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276화 (276/608)

제276화

‘근데 또 그때와 비슷한 기분이라니. 이상하네.’

알리사는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그날 이사나 일행이 보여준 세상만큼, 그토록 강렬한 경험이 또 있으리라 여기진 않는다. 그런데도 그때만큼이나 마음이 어수선하게 술렁거렸다. 그 정체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 길 끝에서 누군가와 만나게 된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 것 같았다.

왠지 기대심이 생기는 만큼 그냥 피하고 싶다는 마음도 강하게 들었다. 이렇게 무작정 이끌려가는 것을 보면 상대가 꽤 대단한 존재인 것만은 확실했다. 그러나 대단하다는 게 곧 인성까지 좋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사나 때는 운이 좋았지만, 보통 그녀가 알아볼 만큼 존귀한 신분을 지닌 사람들은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 잘못 엮였다가는 괜히 골치만 아파질 게 뻔했다. 게다가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아까부터 점점 외진 길로 향하는 것 같았다. 크고 작은 술집이 즐비하게 늘어선 골목은 어딜 봐도 향락가로 보였다. 앞으로 만날 상대의 정체가 노골적으로 수상해졌다. 이런 곳에서는 사고가 나도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 멍청이가 된 심정인데, 아무리 애를 써도 멈춰지질 않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지금쯤이면 시벨리우스도 그녀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다. 그가 찾고 있다 생각하니 마음이 더 초조해졌다.

“술을 구입하는 것뿐인데 꼭 이런 곳까지 와야 하나?”

그때 어디선가 대화 소리가 들렸다. 낮고 차분한 음성을 듣는 순간 알리사는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 무리의 남자들이 술집 안에서 이제 막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짙은 검은색 갑옷을 걸친 상태였다. 이 제국에서 저런 색의 갑옷을 입는 존재는 하나밖에 없었다. 알리사는 반사적으로 얼굴을 굳혔다.

‘대공군! 심지어 대공의 직속 부대인 어둠의 기사들이잖아?’

일반 병사라고 해도 눈앞이 캄캄해질 상황인데 기사, 그것도 무려 여섯 명이나 되었다. 어둠의 기사들은 모두 상급 검사의 실력을 갖춘 자들뿐이었다. 허풍으로 잔뜩 부풀려진 그녀의 정령술로 어찌해 볼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위기 상황이 닥쳐서일까. 제멋대로 움직이던 다리가 드디어 멈춰 섰다. 알리사는 후드를 부여잡고 후다닥 골목 끝에 숨었다. 다행히 기사들은 아직 그녀를 눈치채지 못한 상태였다. 저들끼리 나누는 대화 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질 좋은 술을 원하신다고 하셨잖습니까? 일반 가게에서 파는 술들은 별로 맛이 없어 추천할 게 못 됩니다. 진짜배기는 주점에서 파는 이런 것들이죠.”

“흠, 그렇게 차이가 큰가?”

“생각하시는 것보다 차이가 대단할 겁니다. 한번 드셔 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을 텐데…….”

“미안하군. 술은 별로 즐기지 않아서.”

무덤덤하게 답하는 남자는 무리 중에서 유일하게 갑옷을 입지 않은 한 사람이었다. 기사들이 존대하고 있는 것을 보아 신분이 꽤 높은 사람인 것 같았다.

알리사는 힐끔 남자의 모습을 훑어보았다. 처음엔 대공인 건가 싶었지만 그런 것치고는 얼굴이 젊었다. 유카르테 대공은 40대라고 들었는데 아무리 연령을 높게 잡아도 그 정도로는 보이지 않았다. 이사나와 그리 닮은 것 같지도 않았다. 외모는 물론, 머리 색도 전혀 달랐다. 이사나는 금발인데 비해 남자의 머리카락은 특이한 진분홍색이었다. 눈동자 색 또한 채도가 다른 남색이다. 혈연이라고 꼭 같아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실제로 다른 경우도 꽤 많은 편이지만), 직감적으로 관련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마법을 익히신 분들은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더군요. 술에 들어 있는 취하게 만드는 성분이 마력을 흩트린다고 들었습니다.”

