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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왕 엘퀴네스-384화 (384/608)

제384화

나를 따라 시선을 돌린 이들도 그걸 발견하고 숨을 삼켰다. 색이 짙어질수록 물이 내 통제를 벗어나고 있었다. 붙잡으려 해봐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아예 다른 성질로 변해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할 거란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구체가 흐트러지면서 검은 액체가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떨어진 부분에선 바닥이 타들어 가는 소리가 들렸다.

“세리엄! 아직 멀었어요?”

내 외침에 세리엄이 주문을 외우는 속도가 빨라졌다. 검은 것들이 쏟아지는 속도는 더 빨라졌다. 이윽고 거의 다 쏟아진 사이에서 덩어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굳이 덩어리라 한 건 그걸 도저히 사람의 형체로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굳이 묘사하자면 가죽이 다 벗겨진 해부용 인형 같았다. 형태가 전부 흐물흐물하게 녹아 있는데 새빨간 안광만이 선명했다. 끔찍한 외모에 모두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정작 그 덩어리, 카류안은 몹시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크……크크큭.”

음침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가 비척비척 걸어올 때마다 검은 덩어리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로군. 여기서 룬을 만나다니. 내게 행운이 깃드는 모양이야.”

그는 뭔가에 잔뜩 심취해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형형한 안광이 시벨리우스를 집요하게 훑었다. 그를 감싸고 있는 눈부신 날개와 뿔을 바라보는 시선에 진득한 탐욕이 읽혔다.

“룬. 룬이라. 기억에 있지. 루세프의 사제이자 신들의 대행자. 그 육체는 신을 위해 마련된 성스러운 그릇. 또한 모든 제약에서 벗어나게 하는 가장 완벽한 은신처라고 하던가.”

중얼거리던 카류안이 입을 크게 벌렸다. 희열에 들끓은 얼굴이었다.

“내가 들어갈 최적의 그릇을 찾았군.”

결국 가장 최악의 흐름으로 가려는 모양이다. 쓸 만한 육체를 찾아다니던 놈 앞에 가장 완벽한 도구가 놓인 격이다. 놈이 이 기회를 놓치려 할 리가 없었다. 시벨리우스의 몸에 카류안이 들어간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이 미친놈이. 누가 너한테 내 몸을 내준대?”

시벨리우스도 질색한 얼굴로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나 카류안은 오히려 웃기만 할 뿐이었다.

“네가 평범한 유니콘이었다면 오히려 어려웠겠지. 하지만 넌 룬이다. 느끼지 못하는가? 난 신에 가깝다. 아니, 이미 신이다.”

“그래서?”

“자격이 갖춰졌다는 뜻이지.”

“무슨 헛소리를…….”

<문이 열린다.>

그 입에서 나오는 묘한 음성에 소름이 오싹 돋았다. 직감적으로 그게 무언가의 명령어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황급히 시벨리우스를 돌아보았다.

“시벨, 달아나! 당장!”

“다 됐어! 다들 이리로!”

때마침 타이밍 좋게 세리엄이 소리쳤다. 그가 만든 마법진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자 모두 재빨리 그 안으로 뛰어들어 갔다. 그런데 정작 가장 서둘러야 할 시벨리우스만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시벨 님!”

“시벨? 왜 그래! 시벨리우스!”

아무리 소리쳐도 시벨리우스는 반응하지 않았다. 뭔가에 홀린 듯이 멍한 얼굴이었다. 오히려 그는 모든 소란에서 자신을 차단하려는 것처럼 천천히 눈을 감았다. 마지막 시동어를 미루고 버티고 있는 세리엄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졌다. 이대론 전부 다 망칠 판이었다.

“젠장, 너희라도 일단 가!”

소리친 순간 힘겹게 버티고 있던 세리엄이 마지막 주문을 맺었다. 마법진이 발동하면서 모두의 모습이 사라졌다. 휑해진 공간을 바라보다가 나는 다시 시벨리우스를 돌아보았다. 그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인형처럼 서 있었다. 붙잡고 흔들어 봐도 마찬가지였다.

“시벨? 시벨! 정신 차려! 내 말 안 들려?”

“크흐흐, 소용없다. 이미 문이 열렸다. 빈 그릇이 저를 원하는 신에게 반응했어.”

