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3화
“지금 이 상황이 보이지 않소? 늪에 빠져서 다 가라앉게 생겼는데 여길 어떻게 건넌단 말이오? 일단은 빠져나갈 방안부터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오?”
“그거야 당연하죠. 빠져나가기 위해서 물어본 거예요. 범위를 지정해야 하니까요.”
“범위?”
“알리사가 늪지 위에 단단한 길을 만들 거거든요. 바닥이 없는 게 문제인 거니까 디딜 곳이 있으면 빠져나올 수 있겠죠? 다들 그 위에 올라서게 하세요.”
“그, 그게 가능하단 말이오?”
“그럼요. 땅의 정령사잖아요.”
백작과 그 수하들의 얼굴이 구원을 받은 사람처럼 환해졌다. 반대로 알리사는 경악한 모습이었다(그 와중에도 사람들을 향해선 아무렇지 않게 웃어 주는 노련미를 발휘했다). 살았다는 분위기로 주위가 온통 들끓는 동안 그녀가 다급히 내 귓가에 속삭였다.
“뭐야, 엘 님! 길이라니! 무리야! 상급 정령사도 아니고, 중급 정령사인 내가 이렇게 큰 늪지에 길을 어떻게 만들어? 운이 좋아 만들 수는 있어도 내 힘으로는 오래 못 버텨.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라섰다간 금방 무너질 거라고.”
“응, 알고 있어. 지난번처럼 가자.”
“지난번처럼?”
“길이 생긴 것처럼 보이도록 위에 흙만 깔아줘. 지탱하는 부분은 내가 만들어 줄 테니까. 그렇게 하면 버틸 수 있지?”
“……!”
즉 겉형태는 알리사가 만든 길인 것처럼 위장하고 실제로는 내 힘으로 지탱하는 방식이었다. 그제야 흙빛이던 알리사의 얼굴에 다시 핏기가 돌았다. 안도의 한숨을 길게 뱉어낸 그녀가 이내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자꾸 이렇게 해도 돼? 전에 성벽을 무너트린 것도 그렇고, 이런 거 원래 중급 정령사는 못하는 일이잖아. 능력을 너무 심하게 부풀리는 게 되는 거 아니야?”
“괜찮아. 알리사 네가 특히 대단한 거라고 하면 되지. 같은 급의 정령사라도 실제로 사람마다 능력 편차가 있거든.”
“으으으, 그래도. 뭔가 사기꾼이 된 기분이야.”
“흐음, 그럼 나도 사기꾼인가?”
“윽, 그런 뜻이 아니라…….”
“하하,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라는 소리야. 정 마음이 불편하면 그냥 일시적으로 나랑 계약했다고 생각해. 정령왕의 계약자 생활 미리 체험해 보기 시간이라는 건 어때? 이 순간만큼은 내가 너의 힘인 거야. 그럼 간단하지?”
“우와, 그게 뭐야. 이사나 씨가 부러워. 엘 님, 나랑도 계약해 주면 안 돼?”
“제가 이래 봬도 비싼 몸이라서요. 계약하려면 소환식을 통과하셔야 한답니다, 아가씨. 그리고 인간하고는 한 명밖에 계약 못해.”
“칫, 치사해. 두고 봐, 진짜. 언젠가 트로웰 꼭 소환하고 말거야.”
“그래, 그래. 기대할게.”
귀여워서 웃은 걸 놀린다고 생각했는지 알리사의 얼굴이 샐쭉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진지한 모습이 됐다. 주변의 상황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사방에 있는 모두가 알리사만을 구명줄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경쾌했던 공기가 급속도로 무거워졌다. 머리카락 한 올까지 셀 듯한 시선에 그녀는 가볍게 심호흡했다.
“준비됐어, 알리사?”
내가 보낸 신호에 고개를 끄덕인 후, 알리사가 곧바로 멀든을 소환했다. 우드득, 콰지직! 사방을 뒤흔드는 것처럼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굵은 기둥이 솟았다. 빠르게 뻗어나간 가지가 알리사를 태운 채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늪지 한가운데 솟아난 거대한 나무, 그 가지 위에 걸터앉은 소녀의 모습에 지켜보는 이들이 경외의 표정을 지었다.
