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6화
“대부. 지금이야.”
“아, 응!”
부르는 음성에 화들짝 정신이 들었다. 아스가 멀뚱한 얼굴로 나를 돌아보고 있었다. 벌써 그릇 안에 나머지 재료를 다 집어넣어 둔 상태였다. 나도 모르게 너무 오랫동안 넋을 잃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얼른 종이를 들었다. 그 안에 적혀 있는 의식의 가장 마지막 단계―주문을 외우기 위해서였다.
“딜라티오. 딜라티오. 밀라. 내 부름에 응답하소서.”
적혀진 그대로 단어를 읊기 시작하자 일행들은 각자 대비 자세를 취했다. 이 주술식을 알아내는 과정은 생각보다 쉬웠다. 워낙 유행이 널리 퍼진 상태라서 그런지, 마을에 가서 그냥 묻기만 했는데도 사람들이 별다른 의심 없이 알려주었다. 도마뱀 꼬리라든가 말린 쥐똥 같은, 필요한 재료들을 구하는데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시간을 끌지 않아 다행스럽다 여기면서도, 그만큼 누구나 시도하기 쉽다는 점에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마 그걸 노리고 미리 시장에 재료들을 풀어 둔 거겠지만.
“데탈토스. 데탈토스. 밀라. 이끄는 방향으로 오소서…….”
주술이 실패할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라피스와 시벨리우스가 먼저 살펴보고 제대로 된 형식이라는 걸 확인해 줬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주문을 읊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반응이 일기 시작했다. 바닥에 깔아둔 진이 은은하게 빛나더니, 그릇 속에 담긴 물이 부글부글 끓었다. 아니, 단순히 그냥 끓는 정도가 아니라 솟구치는 것처럼 마구 들썩이고 있었다.
순식간에 촛불이 꺼지고 암흑이 찾아들었다. 어차피 이 정도에 영향을 받을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나는 다시 불을 켜는 대신 들썩거리는 물만 주시했다. 물은 가라앉다가 일어나기를 한참 동안 반복하더니, 나중에 가서는 솟구친 상태로 고정됐다. 잠시 후에는 그 부피가 점점 커지며 내 머리보다 더 높은 기둥을 만들어냈다. 검붉은 색이며 꿈틀거리는 형태가 꿈에 나올까 염려될 정도로 징그러운 모습이었다.
한동안 물컹거리던 그것은 곧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머리에서부터 다리까지. 베일을 벗는 것처럼 한 사람의 모습이 눈앞에서 천천히 드러났다. 긴 흑발에 화려한 이목구비. 여성임을 확연히 드러내는 곡선의 실루엣을 보는 순간 나는 주먹을 꾹 움켜쥐었다. 세르피스, 그녀가 맞았다. 내가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
“…….”
주위가 고요해졌다. 데르온은 나직하게 신음을 삼키고 있었다. 그 또한 실제로 확인하는 충격이 큰 것 같았다.
이윽고 감겨 있던 세르피스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짙은 어둠 속에서 붉은빛을 품은 안광이 흩날리듯이 퍼져나갔다. 동시에 꺼졌던 촛불에 다시 불이 붙었다. 사방이 환해진 가운데, 세르피스의 입술이 짙은 호선을 그렸다. 아직 다가온 운명을 깨닫지 못한 듯, 꽤 기분이 좋아 보이는 모습이었다.
“후후, 자격을 가진 자를 찾다니. 이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 나를 부른 행운아가 누굴…….”
간드러지게 웃던 얼굴이 그대로 멈췄다. 그녀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된 채 천천히 경직되는 것이 보였다. 우리들 중에서 아는 얼굴을 발견한 것이다.
“……데르온?”
“오랜만이군. 세르피스.”
데르온이 무뚝뚝하게 답했다. 세르피스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라피스와 시벨리우스에 이어 가장 앞에 있는 나까지 확인한 후, 그녀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마지막으로 내 옆에 서 있는 아스모델에 이르러서는 경악에 가까운 표정이 됐다. 그제야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한 것 같았다.
“……정령왕과 드래곤, 성마에 마족이라니. 내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는 조합이네. 설마 날 일부러 이 자리에 꾀어낸 걸까?”
