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7화
화전민들이 모여서 형성된 에탄 마을은 인구수가 이백 명 정도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었다. 그 근처에 이른 낮부터 한 무리의 군사들이 천막을 치고 머물렀다. 다섯 조로 나뉘어 이동 중인 황제군의 정찰대 중 하나로, 때마침 보급품이 거의 떨어진 상태라 보충할 겸 들린 김에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황제의 군대가 왔다는 소식에 마을 사람들은 문을 꼭 걸어 잠그고 숨을 죽였다. 일생 군주의 지배하에 살아가는 백성들에게는 대공이나 황제나 똑같이 두려운 존재였다. 행여 거친 병사들에게 해코지를 당할까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익숙한 반응이었기에 정찰대 쪽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은 날이 저물어갈 무렵이었다. 진영 앞에서 보초를 서던 병사들이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고 창을 세웠다. 마을 어귀 쪽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고 있었다.
“글쎄, 안 된다니까!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거예요? 뭐라도 해보는 것이 낫잖아요!”
옥신각신하며 다가오고 있는 무리는 에탄 마을의 주민들이었다. 주부로 보이는 여인들이 앞장선 채였고, 그 뒤를 당황한 표정을 한 사내들이 따르고 있었다. 상황은 즉시 부대 안쪽에 전해졌다. 소식을 들은 부대의 대장이 천막에서 나와 주민들을 마주했다.
“무슨 일이지?”
정찰부대는 대부분 용병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각 대장은 작위를 지닌 기사들이었다. 자로 잰 듯 딱딱한 어투에 긴장하고 있던 주민들의 얼굴이 더욱 경직됐다. 작아도 평화로운 마을이다 보니 완벽하게 무장한 군대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가까이에서 본 병사들의 모습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무서웠다. 겁에 질린 사람들은 불현듯 건너 건너 어느 마을에서 일어났다는 사건을 떠올렸다. 한 여관에 대공의 병사들이 머물렀는데, 내온 음식이 형편없다는 이유로 종업원들이 전부 끌려 나가 인사불성이 되도록 얻어맞았다는 내용이었다. 구입한 물품값도 제대로 치르지 않고 떠났다고 했다. 황제의 군대도 그러지 않으리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하루 종일 지켜본바, 황제의 군대는 꽤 얌전히 머물고 있는 중이었다. 식료품을 구하러 마을에 들르긴 했지만 주민들에게 해코지를 하지도, 물품을 강탈해가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이곳까지 발걸음 할 엄두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어차피 이제 와서 그냥 물러설 수도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 선두에 있던 여인이 비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화, 황제 폐하의 군사들이시지요? 저희는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여기서 구입한 물품값은 전부 제대로 치른 걸로 아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
“예? 아뇨! 그게 아니에요. 그런 것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서요.”
“도움?”
온건한 반응에 주민들은 더욱 희망을 얻었다. 여인이 울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 실은 마을 아이들 세 명이 실종되었어요. 마신전에 기도를 드리러 갔는데 그대로 사라져서 돌아오질 않아요. 사제님들은 아이들이 오지 않았다고만 하시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그런 일이라면 시 관할 치안대에 접수가 가능할 텐데?”
“찾아가 봤지만 외지고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적극적으로 수사해 주질 않아요. 그저 기다리라고만 하더군요. 그래서 황제 폐하의 군대시라면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실까 싶어서…….”
“흠.”
“아이들이 사라진 지 벌써 사흘째예요. 제발 도와주세요, 나리!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여인이 엎드리듯 몸을 숙이자 다른 주민들도 서둘러 몸을 굽혔다. 그것을 지켜보는 대장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필요한 물품은 전부 채웠고 휴식도 충분히 취했다. 애초에 임시로 들린 곳이었던지라 새벽에 바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명색이 황제군으로서 백성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모른 척할 수도 없었다.
황제 이사나는 이번 내전에서 무고한 백성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말 것을 첫 번째 원칙으로 삼았다. 그만큼 그가 백성들의 삶을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이들이 마신전으로 가는 길에 실종되었다는 사실도 마음에 걸렸다. 마신의 교단은 그들의 적인 유카르테 대공과 깊은 유착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이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조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다.