이어지는 말은 알리사의 짐작에 확신을 더했다. 대화 내용을 보아 아무래도 저 남자는 마법사인 모양이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유카르테 대공은 신관이었으니 관련 가능성은 거의 사라진 셈이었다. 그제야 꾹 눌러 참고 있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물론 남자의 정체가 대공이 아니라 해서 현재 상황이 낙관적으로 변하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으스러트릴 것처럼 온몸을 압박하던 긴장감은 한결 덜했다.

‘대공의 기사들과 함께 하는 마법사라니. 대체 누구지?’

알리사는 좀 더 세심하게 남자를 살펴보았다. 꽤나 살갑게 대하는 기사들과는 다르게 그의 태도는 시종일관 무뚝뚝한 편이었다. 마법사에 관해 알은척하는 기사의 말에도 잠시 눈길을 보냈을 뿐 이렇다 할 대답을 하지 않았다. 기사에겐 익숙지 않은 반응인지 얼굴이 벌게져 있었다. 그것만 봐도 딱히 친근한 관계로 보이진 않았다.

“하하, 그나저나 즐기지도 않는 술을 직접 구입하러 나오시다니. 아셀이라는 분에게 선물하신다 하셨지요? 수하를 생각하시는 마음이 정말 깊으십니다.”

“아셀은 수하가 아니다. 친구지.”

“네? 그분이 보좌관 아니었습니까?”

“지금은. 하지만 언제 그만두고 떠날지 모르지.”

“하하, 설마 그럴 리가요. 다른 자리도 아니고 황…….”

“라젠.”

“아, 죄송합니다. 설마 라젠 님의 보좌관 자리를 그만둘 리가 있겠습니까. 누구나 동경해 마지않는 자리일 텐데요.”

“글쎄, 그런 상식적인 바람을 추구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하하, 그렇습니까? 평범하신 분으로 보였습니다만, 생각보다 비범한 면이 있으신 것 같군요.”

“……아셀이 평범하다고?”

돌아본 남자가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어떻게든 화제를 끌어가려던 기사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알리사는 자기도 모르게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가 어둠의 기사라는 걸 아는데도 어찌나 불쌍해 보이는지 동정심이 저절로 일었다. 더불어 라젠이라고 불린, 마법사 남자에 대한 호기심은 더 커졌다.

좀 더 제대로 구경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음이 앞선 나머지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잠시 잊었다. 방심한 순간, 알리사는 기어코 사고를 치고 말았다. 고개를 너무 내미는 바람에 마침 고개를 돌리던 남자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

알리사는 황급히 몸을 틀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거렸다. 하지만 그녀가 정말 경악한 건 다른 부분이었다.

‘아, 맙소사.’

시선이 맞닿은 순간에 바로 알았다. 저 라젠이라는 남자가 알리사가 ‘만나야 할’ 사람이었다. 그녀를 이곳까지 발걸음하게 만든, 홀리듯이 이끌어낸 그 장본인. 사실을 인지하고 나니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이며 존재감, 그를 이루는 모든 것들이 특별하다고 외치는 듯했다. 이사나를 처음 봤을 때 받았던 느낌과 거의 비슷한 강도의 충격이었다.

‘뭐야, 이거. 저 사람 뭐야? 내가 왜 이러는 거지?’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사나는 황제이자, 물의 정령사이며, 심지어 정령왕의 계약자였다. 그래서 그를 처음 봤을 때 특별한 느낌을 받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 남자한테서도 똑같은 기분을 느끼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백번 양보해서 그가 황제만큼이나 지위가 높고 정령사만큼 대단한 능력자라 쳐도, 정령왕의 계약자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결코 동등하게 여겨질 수 없는 조건이 아닌가.

‘설마하니 저 사람도 정령왕과 계약했을 리는……없겠지. 마법사니까.’

