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4화
“아, 망했네.”
이제 다 끝난 건가 싶었는데 옆에서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루이스는 힐끔 눈을 굴려 음성의 주인을 확인했다.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 건 붉은 보석을 그대로 빚어 만든 것 같은 머리칼과 그와 같은 색의 눈동자였다. 헤레이스에서 생산되는 최상급 루비도 저보다 아름다운 붉은색을 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 선명하고 화려한 색이 조각 같은 이목구비와 더불어 기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외모에 숨 막힌다는 게 뭔지 알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남자였다. 그 역시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났었다. 정령왕이 황제에게 남기고 간 자이기도 했다.
“라피스 님,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소멸진이 실패했나 본데.”
황제의 질문에 라피스라 불린 남자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했다.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도 실패라는 단어의 뜻만은 누구나 알아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를 주시하던 모두의 얼굴이 단숨에 굳었다.
“실패했다고요?”
“그래, 저쪽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어. 아무래도 결계에 갇힌 것 같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알 게 뭐야. 젠장. 일을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뭔 놈의 신들이 저거 하나를 못 막아?”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넘긴 후 그가 황제를 향해 서늘한 시선을 보냈다.
“야, 일단 말해두는데. 앞으로 무슨 일이 생겨도 정령 꺼내지 마라.”
“네? 하지만…….”
“정령 소환 능력은 양날의 검이야.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지만 잘못되면 계약자까지 다치게 하지. 넌 저게 공격해 오면 네가 막을 수 있을 것 같냐?”
“아뇨.”
“잘 아네. 괜히 정령 꺼냈다가 역소환 돼서 다치기라도 하면 오히려 더 골치 아파져. 약해빠진 놈은 그냥 얌전히 보호나 받아.”
“……네.”
시무룩해진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존경하는 황제를 무시하는 건방진 남자의 태도는 일련의 상황으로 혼비백산한 상태였던 루이스의 정신을 되돌렸다. 그는 옆에 있던 알렉에게 속닥였다.
“부대장님, 대체 저 사람은 누굽니까? 누군데 저렇게 무례한 태도를 폐하께서 그저 보아 넘기시는 겁니까?”
“음, 누군지는 모르지만 폐하의 지인이죠. 엘 님과 친한 사이기도 하고요.”
“엘 님?”
“정령왕 엘퀴네스 님 말입니다.”
“호, 혹시 저 남자도 정령왕입니까?”
“그건 아닌 것 같고…… 엄청 강한 마법사라고 하던데요. 간단한 마법은 주문도 외우지 않고 쓴다더라고요.”
“그럼, 인간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까?”
“그렇긴 한데, 인간처럼은 안 생겼지 않아요?”
과연 그렇긴 했다. 생김새는 분명히 인간의 형태이긴 했으나 저만큼 아름다우면 도저히 인간이라 생각할 수가 없는 게 사실이었다. 얼결에 고개를 끄덕이던 루이스는 다시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지금 그 말에 동조할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외모가 뛰어난 인간일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인간이 아니라면 저자도 진작 정령왕이 있는 쪽으로 갔을 텐데 가만히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자가 인간이라면 일국의 황제에게 지금 굉장한 무례를 범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렇……긴 하죠?”
“제가 가서 정체를 묻겠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무례를 짚어야겠습니다.”
“아하, 알겠다. 슈텔 경, 그 타입이죠? 추리 소설 같은 데서 꼭 눈치 없이 나서서 가장 먼저 살해당하는 타입.”
“예?”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라는 소리였습니다. 가만히 있어요. 이건 선배로서는 충고이고, 부대장으로서는 명령입니다.”
루이스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친위 대장인 케이는 물론, 카웰 공작과 다른 이들도 참견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누구보다 황제 폐하를 우선으로 둬야 할 이들이 이렇게 소극적인 태도라니. 루이스는 침통한 기분을 느꼈다. 이럴 때야말로 자신이 폐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다.
