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329화 (329/608)

제329화

“……!”

뭐라도 말을 걸어 보려는데 그들 사이에 싸늘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깜짝 놀라서 돌아본 곳엔 굳은 표정을 한 이사나가 서 있었다. 마찬가지로 그를 알아본 라온휘젠이 얼굴을 굳혔다. 잠시간 두 남자 사이에 불꽃같은 시선이 튀었다.

“태자는 운명의 반려성을 알아보는 눈은 지니고 있을지 몰라도, 귀한 인연을 맞을 자격은 없어 보이는군요.”

“……무슨 의미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태자의 눈엔 알리사가 아파하고 있는 게 보이지 않습니까?”

그제야 제 행동을 인지한 듯, 당혹감을 드러낸 라온휘젠이 황급히 손을 떼어 냈다. 덕분에 자유로워진 알리사를, 이사나가 가까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살폈다. 꽉 붙잡혔던 부분에 파란 멍이 들어 있는 걸 발견한 눈동자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알리사의 가치를 알아보는 건 나뿐이다, 라니. 그런 말을 입에 담는 건 눈앞의 상황부터 신경 쓴 후에 하는 게 좋겠습니다, 황태자. 입으로만 떠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죠. 길가의 시정잡배라 할지라도.”

“……황제 폐하께서 남의 말을 엿듣는 취미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 짓은 명예가 없는 비천한 자들이나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냥 들린 걸 엿들었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상황 판단을 하는 게 좋겠다고, 바로 조금 전에 말했는데. 태자가 내 조언을 귀담아들을 생각이 없다는 건 잘 알겠군요.”

다시금 강렬한 시선이 맞닿았다.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말다툼 소리를 들은 병사들이 하나둘씩 천막에서 나오고 있었다.

“폐하.”

이사나의 뒤에서 상황을 관전하던 친위대가 걱정스럽게 불렀다. 떨어져서 호위하고 있던 황태자의 수행원들도 안절부절못하며 다가왔다. 그 산만한 분위기가 서로에게만 몰입하고 있던 정신을 환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 결국 두 사람은 이쯤에서 물러서기로 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황태자. 배려가 주어지는 건 이번뿐입니다.”

“……폐하의 조언 유념하겠습니다. 결례가 많았습니다. 알리사, 그대에게도. 다치게 해서 미안하다.”

설마 사과를 들을 줄 몰랐던 알리사가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처럼 한마디 핀잔을 주는 거로 호탕하게 끝내면 좋을 텐데, 두 남자의 분위기가 심각해서 차마 끼어들 수가 없었다. 자신 때문에 화내는 이사나의 모습이 기뻐서 아무 말도 못 하게 된 것도 있었다. 그가 화내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에 더 가슴이 벅차올랐다. 라온휘젠도 그걸 알아차리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더 해 두죠.”

그녀를 데리고 돌아서던 이사나가 발길을 멈추고 다시 라온휘젠을 응시했다.

“내가 쉽게 가는 게 아니라, 태자가 어렵게 가는 겁니다.”

“……!”

의아한 눈길을 보내던 라온휘젠이 그대로 얼굴을 굳혔다. 그의 눈동자가 시리게 타올랐으나, 이사나는 가볍게 무시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쉽게만 보는 그대는 의미를 이해할 수 없겠지만 말입니다.”

* * *

“전부 다 봤습니다. 폐하와 아주 제대로 한 판 하시더군요. 대체 어쩌려고 그러신 겁니까?”

등 뒤에서 끊임없이 종알거리는 소리가 따라붙었다. 눈이 마주쳤을 때부터 시작되던 잔소리를 무시로 일관하던 라온휘젠은 그 시간이 삼십 분을 족히 넘어서기 시작하자 마침내 얼굴을 찌푸렸다. 기분이 좋을 때도 달갑지 않은 내용인데, 이보다 더 최악일 수가 없을 만큼 심기가 상한 상태였다. 이미 인내심은 한참 전에 바닥을 드러냈다. 없는 사람으로 취급했기에 지금까지 참았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였다.

“전하가 너무 무례하셨습니다.”