“……!”

카류안의 목소리가 잔뜩 들떠 있었다. 그가 혀를 길게 내밀어 있지도 않은 입술을 핥았다. 말인즉, 조금 전 그 묘한 명령어가 강신에 필요한 키워드 같은 거였던 모양이다. 이렇게 무방비하게, 심지어 일방적으로 열리는 거라곤 생각지 못해서 곤혹스러웠다. 트로웰이 경고하려던 것도 이거였나 보다. 카류안의 혼이 슬금슬금 허물을 벗듯이 지금의 육체에서 기어 나오는 게 보였다. 새카맣고 새카만, 먹물처럼 까만 혼이었다. 긴 머리카락이 늘어지며 사방에 악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 혼에 새겨진 썩은 피비린내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동시에 검은 덩어리가 빛의 속도로 덮쳐들었다.

“그 몸은 이제 내 것이다!”

‘안 돼!’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나는 곧장 시벨리우스의 앞으로 뛰어들었다. 아무리 나라도 ‘저거’랑 닿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이대로 시벨리우스가 넘어가면 그게 더 악몽이다. 조건적으로 완벽한 육체를 손에 넣으면 제게 맞지 않는 육체를 전전하느라 불안정하던 카류안의 혼이 순식간에 안정될 거다. 어쩌면 그 즉시 악신으로 각성하게 될지도 몰랐다. 아니, 그보다 저 혼이 들어가면 시벨리우스의 혼이 무사할 리가 없었다. 저자가 장악하는 것과 동시에 소멸하고 말겠지. 그것만은 반드시 막아야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등 뒤에서 기척이 느껴진다 싶더니 따스한 기척이 가볍게 나를 감싸 안았다. 뜻밖의 감각에 당황하기도 전에 옆에서 팔이 뻗어지는 것이 보였다. 코앞까지 다가온 카류안이 눈을 크게 부릅뜨는 광경이 이어지고 있었다.

콰아아앙!

정신을 차렸을 땐 카류안이 저 멀찍이 날아가 널브러진 뒤였다. 어안이 벙벙해져서 돌아봤더니 시선이 마주친 시벨리우스가 빙긋 웃었다. 나를 감싸 안았던 게 그였다는 사실에 가벼운 충격이 일었다. 착각이 아니라면 분명 이 일이 일어나기 직전에 시벨리우스가 손가락을 ‘튕겨서’ 그 압력으로 카류안을 날려 보냈다.

“시벨……?”

“응, 엘. 괜찮아?”

“괜찮긴 한데…… 너야말로 괜찮은 거야?”

“난 보다시피?”

어깨를 으쓱인 그가 다시금 빙긋 웃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인형 같던 그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멀쩡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 변화가 너무 극단적이라서 그런가. 무사한 모습을 봤으니 안도감이 일어야 하는데 오히려 얼굴이 굳어졌다.

“어휴, 깜짝 놀랐잖아. 그렇게 앞을 막아서면 어떡해. 쟤 힘은 이제 거의 극독이라는 거 너도 이미 느꼈을 텐데. 잘못 맞았으면 역소환 정도가 아니라 그대로 소멸했을 거야. 넌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정령인데 조심해야지. 앞으론 절대 이러지 마. 알았지?”

다정하게 당부하는 모습은 분명 시벨리우스가 맞는데 어딘지 묘하게 위화감이 들었다. 나는 천천히 그에게서 벗어나 간격을 벌렸다. 의외로 시벨리우스는 순순히 놔주었다.

“왜 그렇게 날 경계해, 엘? 서운하게.”

“……진짜 시벨리우스야?”

“아닌 것 같아?”

생각할 필요도 없이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시벨리우스가 난처한 얼굴로 웃었다.

“너무하네. 그렇게 바로 긍정할 정도야?”

역시 이상하다. 내가 아는 시벨리우스는 저런 식으로 나긋한 어투로 말하지도 않고 애매한 화법을 쓰지도 않는다. 오히려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라면…….

“카노스?”

무심코 뱉은 이름에 시벨리우스가 눈을 깜박였다. 조금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역시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지나친 생각인가 싶어 민망한 기분이 차오른 때였다.