마법과 정령술은 서로 상극의 성질이라 같이 익힐 수 없었다. 그런 일이 가능한 건 라피스 같은 드래곤 정도인데, 알리사는 저 남자가 인간이라고 확신했다. 드래곤이었다면 오히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을 거다. 영감에 가까운 그녀의 직관력은 자신보다 상위 종족에게는 잘 통하지 않으니까. 엘도 그러했고, 라피스와 시벨리우스도. 그들을 보면서 한눈에 뭔가를 느꼈던 적은 없었다. 외모나 행동이 워낙 튀는 사람들이다 보니 그런 게 없이도 충분히 특별해 보이긴 했지만. 어쨌든 그녀가 ‘알아봤다’는 선에서 남자는 이미 인간이라는 소리였다.

왠지 초조해지는 기분에 알리사는 입술을 깨물었다. 라젠이라는 남자와 이사나 사이에 무언가 공통점이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게 그들이 가진 지위나 능력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중요한 부분은 아닐 텐데, 그게 이상할 정도로 마음에 걸렸다.

‘그보다 방금 눈이 마주쳤잖아. 어떡하지? 아무리 봐도 대공 쪽 사람인 것 같은데, 엮여서 좋을 게 하나도 없겠어. 우선 이 자리부터 피해야 해.’

내심 불안하긴 했지만 설마하니 적군 앞에 제 발로 걸어오게 될 줄은 몰랐다. 망할 능력 같으니. 뭔가를 느끼더라도 주인 목숨은 보장해 주는 선에서 해야 할 것 아냐! 속으로 실컷 투덜거리며 알리사는 퇴로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상황은 그리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라젠 님. 이제 황제군 진영이 코앞인데 계획 실행은 언제쯤…….”

“쉿.”

속삭임에 가까운 음성과 함께 이어지던 대화가 끊겼다. 알리사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바짝 움츠렸다.

“엿듣는 자가 있군.”

“……!”

“거기 숨어 있는 자, 누구지? 모습을 드러내라.”

느긋하던 공기가 한순간에 날카로워졌다. 이미 기사들은 검을 꺼내 들고 주위를 견제하는 상태였다. 아무래도 조용히 넘어가기는 그른 것 같았다.

‘아, 내가 정말 미쳐.’

왜 고개를 내밀었을까. 뒤늦은 후회라는 걸 알면서도 알리사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탄식했다. 그렇다고 남자가 요구하는 대로 순순히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다. 들킨 것도 서러운데 명령에 얌전히 따르는 기분이 드는 것 같아 자존심 상했다.

“쉽게 응하지는 않겠다는 건가?”

머뭇거리며 미적거리고 있자니 목소리가 조금 전보다 더 낮아졌다. 그렇다면 어쩔 건데? 알리사는 조금 심통이 나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 소리를 듣기라도 한 것처럼 남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좋아, 그럼 내 방식대로 해주지.”

여유를 두고 설득하는 과정은 없었다. 곧장 태세를 바꾸는 걸 보니 남자는 그리 인내심이 긴 편은 아닌 것 같았다. 직접 이쪽으로 오려나? 알리사는 재빨리 눈을 굴렸다.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여기서 도망치면 대놓고 수상하다고 소리치는 거나 다름없었다.

어릴 때부터 가문 병사들을 따돌리고 다니는 일이 많았던 탓에 그녀는 쫓는 쪽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딱히 잘못이 없는 상황이라도 일단 달아나려고 하면 상대는 무조건 달려들게 되어 있다. 오히려 분노를 자극해서 좋지 않은 결과를 얻을 때가 더 많았다. 이럴 땐 차라리 허를 찌르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었다.

그래, 연기를 하자.

알리사는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다가오기를 얌전히 기다렸다가, 눈앞에 나타나면 잔뜩 겁먹은 채 떨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다. 마치 무서워서 나가지 못했다는 것처럼.