이어진 말이 부풀어 오른 분노에 쐐기를 박았다. 라온휘젠은 이를 갈며 뒤를 돌아보았다. 사납게 쏟아지는 그의 눈길에 지키고 있던 수행원들이 모두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정작 정면에서 시선을 받고 있는 남자는 그저 태연하기만 했다. 내내 잔소리를 늘어놓던 남자―아셀은 오히려 반가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드디어 대화를 할 생각이 드셨습니까?”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군, 아셀. 넌 이제 내 보좌관이 아닐 텐데?”

마지막 경고를 위해 그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얼굴이 창백해진 수행원들이 바쁘게 시선을 교환했다. 그 속에서 아셀은 여전히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물론 전 이제 전하의 보좌관이 아니죠. 전하가 직접 해임하셨잖습니까. 그것도 하루아침에 갑자기.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말입니다.”

“그래, 내가 널 해임했지. 그렇다면 이런 참견이 월권이라는 것도 알고 있겠군.”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저는 보좌관이 아니라 전하의 친우로서 드리는 말씀이니까요.”

“……뭐?”

“저를 친우라고 먼저 칭하셨던 분은 전하이십니다. 상관과 부하이기 이전에 절친한 친우로 여긴다 하셨죠. 동무 사이에 이런 얘기도 못 드립니까? 그게 아니라면 전하는 이제껏 저를 농락하셨던 거로군요.”

“…….”

생각지 못한 지적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활화산처럼 타오르던 분노가 그대로 파시식 식었다. 라온휘젠은 멍청하게 눈을 깜빡거리다가 이내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넌 나를 떠날 거잖아.”

마지못해 중얼거린 목소리엔 채 숨기지 못한 원망이 깔려 있었다. 아셀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말하실 줄 알았습니다. 예, 그래요. 제가 전하가 권하던 것과 다른 진로를 정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하는 일과 장소가 달라지는 것뿐입니다. 전하와의 관계를 끊겠다는 게 아니라요.”

“내겐 의미가 같아.”

“아뇨, 전혀 다릅니다. 전하는 당신을 곁에서 모시는 사람만 친우라고 여길 생각이십니까? 그럼 전하가 친우의 정의를 잘못 생각하시고 계셨던 겁니다. 세상 누구도 그런 관계는 동무로 보지 않습니다. 그저 주군과 신하일 뿐이죠.”

“그건…….”

“말이 나온 김에 여기서 확실히 하시죠. 정말 그렇게 생각하셨습니까? 그렇다면 전 이쯤에서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친우도 아닌 이와 한가롭게 대화할 시간은 없으니까요.”

이번에도 라온휘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가 그대로 입을 다물자 노려보다시피 응시하던 아셀이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전하는 좀 더 다양한 관점을 의식할 필요가 있으십니다. 세상은 흑과 백으로만 나뉘지 않습니다. 인간관계는 더 말할 필요가 없죠. 곁에 두지 못할 바에야 거부하고 밀어내겠다니. 그런 식으로 가시다간 끝내 전하만 외로워지실 겁니다. 늘 이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네가, 날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걸 내가 어떻게 확신하지?”

“그걸 왜 저한테 물으십니까?”

“왜냐니.”

“제가 전하한테 친구 해달라고 졸랐습니까? 전하가 스스로 친우로 삼자고 여기신 거 아닙니까. 그럼 전하의 판단을 믿으셔야죠.”

또다시 생각지 못한 답변이었다. 아셀을 응시하던 라온휘젠의 눈동자가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흔들렸다. 동요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그를 보며 아셀은 대놓고 혀를 찼다.

“세상 어느 누가 타인의 속내를 전부 다 알고 사귄답니까. 그저 알고 지내는 동안 보아온 인성과 성품을 보고 믿어주는 거죠. 전하가 보아 왔던 저는 남을 기만하는 사람이었습니까?”

“그렇진…… 않다.”

“잘 말하셨습니다. 그렇다고 대답하셨으면 화내려고 했습니다.”

