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8화
“단장은?”
“난 마신전으로 간다.”
“마신전? 흐음, 하긴. 그곳이 모든 일의 시작점이니까 다시 확인해 볼 필요는 있겠네.”
“응, 그리고 조금 걸리는 점이 있어서.”
“걸리는 점?”
“분명, 대공이 어린아이들을 모은다는 소문이 있었지.”
“……!”
의아하게 바라보던 얼굴들에 동요가 일었다. 모두 허를 찔린 표정으로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았다.
‘미색이 고운 아이는 대공이 잡아간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자라면,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소문이었다. 실제로 대공의 병사들이 그들 일행을 멋대로 끌어가려 한 적도 있었다. 까맣게 잊고 있던 기억을 상기하자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
“맞아, 정말 그랬어! 그걸 왜 잊고 있었지?”
“이거 확실히 냄새가 나네. 아주 심한 구린내가 나.”
이릴이 숨을 삼키며 외치는 말을 헤롤이 받았다.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니 계획은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지만, 이미 분위기는 마신전의 소행일 거라는 쪽으로 굳어져 있었다.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쉐리가 뚱한 얼굴로 소리쳤다.
“잠깐! 근데 왜 내가 마이티랑 움직여? 헤롤이랑 이릴 언니는 같이 가잖아! 나도 휴센이랑 갈래!”
사심을 가득 담은 주장에 휴센은 잠시 당황한 얼굴을 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안 돼. 그럼 마이티가 혼자가 되잖아. 우리 중에서 한 사람만 혼자 움직여야 한다면 그건 내가 하는 게 맞아.”
“아, 그러고 보니 우리들 지금 다섯 명이었지? 치이, 매튜는 왜 빠지고 그런담. 여섯 명이면 서로 둘씩 짝 맞출 수 있었을 텐데.”
“참전을 강요할 수는 없으니 할 수 없지. 미안하다, 쉐리. 이번 일을 마무리 지을 때까지는 이 방침에 따라줘.”
“하아, 알겠어. 대신 다 끝나면 떨어져 다닌 시간만큼 잔뜩 달라붙어서 어리광 부릴 거야. 각오해.”
“하하, 그럼 나야 좋지.”
마주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 애정이 가득 차올랐다. 서로에게 집중하느라 이미 주위를 완전히 잊은 모습이었다. 덕분에 감도는 공기마저 화사해지자 헤롤과 이릴도 질 수 없다는 듯이 달라붙었다.
“이릴 자기! 난 지금 어리광부리고 싶어!”
“좋아! 이리와!”
사랑의 위대한 힘은 산적 같은 남자의 어리광도 수용한다. 수줍어하며 안기는 헤롤을 예뻐 죽겠다는 듯이 바라본 이릴이 그의 얼굴에 쪼는 듯한 키스를 퍼부었다.
“……저기 너희들. 커플들 사이에 낀 내 심정도 좀 알아주지 않을래? 뭐, 이렇게 말해도 이미 안 들리겠지만.”
마이티가 우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 * *
가까운 여관에서 하룻밤을 묵은 휴센 일행들은 다음 날 동이 트자마자 각자 맡은 임무대로 흩어졌다. 쉐리와 마이티는 몬스터의 서식지가 있는 산맥 쪽으로, 헤롤과 이릴은 빈민가가 있는 외각 지역으로, 휴센은 내성 안으로 들어가 마신전을 찾았다.
신전은 내성 안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있었다. 번화가하고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고, 그나마도 호수를 사이로 두고 뚝 떨어져 있어 홀로 딴 세상처럼 보였다. 그야말로 신전에 용건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찾아갈 일이 없게 설계된 구조였다.
‘누가 몰래 끌고 가도 모르겠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휴센의 감상은 자연히 삭막해졌다. 그는 곧장 신전에 들어가는 대신 건물 밖을 기웃거렸다. 본관인 예배당을 비롯해서 모든 건물마다 한 바퀴씩 돌아보았다. 신전 분위기에 어울리게끔 꾸며놓은 듯한 장식물들과, 한쪽 부근에 마련된 제법 큰 화단도 확인했다. 신전에서 직접 가꾸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화단엔 한창 아름답게 만개한 꽃이 무성히 피어 있었다. 휴센의 시선이 그 꽃에 닿았을 때였다.
“누구십니까? 여기서 뭘 하시는 거지요?”