일은 바로 그때 벌어졌다. 돌연 바닥에서 무언가가 치솟는가 싶더니 그대로 황제를 덮쳤다. 전갈처럼 생긴 거대한 괴수였다.
“폐하!”
깜짝 놀란 카웰 공작과 기사들이 경악해서 달려갔으나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루이스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라피스라는 남자가 황제 옆에 있긴 했으나, 마법사는 아무리 강해도 주문 영창에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빠른 습격엔 속수무책이었다.
파앙!
그러나 상황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히 해결됐다. 황제의 몸에 닿기 무섭게 괴수가 그대로 튕겨 나간 것이다. 떨어져 나간 전갈 괴물이 쓰러지자 카웰 공작과 기사들이 서둘러 검을 박아 넣어 숨을 끊었다. 그러고 나서 돌아보니 어느새 황제를 둘러싼 투명한 막이 보였다. 그 마법을 실행했을 장본인은 팔짱을 낀 채 전갈 괴물의 사체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꽤 불쾌한 낯이었는데 그게 단지 기습을 받아서만은 아닌 것 같았다. 루이스가 멍하니 알렉에게 물었다.
“보호 마법……은 간단한 마법이 아니지 않나요?”
“그렇……죠?”
아니, 그보다 황성에선 마법을 쓸 수 없는 거 아니었나. 대체 왜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마법을 쓰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혹시 방어 결계가 풀린 건 아닐까. 루이스의 머리가 멍해졌을 때였다.
“저, 저걸 보십시오!”
누군가가 창밖을 보고 소리쳤다. 따라서 시선을 돌린 이들이 모두 숨을 삼켰다. 저편 하늘에서 새카맣게 몰려오고 있는 것들이 보였다. 해골로 된 머리와 뱀의 꼬리에 거대한 날개를 지닌 새였다.
“하늘 뱀 괴수! 상급 비행 몬스터입니다!”
모두가 숨을 삼켰다. 하늘 뱀 괴수는 먼 북쪽 산맥에서나 서식하는 몬스터였다. 이곳에 있어선 안 되는 몬스터가 나타난 것도 당황스러운데 몰려드는 숫자가 너무 많았다. 저대로는 몬스터 떼가 도시를 습격할 것이다. 피난 경보를 울리기엔 터무니없이 시간이 부족했다.
루이스는 자신도 모르게 붉은 머리칼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몬스터 떼가 날아오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그의 입가엔 비틀린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이렇게 나오시겠다?”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닿았다.
“감히 누구 앞에서 몬스터를 조종해?”
귀를 울리는 듯한 소리가 진동했다. 그 순간 남자의 몸에서 빛이 퍼져 나오더니 그 범위가 빠르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점차 덩치가 커지는 덩어리에 지붕이 뚫리고 건물 외벽이 와르르 부서져 내렸다. 거대한 날개 밑으로 붉은 비늘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거대한 구멍이 뚫린 지붕 위,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세로로 세워진 날카로운 동공이 굴렀다. 루이스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얼빠져 있는 건 황제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중 몇몇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채였다.
드래곤.
그것도 가장 포악하고 잔인하기로 유명한 레드 드래곤이었다. 피를 머금은 듯이 새빨간 비늘과 화염이 타오르는 눈동자가 부정할 수 없는 증거였다.
공간에 있던 누구도 소리를 내지 못했다. 모두 눈앞에 나타난 강대한 존재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거대하고 섬세하게 짜인 육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압도되었다. 숨을 쉴 때마다 빛과 공기까지 전부 멈춰버리는 듯했다. 무기질인 공간 속에 오직 그 혼자만이 살아 숨 쉬는 존재인 것 같았다. 머릿속이 하얗게 날아가 버릴 정도로 전율했다.
[아, 너무 열 받아서 현신부터 해버렸네.]
본체를 드러낸 것만으로 3층 건물 외벽을 통째로 날려버린 존재가 대수롭지 않게 중얼거렸다. 이윽고 화염을 머금은 동공이 얼어 있는 황제에게 향했다].