아셀의 얼굴 가득 장난스러운 웃음이 피어올랐다. 라온휘젠은 잠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없어졌다. 자신의 앞에서 이렇게 편한 얼굴을 하는 그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의 보좌관이었을 때 아셀은 직무를 더 중시하는 편이었다. 때문에 허물없이 대하는 것 같으면서도 늘 라온휘젠이 태자임을 의식하여 일정 선을 지켰다. 그런 태도에 내심 서운했었는데, 지금 처음으로 그 거리감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셀, 나는…….”

“어쨌든 전하는 타인을 신뢰하는 법을 좀 배우셔야 합니다. 이사나 폐하께도 너무 날을 세우지 마십시오. 그분이 저희의 편의를 얼마나 많이 봐주시는 건지는 전하도 아실 겁니다. 배려에 보답을 하지는 못할지언정 부러 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잖습니까? 뭐, 같은 운명의 별 아래 태어난 동갑내기 맞수. 어릴 때부터 사사건건 비교당해 왔으니 전하 나름대로 그분께 열등감이 있는 건 이해합니다만.”

훈훈하던 공기가 단숨에 흐려졌다. 라온휘젠은 먹먹하던 기분을 지운 채 그대로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열등감 같은 거 없어.”

“거짓말하지 마세요. 제가 전하를 모릅니까?”

서로 딱 붙어 지낸 기간만 몇 해가 넘었다. 그중 대다수가 그를 지켜보며 보좌하는 기간이었다. 그쯤 되면 사소한 습관 같은 건 관심을 두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된다. 라온휘젠은 늘 틈만 나면 스왈트 제국 정세를 알아보며 이사나의 행적을 파고 다녔다. 그가 먹어봤다는 음식은 자신도 구해서 먹어보고, 책이라도 읽었다고 하면 같은 책을 찾아서 읽어볼 정도였다. 언젠가는 갑자기 몸을 단련하겠다며 검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덕분에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태자라는 칭찬을 받았으나, 사실은 이사나가 검술에 재능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따라서 익힌 거였다. 그의 체구가 저보다 작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지었던 의기양양한 표정은 지금도 잊히지 않았다.

속속들이 들이밀어지는 증언에 라온휘젠은 조용히 침묵했다. 지금껏 의식해 본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들으니 상당히 노골적이었다. 뒤늦은 깨달음에 멍해진 그를 보고 아셀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숙명의 적수가 반려성을 먼저 찾아서 초조하신 기분은 압니다. 하지만 알리사 님은 아직 많이 어리십니다. 지금 당장 선택을 하시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길이 정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그분의 마음을 얻지도 못하실 겁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

“전하는 저를 왜 친우로 삼고자 하셨습니까? 제가 전하께 쓸모 있어서요?”

“딱히 그런 것만은…….”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네 힘이 필요해서 원한다고 말하는 남자를 어떤 여인이 택하겠습니까?”

“…….”

오늘따라 말문이 여러 번 막힌 라온휘젠은 이번에도 침묵을 택했다. 표정은 덤덤했지만 그 속은 연거푸 가해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중이었다. 방식은 거칠었을지 몰라도 제 나름대로는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거였다. 그게 그런 식으로 여겨질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감춰진 표정을 읽은 아셀이 쓰게 웃었다.

“전하는 안 그래도 딱딱한 태도 때문에 오해를 많이 사는 편이잖습니까. 벌써부터 서두르지 마십시오. 게다가 요즘은 별의 흐름도 그리 좋지 않습니다. 이런 시기엔 작은 불씨도 산간을 태우는 법입니다. 저희는 이곳에서 이방인이니 특히 더 주의해야 합니다.”

“……오늘따라 당부가 많군.”

“저 바쁜 사람입니다. 전하를 염려하지 않았다면 굳이 찾아와서 이러지도 않습니다.”

“그 말은, 너도 나를 친우로 생각하긴 한다는 건가?”

묘한 어조로 묻는 말에 이번엔 아셀이 입을 다물었다. 한발 늦게 의미를 파악한 그가 황당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지금 장난하십니까? 그게 아니면요? 제가 무려 태자 전하 앞에서 건방지게 구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이제껏 내 생각에 대해서만 떠들었지, 정작 네 감정에 대해 말한 적은 없잖아.”

