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373화 (373/608)

제373화

“유니콘? 시벨리우스 말이야?”

갑작스러운 지시에 당황해서 물었더니 트로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의 몸은 거의 사라져가고 있었다. 내민 손을 다급하게 잡는 동안 그가 빠르게 말했다.

“너무 애매한 시기에 어중간하게 눈을 떴어. 지금 그 녀석은 자신의 상태를 몰라. 그자가 녀석을 알아보기라도 하면…….”

“그게 무슨…….”

“룬은……그릇……되면……을…가…….”

트로웰의 목소리는 중간에서부터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점점이 끊어지는가 싶더니 그의 모습이 한순간에 흙가루가 되어 허공에 흩어졌다. 완전히 정령계로 떠난 것이다. 나는 허전해진 손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우웩! 쿨럭, 쿨럭!”

“로드!”

거의 동시에 가까운 곳에서 소란이 일었다. 당황해서 돌아보니 디아곤이 엎드린 채 피를 토하고 있었다. 트로웰이 역소환되면서 계약자인 그에게 깊은 내상을 입힌 듯했다. 급히 다가가 치료하는 동안에도 나는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할 수가 없었다. 트로웰이 한 말을 거의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시벨리우스에게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카류안, 그자가 그걸 알아보면 안 된다는 것도 말이다. 긴장으로 얼굴이 굳는 것 같아서 숨을 크게 삼켰다가 내쉬었다. 돌발 상황 탓인지 성큼 다가온 위협이 온몸으로 실감 났다.

“으아, 오장육부가 다 끊어지는 줄 알았네. 정령왕이 역소환 되면 이렇구나. 트로웰 녀석, 경고라도 해줄 것이지.”

갑자기 봉변을 당한 셈인 디아곤은 치료를 마친 후에도 안색이 창백했다. 단순히 내상을 입은 것만이 아니라 마나도 같이 역류한 것이다 보니 진정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았다.

그가 몸을 털고 일어날 때까지, 내 머릿속엔 온통 시벨리우스를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바로 실행으로 옮기지 못한 건 아직 완성하지 못한 방진 때문이었다. 아크아돈에 세워야 하는 4개의 마법진 중에서 물의 진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미루어, 방진 하나를 완성하려면 평균적으로 사나흘의 기간은 필요했다. 내가 참여하지 않으면 그 기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더 불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마법진을 완성한 후에 떠나자니 시벨리우스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이쪽 일은 알아서 할 테니 가봐라.”

끝나지 않을 고민을 해결해 준 건 엘뤼엔이었다. 놀라서 바라보자 그가 독려하듯이 가벼운 눈짓을 보냈다.

“그래도 괜찮겠어?”

“인원을 더 보충하면 어떻게든 될 거다. 시간이야 더 걸리겠지만 감당하지 못할 건 아니야. ……녀석이 바라던 대로 ‘얌전히 있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의아해하기를 잠시, 곧 짐작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방진의 설계도에 있던 신어로 적힌 짧은 글귀. 분명 <거기서 얌전히 있어> 라는 의미라고 했었지.

‘역시 그건 낙서가 아니라 엘뤼엔에게 보낸 메시지였구나.’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의문이 지금 그가 한 말과 접목하니 새로운 방향에서 풀리는 것 같았다. 사고 치지 말라는 뜻인가 싶었는데 단순히 말 그대로의 의미인 걸지도 모르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방진 쪽을 떠나지 말라는. ……설령 내가 다른 곳으로 가야 해서 멀어질 일이 생기더라도,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보니 또 다른 해석이 따라붙었다. 어쩌면 카노스는 나와 엘뤼엔이 떨어져 있기를 바라는 게 아닌가 하고. 굳이 마신의 문장을 남겨 내가 엘뤼엔의 연락하지 못하게 방해했던 것도 혹시 그래서였던 건 아니었을까.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장난인지 알 수 없는 신이라 선뜻 판단할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 내가 알지 못하는 일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무시하고 넘어가면 좋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강렬한 예감이었다.