“우와, 엘뤼엔의 아들은 아들이네. 눈치가 참 빠르기도 하지. 바로 알아보겠어?”

“…….”

잠시간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두뇌가 굳기라도 한 것처럼 머릿속의 모든 사고 회로가 정지한 것 같았다. 내가 방금 뭘 했었더라? 아아, 그래. 시벨리우스를 보고 카노스라 불렀지. 솔직히 그냥 무심코 뱉은 이름이었다. 갑자기 바뀐 분위기가 그와 좀 비슷한 것 같아서. 맹세코 진짜 그라고 여겼던 건 아니었다. 근데 돌아온 대답이 ‘알아보겠어?’ 라니. 뭐야, 그게. 그럼 정말 카노스라고? 그러니까 지금…… 시벨리우스의 몸에 카노스가 강신했단 건가? 그런 거야?

어이가 없어서 입을 벙긋거리고 있으려니 시벨리우스가 장난스럽게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본래 시벨리우스가 웃을 땐 조금 수줍음을 타는 듯한 느낌인데 반해, 지금 그는 나른하면서도 어딘가 위험해 보였다. 타고난 지배자의 느낌이랄까. 그 모습이 몹시 낯설면서도 엄청나게 잘 어울리기도 해서 어안이 벙벙했다. 늘 부드러운 태도라서 잘 느끼지 못했는데, 이렇게 보니 시벨리우스가 왕족은 왕족이었구나.

“귀여운 표정이네. 미안, 재밌어서 더 구경하고 싶은데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서.”

“……뭐? 아, 아니, 네?”

“여기서 잠깐 기다려.”

내 어깨를 잡은 손이 마치 경고를 하듯이 묵직한 힘을 실었다. 당황해서 고개를 들었을 땐 시벨리우스, 아니 카노스가 이내 홀연히 스쳐 지나간 상태였다. 황당했지만 그 기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 사라졌다. 그가 향하는 방향이 카류안이 처박힌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이럴 때가 아니었지.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는 상황인데 완전히 머릿속에서 지우고 있었다니, 카노스의 등장이 정말 충격이긴 했던 모양이다.

카노스는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춰 선 채 한동안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고요히 아래를 응시하고 있는 그를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카류안은, 그자는 어떻게 된 걸까. 마지막 순간엔 혼이 거의 빠져나와 있는 상태였지만 완전히 분리되기 전에 같이 날려졌다. 그래서 처박힌 것이 단순히 황제의 육신뿐인지 카류안 그 자체인지 알 길이 없었다. 게다가 어느 쪽이든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도 이상했다.

마음 같아선 당장 가서 내 눈으로 상태를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기다리라고 한 카노스의 지시를 무시해도 좋을지 알 수가 없어서 걸음이 선뜻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자 안절부절못하는 나를 느꼈는지 카노스가 피식 웃으며 살짝 손짓했다. 와도 좋다는 신호였다. 한달음에 달려가니 그가 한 팔로 내 머리를 끌어안고 마구 쓰다듬었다.

“기다리랬다고 정말 기다린 거야? 우리 엘은 말도 참 잘 듣지. 진짜 귀여워 죽겠네. 엘뤼엔 말고 그냥 내 아들 해라. 응?”

“윽, 하지 마요. 시벨의 얼굴로 그런 말 하니까 기분 이상하거든요? 그리고 지금이 농담이나 할 때예요?”

“난 진담인데?”

“그러니까 그런 소리를 할 때가 아니라는……!”

그 순간 눈에 들어오는 광경에 나는 천천히 입을 다물었다. 마치 물풍선이 터진 것처럼, 검은 액체가 사방에 퍼져 있었다. 조금 전 카류안이 날아가 처박힌 바로 그 장소였다. 급히 주변을 돌아봤지만 그 외에 다른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달아난 건가요?”

“응, 그렇네. 다시 덤벼드는 걸 기대했는데 날 바로 알아봤어. 그 녀석도 눈치가 빨라서 참 곤란하단 말이야.”