“바로 그 설마인 것 같네요.”
담담하게 대꾸해 줬더니 세르피스는 바로 입술을 악물었다. 의연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었지만 초조하게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이미 여유를 잃은 게 느껴졌다. 그녀가 억지웃음을 지으며 데르온을 노려보았다.
“굉장하네, 데르온. 꽤나 든든한 뒷배를 뒀는걸? 안 본 사이에 잔머리를 굴릴 줄도 알게 되고.”
“물론. 네가 가진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뒷배지.”
노골적인 도발도 데르온은 무심히 넘겼다. 세르피스의 눈꼬리가 더욱 사납게 치켜 올라갔다.
“정말 얄미운 남자네. 하긴 당신은 늘 그랬지. 뭐든 쉽게 얻고, 쉽게 이뤄내. 남은 어떻게든 아득바득 가지려고 하는 걸 숨 쉬듯이 간단하게 움켜쥐고는 별거 아닌 걸로 치부하지. 당신의 그런 점, 예전부터 정말 싫었어.”
“내가 사과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군.”
“뭐, 됐어. 그보다 저 꼬마는 어떻게 된 거야? 왜 살아있는 유체가 있지? 이번 번식기는 전부 실패했던 거 아니었어?”
“설명할 이유 없다. 그리고 말을 삼가라. 아스 님은 내 주군이시다.”
“하, 주군? 아직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저 꼬맹이가? 당신 혹시 돌았니?”
황당하다는 듯이 묻는 말에 데르온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매를 번다는 시선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을 뿐이었다. 슬쩍 아스의 표정을 살폈더니,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얼굴로 세르피스를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웃을 때는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느낌인데, 무표정하게 있으니 제법 날카로운 태가 났다. 말을 걸기가 어려운 느낌이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네. 당신이 이상해졌다는 건 알겠는데, 그 꼬마는 카르텐에 돌려보내는 게 좋지 않겠어? 유체는 전부 데자크 소관인거 몰라? 당신이 알을 빼돌린 걸 알면 가만히 있지 않을걸?”
“……그럴 수 있다면 나도 바랄게 없겠군.”
“뭐?”
그의 대답을 도발이라고 여겼는지 세르피스가 찌푸린 얼굴로 데르온을 노려보았다. 약점을 탐색하듯이 훑어 내리길 잠시간. 그녀의 곧은 시선이 어느 한 곳에 이르러 크게 흔들렸다.
“잠깐. 그런데 당신, 머리색이 왠지…….”
말끝이 점차 흐려지면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울렸다.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탓에 데르온의 머리색을 지금에서야 제대로 확인한 것 같았다. 마계에서 단 한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유일한 색. 검푸른 빛이 감도는 북공작의 증거를.
“뭐야. 왜 당신이 그 머리색을…….”
세르피스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몇 번이나 눈을 깜빡거렸다. 데르온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무덤덤한 그의 모습에 세르피스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데자크를 죽였어?”
“…….”
“대답해, 데르온! 네가 자크를 죽였냐고!”
새빨간 눈동자가 증오를 담아 번들거렸다. 그녀의 긴 흑발이 흐트러진다 싶더니, 주위에 사나운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손끝이 저릿해질 정도로 강렬한 살기였다. 하지만 숨기지 못한 슬픔이 분노보다 더욱 크게 그녀의 얼굴을 채우고 있었다. 데르온은 끝내 외면하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자크의 뜻이었다.”
“그게 무슨!”
“내가 찾아갔을 때, 그는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였지. 자크는 북공작의 자격을 카류안에게 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난 그의 뜻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뭐?”
“그를 공격해서 죽게 만든 건 카류안이라는 소리다. 넌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나?”
“몰라! 난 그런 거! 대체 무슨 말을 하는……!”
사납게 대꾸하던 세르피스가 문득 말을 멈췄다. 그녀의 눈이 부릅떠지고 입이 벌어졌다. 마치 어딘가 얻어맞은 것처럼 멍한 얼굴이었다.
“뭐야, 지금 이 기억.”
“……세르피스?”