[이사나, 일단 타.]
“……네?”
[저거 쫓아내러 갈 거니까 내 등에 타라고.]
“어, 그래도 되나요?”
[쯧, 어쩌겠냐. 널 놔두고 갈 순 없잖아.]
그 말에 황제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드래곤의 등에 올랐다. 흠칫 놀란 친위기사들 몇이 반사적으로 만류하려는 동작을 취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사나를 태운 드래곤은 날개를 몇 번 접었다 펴는 동작을 반복하다가 순식간에 빠른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그 모습을 남은 이들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야, 역시 드래곤이었어. 그거 봐요. 가만히 있기를 잘했죠?”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알렉의 말이 이어졌다. 루이스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 *
주변 풍경이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갔다. 이사나는 엎드린 자세로 몸을 바짝 웅크렸다. 주위를 돌아보고 싶어도 바람이 너무 강해서 고개를 들 수조차 없었다. 머릿속에선 온통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일이 왜 이렇게 되어가는 건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타라는 말에 일단 허둥지둥 오르긴 했는데 너무 섣부른 결정이었던 건지도 몰랐다. 사실 제대로 판단을 내릴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라피스의 본모습을 본 충격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상태였으니까.
‘라피스 님이 정말 드래곤이었구나.’
새삼스러운 사실을 다시금 자각하며 이사나는 숨을 골랐다. 그의 정체를 의심했던 건 아니었지만 인간의 모습이다 보니 지금껏 그 사실을 딱히 실감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막상 실제로 본 모습을 보게 되니 놀라움이 가시지 않았다. 다른 의미에서는 조금 뜻밖이기도 했다. 도감에서 봤던 드래곤은 매우 흉악하고 무서운 외형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보니 무섭다기보다는 아름다웠다. 비단처럼 매끄러운 가죽도, 보석을 빻아 박아넣은 것 같은 비늘의 형태도. 태양을 품은 눈동자며 발톱과 머리에 돋아난 검은 뿔까지, 무엇 하나 불필요한 부분이 없어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조형물을 보는 것 같았다.
[야, 이사나. 물어보는 거 깜빡했는데, 너 고소공포증 같은 건 없지?]
바로 그 장본인이 느긋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야말로 한참 늦은 질문이었다. 지극히 라피스답다고 생각하며 이사나는 가볍게 웃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있으면 있는 거고 없으면 없는 거지, 잘 몰라? 무슨 대답이 그래?]
“하늘을 날아본 적이 없어서요.”
[쯧, 오줌은 지리지 마라.]
“안 지립니다!”
발끈해서 대꾸하니 가벼운 웃음소리가 스쳤다. 그제야 이사나는 조금 여유를 되찾았다. 아무것도 붙잡지 않았는데 몸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아마 라피스가 뭔가 조치한 것 같았다. 잠시 머뭇거린 끝에 이사나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보았다. 허리를 바로 세우고 조금씩 움직여 보기도 했다. 역시 전혀 미끄러지지 않았다. 그제야 이사나는 마음을 놓았다. 얼굴에 부딪히는 강렬한 바람은 그대로였으나 더는 무섭지 않았다. 슬쩍 돌아보니 까마득하게 멀어진 황성이 보였다. 아래쪽으로 펼쳐진 수도 전경이 장난감처럼 작았다.
‘굉장해.’
이사나는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높은 곳에서 수도 전경을 보는 게 이번은 처음은 아니었다. 황성은 고지에 세워져 있었고, 높은 탑들도 존재했다. 그 위로 올라가면 평소에도 도시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하늘 위에서 보는 모습은 완전히 색달랐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니.’