“이왕 하는 거 아주 화려하게 해버리겠어. 부탁해, 멀든!”
알리사가 외친 말에 멀든이 늪 아래로 뿌리를 뻗었다. 그녀가 말한 ‘화려한’ 방식은 금방 알게 됐다. 발끝에 단단한 것이 닿는다 싶더니 진흙에 파묻힌 하반신이 떠오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아니, 실제로 떠오르고 있었다. 알리사가 아래에서부터 바닥을 차오르게 해서 늪에 빠진 사람들을 전부 한꺼번에 들어낸 것이다.
‘이런…….’
“우와아아!”
혀를 차고 있는데 상황을 파악한 사람들이 함성을 질렀다. 다들 흥분한 나머지 이렇게 크게 소리를 지르면 적에게 위치가 노출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잊은 것 같았다.
열광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는 조용히 머리를 짚었다. 그냥 표면에 길을 만들어내기만 하는 것도 중급 정령사인 알리사에겐 꽤나 힘이 많이 소모되는 일이다. 그런데 아예 사람들을 전부 떠받쳐 들어내다니. 이 한 번에 온몸의 마나를 다 퍼부어버리기로 작정한 것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알리사의 안색이 금방이라도 숨 넘어갈듯이 창백해졌다. 나는 서둘러 물을 운용해서 그녀가 만든 바닥 아래 두꺼운 얼음을 깔았다. 겉흙만 남겨두고 전부 내 힘으로 교체하는 과정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무리하게 바닥을 지탱하고 있던 알리사의 마나는 대부분 회수해 그 주인에게 되돌려 보냈다. 그제야 살 것 같다는 얼굴을 한 알리사가 긴 숨을 몰아쉬었다. 한계까지 마나를 쥐어 짜냈으니 정말 죽다 살아난 기분일 것이다. 덕분에 0.1초마저 쪼개가는 기분으로 서둘러야 했던 나까지 백년은 한꺼번에 늙은 기분이었다.
“저 녀석…….”
이를 갈며 흘겨봤더니 눈이 마주친 알리사가 난처한 표정으로 웃었다. 본인도 미안하긴 한 모양이었다.
“스피어의 딸 알리사!”
“알리사!”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알리사의 이름을 연호하느라 정신없었다. 어두운 밤에 흩뿌려져 있는 희뿌연 빛의 운무. 늪지에서 기적처럼 떠오른 단 하나의 생명 길. 그 한 가운데 솟아 있는 아름드리나무와, 가장 높은 곳에 서서 모두를 굽어보는 소녀의 모습.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꿈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알리사의 유명세가 더 커지겠는데?”
“그런 것 같군요. 본인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지만.”
시벨리우스가 어색하게 웃으며 중얼거린 말에 데르온이 묵묵히 덧붙였다. 그 말대로 알리사는 아연실색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뒤늦게 자기가 어떤 짓을 저지른 건지 깨달은 듯했다.
“나 저거 알아. 자기 무덤 팠다는 거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스가 방긋 웃었다.
차마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평가였다.
* * *
“늪지로 유인당했는데 알프레드 경의 재치로 무사히 빠져나갔다는 건가?”
“예! 덕분에 한 사람의 사상자도 없이 전원 아발론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보고를 받는 이사나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른 아침 선발대로부터 도착한 반가운 소식은 황제군의 본 진영에 큰 활기를 불어넣었다. 함정에 빠져 자칫 몰살당할 뻔했던 선발대가 한 소녀의 활약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아발론의 점거에 성공했다. 본래 예상한 일정보다도 이틀이나 빠른 성과였다.
보급로가 중요한 전쟁에서 아발론은 반드시 필요한 첫발이었다. 성공 그 자체도 기쁜 일이었지만 적의 작전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이뤄낸 성공이라는 점에서 더 가치가 높았다. 이로써 아군은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고, 반대로 적군의 기세는 한풀 꺾일 것이다. 알리사에게 선발을 권했던 카웰 공작에게도 이 같은 결과는 놀랍기만 했다.
“지진을 일으켜 성벽을 허물더니 이젠 수렁으로 된 늪지에 길을 내는군요. 알면 알수록 굉장한 소녀입니다.”
