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2화
그때 문득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싶더니 카류안 앞에 무언가가 번개처럼 내리꽂혔다. 그 정체는 긴 작대기 형태를 한 빛의 창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속에 무장한 천사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창을 던졌고, 빛줄기가 카류안의 주위를 빠른 속도로 포위하기 시작했다. 오래지 않아 빛으로 이루어진 감옥이 완성됐다.
“이건…….”
“천군의 결박진이야. 신계에서 쓰는 죄수 포획용 주술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주술이지. 아직 정신 못 차릴 줄 알았는데 제법 대처가 빠르네.”
나와 같이 하늘을 올려다본 카노스가 느긋하게 대답했다. 그제야 움직일 정도로 몸의 재생을 마친 카류안이 곧장 창살 앞으로 덤벼들었다. 물론 움켜쥐고 마구 흔들어도 감옥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물리력이 통하지 않자 놈은 마신을 노려보면서 악을 썼다.
“지금 날 어떻게든 죽여야 할 것이다, 마신! 내가 완벽해지면 가장 먼저 널 무릎 꿇리고 진창에 굴릴 것이다!”
“아, 정말?”
“넌 결코 곱게 죽을 수 없을 것이다! 세상에서 맛볼 수 있는 모든 수치심과 절망을 알게 해주마! 그 꼴 보기 싫은 눈알을 도려내고 용암을 부어 녹일 것이다! 더러운 벌레를 입안에 가득 처넣고야 말 것이다!”
더는 들어줄 수가 없어서 나는 다시 얼음창을 만들었다. 여전히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입을 당분간 닥치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막상 실행으로 옮기진 못했다. 카노스가 손을 뻗어 저지한 탓이었다. 불만스럽게 바라봤더니 그가 싱긋 웃었다.
“왜 말리는 거죠?”
“그냥 도발이야. 여기서 굳이 저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원하는 대로……?”
이어진 말에 카류안의 표정이 움찔했다. 놈의 허를 찔린 얼굴을 카노스가 부드러운 눈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처음부터 날 진정시킨 이유가 따로 있었군요. 반격의 여지가 있었나요?”
“음, 솔직히 말하면 나도 확신은 못 했어. 그런데 아무래도 맞춘 것 같네.”
“자세히 설명해요.”
“주신의 계시에 의하면 악신은 저주 속에서 태어나고 고통을 주식으로 삼는다고 하거든. 아직 육신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미 쟨 반쯤은 각성한 상태이기도 하잖아? 자신이 받는 고통도 힘으로 치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
자신이 받는 고통도 힘으로 치환할 수 있다니, 그럼 고통을 가할수록 오히려 더 강해진다는 거잖아.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능력이었다. 황당해져서 돌아봤더니 카류안이 키득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사방이 진동하며 땅속에서 검붉은 기류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사기(死氣)가 놈에게 반응하여 급속도로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곧이어 크게 폭주한 기류가 우리 쪽을 덮쳐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혀를 차고 대응하려는데 갑자기 새빨간 불꽃이 피어나더니 검붉은 기류들을 빠르게 집어삼켰다. 고개를 들자 허공에 떠 있는 사람이 보였다.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화려한 붉은 머리칼이 그 자체만으로도 태양 같은 느낌을 주는 소녀였다.
“이프리트.”
“바보야, 거기서 넋을 놓고 있으면 어떡하니?”
그러고 보니 이프리트가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본계로 돌아간 지 꽤 시간이 흐른 참이었다. 슬슬 합류할 시점이라고는 생각했는데 역시나 이쪽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손을 탁탁 털면서 내려선 이프리트는 조금 화난 얼굴이었다. 그러면서도 눈은 끊임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뭘 찾는지 알 것 같아서 나는 그 수고를 덜어주기로 했다.
“아버지는 여기 없어.”
“뭐? 왜!”
“다쳤거든. 신계로 돌아갔어.”
“뭐어? 엘뤼엔이 다치다니? 어디가 어떻게 얼마나 다쳤는데? 소멸진을 진행할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었잖아?”
“거기까지 봤으면서 몰라?”