“그 일, 저희가 맡아도 되겠습니까?”
“……!”
그때 병사들 중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본 대장이 두 눈에 이채를 띠었다. 옅은 금발에 준수한 얼굴, 훤칠하게 큰 남자가 앞으로 나와 있었다. 이번 내전에 용병으로 참전한 그는 부대 안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존재였다. 금패의 용병 휴센. 상급 기사와 비견되는 실력자이면서도 스스로 방랑의 길을 선택한 자유 전사. 맡은 의뢰는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그야말로 용병의 귀감이라고 할 만한 남자.
그의 뒤에는 역시나 익숙한 얼굴들이 서 있었다. 휴센과 함께 참전한, 그와 같은 용병단의 단원들이었다. 그들 또한 범상치 않은 실력자들이라는 것은 이 여정 내내 질리도록 실감한 참이었다. 멍하게 바라보는 부대의 대장을 향해 휴센이 빙긋 웃었다.
“정찰부대 파빌라스조(組) 소속, 휴센 이하 다섯 명. 임무 자원합니다.”
* * *
모든 것을 망치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전쟁도 누군가는 기회의 순간으로 여길 것이다. 전투로 먹고사는 직업 용병들이 바로 그런 존재들이었다.
스왈트 제국에서 내전이 일어난다는 소식이 퍼지자 각 대륙에서 수많은 용병들이 목돈을 노리고 모여들었다. 기존 제국 안에서 활동하던 용병들 또한 각자의 신념에 따라 설 줄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평소 용병끼리의 대립이나 분란에 예민한 길드도 전쟁 중의 대립엔 관여하지 않는 입장이었다.
오늘의 우방이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샴페인 용병단은 고민할 것도 없이 황제 군을 택했다. 원래 황제 쪽을 더 지지하는 편이기도 했지만, 여정 중에 닿은 특별한 인연이 그들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다만 최연소 단원이자 마지막 진급 시험을 앞두고 있는 매튜만은 참전 자체를 꺼려해 한동안 따로 행동하기로 했다.
비록 한 사람이 빠지긴 했으나 샴페인 용병단은 스왈트 제국에서 손꼽히는 용병단 중 하나였다. 샴페인 용병단을 모르는 사람조차 단장인 휴센의 이름만큼은 알고 있었다. 그들이 지원했다는 소식에 황제군은 크게 반색했다. 실제로 그들의 활약은 정말 굉장했다. 감쪽같은 적의 매복도 노련한 눈썰미로 쉽게 찾아냈고, 추적을 피해 이동하는 노선도 기가 막히게 파악했다. 간간이 산길을 이동하다 보면 피할 수 없는 몬스터와의 전투 또한 늘 순식간에 종결시켰다.
그렇기에 그들이 마을의 실종 사건을 맡겠다고 나섰을 때, 정찰대 파빌로스조의 대장 라우간 드 파빌로스는 잠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충격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필요한 부분이라고 판단, 요청을 수락했다. 유능한 그들이라면 빠르게 사건을 해결하고 복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물론 샴페인 용병단 또한 그러한 자신감으로 나선 것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모두가 휴센의 충동적인 결정에 불과하며, 나머지 단원들이 속으로 경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도 알지 못했다.
“젠장, 놀라서 숨넘어가는 줄 알았네. 갑자기 불쑥 튀어나가는 짓 좀 하지 말아줄래, 단장? 우리도 마음의 준비라는 게 필요하거든?”
땅거미가 내려앉은 저녁. 부대를 벗어나기 무섭게 터져 나온 불만 소리에 휴센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노려보는 헤롤의 얼굴이 크게 실룩거렸다.
군으로부터 정식으로 임무를 하달받은 후 그들은 바로 실종 사건 조사에 착수한 참이었다.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자세한 정황도 파악했고, 필요한 정보도 얻었다. 그때까지는 다들 묵묵히 맡은 역할에만 충실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끼리만 남게 되자 참고 있던 푸념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단장은 매번 이런 식이야. 혼자 맘대로 결정하고, 무작정 일을 떠맡고. 군에 들어와서는 한동안 그 꼴 좀 안 보고 사나 했더니 이게 또 뭐야? 단장이 단장이면 다야? 단장이면 다냐고!”