“떠올라. 그래, 데자크를 만났어. 그가 날 다그쳤었어. 내게 루카르엠을 봤냐고 물었었지. 분명 그랬었는데…….”
“세르피스, 왜 그러는 거지? 세르피스?”
갑갑함을 참지 못한 데르온이 앞으로 나서려 했다. 나는 그가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도록 손을 뻗어 제지했다. 살기가 느껴지진 않았지만, 세르피스의 태도는 명백하게 수상했다.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모든 나쁜 일은 가장 방심하는 순간에 일어나는 법이다. 한눈에도 불안정해 보이는 사람 곁에 가까이 가 봤자 좋은 꼴을 볼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고개를 천천히 저어 보이자 데르온도 내 뜻을 이해한 것 같았다. 그는 심란한 얼굴을 하면서도 얌전히 받아들였다.
“나, 나는 안 그랬어. 내가 그러지 않았어. 나는, 나는……데자크를 죽일 생각이…….”
그동안에도 세르피스는 계속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손톱을 마구 깨물어가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이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그녀의 모습을 거의 다 가리다시피 했다.
“쿠흐, 크흐흐……크크큭…….”
그런데 흘러나오는 신음 소리가 어딘지 이상했다. 아니, 신음 소리가 맞긴 한 건가? 그녀는 마치 웃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건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다. 불안정한 떨림이 멈춘다 싶더니, 세르피스가 천천히 머리를 쓸어 올렸다. 다시 드러난 얼굴엔 선명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조금 전까지 혼란스러워하던 기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뒤였다.
“재미있군, 데르온. 설마 그대가 카르텐의 주인이 되다니 말이야. 그 잠깐 사이에 쥐새끼가 들어왔을 줄이야.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세르피스?”
그녀의 급격한 감정 변화에 데르온 역시 당황한 얼굴을 했다. 기분 탓인지 모르지만 왠지 말투나 표정도 달라진 것 같았다.
“그 더러운 마신의 개에겐 좋은 선물이 되었겠군.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은 평온해 보이던가? 조금 더 괴롭혀 주지 못한 게 계속 아쉬웠는데 말이야.”
“너…… 아까부터 대체 무슨 소리를…….”
“부하. 그만해.”
어떻게든 말을 이으려고 하는 데르온을 소년의 나직한 음성이 저지했다. 그가 멍한 눈으로 자신의 어린 주군을 돌아보았고, 아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거 이제 그 여자 아냐.”
“예?”
“보면 알잖아.”
“…….”
일렁거리던 데르온의 표정이 그 말에 급격히 가라앉았다. 그가 할 말을 잃은 듯이 입을 여닫는 동안, 세르피스는 아스를 새삼스럽다는 듯이 주시하고 있었다. 아스 또한 그 시선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세르피스, 아니, 그녀의 겉모습을 뒤집어쓴 무언가가 픽하고 웃었다.
“유체 주제에 제법 상황 판단이 빠르군. 내 손에서 빠져나가 무사히 부화하다니, 운이 좋은 꼬마구나. 대체 언제 알을 빼돌린 거지? 이것도 데르온, 그대가 한 일인가?”
“설마…….”
“누구보다 규율에 엄격한 모범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여러 가지로 뜻밖의 모습을 보여주는군. 내가 그동안 그대를 너무 과소평가했던 모양이야.”
“큭! 너였나!”
데르온의 악문 잇새에서 긁는 듯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부릅떠진 붉은 눈동자가 사납게 번들거렸다.
“카류안!”
낯익은 세 글자에 저절로 얼굴이 굳었다. 어떻게 되어 가는 일인지 의아하기만 했던 상황이 그 이름 하나로 명백해졌다. 마왕, 카류드리안. 그가 세르피스의 몸을 빌려 나타난 거다.
밝혀진 정체를 놀라워할 겨를은 없었다. 이성을 잃은 데르온이 검을 빼어 들고 그대로 달려 나갔기 때문이다. 떨어져 있던 두 사람의 간격이 순식간에 좁혀졌다. 하지만 재빠른 선제공격이 무색하게도, 데르온의 검은 상대에게 닿지 못했다. 칼끝이 지척에 이른 순간, 세르피스, 아니, 카류안의 몸에서 무형의 기운이 일어나 그를 곧바로 튕겨냈기 때문이다.