“그 뒤론 결계에 가려져서 아무것도 안 보였단 말이야! 아무튼 그때까진 분명히 멀쩡했어! 대체 뭘 어떻게 하면 엘뤼엔처럼 강한 신이 다쳐? 정화진이 실패한 것도 어이없는데 소멸시킨다는 놈은 아직도 멀쩡히 살아 있고! 대체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상황 보면 짐작할 수 있잖아.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닐 텐데 알아서 판단하지그래.”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이프리트, 시끄러워.”
“너, 너어, 지금……!”
“지금도 충분히 짜증나니까 날 더 자극하지 마.”
숨을 크게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나를 바라보는 이프리트의 얼굴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나는 입을 벙긋거리는 이프리트를 무시하고 카류안 쪽을 바라보았다. 놈이 있던 장소는 사기로 가득 채워져 검은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각성에 들어갔을 때와 매우 흡사한 현상이라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다. 쭉 느긋하게 있던 카노스도 이번엔 조금 곤란한 표정이었다.
“결박이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하겠어. 서둘러야겠네.”
“소멸진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건가요?”
“그래야겠지.”
“바로 시작하셔도 괜찮습니다. 저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때까지 그림처럼 고요히 서 있던 페르데스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처음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역시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모습이었다. “자, 잠깐 기다려!” 그 순간 황급히 소리친 이프리트가 두 팔을 벌리고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곤 놀란 페르데스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정말이네. 정말 미네르바잖아?”
“이프리트.”
“그래,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알아. 네가 소멸하러 내려올 때 나도 그 모습을 정령계에서 보고 있었으니까. 네 생각 충분히 알았고 이해도 했어. 하지만 이건 아니지. 왜 또 너야? 우리더러 네가 죽는 모습을 두 번이나 지켜보란 거야?”
“하지만 원래 내가 하기로 한 일이야.”
“그러니까 그게 싫다는 거잖아! 다른 방법 없어, 마신? 그렇게 많은 생명을 잡아먹은 놈이잖아! 마지막까지 꼭 누구 하나를 잡아먹고 가게 내버려 둬야 해? 그냥 저놈만 죽이라고!”
“이프리트, 진정해. 정화가 실패했잖아. 더는 방법이…….”
난처한 표정을 한 페르데스가 어떻게든 이프리트를 달래려고 할 때였다. 꿈틀거리는 검은 덩어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카노스가 가볍게 자신의 턱을 쓸었다.
“흠, 어쩔까…….”
“카노스?”
“불의 왕이 한 말이 틀린 건 아니지. 그렇게 많은 희생이 있었는데 또 무고한 생명을 희생하는 건 너무 안타깝긴 해. 어때, 정화를 다시 시도해 볼래?”
“……그게 돼?”
질문한 사람은 트로웰이었다. 페르데스가 나설 때만 해도 차분하던 그는 희망을 담은 말에 오히려 더 동요하고 있었다. 페르데스도 당황해서 물었다.
“정화진을 다시 만들자는 말씀입니까? 그건 어렵습니다. 처음 정화진도 상급신을 전부 동원해서 만든 겁니다. 그걸 받치는 사방진 역시 상당량의 마나가 필요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시간도 신력도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물론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해야지. 처음 방식보다는 성공 확률도 낮고, 후유증도 꽤 크겠지만. 시도해 볼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거든.”
“정화할 방법이 있다고요?”
내가 묻자 카노스가 팔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가볍게 주먹 쥔 손을 중심으로 새카만 낫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계를 깨트렸을 때와 내 공격을 막아냈을 때 꺼냈던 무기였다.
“심판관.”
“맞아.”
맞춘 게 기특하다는 듯 카노스가 맑게 웃었다.
“심판관엔 주신의 힘이 깃들어 있지. 이걸 쓰면 카류안을 정화할 수 있을지도 몰라. 대신 심판관은 영원히 잃겠지만.”
“그건, 그건 안 됩니다. 너무 무모합니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페르데스가 급히 고개를 저었다.
“왜?”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도 할 수 없는 거잖습니까. 그런 일에 주신의 힘이 담긴 무기를 함부로 쓸 수는…….”