본관 문이 열리더니 나이 지긋한 사제가 걸어 나왔다. 낯선 사내가 기웃거리고 있는 것에 몹시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휴센은 당황하지 않고 태연히 웃음 지었다.
“이거 실례합니다. 사실은 사람을 찾으러 왔는데 너무 이른 시간에 방문하는 것 같아서 시간을 때우던 중입니다.”
“사람이요?”
“예, 신전으로 간다고 나간 아이들이 며칠 째 돌아오지 않아서 말입니다. 혹시 사제님은 뭐 아시는 거 없으십니까?”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 실종되었다는 아이들 말이군요. 며칠 전에 그 마을 분들이 다녀갔었지요. 그때는 못 뵈었던 분 같은데, 귀하께서도 그 마을 사람이십니까?”
“아뇨, 저는 그냥 용병입니다. 지나는 길에 우연히 사정을 들었는데 아이들을 찾아주면 보수를 잘 챙겨준다고 해서요. 소일거리 삼아 맡기로 했습니다.”
“그러시군요. 금쪽같은 아이들이 사라졌으니 부모들의 입장에선 천만금이라도 아깝지 않겠지요. 저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심히 유감스럽게도 그에 관해서는 도와드릴 게 없을 것 같습니다.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이곳엔 아이들이 온 적이 없습니다.”
“으음, 역시 그런가요. 그렇다는 말은 듣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었습니다. 이야, 그나저나 사실 신전에는 처음 와봤는데 굉장히 아름답네요. 화단은 직접 가꾸시는 건가요? 예쁜 꽃들이 많아서 눈이 다 즐겁습니다.”
휴센은 선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고, 인상이 부드러워 대체로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편이었다. 그런 사람이 살갑게 칭찬하고 나서자 사제 또한 경계심을 늦췄다.
“허허, 그렇지요? 오시는 분들마다 모두 칭찬하시더군요. 이 신전의 자랑이랍니다.”
“정말 그럴 만하네요. 아, 저어, 사제님. 일단 의뢰를 받았으니 뭘 찾는 시늉은 하긴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폐가 되지 않는다면 잠시 신전 안에 들어가 봐도 되겠습니까?”
“흠, 아이들이 오지 않았다는 말을 안 믿으시는 거로군요?”
“아, 아뇨! 그렇진 않습니다. 다만 절차상의 문제라는 게 있으니까요. 신전으로 가는 길에 사라졌다 하니, 한 번 더 자세히 둘러보고 왔다는 말은 전해야 저도 체면이 서질 않겠습니까? 아하하.”
“하긴 그것도 그러시겠군요. 뭐, 그러시지요. 얼마든지 둘러보십시오.”
고개를 끄덕인 사제가 선뜻 따라오란 손짓을 했다. 그의 안내를 받아 걸어가면서 휴센은 천천히 신전 안을 돌아보았다. 이른 아침이라 고즈넉한 예배당의 내부는 웅장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몹시 단출한 모습이었다. 물건이라고는 중앙에 세워진 단상 하나뿐이었고, 의자도 없어 맨바닥에 방석들만 놓여있었다. 누군가가 숨을 수도, 숨길 수도 없는 공간이었다. 사제들이 머무는 별관에도 침구와 간단한 생활용품 밖에 없었다. 어딜 가나 텅텅 빈 공간은 황량하기까지 했다.
“사제님들은 굉장히 검소하게 지내시는군요.”
“그것이 신의 길을 따르는 신실한 종의 모습 아니겠습니까.”
신전 건물은 총 세 채였지만, 워낙 있는 것이 없다 보니 돌아볼 만한 것도 없었다. 내부를 전부 다 둘러보는 시간이 차 한 잔 마시는 시간보다도 짧았다. 용건이 끝나고 나니 휴센도 더 붙어 있을 핑계를 댈 수가 없었다. 그는 안내해 준 사제에게 감사인사를 건네고 얌전히 신전을 떠났다.
* * *
휴센 일행이 다시 한자리에 모인 것은 오후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내성 안쪽 번화가에서 운영 중인 작은 주점이 그들이 정해 둔 합류 지점이었다. 휴센이 가장 먼저 도착해서 자리를 잡았고, 이어서 이릴과 헤롤이 간발의 차이로 들어왔다. 쉐리와 마이티는 그들이 주문한 맥주를 한 잔씩 비우고 있을 쯤에야 피곤한 모습으로 도착했다. 온종일 돌아다니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한 일행들은 자리에 모인 후에도 한동안 식사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배가 채워지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보고를 시작했다.