어디를 봐도 연약한 소녀로 보이는 자신의 외모를 적극 활용한 계획이었다. 어차피 모든 대공의 군사가 그녀의 얼굴을 알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설마하니 저들도 ‘그’ 알리사가 호위도 없이 혼자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할 테니, 그냥 이곳 주민으로 여길 가능성이 더 높았다. 평범한 소녀라면 기사들을 보고 얼어붙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저쪽이 아무리 화가 났어도 곧 허탈해하며 경계를 풀게 될 게 분명했다. 그쯤 되면 빠져나갈 틈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힘은 섬멸의 사도. 파괴자의 징벌. 모든 것을 삼키는 화염의 힘으로 적을 응징하길 원하노라. 형태는 화살, 숫자는 다섯. 70에스나의 데카, 5터스, 60의 알포라.”

‘……응?’

그러나 상황은 그녀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갑자기 싸한 느낌이 든다 싶더니, 남자가 빠른 속도로 뭔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알리사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주위의 공기가 요동치는 것이 피부로 생생히 전해졌다. 알고 있던 방식보다는 훨씬 거칠고 진행이 느렸지만, 그녀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순간을 알고 있었다. 바로 마법을 쓸 때였다.

“눈앞의 적을 태워 재로 만들리라. 나아가라! 불의…….”

“……! 자, 잠까아아아안!”

마지막 문장이 완성되려는 찰나, 황급히 정신을 차린 알리사가 기겁해서 소리쳤다. 팔자 좋게 앉아서 연기나 준비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그녀는 후다닥 숨어 있던 벽에서 튀어나갔다.

“잠깐 기다려요! 나왔어요! 나왔다고!”

무작정 몸을 날리면서도 알리사는 자신이 잘못 판단했기를 바랐다. 상대방의 유도 작전에 보기 좋게 낚인 것이라고. 하지만 결과는 그녀가 짐작한 그대로였다. 나갔더니 남자의 손 위에 거대한 불화살이 다발로 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미 뚜렷해진 형태가 누가 보기에도 완성 직전의 모습이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마법이 발동되었을 거라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졌다.

‘여긴 민가란 말이야!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미친 거 아냐?’

설마하니 다짜고짜 공격부터 하려고 할 줄이야. 뭐 저런 남자가 다 있지? 놀란 것도 놀란 거지만 너무 기가 막혀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여자애?”

예상했던 대로 어둠의 기사들은 알리사를 보자마자 맥 빠진 반응을 보였다. 기대했던 적군이기는커녕, 검 하나도 제대로 들지 못할 것처럼 작고 연약해 보이는 소녀가 튀어나왔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녀가 노려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반응이 조금 달랐겠지만, 후드를 눌러 쓰고 있었기에 표정까진 알 수 없었다. 분노로 떨고 있는 몸도 그들의 눈에는 그저 겁에 질려 있는 것으로만 보였다. 그건 알리사가 기대한 반응이기도 했다. 기사들이 허탈하게 웃으며 남자를 돌아보았다.

“그냥 여자애였군요. 마을 주민인가 봅니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남자의 반응은 달랐다. 그는 여전히 알리사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보다 숫자가 줄어들긴 했지만 불화살도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였다.

“적어도 평민은 아니다.”

“예? 그게 무슨…….”

“이런 시골에서 집안일이나 농사일 따위를 거드는 여자애가 주문만 듣고 마법을 알아차릴 것 같나?”

“……!”

“보통은 이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이 정상이지.”

남자의 입꼬리가 비스듬하게 올라갔다. 그 말을 듣고서야 어둠의 기사들도 다시 견제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알리사는 못마땅한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가 실행한 마법은 발동 직전에서야 멈췄다. 만약 알아보지 못했다면 그대로 공격당했을 거라는 것에 알리사는 자신의 전 재산을 걸 수도 있었다. 그런데 알아차린 건 알아차린 대로 문제를 삼다니. 결국 어느 쪽을 택하든 자신을 괴롭힐 작정이었던 거다.

‘라피스 님보다 더 심한 성격 파탄자 같으니!’

알리사는 자신이 아는 한 가장 심한 욕을 남자를 향해 쏟아부었다. 그 시선을 읽어낸 듯 남자가 잠시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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