“그거야 너무 당연하니까 그렇죠! 제가 전하를 친우로 여기지 않았으면 그 피곤한 보좌관 자리 같은 걸 받아들였을 것 같습니까?”

“아.”

“아! 가 아닙니다! 이제야 깨달았다는 그 표정은 대체 뭡니까?”

“……난 네게 잘해 준 것이 없었으니까. 네 조상에 대한 말을 믿어주지도 않았고.”

“그건 잘 아시네요. 전하에게 양심이라는 게 있다는 걸 확인해서 조금 감동했습니다.”

“아까부터 너무 무례하군.”

“친우끼리 그런 거 따지는 거 아닙니다.”

먼저 웃은 쪽은 라온휘젠이었다. 한동안 말 한마디 섞지 않았다는 게 거짓말이었던 것 같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대하는 아셀을 보니 마음속에 응어리졌던 무언가가 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는 이런 날이 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두려워했다는 걸 깨달았다.

아셀이 떠난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꼈다는 건 그저 변명에 불과했다. 사실은 그가 언젠가는 자신의 곁을 떠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늘 보좌관 자리를 탐탁지 않게 여겼고, 카터스 황실은 그의 재능을 꽃 피우기에 적합한 장소도 아니었다. 이미 예감하고 있던 일이 일어났을 뿐이라 놀라울 것도 당황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굳이 밀어내려 한 건 저 혼자 그를 친우로 여기고 있던 것 같아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선을 긋고 거부하는 쪽을 택했다. 그렇게 하면 괜찮은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상처였던 거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그는 진심으로 안도했다.

“하지만 역시 네가 그 황제에게 가는 건 마음에 안 들어. 네가 날 정말 친우라고 여긴다면 내 곁에 남아라.”

“헛소리 그만하십시오. 친우라는 단어는 그런 데 쓰라고 있는 거 아닙니다. 치졸한 질투를 하시느니 차라리 친우를 더 늘리는 쪽으로 가시죠.”

“친우를 늘려?”

“이사나 폐하와 친해져 보시는 겁니다. 그편이 훨씬 생산적일 것 같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왜 말이 안 됩니까? 투쟁심도 엄연히 관심의 일종입니다. 그동안 전하가 이사나 폐하께 보였던 그 수많은 집착, 솔직히 정상은 아니었습니다. 그 정도면 거의 사랑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요. 두 분은 분명 친해지실 수 있을 겁니다.”

“……아셀. 거기서 한 마디만 더 하면 화낼 거다.”

얼굴을 굳힌 라온휘젠이 나직하게 경고했다. 더 자극하면 위험하겠다는 판단 하에 아셀은 장난을 멈추고 냉큼 물러섰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한 상황이 이어졌다. 때마침 안에 들어온 세리엄이 전해 온 소식이었다.

“저기, 전하. 황제께서 잠시 보자고 하시는데요?”

“뭐?”

하필 이런 순간에 거론된 황제의 존재에 황태자의 얼굴이 바로 찌푸려졌다. 바깥에 있었기에 안쪽의 상황을 알지 못하는 세리엄이 지레 겁을 먹고 어깨를 움츠렸다.

“방금 병사가 다녀갔습니다. 황제께서 전하와 긴히 의논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시네요. 아셀, 너도 함께 보자고 하셨다.”

“저도 말입니까?”

은근하게 웃고 있던 아셀이 어리둥절해져서 고개를 들었다. 세리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가 심화되니 외부인은 이만 떠나라고 하는 게 아닐까?”

“으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

대충 돌아가는 전황만 보아도 이제 양측이 거의 총력전을 준비하는 상황이었다. 사상자가 얼마나 나올지, 승패조차 점을 칠 수 없는 상태다. 이럴 때 외국에서 온 귀빈의 존재는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다. 라온휘젠도 그 생각에 동의했다. 불편한 언쟁 직후에 곧바로 다시 만나야 하는 상황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그건 황제 쪽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일단 가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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