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2화
“봤냐? 중첩진이란 이렇게 쓰는 거다.”
“…….”
아니, 그러니까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데?
의기양양해하는 라피스를 보며 나는 속으로 멍하니 중얼거렸다. 뭔가 엄청난 일을 했다는 건 알겠는데, 정확히 뭘 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나마 데르온의 경우엔 나보다는 알아본 것이 더 많은 듯했다. 연신 마른침을 삼키던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수백 개의 수식을 동시에 연동시키는 것으로 모자라서 아예 새로운 형식으로 재조합해 버리다니. 당신…… 괴물입니까?”
“종류만 많았지 구조는 전부 다 단순하던데? 그 정도는 수백 개가 아니라 수천 개라도 조합할 수 있어.”
간신히 정신이 돌아온 듯했던 데르온이 그 말에 다시 멍한 얼굴을 했다. 마법 쪽을 잘 모르는 내가 듣기에도 그게 평범한 일이 아니라는 것만은 알 것 같았다(일단 수천 개라는 범위 자체가 어디에 붙여놔도 평범하지 않다). 하지만 정작 라피스는 자신의 발언에 문제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잘난 척을 하는 게 아니라, 그게 너무 당연해서 상대가 놀라는 걸 오히려 의아해하는 것에 가까웠다. 늘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데다 실제로도 그만한 능력을 선보이는 드래곤이긴 하지만, 정작 그를 대단하다고 느끼게 되는 건 이런 모습을 보일 때인 것 같다. 애초에 생각하는 기준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고 마니까.
“그러니까, 데르온의 피를 다 흡수시켜서 해결한 건가?”
“내 피를 더 많이 썼거든? 그 마법진 유지에 피가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데.”
“아, 그런 거야?”
어떻게 그걸 몰라줄 수가 있냐는 둥, 도와줘 봤자 하나도 소용이 없다는 둥, 라피스가 볼멘소리로 투덜거렸다. 하지만 난 당당했다. 실제로 그의 몸에서 피가 콸콸 흘러나오는 광경은 보지 못했으니까. 몰라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어쨌거나 분명해진 건 방금 전 그 마법 덕분에 방이 매우 깨끗해졌다는 사실이었다. 벽과 천장의 얼룩은 물론 바닥에 흥건하던 피까지 전부 사라져서 따로 청소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뭐 해? 이거나 받아.”
멀뚱히 서 있는 내게 라피스가 알을 던지다시피 넘겼다. 서둘러 받아들자 따뜻한 느낌이 전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차가웠던 온도가 다시 돌아와 있었다.
“이제 괜찮아진 거야?”
“지금 당장은.”
“지금만?”
“애초에 임시방편일 뿐이야. 근본적으로 균형이 무너진 거라서 외부의 도움으로는 한계가 있어. 앞으로 몇 번은 더 이런 고비를 겪어야 할걸.”
“몇 번이나? 그래도 괜찮은 건가?”
“괜찮을 리가 없지. 운 나쁘면 어디 하나 망가져서 태어날지도 몰라.”
산 넘어 산이라더니. 이렇게 되면 고비를 넘겼다고 해도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데르온?”
질문하며 돌아보았을 때, 데르온은 막 생각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태였다. 침착한 표정을 보아 이미 이럴 때를 위한 방안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예상대로 그는 어렵지 않게 입을 열었다.
“……가장 간단하고 완벽한 해결 방법이 있긴 합니다.”
“그게 뭔데요?”
“마력의 샘에 알을 담그면 아무런 문제 없이 균형을 잡을 수 있습니다.”
“마력의 샘?”
되물은 말에 그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말씀드린 탄생의 숲 카르텐 안에 있는 샘입니다. 북공작의 마력이 그 샘물과 반응해서 마신의 정수를 만들어내죠. 그 자체가 마족의 유체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양분이자 보완제가 됩니다. 혹은 북공작의 피만 있어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걸 구하려면 마계로 가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도 그 방법뿐이긴 합니다.”