말과는 달리 중얼거리는 카노스의 표정은 태연하기만 했다. “아니지, 내 존재감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건가? 역시 위대한 나.” 이어지는 자화자찬은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렸다. 나는 몸을 굽히고 앉아 손가락으로 검은 액체를 살짝 찍어 보았다. 불쾌한 감각 속에서 여러 가지 성분이 느껴졌다. 단백질과 물, 혈액 따위들이었다. 혹시나 했더니 인간 하나가 완전히 녹아내린 흔적인 것 같았다. 카류안이 황제의 육체를 버리고 달아났다는 뜻이었다.

“뭐, 대충 시간은 벌었으니 됐나. 아아, 그래도 아쉽다. 이번에야말로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본래 육체로 돌아간 걸까요?”

“아마도. 어쩌면 다른 곳으로 갔을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곳?”

“미리 작업해 둔 육체가 좀 더 있을 거야. 인간의 몸은 오래 버티지 못하니 여분을 만들어 두긴 했을 테지.”

“작업이라니…….”

당황해서 물은 말에 카노스가 빙긋 웃으며 자신을 가리켰다.

“카류안이 이 녀석을 보고 왜 눈이 뒤집힌 것 같아? 혼을 옮긴다는 게 그냥 막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 사전에 주술을 걸어서 밑 작업을 해 둬야 해. 그런 후에도 완전히 장악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지. 본래 자신의 몸만큼 효율을 끌어낼 수도 없고.”

“그런데 시벨리우스의 몸은 그렇지 않다는 건가요?”

“맞아, 들어가기만 하면 바로 장악할 수 있어. 본래 자신의 능력을 그대로 끌어낼 수도 있고, 인간의 육체처럼 쉽게 망가지지도 않지. 룬은 처음부터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존재거든. 물론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신에게만 허락된 거지만.”

설명을 들을수록 기분이 점점 가라앉았다. 그게 표정에서도 드러났는지 카노스가 물었다.

“왜 그런 얼굴이야?”

“그거 좀 이상한 것 같아요. 내 몸인데 남이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거요. 그럼 본인의 의사는요? 거부해도 강신하면 꼼짝없이 밀려나는 건가요?”

“아, 그게 신경 쓰였어?”

“당연하죠. 아까만 해도…… 시벨리우스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로 시작되는 것 같았어요.”

지금도 그때의 상황이 선명히 떠오른다. 시벨리우스는 카류안을 제 몸에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단순히 응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강렬하게 거부감을 드러낸 상태였다. 그런데도 카류안이 명령어 같은 걸 읊자 그 즉시 몸이 굳었다. 타인이 맘대로 내 몸을 차지할 수 있다니,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한 일이다. 지켜보기만 한 내가 이럴 정도인데 그걸 직접 당한 시벨리우스의 기분은 말도 못할 게 착잡할 거다. 그 심정을 헤아려보는 것만으로 얼굴이 절로 굳었다.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던 카노스가 피식 웃었다.

“정말 어쩌다 엘퀴네스에 이런 순둥이가 태어났지?”

“……저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닌데요.”

“나도 농담 아닌데. 뭐, 너무 심란해하지 마. 이번 경우가 특수한 거야. 보통은 그렇게 쉽게 못 차지해.”

“그, 그래요?”

“당연하지. 아무나 다 문을 열 수 있는 거면 이 녀석이 본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전혀 없을걸. 게다가 접신은 체력 소모가 커. 원래 한 육체에 두 개의 혼이 담기는 건 주신이 정한 순리에 어긋나거든. 아무리 룬이라도 버티는 시간에 한계가 있어. 그런데 시도 때도 없이 신이 드나들어 봐. 단명하기 딱 좋지.”

“그럼…….”

“대체로는 본인의 허락을 얻는 과정을 거쳐. 일단 거기서 교섭이 이뤄지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해. 들어간 후에도 본 주인이 거부하면 다시 쫓겨나게 되어 있고. 물론 일방적으로 강신할 수 있는 신도 있긴 한데, 그리 많진 않아. 유니콘의 창조신인 루세프나 최고신들 정도?”

“하지만 카류안은…….”

한 번에 여는 것 같았는데? 라는 의문은 나오지 않았다. 그게 뜻하는 의미를 중간에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즉, 카류안이 최고신들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단숨에 굳어버린 날 보고 카노스가 싱긋 웃었다. 바로 그거라는 표정이라 나는 길게 한숨을 삼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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