몰아붙이는 듯한 헤롤의 항의에 단원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쉐리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더 미안해진 휴센이 난처한 얼굴을 했다.
“미안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실종됐다잖아. 그걸 어떻게 그냥 놔두겠냐.”
“아, 글쎄 누가 조사하지 말재? 결정을 내리기 전에 미리 신호를 좀 주란 말이야, 신호를! 손짓, 발짓, 눈짓! 그거 하나 보내주는 게 그렇게 어려워? 내가 지금 이룰 수 없는 소원 같은 걸 말하고 있는 거야?”
“그래, 그래. 내가 정말 잘못했다. 다음부터는 신경 쓸게.”
“거짓말! 항상 말로만 그러면서! 내가 또 속을 줄 알고?”
“뭘 또 그렇게까지…….”
“모르는 척하지 마! 생각해 보면 단장은 처음부터 날 가지고 놀았어! 용병단에 들어오면 잘해 주겠다고 온갖 사탕발림으로 순진한 나를 살살 꼬셔대더니! 막상 넘어가고 나니까 나 몰라라 방치해 두는 데다 예뻐해 주지도 않잖아! 잡은 물고기에는 밥도 안 준다 이거지! 이 나쁜 남자야!”
진지하게 경청하던 휴센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뒤에서 응원하던 일행들의 얼굴도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가련한 순정녀 역할에 도취된 헤롤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연기 혼을 불태웠다.
“남자가 환심을 사려 할 때 하는 말은 믿으면 안 된다더니! 어떻게 당신이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배 속의 아이도 이렇게 아빠만 바라보고 있는데! 책임져! 책임지란 말이야!”
“……누가 저 녀석 입 좀 막아.”
지시는 즉각 실행됐다. 모두가 흉흉한 얼굴로 일제히 무기를 꺼내든 것이다. 기겁한 헤롤이 마구 비명을 질러댔지만 이 순간엔 연인인 이릴조차 그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응징에 나섰다. “악!악! 잘못했어, 이릴! 예뻐해 달라는 말은 너한테만 할게! 다시는 남발 안 할게! 제발 용서해 줘!” 살벌하게 날아드는 채찍을 피해, 헤롤은 한동안 애처롭게 빌어야 했다. 일련의 과정이 끝났을 무렵엔 애초에 왜 이런 일이 시작되었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본전을 찾기는커녕 본인의 평판만 깎아 먹은 꼴이 된 헤롤은 몹시 풀이 죽었다. 어깨를 늘어트리고 시무룩해져 있는 그에게 마이티가 끌끌 혀를 찼다.
“그러니까 한 소절만 하지. 아무튼 잘 나가다 꼭 매를 벌어요.”
“아니, 말을 하다 보니 너무 신나서 그만…….”
“시끄러. 그나마 매튜가 없어서 다행인 줄 알아. 경멸의 시선이 쏟아졌을 거다.”
“컥, 죽을래, 너? 상상해버리고 말았잖아! 매튜가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면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
“그거 알아. 정말 오금이 저리지.”
“말이라고. 난 단장은 배신해도 매튜는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야. 매튜가 용병단 새로 차린다고 하면 무조건 따라갈 거다.”
“어, 치사하게! 나도 갈래!”
“……거기 미래의 배신자들. 내친김에 제대로 기합 받고 싶냐?”
휴센의 목소리가 낮아지자 의기투합하던 두 사람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틈만 나면 단장의 머리끝까지 기어오르긴 하지만 그건 휴센이 봐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가 정말 화가 나면 감당하기 어렵다는 건 두 사람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한결 얌전해진 분위기를 못마땅한 눈길로 훑어본 후, 휴센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반적으로 용병단은 군대와 체제가 비슷해서 상하구분이 분명하고 엄격한 편이었다. 하지만 샴페인 용병단은 소수 정예로만 구성된 단이었고, 단장인 휴센 그 자신이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운영되어가고 있었다. 그 자체는 만족스러운데, 이따금 인내심에 시험을 받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차라리 이 자리에 매튜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라면 이런 상황에서 “당신들 따윈 와도 안 받아줘요.” 하고 간단하게 웃으며 침몰시켰을 것이다. 나름 알게 모르게 시끄러운 일행들의 중재 역할을 해 왔던 만큼 그의 부재가 뼈저리게 아쉬워졌다.