“어차피 심판관은 나밖에 못 다뤄. 아, 이제 엘뤼엔도 쓰던가. 어쨌든 대체로 쓸 일이 거의 없는 무기라는 소리야.”
“하지만 주신의 힘이 깃든 무기는 그것 하나뿐이죠.”
낯선 목소리가 끼어든 건 그때쯤이었다. 놀라 돌아보니 바로 뒤에 처음 보는 사람이 서 있었다. 얼굴을 거의 다 가릴 만큼 큼직한 안경을 쓰고, 은회색 머리카락을 길게 땋아 내린 한 남자였다. 강박증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온몸을 꼼꼼히 감싼 차림에서 짙은 안개 냄새가 풍겼다. 이와 비슷한 냄새를 명계에서도 맡은 적이 있었다. 왠지 묻지 않아도 그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이 정도로 강한 저승의 기운을 품을 수 있는 존재는 하나뿐일 테니까.
“명계의 신 섀넌인가.”
트로웰이 중얼거리는 소리는 내가 예상한 그대로였다. 카노스는 조금도 놀라지 않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잔소리쟁이가 오셨군.”
“……카노스,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섀넌이라는 남신은 몹시 지친 목소리였다. 안경 때문에 얼굴이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표정이 굳었다는 것만은 알 것 같았다.
“뭘 이러지 마?”
“심판관은 안 됩니다. 주신은 오래전에 잠들었고, 이제 그의 힘을 구할 수 있는 수단은 몇 가지에 불과합니다. 심판관은 그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형태로 존재하는 겁니다. 그 힘은 우리가 지닌 최후의 공격이자 방어선입니다.”
“악신이 태어나는 것보다 더 큰 일이 뭐가 있다고? 딱 필요한 때에 올바른 방식으로 쓰는 것 같은데?”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그땐 어쩌실 겁니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야지.”
“카노스!”
답답하다는 듯 외치는 이름에 카노스는 할 말이 있으면 하라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섀넌 역시 물러서지 않고 도전적으로 그를 응시했다.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겠습니까? 당신은 늘 그렇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식을 두고 항상 멀리 돌아갑니다. 이번 일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건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걸 굳이……!”
“섀넌.”
카노스의 음성이 낮아졌다고 느낀 건 착각이 아닐 것이다. 섀넌의 어깨가 눈에 띄게 움찔했다. 그를 바라보는 카노스는 변함없이 웃고 있었다.
“아까부터 재밌는 말을 하는데. 내가 너희와 반목하지 않는 것도, 내가 굳이 어려운 방식을 택하기 때문이야.”
“……알고, 있습니다.”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다물던 섀넌이 한참 만에야 간신히 대답했다. 기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명계의 신이라면 마신인 카노스와 더불어 최고신 중 하나였다. 아마도 누구보다 오랫동안 카노스를 알아왔을 존재이기도 했다. 그런데 섀넌은 오히려 엘뤼엔보다도 그를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럼 이야기는 끝난 거지?”
둘 사이에서 흐르던 숨 막힐 듯이 무거운 분위기를 깨트린 건 카노스가 먼저였다. 이번엔 섀넌은 그저 가만히 신음을 흘리기만 했다. 나는 즐거워 보이는 카노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강제로 체념한 듯한 명계의 신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리 와 닿지도 않는 심판관의 상징성보다는 페르데스가 죽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으니까. 정작 당사자인 페르데스는 몹시 난처해하는 모습이었지만.
“이제 어떻게 하는 거죠?”
“구조는 기존 정화진과 비슷해. 심판관을 중심으로 사방진을 짤 건데, 그걸 인도할 수 있는 이 세계의 음양의 기운이 두 개씩 필요해. 힘은 강할수록 좋으니까 이왕이면 그 역할을 정령왕들이 해주면 좋겠어.”
하늘에 속하는 불과 공기는 양기, 지하에 속하는 물과 흙은 음기에 해당한다. 둘씩이라면 결국 정령왕 넷이 다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같이 설명을 듣던 이프리트가 얼굴을 찌푸렸다.
