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0화
가정할 수 있는 수많은 추측 중에서도 나쁜 예감이 특히 밟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모르스는 과거 천마 대전에서 신계에 막심한 피해를 준 특수군이었다. 비슷한 힘을 지닌 천사들조차도 고전했는데 인간족이 주류 종족인 아크아돈은 당해내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동안 데르온은 이미 동굴 밖으로 성큼성큼 사라진 상태였다. 시벨리우스는 욕설을 삼키고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다. 아스가 있는 곳을 돌아봤으나 꽁꽁 덮인 고치 형태는 그가 처음 봤던 모습에서 여전히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어떻게 할지 망설이다 시벨리우스는 서둘러 데르온의 뒤를 쫓았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로 끝에 서 있는 그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뭐야, 벌써 떠난 줄 알았더니 왜 여깄어?”
“그런 너는 왜 따라 나온 거지? 아스 님을 맡겼을 텐데.”
“나도 동태는 살펴야 할 것 아냐. 어차피 입구는 여기 하나뿐인데 안에만 있으면 뭐해?”
그 말이 틀리진 않았기에 데르온은 불퉁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입을 다물었다. 시벨리우스는 좀 더 앞으로 나가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바깥쪽으로 오니 동굴 안에 있을 때보다 감각이 선명해졌다는 게 더 확실히 느껴졌다. 스치는 바람 속에 무수한 냄새와 소리와 기운들이 섞여 있었다. 바람이 전해 주는 정보가 이렇게 많았다는 걸, 차단되기 전까지는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그래서 넌 왜 여기서 멈춰 있는데?”
“저길 봐.”
데르온이 턱짓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기 무섭게 시벨리우스는 얼굴을 굳혔다. 그들이 있는 동굴보다 낮은 지대에 펼쳐진 빼곡한 나무숲, 그 위를 날 듯이 빠르게 이동하는 무리가 보였다.
어느 정도 몸을 단련하면 인간도 저 정도의 경지엔 이를 수 있다. 검기를 일으키거나 바위도 가를 수 있었고, 드물지만 그중 일부는 어지간한 드래곤보다도 강해질 수도 있었다. 그러니 특별한 능력을 보인다 해서 섣불리 인간이 아니라 단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인간은 절대 가지지 못하는 것이었다. 살기와는 또 다른, 진득하고 섬뜩한 어둠을 담은 기운. 정제되지 않은 독에 가까운 그것을 타고나는 종족은 세상에 단 하나뿐이었다. 더불어 멀리서도 한눈에 띄는 짙은 흑발 역시 그들의 정체를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마족.
시벨리우스와 데르온이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저거 모르스인가?”
“아마도.”
“한 천 명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저놈들이 다야?”
“그럴지도.”
“아까부터 그 애매한 대답은 뭔데?”
“모르스는 그림자 군대다. 오직 마왕에게만 충성하고 그 명령에만 따르지. 표면으로 나서는 일이 없기 때문에 나도 그들의 얼굴은 물론 정확한 규모가 얼만지 알지 못해. 소집 나팔을 듣고 모인 걸 테니 아마 거의 다 넘어왔겠지만.”
“으음, 뭔가 엄청나네. 마왕의 명령에만 따른다는 건 공작의 명도 소용없다는 건가?”
“당연한 소리. 그들에게 내 명령은 발치에 떨어진 콩 조각보다 가치가 없다.”
그게 그렇게 자부심 넘치게 대답할 일인가 싶었으나 데르온의 표정은 뿌듯하기만 했다. 그간 알아온 세월이 마냥 무용지물은 아니었던지라 시벨리우스는 그의 심리 상태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공작인 자신의 위신보다 훗날 마왕이 되어 모르스의 충성을 받을 아스의 위용부터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마족은 권력을 탐한다고 들었는데. 네가 마왕이 될 생각은 없나 봐?”
“난 아스 님을 섬기기로 맹세했으니까.”
“맹세해서? 그게 다야?”
“충성을 맹세한 이에겐 신의를 지킨다. 당연한 거 아닌가?”
“당연하긴 한데, 그 당연한 말을 마족이 하니 좀 기분이 묘하네. 마족은 밥 먹듯이 서로 싸운다고 들었거든.”
“우린 승부를 즐기는 거지 배신을 즐기는 게 아니다. 각자의 기준선이 다른 것뿐, 내가 인정한 상대는 진심으로 따라. 게다가 마족만 배신하는 것도 아니지.”
