자신만만해서 오만해 보이기까지 한 얼굴은 정말로 라피스가 맞았다. 그 사실을 자각하자 어깨에서 힘이 쭉 빠졌다.

“……이사나는?”

“근처에 숨겨놨어.”

“거짓말. 숲을 다 살폈는데 안 보였어.”

“그야 결계를 쳐놨으니까. 누가 이런 상황에서 그냥 숨기겠냐?”

“정령에게도 안 보이는 결계? 아무리 너라도 그건 바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날 강제로 가뒀을 때도 틀 만드는 데만 한참 걸렸다고 했잖아.”

“언제적 얘기를 하는 거야? 다른 방법 찾아낸 지가 언젠데.”

“다른 방법?”

“전에 미네르바가 은신의 장막을 빌려준 적 있었잖아. 그걸 대충 응용해봤어. 광범위한 영역은 무리지만 한 명 정도는 조건부로 적용할 수 있어.”

그 말에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었다. 언젠가 데르온이 은밀히 마계에 다녀와야 할 때였을 거다. 미네에게 은신의 장막을 부탁했었는데, 그때 라피스도 관심을 보이고 그 일부를 얻어갔었다. 그래 봤자 고작해야 손수건 정도의 크기였고 유지 시간도 얼마 되지 않았던 거로 안다. 설마 그걸로 바람의 고유 능력을 비슷하게라도 흉내 낼 수 있게 될 줄이야. 이젠 그 재능이 놀라움을 넘어 무섭기까지 했다. 그거와는 별개로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네가 이사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

진짜 이사나는 숨겨두고 자신이 그의 모습으로 변해서 미끼가 되다니. 평소 그의 성격을 떠올려보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자 라피스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뭔 소리야? 네가 이사나를 부탁한다고 했잖아.”

“그 한마디 때문이라고?”

“그럼 뭐 때문이겠어?”

잠시간 말문이 막혔다. 알고 있던 수많은 단어가 하나의 문장이 되지 못하고 머릿속을 맴돌다 흩어지기만 했다. 나는 할 말을 찾는 걸 포기하고 꿈틀거리고 있는 대공을 돌아보았다.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린 놈은 입을 계속 우물거리는 중이었다. 하는 꼴을 보니 혀를 깨물어 자진하려는 것 같았다. 입에 뭔가를 물려둬야 하나 고민하다가 더 간단한 방법을 쓰기로 했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얼려두기로. 이윽고 하얀 성에가 차오르면서 놈의 저항이 멈췄다. 그걸 본 라피스가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용케 죽기 직전에서 멈추네. 일부러 살려둔 거라 죽일 것 같으면 말리려고 했거든. 악신과 연결된 놈이니 그냥 죽였으면 오히려 골치 아파졌을걸. 하긴, 처음부터 쓸데없는 염려였나.”

“네 말이 맞아. 지금은 못 죽여.”

“아니었으면 죽였을 거라는 소리로 들린다?”

“그럼 이걸 그냥 두겠어?”

낮게 중얼거리자 나를 보는 눈에 이채가 서렸다.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는 듯한 표정이라 어이가 없었다. 대체 날 얼마나 호구로 보는 거야?

“그보다 아까 그건 뭐야. 그 붉은 덩어리.”

“내 피로 만든 봉인진. 심장을 노릴 것 같아서 그 부근을 비우고 미리 준비해 놨지. 혹시 몰라 대비해 둔 건데 역시 제대로 걸려들었네.”

“……그걸 위장할 수도 있는 거야?”

“인간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일시적으로 장기 위치를 바꾸는 것쯤이야. 지금은 다시 되돌려놨어.”

심장 박동이 느껴지지 않았던 게 그 때문이었나. 가슴을 짚어보려 하자 그가 곧바로 몸을 뺐다. 깜짝 놀란 사람 같은 반응이었다. 의아해져서 올려다보니 실제로 놀랐는지 당황스러워하는 시선이 닿았다.

“뭐야?”

“너 아까 심장 박동이 전혀 없었어. 그래서 상태를 다시 확인해보려고.”

“아아, 됐어. 제대로 돌려놨다고 했잖아. 치유술도 썼으면서 새삼 확인은 뭘. 피부도 다 아물어서 이제 완전 멀쩡해.”

시큰둥하게 답한 후 라피스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다가오지 말라는 듯 손을 내젓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왠지 모를 기시감이 들었다. 지금만이 아니라 몇 번 반복된 일 같은데 그게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한 시점이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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