“네, 그렇네요, 형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지인 중에도 중급 정령사가 있지만 이렇게 대단한 실력을 보인 적은 없었습니다. 그는 불의 정령사였으니 속성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놀랍군요. 아, 그래. 자네가 보기에는 어떤가. 땅의 정령사는 다 이런 걸 할 수 있는 건가?”
카웰 공작의 시선이 이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존재, 정령사 페리스를 향했다. 페리스는 묘한 얼굴로 웃었다.
“시도 자체는 가능하겠으나 말씀하신 바와 같이 중급 정령사의 힘으로 얻어낼 수 있는 성과는 아닙니다. 알드레프 경의 힘이 독보적인 편이라고 보셔야 할 겁니다.”
“역시 그런 건가. 정말 대단하군.”
‘사실은 엘퀴네스 님이 다 하셨을 겁니다.’
감탄한 듯 중얼거리는 공작을 보며 페리스는 목구멍까지 솟아오른 진실을 꿀꺽 눌러 삼켰다. 그의 뒤편에 있던 친위 기사들도 근질근질한 얼굴을 감추느라 다들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카웰 공작이 그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를 읽어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을 때였다. 천막이 걷히더니 병사 한 명이 급히 들어와 경례했다.
“각하,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한 노인이 찾아와 각하를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마법사 협회의 인장을 지닌 자입니다. 개인적인 용무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마법사라고?”
“올리반이라 하면 아실 거라 했습니다.”
이름을 듣는 순간 카웰 공작의 얼굴에 놀란 빛이 떠올랐다.
“그가 이곳엔 왜…….”
“마법사 올리반이라면, 혹시 올리반 폰 다니멜을 말하는 겁니까? 카터스 제국 황실 수석 마법사의 이름이 그랬던 것 같은데요. 대관식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이사나가 관심을 보이자 공작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급히 정신을 차렸다. 그가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알고 계십니다. 그가 맞습니다.”
“형님이 그와 친분이 있었습니까?”
“유학시절 지인입니다. 졸업 동기였습니다.”
카웰 공작이 어릴 때 카터스 제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상기한 이사나는 바로 상황을 받아들였다. 심지어 그는 ‘아카데미’ 출신이었다. 기초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폭넓게 지도하는 학술원과는 달리, 아카데미는 일정 이상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 그중에서도 수재들만 들어갈 수 있다. 카웰 공작이 졸업한 ‘얀 아카데미’는 카터스 제국 최고의 명문으로, 대륙에 수많은 학자와 예술가, 뛰어난 지휘관과 정계인사 등을 배출한 곳이었다. 마법과 연금술 분야로는 특히 독보적이라, 출신지나 신분을 막론하고 각 대륙에서 인재들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했다. 현 알폰프 제국의 황제를 비롯하여 각국의 왕족까지. 카웰 공작의 명성이 높은 것엔 그곳에서 쌓은 그의 인맥이 화려한 덕분도 있었다.
“다니멜도 형님과 졸업 동기였다니, 놀랍군요. 그는 지금 60대 아닙니까?”
“예, 아마 그럴 겁니다.”
담담한 대답에 이사나는 카웰 공작의 모습을 새삼 살펴보았다. 소드 마스터가 되면 신체의 노화가 느리게 진행된다. 겉으로 보기엔 20대 중반처럼 보였으나, 실제 그의 나이는 40대 중반이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60대인 다니멜과 동기라고 생각할 만한 나이 차는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알폰프의 황제도 60대 후반의 나이였던가. 이사나는 묘한 표정으로 그의 사촌 형을 응시했다.
“……형님이 월반해서 졸업했다는 말은 들었습니다만. 대체 몇 학년을 건너뛴 겁니까?”
“하하, 월반한 것은 맞지만 이건 제가 졸업한 아카데미의 특징에 더 가깝습니다. 얀 아카데미는 마법 학부의 이수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워서 그쪽 학부생들은 보통 30대에 졸업하는 편입니다. 덕분에 다른 학부생들보다 평균 나이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중도 포기자가 많고 졸업생 자체가 적다 보니 졸업 동기라면 전부 동문으로 칩니다.”
“아아, 그렇군요. 알폰프의 황제도 마법사 출신이었던가요.”