“……그건 그래.”
오히려 배신은 성결의 상징이었던 유니콘인 그의 일족이 저질렀다. 그 배신의 대가를 온몸으로 치른 장본인으로서, 시벨리우스는 그간 자신이 꽤 편협한 사고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거랑은 별개로 친해질 수 없는 유형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런데 좀 이상하다.”
“뭐가 이상해?”
“다른 차원으로 소집된 모르스는 그 세계의 섬멸을 위해 움직인다. 무작위로 흩어져서 눈에 보이는 족족 죽여 없애는 걸 목표로 삼지. 그런데 지금은 그런 느낌이 아닌 것 같다.”
시벨리우스는 그가 하려는 말의 의미를 금방 이해했다. 아까부터 쭉 지켜보는 동안 모르스는 일괄적으로 줄을 맞춰 한 방향으로만 이동하고 있었다. 마치 어디론가 가야 할 목적지를 정해 두고 있는 것 같았다.
“넌 쟤들이 어디로 가는 것 같아?”
“글쎄, 하지만 그게 어디든 우리 쪽에 좋은 흐름은 아닌 것 같군.”
“와, 너랑 마음 맞는 건 싫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때 모르스 중에 하나가 이동을 멈춘 채 그들이 있는 쪽을 돌아보아서 둘은 곧바로 몸을 숨겼다. 다행히 정확히 눈치챈 것은 아니었는지 그는 한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른 이의 부름을 받고 다시 이동하는 무리에 섞여들었다. 그 모습이 멀찍이 사라질 때까지 시벨리우스와 데르온은 호흡을 멈춘 채 기척을 완전히 죽였다.
“……우리 둘이서 저걸 막을 수 있을까?”
“네가 강신해서 카노스 님을 모셔온다면 가능할 텐데.”
“너 자꾸 은근슬쩍 되지도 않는 욕심을 부리는데. 나는 강신을 안 하는 거지만 못하는 거기도 해. 지금 문을 열면 위험하다고. 악신 쪽에서 눈치챌 수도 있단 말이야.”
“쯧.”
“알아들었으면 이제 더는 그 얘긴 꺼내지 마. 일단은 저 녀석들이나 따라가 보는 게 좋겠어.”
“넌 여기에서 아스 님을 지켜라. 추적은 내가…….”
대답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별안간 몸을 움찔한 데르온이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 시선이 보이지 않는 동굴 안쪽을 집요할 정도로 뚫어지게 응시했다. 의아해하던 시벨리우스도 곧 무언가를 깨달은 얼굴로 동굴 쪽을 바라보았다. 그가 얼떨떨하게 입을 벌렸다.
“……어쩌면 둘이 아닐 수도 있겠네.”
* * *
시간의 흐름은 잡히지 않는 공기와 같으며 지나간 일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돌이키지 못한다. 신의 세상에 한없이 가까워진 지금에도 그것만은 변하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러니 어찌할 수 없는 후회에 빠지기보다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우리가 정화진이 있던 장소로 갔을 땐 카류안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영상 속 황금빛으로 눈부시던 마법진 역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대신 보이는 거라곤 온통 새카만 검댕으로 뒤덮인 처참한 현장의 모습이었다. 눈이 닿는 곳마다 눌어붙은 검은 진액이 부글거리고 있었다. 흙이 타면서 발생한 연기가 사방에 자욱했다. 마치 진압을 마친 직후의 화재 현장 같았다. 물론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질이 나쁜 상태긴 했지만.
“엘, 위험하니까 건드리지 마라.”
무심코 진액을 살피려 하자 바로 제지하는 엘뤼엔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시험해 볼 마음을 깨끗이 접고 뒤로 물러섰다. 사실 굳이 살피지 않아도 온 사방에 가득한 독기가 절절히 느껴졌다. 우리니까 이곳에 있어도 멀쩡한 거지 평범한 인간은 근방에 닿기도 전에 중독되어 급사할 정도로 치명적인 수준이다. 중심부에 들어섰을 땐 라피스조차 꺼려졌는지 뒤로 멀찌감치 물러선 상태였다.
“여긴 한동안 봉쇄해야겠어. 내가 직접 정화에 나서도 다시 제 기능을 하려면 백 년은 더 걸리겠는걸.”