* * *

혹한이 물러나기 시작한 계절은 슬슬 따스한 공기를 머금어가고 있었다. 겨우내 움츠렸던 불과 땅의 정령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생명력을 마음껏 발산하기 시작하는 시기였다. 본격적인 봄의 도래였다. 그 변화는 한낮의 교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탁 트인 복도를 따라 걸으려니 새순이 돋은 나뭇가지 사이로 기분 좋은 햇빛이 스며들었다. 스치는 공기조차 달콤해진 것 같았다. 나는 가만히 두 눈을 감고 그 감각을 한껏 만끽했다. 하지만 그 한가로운 시간은 오래가지 못해 강제로 종료됐다. 무언가 거칠게 부딪쳐온 탓이었다. 맞은편에서 떠들며 뛰어오던 소년들이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충돌한 것이다.

“앗, 미안! 괜찮아?”

당황한 음성과 둔탁한 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시선을 내리니 책 몇 권이 구겨져 있는 게 보였다. 상대방인 소년들 쪽에서 나와 부딪친 순간 떨어트린 듯했다. 나는 그것을 주운 다음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자.”

빙긋 웃으며 책을 건네자 조금 굳어 있던 소년들이 우물거리며 받았다.

“복도에선 뛰면 안 되지.”

“으응, 정말 미안해.”

“괜찮아. 다음부터는 조심해 줘.”

당부의 말을 들은 소년들은 꾸벅 고개를 숙이곤 황급히 몸을 돌렸다. 조금 전처럼 뛰지는 않았지만 창피한 순간을 모면하려는 듯 발걸음이 몹시 빨랐다. 그러면서도 호기심이 이는지 연신 뒤를 힐끔거리는 채였다. “누구야? 처음 보는 사람 같은데.”, “몰라. 교복을 입고 있긴 한데.”, “전학생인가?”, “진짜 예쁘게 생겼다. 남자야, 여자야?”, “대체 어느 나라 귀족이지?” 목소리를 한껏 낮춘 그들 사이에서 열심히 숙덕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 모든 소리를 한 귀로 듣고 흘리면서 내가 내린 감상은 하나뿐이었다.

“여기 학생들도 복도에선 뛰는구나.”

수재들만 다니는 학교라고 들어서 학생들도 전부 어른스러울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역시 학생이란 존재는 어딜 가나 다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있나 보다. 강지훈일 때도 툭하면 복도에서 뛰어다니는 애들이랑 부딪치곤 했지.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니 잠시간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뭔가 가슴 속이 간지럽도록 평화로운 느낌? 그동안 워낙 기상천외한 일들을 겪어서 그런가. 불과 얼마 전까지 이런 게 당연한 일상이었다는 게 왠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번 일이 다 끝나면 다시 학교를 다녀볼까.”

학업에 대한 미련은 없었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아카데미처럼 거창한 곳은 부담스러우니 조금 무난한 학술원 정도가 좋겠지. 알리사와 함께 입학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 아스도 아직 어리니까 당분간 여기서 학교를 다녀도 괜찮지 않을까? 라피스와 시벨리우스한테도 권해봐야지. 질색할 것 같긴 하지만 왠지 거절하진 않을 것 같아서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힐끔거리던 소년들이 완전히 복도 너머로 사라졌을 때쯤, 나는 유지하고 있던 형체를 벗었다. 오가는 학생들을 보고 따라 구현해본 이곳의 교복도 다시 원래의 여행복으로 바꿨다. 그리운 학창 시절도 충분히 만끽했겠다, 짧은 일탈은 이걸로 끝이었다. 이제 다시 정령인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 때였다.

목적지인 얀 아카데미의 위치를 파악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디아곤이 대강의 전경을 설명해 주기도 했고, 워낙 크고 눈에 띄는 장소라 정령들에게서 금방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한 곳에서도 시벨리우스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트로웰이 본 광경이 미래라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아무래도 현재는 아직 도착하기 전인 것 같았다. 스왈트에서 카터스 제국까지의 거리를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국경까지만 해도 한참은 걸릴 텐데 얀 아카데미는 카터스 제국에서도 가장 위쪽 지역인 수도 안에 있었다. 일반적으로 몇 개월은 충분히 소요되는 거리였다.