“……이미 결심을 굳힌 거군요?”
데르온은 부정하지 않았다. 하긴 그로서는 가장 좋은 방법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을 터였다.
‘마계라…….’
카노스는 그 뒤로 여전히 소식이 없고, 대공 쪽의 움직임에도 변화는 없었다. 그쪽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지 못하는데 데르온을 보내도 괜찮은 걸까. 이왕이면 기분 좋게 다녀오라고 하고 싶은데, 장소가 장소인 만큼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망설이는 것을 읽었는지 데르온은 차분히 설득하기 시작했다.
“카르텐과 본성은 상당히 떨어져 있는 편입니다. 마왕의 눈을 피해 금방 다녀올 수 있습니다.”
“북공작의 도움도 필요한 거잖아요. 그와 길이 어긋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그는 카르텐을 떠나는 일이 거의 없으니 괜찮습니다. 운이 좋으면 궁금해하시던 마계 쪽의 동태를 파악할 수도 있을 겁니다.”
“으으음.”
“주군까지 건너가는 게 염려되시면 저 혼자 데자크를 찾아가서 그의 피라도 받아오겠습니다. 저 혼자라면 발각되더라도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요.”
“……심정은 알겠는데, 난 데르온이 위험해지는 것도 싫거든요.”
“물의 왕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저로선 다시는 없을 영광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주군께서 잘못되시면 저는 죽어서도 마신을 뵐 수 없을 겁니다.”
데르온의 두 눈이 결연하게 빛났다. 결코 물러날 기세가 아니었고, 만약 끝까지 안 된다고 하면 몰래 다녀오기라도 할 작정처럼 보였다. 저렇게까지 의지가 확고한 사람을 마냥 반대하기만 할 수도 없어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북공작의 피만 쓰는 것보다는 마력의 샘에도 담그는 게 더 좋은 거죠?”
“일단은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마신의 정수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알았어요. 그럼 알도 가져가요. 어차피 위험부담을 안고 가는 거라면 확실하게 치료하고 오는 게 더 나을 테니까요.”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엘 님.”
“물론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어요.”
“해야 할 일, 말입니까?”
얼굴 가득 화색을 띠던 그가 내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근처에 있던 창가로 걸어가 문을 활짝 열었다. 창틀에 붙어 한창 이쪽의 상황을 기웃거리고 있던 투명한 형체들이 와르르 물러나려다 서로 부딪치면서 야단법석을 떨었다. 내 눈에만 보이는 것이 아쉬울 만큼 귀여운 광경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걸어두는 게 좋으니까요.”
* * *
비현실적으로 새하얀 피부. 달빛을 그대로 옮겨 담은 눈동자. 입고 있는 원피스는 티끌 한 점 없이 깨끗한 밀 빛. 미풍에 따라 춤을 추듯 살랑거리는 머리카락까지도 은백색.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새하얀 소녀는 마치 설탕으로 만든 조각상 같았다. 한눈에도 시선을 잡는 외모인데 공중에 둥실둥실 떠 있기까지 해서 더 눈에 띄었다.
“일부러 염탐하려던 건 아닙니다.”
허공에 뜬 채로 무심한 듯 말하는 소녀를, 라피스와 데르온이 기묘한 표정으로 응시했다. 짧은 정적이 흘렀고,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나를 향했다. 그 일관된 반응을 보아 그들의 눈에도 소녀의 모습이 보이는 모양이었다.
사실 그 부분은 소녀가 나타날 때부터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본신일 때조차 다소 투명하게 보이는 형태가 지금은 전부 뚜렷하게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오히려 그게 인위적으로 모습을 ‘구현’했다는 증거였다. 진짜 그에게선 존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스치는 바람에서 형태를 느끼지 못하듯이, 그는 이 세상의 호흡 그 자체였으니까.
바람의 정령왕 미네르바.
눈앞에 서 있는 하얀 소녀의 정체를 상기하며 나는 가볍게 웃었다.