“예. 당시 황태자이면서도 젠 학파에 가입하기 위해 카터스 제국 유학행을 서슴지 않는 괴짜였죠.”
젠 학파는 다양한 마법 계열들 중에서도 공격마법 부문으로 가장 권위 있는 학파였다. 얀 아카데미의 마법 학부는 젠 학파의 이론을 따랐고, 이곳 졸업생만이 젠 학파에 소속될 자격을 가질 수 있었다.
마법사에게 학파란 그가 사용하는 마법의 전통성을 입증하는 부분이다. 가입 욕심이 나는 건 누구나 당연하겠지만, 태자의 지위에 있는 자가 몇 년씩 바쳐가며 강행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알폰프와 카터스 제국이 서로 앙숙에 가까운 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랬다.
“워낙 지지기반이 굳건한 태자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 카터스 제국의 라온휘젠 태자처럼 말입니다.”
“라온휘젠이라면, 저와 동갑이라던 황태자 말이군요. 마법에 재능이 있다던.”
“예, 맞습니다. 혈통으로도 황제의 적자이고, 성품이나 재능 면에서도 다른 형제들을 압도하는 편이라 그가 태자로 책봉되었을 때 모두 당연하다는 반응이었지요. 원로는 물론, 지방 귀족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는 데다 백성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상당히 많은 태자입니다. 덕분에 평소 과감한 시도를 잘 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아마 관심을 둔 학파가 알폰프에 있었다면 그 역시 유학을 감행했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그 태자는 어느 학파입니까?”
“공교롭게도 그 역시 젠 학파입니다. 현재 얀 아카데미의 마법 학부에서 수학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다니멜이 그를 수제자로 삼았을 겁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다니멜은 황실 수석 마법사에 태자의 스승이기도 한 거군요. 그런 자가 타국, 그것도 전시에 있는 지인을 개인적인 용무로 방문이라. 무슨 용건인지 궁금해지는데요? 형님이 괜찮다면 함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군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를 이곳으로 안내하라.”
“예!”
우렁찬 대답과 함께 사라진 병사들이 잠시 후 한 노인을 데리고 다시 나타났다. 검은 로브를 입고 있는 노인은 마법사치고는 상당히 늠름한 풍채를 지니고 있었다. 카웰 공작이 일어나서 그를 맞이했다.
“오랜만입니다, 다니멜 님.”
“클모어 공작, 오랜만에 보는군요.”
짧은 인사를 마친 다니멜이 곧 안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빈틈없이 서 있는 기사들과, 그 가운데 앉아 있는 금발의 소년을 의식한 것이다. 이사나와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그가 예법에 맞춰 허리를 굽혔다.
“신이 세운 제국의 가장 높으신 분께 인사 올립니다. 미천한 마법사, 올리반 폰 다니멜이라 합니다.”
“반갑습니다, 다니멜. 대관식에서 봤었지요.”
“기억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황제 앞에 선 탓일까. 대답하는 다니멜의 목소리가 떨렸다. 실제로 그는 몹시 긴장한 상태였다. 그를 이곳까지 안내해 준 병사들로부터 황제가 있다는 언질은 미리 받았으나, 막상 들어서기 전까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가 알고 있는, 대관식에서 보았던 스왈트 제국의 황제는 몹시 어둡고 유약한 느낌의 소년이었다. 누가 보기에도 황제라는 자리와는 어울리지 않아 내심 혀를 찬 기억이 있었다. 그와 동갑인 그들 황태자의 위풍당당한 모습과 비교되어 더 한심하게 여기기도 했다. 그래서 내전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크게 놀랍지 않았다.
전쟁 준비로 기운이 빠졌을 테니 그때보다 더 볼품없어졌을 모습을 상상했다. 그런데 막상 눈앞에 둔 황제는 예전에 그가 보았던 유약한 인상의 소년이 아니었다. 다니멜은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 단정하면서 섬세한 외모, 차분한 눈빛과 목소리까지. 그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이 강제로 시선을 잡아끄는 것 같았다. 주위를 감도는 공기에 청량감까지 느껴지는 듯하다. 성장하면서 좋게 변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이건 정말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한때나마 그를 평범하다고 판단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덕분에 방문 전까지만 해도 가슴을 채우고 있던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