처음엔 시벨리우스의 위치를 다시 추적해서 그들 일행을 찾으려고 했다. 범위가 너무 넓다 보니 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찾는 걸 성공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일행 중에 생각지 못한 이들이 섞여 있었다. 친위대인 알렉을 비롯한 스왈트 제국의 기사들이었다. 처음엔 알리사를 걱정한 이사나가 붙여준 건가 했는데 아무래도 그런 분위기로 보이지 않았다. 때마침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는데 그 내용이 꽤 심각했다.

“그 학술원에 비밀의 통로가 있었단 말씀이지요? 얀 아카데미도 같은 구조일 수도 있겠군요. 그럼 일단 지하 수로 쪽을 살펴봐야겠습니다. 보통 비밀 통로는 그쪽과 연결되기 마련이니까요.”

“우린 회관이라는 곳과 총장실을 털어 볼게.”

“태자 전하는 황실 쪽의 분위기를 살펴 주십시오. 다니멜의 동선은 저희가 파악하겠습니다.”

“그러지.”

대강 들어보니 아무래도 아카데미에 도착한 후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왜 갑자기 이동하나 했더니 이쪽에서 해야 할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무엇보다 당황했던 건 그다음으로 그들이 한꺼번에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나중에 정령들의 제보를 듣고서야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동 마법 같은 것을 병행하면서 틈틈이 기간을 단축하고 있는 듯했다. 남은 거리상 길어도 하루 이틀 안이면 충분히 도착할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한 게 그냥 아카데미 안에서 얌전히 그들을 기다리는 거였다. 이동 마법은 옮겨야 할 대상이 적을수록 안전성이 높다. 어차피 여기로 다시 와야 한다면 굳이 미리 합류해서 부담을 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물론 그사이에 생길지 모를 일은 대비해야 하므로 수시로 시벨리우스의 동선을 파악하고 정령들의 제보를 받기로 했다. 대공 때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이 모든 과정은 시큐엘에게 일임했다. 상급 정령이라면 쉽게 현혹이 되지는 않을 거고, 적어도 위화감 정도는 금방 눈치챌 수 있을 테니까.

그동안 나는 교내를 돌아다니면서 얻은 정보를 통해 건물 구조를 파악해 두었다. 라온휘젠과 아셀이 쓰는 기숙사 방의 위치도 알아놨다. 그중에서 나는 라온휘젠의 방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딱히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의 방이 독실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황태자의 방이라 그런지 단독 건물에 가까울 만큼 혼자 멀찍이 떨어진 외딴곳에 있었다. 남몰래 학교를 탈출한 그들이라면 귀환도 은밀히 할 테니 틀림없이 이곳으로 올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예상은 어김없이 맞아떨어져, 다음날 새벽 나는 방 안에서 기묘한 마나의 파장을 느낄 수 있었다. 공기가 울렁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바닥에 짙푸른 마법진이 떠올랐다. 바로 그 위에서 시벨리우스를 비롯한 일행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각오를 단단히 다진 듯 제법 비장한 분위기였다. 그때까지 나는 일부러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지켜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거니 적당한 타이밍을 봐서 놀라게 해 줄 생각이었다. 이윽고 마법진이 사라지면서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뚜렷해졌다. 그러나 내가 계획한 반가운 재회는 이뤄지지 못했다. 다음 순간, 그들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렸기 때문이었다.

“우, 우웩!”

“우우웁!”

“……!”

바닥에 엎드린 그들은 주위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헛구역질하기 바빴다. 다들 속이 비었는지 게워내는 건 없었지만 결단코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단체로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 같지는 않고, 아무래도 지독한 멀미를 겪은 듯했다. 덕분에 모습을 드러낼 타이밍도 놓쳤다. 구역질은 오래지 않아 잦아들었지만 여기서 과연 등장해도 되나 싶은 마음이 선뜻 다음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다. 이럴 때 나타나면 왠지 그들 쪽이 더 민망해할 것 같았다. 이런 상황을 알 리가 없는 그들은 진정하자마자 한마디씩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으아, 죽겠다. 이건 몇 번을 겪어도 좀처럼 익숙해지질 않네.”