“어서와, 미네. 벌써 누구랑 계약한 모양이네?”
“드래곤 일족으로부터 요청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만나 전대의 계약을 그대로 인수받았습니다.”
대답과 함께 허공에서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하는 소녀를 나는 두 팔을 뻗어 가볍게 받아냈다. 바닥에 착지하자 그를 감싸고 있던 청량한 공기가 파도처럼 퍼져 나갔다. 뒤쪽에 서 있던 데르온이 급하게 숨을 삼키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정체를 눈치챈 것이다.
“바, 바람의 왕을 뵙습니다.”
서둘러 인사하는 데르온에게 미네르바는 가벼운 고갯짓을 보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생각지 못한 존재의 등장에 당황했는지 데르온은 그답지 않게 조금 긴장한 기색이었다. 물론 평소에도 우월한 간 크기를 자랑하는 라피스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미네르바라……. 과연. 그런 방법이 있었군.”
흥미롭다는 듯이 살펴보던 그의 시선에 이채가 떠올랐다. 누가 눈치 빠른 녀석 아니랄까 봐 단번에 내 의도를 파악한 것이 분명했다. 나는 머쓱해져서 뺨을 긁었다.
정령계에 있던 미네르바가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내가 와 주길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창틀에 몰려 있는 수많은 바람의 정령들을 발견했을 때, 직감적으로 그가 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정령계를 떠나온 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내가 뭘 하고 지내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로선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니었겠지만 내게는 적기에 맞춘 듯이 맞아 떨어진 순간이었다. 덕분에 데르온을 도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떠올랐으니까. 누군가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오직 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방법이.
“그림자의 장막 말입니까?”
미네르바의 말에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바람의 왕인 그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힘. 호흡과 그림자마저 완벽하게 감춰 주는 은신의 힘을 빌릴 수만 있다면 아무리 위험한 장소라도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한 번만 도와주면 안 될까?”
“흠.”
간절하게 바라보는 나를 물끄러미 마주 보던 미네르바가 데르온을 빤히 응시했다. 그 시선을 받은 데르온이 알을 꼭 끌어안은 채 몸을 움찔거렸다. 몇 초가 몇 년 같은 순간이 지나고, 마침내 미네르바의 입에서 답이 떨어졌다.
“본래는 계약자에게만 해 주는 것이긴 합니다만. 알겠습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정말?”
“그럼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엘의 부탁인데. 그 정도는 해드릴 수 있습니다.”
기묘하게 얼굴을 찌푸린 후(미소 짓는 것이다) 미네르바는 데르온 앞으로 성큼 걸어갔다. 바람의 고유 능력을 실제로 눈앞에서 보는 건 처음이라 나는 기대감을 갖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눈앞에서 데르온이 바로 사라지게 되는 건가 싶었는데, 미네르바는 잠시간 그의 주위를 기웃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옆에 서서 키를 가늠해 보거나 폭을 재보기도 하고, 데르온의 주변을 한 바퀴 빙 돌아보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데르온은 바짝 구워진 것처럼 뻣뻣하게 서 있었다.
“이 정도면 되겠군요.”
의미 모를 행동이 몇 번 더 반복되었을 때쯤 미네르바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는 사람들과 약간의 거리를 벌리고 선 후 손가락을 들어 허공에 직선을 그어나가기 시작했다. 기점을 벗어나는 순간 손가락 끝에서 광채가 발하고, 움직이는 궤적에 따라 빛의 선이 그려져 나갔다. 미네르바가 태어났을 때 그의 형체가 그려지듯이 생기던 것과 비슷한 광경이었다. 다만 그때엔 화폭에 소묘를 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단순한 사각형을 그려낸 정도에 불과했다.