“어쨌든 지금까지 파악한 정보를 다시 정리해 보자. 실종된 아이들이 남자아이 하나, 여자아이 둘이라고?”
화제를 전환할 겸 휴센은 모두를 돌아보며 질문을 건넸다. 실제로 그 방법은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효과가 있었다. 가볍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지면서 모두 진지해졌기 때문이다. 고개를 끄덕인 쉐리가 마을 사람들로부터 들은 정보를 떠올리며 설명했다.
“여자아이들은 로지아와 아휘나라고 하고, 남자아이 이름은 아이길이야. 그중 아이길과 로지아가 열두 살 동갑이고, 아휘나는 아홉 살. 아이길과 아휘나는 남매라고 했어.”
설마 했던 황제군 쪽에서 선뜻 돕겠다고 나서자 주민들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중에서도 고맙다고 연신 허리를 굽히던 젊은 부부가 있었는데, 그들이 사라진 남매의 부모라고 했던 것을 휴센은 어렴풋이 상기했다.
실종된 아이들은 평소에도 서로 자주 뭉쳐 다니며 이곳저곳을 탐험하길 좋아하는 편이었다. 걸어서 몇 시간이나 걸리는 곳에 있는 내성에도 자주 놀러 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예쁜 성을 발견했다며 신이 나서 달려왔다. 눈으로 빚은 듯이 새하얗고, 얼음처럼 반짝거리는 궁전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마신전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한 번도 신전을 본적이 없었거든요. 공주님이 사는 곳 같다고 들떠 있기에 그건 성이 아니라 신전이라고 말해 줬어요.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면 마신께서 소원을 이뤄줄 거라고. 그 말이 인상 깊었는지 다음날에 신전에 기도하러 가겠다고 하더군요. 기특해서 그러라고 했어요. 신전에 바칠 헌금도 손에 쥐여서 보냈죠.”
그러나 그렇게 떠난 아이들은 그날 이후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늦은 시간에도 소식이 없어 걱정이 된 부모들이 신전을 찾아갔지만, 그땐 이미 모든 것이 틀어진 후였다. 그곳에 아이들은 없었다. 심지어 사제들은 그런 아이들을 본 적도 없다고 했다. 믿지 못하는 부모들에게 아무도 없는 신전 내부를 친히 보여주기까지 했다. 이후 온 성 안을 돌아다니며 찾아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어느 곳에도, 그 어떤 장소에도 아이들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치 증발이라도 한 것 같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죠. 한꺼번에 사라진 아이가 셋이나 되는데 아무도 목격한 사람이 없다니. 이건 정말 너무 이상한 일이에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울먹이면서 설명하던 남매의 부모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소중한 아이들을 잃어버린 상실감과, 자신들로 인해 이런 비극이 벌어졌다는 죄책감이 그들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남매와 함께 사라진 여아의 부모는 그에 비하면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지만, 그건 침착하기보다는 넋을 잃은 상태에 더 가까웠다.
“흠, 몬스터의 소행일까? 근처에 개머리 토끼의 서식지가 있긴 한데.”
“개머리 토끼는 소심한 녀석들이잖아. 아무리 외진 마을이라고 해도 인가(人家)까지 내려오지는 않았을걸? 그래도 일단 확인해 둘 필요는 있겠지만.”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은 걸 보면 노예 사냥꾼의 소행일지도 몰라.”
“아, 그것도 일리 있네.”
워낙 다양한 위협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보니 짐작 가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아이들이 실종되었는데도 시가 방관하고 있는 태도를 보면 이 지역의 치안도 뻔했다. 고개를 끄덕인 휴센이 모두를 돌아보았다.
“일단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내일 아침 일찍 인원을 나눠서 조사를 시작하자. 위험할지도 모르니 두 명씩 한조로 묶는다. 쉐리와 마이티, 너희들이 개머리 토끼 서식지를 맡아. 헤롤과 이릴은 빈민가 쪽으로 가서 떠도는 소식들을 확인해 줘. 은밀한 소식은 그쪽이 제일 먼저 퍼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