“내장까지 다 토해낼 것 같은 기분입니다.”

“난 이제 다시는 마법 스크롤로 이동하지 않을 거야.”

기사들의 탄식에 이어 단호한 알리사의 선언이 이어졌다. 그러자 구석에서 눈에 띄게 의기소침해지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들 중에 그나마 가장 상태가 온전해 보이는 라온휘젠이었다. 아무래도 이 이동 방식은 그가 제안한 방법이었던 듯했다. 한없이 작아지는 일국의 황태자를 의식한 아셀이 어색하게 웃으며 알리사를 달랬다.

“그래도 현재로써는 스크롤이 가장 빠른 이동 수단입니다. 저흰 운이 좋은 겁니다. 라젠 님이 이동 마법 스크롤을 만드실 줄 아시는 덕분에 이 귀한 걸 펑펑 쓸 수 있었으니까요. 이게 구입하려면 얼마나 비싼데요. 귀족들도 아껴가며 쓰는 겁니다.”

심지어 황태자가 직접 만든 거였어?

제작자 앞에서 성능을 불평했으니 시무룩해질 만도 했다. 아셀의 치켜세워 주는 말에 기분이 좀 나아진 듯 라온휘젠의 목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무엇이든 확실한 알리사는 그런 사정 따윈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

“그치만 멀미가 너무 심한걸. 장거리엔 별로 맞지 않는 방법 같아. 이동 거리에다가 장소도 한정되어 있으니 멀리 가려면 무조건 여러 번 써야 하는데 그때마다 이런 멀미에 시달리는 건 너무 고역이야.”

“으음, 뭐, 그건 확실히 단점이죠. 그래도 전 익숙해지니 이것도 견딜 만한 것 같은데요. 뱃멀미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글쎄, 배를 타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

“예?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타 보셨다고요? 고향에서 스왈트 제국으로 건너가실 때 한두 번쯤은 뱃길을 이용하셔야 했을 텐데요?”

“아, 그럴 필요가 없었어. 마신이 이동시켜 줬거든.”

“……설마하니 이름이 마신이신 분은 아니겠지요?”

“이름은 카노스지. 마신 이름 몰라?”

“아니, 압니다. 그…… 점점 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범위가 커지는 기분이라 그렇습니다. 네…….”

대답하는 아셀의 얼굴에선 영혼이 없어 보였다. 다른 일행들도 모두 반쯤은 넋을 잃은 듯한 분위기였다. 저런 말을 편하게 하는 걸 보면, 이제 거의 다들 모든 사정을 알게 된 건가? 왠지 돌아가는 상황이 흥미로워져서 나는 모습을 드러내는 걸 보류하고 그들을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어쨌든 그땐 그 먼 거리를 단숨에 이동했어도 멀미 같은 건 안 났는데 말이야.”

“으음, 그야 신의 힘이라면 그럴 만도 하죠.”

“아냐, 그 후에 라피스 님이 이동 마법을 써서 귀환했을 때도 아무렇지 않았어. 그래서 난 이동 마법이라는 건 다 그런 줄 알았지. 역시 인외의 경지라는 건 굉장하구나.”

“……알리사 님, 다트 게임에 소질이 있어 보이십니다. 꽂으신 데 다시 꽂으시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네요.”

“무슨 소리야?”

“별거 아닙니다. 그냥 옛 현인이 하신 말씀이 떠올라서요. 악의 없는 진실이 때론 악의보다 더 잔인하다. 아, 누구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닙니다.”

특정 대상을 지칭하진 않았으나 그가 겨냥한 사람이 누군지는 모를 수가 없었다. 라온휘젠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그 모습을 보니 왠지 조금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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