“우린 상관없지만 미네는 힘들어. 역소환 된 이후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상태야. 아마 회복하려면 며칠은 더 걸릴 거야.”
“흠, 그럼 아쉬운 대로 한쪽 양기는 다른 데서 끌어와야겠네. 드래곤은 동원할 수 있겠어?”
“아, 그거라면 가능해. 안 그래도 다들 벼르고 있거든.”
이어진 이프리트의 설명에 의하면, 정화진이 무너진 직후 바람의 진을 맡았던 아네아가 로드인 디아곤을 찾아가 모든 상황을 알렸다고 한다. 각 일족에서 가장 강한 자들만을 뽑아 몇 날 며칠 공들여 만든 진이 허무하게 무너진 것에 그들 일족은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그래서 다들 카류안에게 이를 갈며 전투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문제는 처음 정화진을 만들 때 다들 힘을 너무 많이 소모했다는 거야. 지금 바로 동원할 수 있는 드래곤 중에서 양기를 지닌 건 레드 일족밖에 없어.”
“그건 곤란한데. 안 그래도 정령왕들의 기운에 밀릴 텐데 숫자까지 부족하면 균형이 너무 안 맞아.”
“그럼 어떡해?”
“차라리 정령왕 쪽의 힘만 쓸까. 둘의 힘을 사방진에 골고루 분배하고 드래곤은 그걸 방진 위치에서 받치기만 하는 게 좋겠어. 음기 쪽에서 가장 멀쩡한 일족은 뭐야?”
“블랙 일족일 거야.”
“그럼 정화진에 그 두 일족을 쓰기로 하고, 너희도 땅과 불만 참여해 줘. 전체적으로는 약해지겠지만 균형이 틀어지는 것보단 낫겠지.”
뭐야, 그럼 나는 빠지는 건가. 음양의 기운이 서로 균형이 맞아야 하니 둘만 뽑히는 건 어쩔 수 없었고, 그걸 받칠 수 있는 드래곤과 속성을 맞춰야 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빈번히 나만 정화진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러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카노스가 나를 돌아보았다.
“마침 잘됐네. 엘에겐 다른 일을 맡길게.”
“……그게 뭐죠?”
“저 아이의 남은 조각을 회수해줘.”
이어진 말에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뜻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제야 생각이 미친 탓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대공이 남아 있었다. 첫 정화진과 소멸진이 실패한 것도 전부 그 녀석이 원인이기도 했다.
“각성이 코앞이니 그리 멀리 두진 않았을 거야. 근방에 있겠지. 정화를 또 방해하면 곤란하니 그 전에 붙잡아주면 좋겠어.”
“그건 생포하라는 소리인가요?”
“맞아, 지금 죽이면 조각이 본체로 다시 돌아오게 되거든. 그럼 카류안의 힘이 더 커지겠지. 정화진이 약간 불안정하니 여기서 조건이 달라지면 안 돼.”
생각보다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내가 죽이지 않더라도 대공이 자결하려 할 수도 있을 텐데, 그것까지 막아야 한다는 소리였으니까. 밟아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을 보호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절로 찌푸려졌다. 카노스가 그런 내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이야, 시간이란 참 무서운 거야. 한때는 내 팔을 잘라내지도 못하고 끝까지 안절부절못하던 순딩이가 이제 죽이지 못해 아쉬워하는 거야?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글쎄요, 뭐가 달라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변했다면 당신도 꽤 공헌했을걸요.”
“이것 봐, 이것 봐. 이제 말로도 안 지잖아. 와아, 딸을 시집보내는 게 바로 이런 기분인가?”
“역시 맞고 싶은가 보네요.”
“농담이야, 농담. 자아, 어쨌든 서두르는 게 좋을걸. 지금 그 조각은 각성을 위한 마지막 제물을 찾고 있을 테니까.”
그 순간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불만이 그대로 증발했다. 살짝 멈칫했다가 카노스를 돌아보았다. 의미심장하게 웃는 얼굴을 보자 머릿속이 점차 차갑게 식어갔다.
악신의 마지막 각성에 필요한 건 어린 인간의 심장 하나.
이 조건에 해당하는 존재가 바로 근처에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