“갔던 일은 어땠어?”
“응, 일단 개머리 토끼의 소행은 아닌 것 같아. 서식지를 다 돌아봤는데 딱히 걸리는 건 없었어. 먹이를 저장해 두는 놈들은 아니니 아마 아이들을 끌고 갔다면 그날 전부 먹어치웠을 텐데 옷자락 하나 남은 게 없더라고. 짐승의 사체 조각은 꽤 발견했는데 말이야.”
“그렇군. 헤롤, 너희는?”
“우리 쪽은 건진 건지 아닌 건지 좀 모호해. 어린아이의 실종과 관련된 소문 위주로 캤는데, 죄 이상한 괴담뿐이더라고.”
“괴담?”
“고아원에 큰불이 나서 모두 전소했는데, 탈출한 아이가 한 명도 없었음에도 시체가 단 한 구도 나오지 않았다더라, 대충 그런 이야기들. 갑자기 앓아누운 아이가 반나절 만에 죽어서 무덤에 넣었더니 다음날 시체가 사라졌다는 말도 있었어. 이런 것들도 실종이라면 실종이겠지만.”
“흠, 그리고?”
“아이랑 관계된 내용은 그것뿐이야. 그밖에는 죄다 마약이랑 밀주 얘기뿐이라 변변한 건 아니었어.”
“마약이라…….”
“뭐, 그런 지저분한 이야기야 그쪽에서는 워낙 흔한 거잖수. 단장은 신전에서 뭐 건진 거 없어?”
“흠, 글쎄. 우연히도 내가 할 얘기 역시 그거랑 좀 비슷할 것 같다. ‘이쪽’에선 흔한 얘기가 아니겠지만.”
“그게 뭔 소리야?”
“화단에 마영초가 무성하더군.”
“……!”
때마침 맥주를 마시고 있던 헤롤이 그 자세 그대로 굳었다. 멍하니 벌려진 입에서 채 삼키지 못한 맥주가 줄줄 흘러나왔다. 평소였다면 다들 기겁하며 난리가 났을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에 반응하지 못했다. 모두 비슷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마영초? 진짜 그 마영초?”
뒤늦게 정신을 차린 이릴이 추궁하듯이 물었고, 휴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헛숨을 삼켰다.
“마영초라니. 그거 환각을 일으키는 마화 아냐? 검은 숲에서나 자라는 건데.”
마이티가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알폰프 제국에 존재하는 검은 숲은 바론 사막과 더불어 악명 높은 죽음의 땅이었다. 원래는 아름다운 마을이었으나 땅의 저주를 받아 짙은 사기에 잠식되었고, 이를 발견한 어느 마족이 그 안에 마계의 것들을 풀어다 놓으면서 지금의 형태가 완성되었다는 유래가 있었다.
그 유래만큼이나 검은 숲에 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비정상적이었다. 그곳에 있는 것들은 아무리 작은 생물이라도 전부 주위의 것을 공격하는 성향을 지녔다. 하다못해 바닥에 돋아난 잡풀들마저도 전부 독초뿐이었다. 그나마 바론 사막에 비해 나은 점이라면 조심해서 다닌다는 전제하에, 숲의 외각만큼은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약사나 학자들에게는 그 안에서 자라는 식물이 몹시 중요한 연구 재료였기에 종종 짐을 싸들고 방문하곤 했다. 물론 외각이라도 그냥 들어가기엔 몹시 위험한 지역이었으므로 반드시 용병을 고용했다.
검은 숲 호위는 위험도가 높긴 해도 그만큼 보수가 높아 용병들이 꽤 선호하는 일자리였다. 휴센 일행도 명성을 듣고 호기심에 의뢰를 받은 적이 몇 번 있었다. 마영초의 존재를 알게 된 것도 그때의 경험을 통해서였다.
검은 숲에서도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드문 확률로 오색의 화려한 꽃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게 바로 마영초였다. 줄기를 자르면 푸른색의 진액이 나오는데, 그 자체가 매우 강력한 환각 작용을 지니고 있었다. 대륙에 유통된다면 치명적인 마약으로써 명성을 떨칠 테지만, 워낙 드문 꽃이고 구하기 쉬운 것이 아니다 보니 그 존재조차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그 마영초가 신전 화단에서 버젓이 키워지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것도 무성하게.