하늘을 나는 방법은 인간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연구되는 부분 중 하나다. 지금보다 문명이 발전했다는 고대 황금기에는 열기구나 비행선이 만들어지기도 했다는데, 기록만 있을 뿐 관련 자료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황금기가 멸망하기도 전에 드래곤들에 의해 전부 소거되었다고 했다. ‘바람을 배신한 인간은 하늘을 누릴 자격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당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모르나 지금에 와선 정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어쨌든 그렇기에 이사나는 하늘을 날아보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럴 때가 아니라는 걸 잘 아는데도 가슴이 몹시 두근거렸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묘한 충족감도 들었다. 왜 이렇게 뿌듯한 기분이 드는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하던 이사나는 곧 지나간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언젠가 유니콘으로 변한 시벨리우스가 아셀을 등에 태우고 날아오르던 광경이었다. 의식하지도 못했는데 그게 은근히 부러웠던 걸까.
‘나도 참, 아직 크려면 멀었구나.’
이사나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두 손으로 문질렀다. 그러면서도 연신 실실거리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지금 옆에 아무도 없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친위대라도 있었다면 분명 한두 명은 자신의 상태를 눈치챘을 것이다.
‘정신 차리자. 지금 들뜰 때가 아니야.’
몇 차례 고개를 흔든 뒤에야 이사나는 간신히 흥분을 가라앉혔다. 라피스가 본체로 돌아간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잊으면 곤란했다. 그러자 경고하는 것처럼 마을 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흔들리고 무너지는 건물들 사이에서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주민들이 보였다. 조금 전 이사나를 습격했던 거대 전갈 괴물이 도시 한복판에서도 튀어나오고 있었다.
“라피스 님!”
[알아.]
때마침 반대편에서 날아오던 몬스터 떼가 이쪽을 발견하고 주춤거리는 것이 보였다. 해골인데도 표정이 느껴질 정도로 당황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사나는 가만히 숨을 죽이고 감탄했다. 상급 몬스터인 하늘 뱀 괴수는 겁을 잘 먹지 않는 편이라 토벌이 상당히 까다로운 종이었다. 그런 몬스터가 지금 명백히 라피스를 의식하고 있었다.
‘드래곤이 몬스터를 지배한다더니.’
그러나 라피스는 상대의 태도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은 듯했다.
[날 보고도 달아나질 않아?]
기가 차다는 듯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진한 노기가 담겼다. 공중에 멈춰선 그가 두 날개를 크게 펄럭였다. 동시에 귀를 찌를 듯이 강력한 음파가 터져 나왔다.
―감히 거역하지 마라.
헉하고 급한 숨이 넘어갔다. 이사나는 어깨를 끌어안고 몸을 웅크렸다. 혹한이 스미는 것처럼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거대한 압력에 짓눌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 기운이 자신을 향한 게 아니라는 걸 아는데도 숨이 턱턱 막혔다. 그걸 정면으로 받은 몬스터 떼는 완전히 혼이 나간 것 같았다. 질서정연하던 줄이 마구 어지럽게 뒤섞이더니 혼란해지기 시작했다. 그 효과는 지상에까지 미쳐서, 난동을 피우던 전갈 괴물들도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적어도 이 근방은 모두 라피스의 영향권에 속한 것 같았다.
[꺼져.]
날카로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러자 하늘과 땅을 막론하고 기세가 죽은 몬스터들이 서둘러 몸을 틀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않는 단 한 마리만을 제외하고.
달아나지 않은 하나는 하늘 뱀 괴수 떼 쪽에 있었다. 동족들이 모두 달아난 와중에도 그 한 마리는 아무런 동요 없이 가만히 이쪽을 주시하고만 있었다. 해골로 된 머리에서 벌어진 턱이 기괴하게 덜그럭거렸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기묘한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네가 진원이냐?]
라피스가 물었을 때였다. 멈춘 것처럼 고요하던 몬스터가 돌연 빠르게 덮쳐들었다. 정확히 이사나가 있는 쪽을 노린 움직임이었다. 놀란 이사나가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리려는데 둥근 막이 펼쳐지며 달려드는 발톱을 튕겨냈다. 키이익!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괴수가 주춤거리며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