주위를 돌아보는 트로웰은 드물게 화난 표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멀쩡한 벌판이 죽음의 터로 변했으니 땅의 정령왕인 그가 분노하는 것도 당연했지만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이곳을 잃다니 아쉽네. 가을에 분홍 억새가 흐드러지게 피는 곳이었는데.”
“분홍 억새? 예쁘겠다.”
“응, 정말 예뻐. 미네르바와 내가 같이 만든 거였어. 우연히 자생한 걸 미네르바가 발견해서 씨앗을 가져왔고, 그걸 내가 번식시켰지.”
여기서 그가 말하는 미네르바가 전대라는 사실은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움을 담은 표정만 보아도 충분했으니까.
“이제 그걸 다시는 볼 수 없겠구나.”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트로웰은 씁쓸해 보였다. 어딘지 텅 비어버린 듯 공허한 눈동자였다.
“나중에라도 다시 자라게 할 순 없는 거야?”
“음? 아아, 억새를 다시 키우는 건 가능해. 일단 내가 따로 보관해 둔 종자가 있거든. 정화가 끝나면 다시 한가득 채워 놓긴 할 거야.”
“그럼…….”
“하지만 복원하더라도 이전과 똑같은 건 아니겠지.”
‘아.’
그 말을 듣고서야 나는 그가 말한 게 억새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다시 볼 수 없다는 건 미네르바와의 추억을 뜻하는 것이겠지. 이 장소가 다시 분홍 억새로 가득해진다 해도 그건 이제 더는 미네르바와 함께 만든 것이 아닐 테니까. 그의 두 눈을 가득 채운 공허가 뭔지 알 것 같았다. 그건 상실감이었다.
문득 가슴 안쪽이 저릿해져서 반사적으로 손으로 짚었다. 미네르바와의 이별은 나도 슬프고 안타까웠지만 트로웰과 같은 기분일 수는 없었다. 나는 깊이 추억할 만큼 그와 함께한 시간이 길지 않았으니까. 곁에 있는 게 당연했던, 늘 함께하던 이의 비워진 자리를 돌아보고 확인하는 마음은 상상하는 것만으로 버겁다. 돌이켜 보면 나는 남겨진 쪽의 기분을 제대로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태진이와의 이별도 내가 떠나는 쪽이었다.
“상급신이 죽어야 한다고?”
“그래.”
그 짧은 대화가 계속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도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나는 힐끗 엘뤼엔 쪽을 바라보았다. 내겐 건드리지 말라고 했으면서 정작 그는 손을 뻗어 검은 덩어리를 조금 움켜쥐고 있었다. 타는 소리가 나서 바라보았더니 그의 손이 점차 까맣게 물들고 있었다. 깜짝 놀라 다가가려 하자 엘뤼엔이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표정을 담지 않은 얼굴에서 가까이 오지 말라는 경고만은 분명히 읽혔다. 그 직후 그의 손에서 하얀빛이 터져 나왔고, 그 빛이 빠른 속도로 검은 기운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완전히 밀려난 검은 기운이 증발하는 것처럼 연기를 내며 사라졌다.
“뭘 한 거야?”
“놈의 각성 상태를 확인한 것뿐이다.”
“그걸 꼭 그런 방법으로 확인해야 해?”
“이건 닿아야 알 수 있는 거라서.”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얼굴이었지만 나는 오히려 입이 바짝 말랐다. 엘뤼엔은 내가 뭘 염려하는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유능한 아버지라는 걸 또 잊은 것 같구나, 아들아. 다 할 만해서 시험한 거다. 놈의 힘이 날 앞선 건 사실이지만 내가 속수무책으로 밀릴 정도도 아니야.”
“……그래서 뭘 알아냈는데?”
“아직 놈에게 카노스의 금제가 남아 있군. 일부 정화가 진행된 상태이기도 하니 바로 각성할 일은 없겠어.”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이었다. 마신의 금제는 저절로 풀리는 것이 아니니 마냥 숨어서 시기를 기다리지는 못할 것이다. 어떤 쪽으로든 카류안이 곧 노출된다는 소리고, 잡을 확률도 그만큼 더 높아진다.
“그래도 악신용 소멸진을 만들어야 하는 거지?”
“힘이 온전하지 못한 것뿐이지 이미 그 혼은 악신이 된 거나 다름없으니까. 발견이 너무 늦었어. 이삼십 년 정도만 빨랐어도 여기까지 오진 않았겠지.”