콰직! 콰아앙!
“데르온!”
그는 달려든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밀려나 바닥에 처박혔다. 요란한 진동과 함께 떨어진 자리가 깊이 파였다. 구덩이 옆으로는 긴 균열이 뻗어 나갔다.
“데르온! 괜찮아요?”
나는 황급히 달려가 널브러진 데르온을 부축했다. 쿨럭거리며 몸을 일으킨 그는 대답 대신 한 움큼의 피를 토해냈다. 단순히 튕겨나 가기만 했는데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이런, 이런. 북공작이라 기대했는데 아직 형편없을 정도로 약하군. 데자크의 뒤를 따라가려면 앞으로 수련이 더 많이 필요하겠어.”
뒤쪽에서 카류안이 조소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발끈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우선 데르온의 몸부터 치료했다.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어지고 엉망으로 들끓던 마력도 안정되었다. 여유롭게 웃고 있던 카류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물의 정령왕이 있었지. 말로만 듣던 치유력을 실제로 보니 놀랍군.”
“만나서 반갑다는 말은 못하겠네요. 당신이 카류안인가요? 세르피스는 어떻게 된 거죠?”
“잠들었을 뿐이다. 그녀의 의식은 내 지배를 받거든. 날 영원히 배신할 수도 없고, 필요한 순간에는 이렇듯 나 자체가 되기도 하니 아주 완벽한 대리인이지.”
“그녀를 이용해서 마신관들을 사냥하고 다녔나요? 인어의 흑주술을 써서?”
“그것까지 전부 파악했나? 맞아, 덕분에 한동안 꽤 즐거웠다.”
“즐거웠다……고요?”
“즐겁지 않을 수가 있나. 두려움에 좀 먹힌 사제들이 필사적으로 신을 찾다가 결국엔 절망과 비탄에 빠지는 그 모습.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구경거리가 아니지. 정말 황홀한 절경이었어.”
서늘하게 웃는 카류안은 진심으로 그 상황을 즐기고 있었던 걸로 보였다. 이렇게 된 김에 확실히 확인해 둬야 할 것 같아서 물었을 뿐인데, 이런 대답이 돌아올 줄 알았다면 그냥 가만히 있을 걸 그랬다. 원하던 정보를 얻었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찝찝함만 더 커진 것 같았다.
“그들도 깨달았을 거다. 신은, 마신 카노스는 결코 자신을 구원하지 않는다는 걸. 자녀라고 생각하는 건 결국 혼자만의 착각일 뿐. 그에게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고, 그저 길가에 굴러다니는 먼지보다 못한 존재였다는 걸 말이야. 그 목숨을 대가로, 인생의 가장 값진 교훈을 얻은 셈이지.”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왜 말이 안 되지? 카노스가 그들을 진심으로 위했다면 당장 내려와서 구했어야지. 그렇지 않나? 하지만 그는 아무도 구하지 않았지. 결국 말만 자신의 종이라고 하면서 그들을 전부 기만한 셈 아닌가.”
“그런 식으로 떠넘기지 마요. 전부 당신이 죽인 거잖아요! 일은 본인이 저질러 놓고 구하러 왔으면 됐을 거라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 비겁하고 저열한 것 같지 않아요?”
발끈해서 대꾸했더니 카류안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그가 위에서부터 천천히 나를 훑어 내렸다.
“하긴, 정령왕도 결국은 타고나길 고귀한 영혼. 신에 더 가까운 존재이니 그 편에 서는 게 당연할 테지.”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라……!”
“아니지. 혹시 그대와 나는 처음부터 반대편에 서도록 정해져 있었던 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인연이 깊을 리가 없는데 말이야.”
“인연?”
“그래. 다른 정령왕도 있는데 하필이면 이곳에 있는 게 엘퀴네스라니. 인연도 보통 인연은 아니지.”
“그게 무슨 뜻이죠?”
상대의 헛소리에 말려들고 싶진 않은데 왠지 물어야 할 것 같았다. 긴장한 나를 향해 카류안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