“으음, 완전 말도 안 되는 소리긴 한데. 단순 관상용일 가능성은? 마영초 꽃이 예쁘긴 하잖아.”
“그랬다면 좋겠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일단 신전 안이 죄다 텅텅 비었어. 예배당이든 별관이든.”
“비었다니? 의자라든가 장식물 같은 게 하나도 없었다고?”
“응, 달랑 단상 하나 있더라. 숙소에도 판자 같은 침대뿐이었고.”
그 말에 모두의 얼굴이 굳었다. 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용병들은 필연적으로 신전과 인연이 깊었다. 보통은 치유의 신전을 더 많이 찾기는 하지만, 강하고 노련한 용병은 마신전과도 자주 접했다. 위험한 의뢰일수록 저주에 관련되거나 보조적인 힘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그 모두가 마신전에서 다루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샴페인 용병단도 종종 방문하는 편이었고, 마신전의 구조에 대해서는 잘 알았다.
마신전은 웅장한 겉모습만큼이나 내부도 화려하게 이루어져 있는 편이었다. 의자도 많았고, 조각상도 세워져 있었다. 숙소도 여느 저택의 방처럼 아늑하게 꾸며진 구조였다. 같은 신의 신전은 모두 다 동일한 형태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어느 한 신전만 초라할 수는 없었다. 홀로 다른 모습이라는 건 뭔가 다른 문제가 작용했다는 뜻이었다.
“들어본 적 있어. 신전은 그곳에 주거하는 사제들의 심성을 반영한다고. 한 지역에서 진정한 신관이라고 할 만한 존재가 없으면, 그곳에 있는 신전도 기능을 잃어버린다고 했어. 건물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아름다움을 잃는다고 했던가?”
“맞아. 결국 내부가 휑해질수록 사제들이 타락했다는 뜻이지.”
쉐리가 중얼거리는 말에 휴센이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는 사제를 만났을 때 일부러 신전에 처음 와봤다고 거짓말을 했다. 자신을 어리숙한 삼류 용병으로 보이도록 위장하려는 목적도 있었고, 왠지 그렇게 말해야 내부를 보여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사제의 경계가 풀렸다. 안도하는 사제의 얼굴을 보면서, 휴센은 그가 자신을 ‘신전을 보여줘도 문제가 없을’ 존재로 인식했다는 걸 알았다. 아마 휴센이 방문 경험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그는 결코 안내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허, 완전히 비어버릴 정도면 여기 사제들은 대체 얼마나 타락했다는 거야? 용케 지금까지 안 들키고 살았네. 에탄 마을 주민들에게도 당당하게 안을 보여줬다고 하지 않았어?”
“뭐, 그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으니까. 적당히 둘러댔겠지.”
“하긴, 마영초조차 대놓고 키울 정도니.”
제국 사람들은 대부분 한 고장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마을을 떠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지방일수록 그런 성향은 더욱 강했고, 그 안에서도 구석에 있는 마을은 외지인을 만날 일조차 드물었다. 주어지는 정보만을 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환경인 셈이었다. 휴센 일행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단장, 난 아무래도 마신관들이 아이들을 납치한 게 확실하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해?”
“나도 마찬가지야, 헤롤. 대공의 소문만 놓고 봐도 혐의가 유력한데, 이미 사제라고 할 수도 없는 수상한 집단을 신뢰할 이유가 없지. 아마 떠돌고 있다는 괴담들도 그저 단순한 괴담만은 아닐 거다. 특히 두 번째 괴담은.”
“두 번째? 무덤에서 시체가 사라졌다는 이야기 말이야?”
“마영초로 만든 마약, 강하게 쓰면 일시적으로 숨이 흐려져서 죽은 것처럼 된다고 들었거든.”
“……!”
모두가 동시에 맥주를 들이켰다. 차가운 액체가 퍼부어지자 까맣게 타들어가던 속이 겨우 진정되는 것 같았다. 괴담을 직접 알아왔던 이릴과 헤롤은 두 잔을 연달아 더 비웠다.
어느 마을에 가든지 괴담 한두 개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혹시나 싶어 들어두면서도 정말로 유용한 정보가 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었다. 이거 가져가 봤자 욕만 얻어먹는 거 아니냐고 킬킬거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차라리 욕을 얻어먹는 게 더 나았을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