그 기간은 내가 이 땅에 태어나지 못한 시기와도 겹친다. 각성에 박차를 가할 정도로, 그 시기에 카류안은 가뭄을 이용해 기하급수적으로 제물을 끌어모았다. 얼마나 많은 아이가 죽은 건지 숫자를 헤아려보기도 겁났다. 그 추악하고 끔찍한 과정에 내가 보탬이 되었다 생각하니 기분이 하염없이 가라앉았다. 그런데 엘뤼엔은 의외의 말을 했다.
“하지만 그래서 막을 수 있었던 거기도 하다. 놈은 허점을 노린 거라 생각하겠지만, 아크아돈을 각성 장소로 정한 건 실책이야. 오히려 가장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한 셈이다.”
“어? 왜?”
“이 세계는 특별하지. 주인이 있으니까.”
“주인이라면…… 우리들 말이야?”
“그래. 중간계는 저마다 정해진 관리자가 있지만 아크아돈은 그런 단순한 개념과 다르다. 이 세계는 온전히 정령왕의 것이지. 세상의 흐름도 정령왕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게 제법 분명하게 보이지 않나? 놈은 물의 정령왕을 건드렸고, 결국 그 물의 정령왕에 의해 계획을 완성하지 못하게 됐다.”
그런 식으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대공이 저지르는 일마다 유독 나와 연이 닿았던 게 그런 이유였던 건가. 지겨운 악연이라 생각했는데 그 모든 걸 카류안이 자처한 거라니 뭔가 기묘한 기분이었다. 나는 조금 얼떨떨하게 있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으음, 그래도 완전히 막지는 못했잖아?”
“글쎄, 달리 보면 이곳이라서 그나마도 막을 수 있었다고 해석해야 하는 거겠지만.”
“헐, 그런 거야?”
“네가 그걸 스스로 깨닫게 되면 그땐 비로소 완전해지겠지.”
그가 말하는 완전이라는 건 내가 정령왕으로서 온전히 자각하는 순간을 의미할 것이다. 불쑥 거부감부터 찾아드는 건 아직 내가 미숙하다는 증거일까. 여전히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내게 무심코 안도하는 내가 있었다.
“엘뤼엔이 좋은 점을 짚었네.”
그때 트로웰이 불쑥 대화에 참여했다. 맑게 빛나는 금안을 보니 언젠가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와 악신이 서로 깊은 악연으로 엮여 있다는 말. 그러므로 내가 가는 방향과 장소에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 했었다. 그때 그 말이 바로 이런 뜻이었나 보다.
“엘, 지금 가장 마음에 걸리는 점이 뭐야?”
“응? 마음에 걸리는 점?”
“악신에 관해선 네가 지침서나 마찬가지니까. 지금까지는 저절로 흐름을 탔지만 이쯤 되면 네 쪽에서 흐름을 읽어낼 수도 있겠지. 뭐든 짚어보고 싶은 부분을 말해 봐.”
이걸 가볍게 웃어넘길 수 없는 건 이미 한차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카터스 제국으로 가게 됐을 때 트로웰은 그곳에 대공이 있을 거라고 했었고, 결국 그 예상이 맞았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가 하는 말이 맞을 거다. 나는 살짝 얼굴을 찌푸리고 생각을 더듬어가 보았다.
“지금 신경 쓰이는 거라면…… 미네의 장벽이 사라진 거?”
“흐음?”
“그 안에 있던 마족 군대가 어떻게 됐는지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사실은 이미 알아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더 초조해진 상황이었지만.
“과연.”
트로웰이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왠지 불길한 미소라서 나는 흠칫 몸을 움츠렸다.
“왜?”
“나도 신경 쓰여서 찾아봤거든. 차라리 소란을 피웠다면 판단하기가 쉬울 텐데 조용한 점이 마음에 걸렸어. 엘이 그 부분을 짚으니 역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구나 싶네.”
“트로웰도 찾아봤어? 나만 못 찾는 게 아니지?”
“응, 내게도 안 보여. 북쪽으로 똑바로 올라가는 흐름을 마지막으로 흔적이 깨끗하게 끊겼어.”
“그게 어느 방향이지?”
“여기선 동남쪽.”
엘뤼엔의 질문에 트로웰이 바로 답했다.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얼굴을 굳힌 내가 이상했는지 트로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