선이 다 그려졌을 땐 눈앞에 길쭉한 문이 세워진 것처럼 보였다. 진짜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미네르바가 두 손으로 사각형의 틀을 잡더니, 창문을 떼어내듯 통째로 들어낸 것이다. 떨어진 부분은 분리되자마자 천처럼 펄럭거리며 아래로 흘러내렸다. 아니, 그건 실제로도 천과 다름없었다. 미네르바의 품 안으로 떨어진 뭉텅이에서 투명하지만 분명한 질감과 형태가 느껴졌다. 마치 공기의 단층을 벗겨낸 느낌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짧은 한마디를 마친 미네르바가 들고 있던 것을 그대로 데르온에게 내밀었다. 어서 가져가라는 듯 손에 들고 건네는 동작을 취하는데도 사실 무언가가 출렁거리는 느낌만 있을 뿐 보이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래선지 데르온은 섣불리 반응하지 못하고 당황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그가 의견을 구하는 듯이 나를 돌아보았고, 나는 괜찮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제서야 데르온도 비장한 얼굴로 투명한 천을 받아들었다. 처음엔 허우적거리듯 어설픈 동작이었는데, 막상 받아들고 나서는 분명하게 손에 쥐어지는 것이 신기했는지 만지작거리기에 바빴다. 멀찍이서 구경하던 라피스도 어느새 옆에 달라붙어 함께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는 천 속에 한 손을 넣어보고는 다른 손으로 그 겉을 더듬어보는 과정을 반복했다.
“헤에, 펼쳐진 상태에선 만질 수 있는데 감싸진 부분은 그냥 통과하잖아? 과연 바람의 장막. 단순히 가려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실체를 사라지게 만드네?”
감탄하는 그의 말에 데르온도 따라 흉내내 보고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이것저것 실험하느라 정신이 없는 두 남자를 향해 미네르바는 담담한 얼굴로 설명했다.
“그걸 걸치고 있는 동안엔 존재가 완전히 지워지고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게 됩니다. 말을 해도 상대에게 전해지지 않을 테니 대화를 하고자 할 땐 벗어야 합니다. 덧붙여 그 효과가 유지되는 기한은 3일 정도입니다. 이후엔 사라져버리니 가능하면 그 전에 모든 용건을 마쳐야 할 겁니다.”
“명심해서 지키겠습니다. 바람의 왕께 감사드립니다.”
“감사 인사라면 엘한테 하십시오. 저는 엘의 부탁을 들어드린 것뿐이니까요.”
“엘 님, 정말 감사합니다!”
데르온이 내 앞에 성큼 다가와 몸을 굽혔다.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만큼이나 그의 얼굴은 한껏 격정에 차올라 있었다.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럼 조심해서 다녀와요. 절대 무모한 행동은 하지 말고요.”
“예, 이 목숨 바쳐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목숨을 바치지 말라는 뜻이거든요?”
“예! 목숨까지 바치지는 않고 돌아오겠습니다!”
대답은 잘하는데 뭔가 내용이 이상하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는 그 상태로 알과 바람의 장막을 소중히 챙겨들고는 다시금 꾸벅 인사를 거듭한 후에야 사라졌다. 드디어 마계로 떠난 것이다.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미네르바의 장막만큼 안전하게 운신하는 방법은 없으니 이쪽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안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상념에 빠져 있는 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미네르바, 나한테도 그림자 장막 만들어 주면 안 돼? 방금 전에 만든 것처럼 큰 것까지는 필요 없고, 손수건 크기 정도면 되는데.”
“……!”
갑자기 사라진 빈자리가 허전하게 느껴지기도 전에 경쾌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돌아보니 라피스가 미네르바의 옆을 한창 기웃거리고 있었다. 바짝 붙어서 손을 내밀고 있는 모양새가 딱 지나가는 아가씨에게 추근거리는 동네 양아치다. 아니, 이 경우엔 어린 소녀의 주머니를 털어가려는 불량배 정도일까. 구도는 몹시 불미스러운 데, 당하는 쪽(?)의 얼굴이 워낙 담담해서 별로 위급해 보이지 않기는 했다. 싱글싱글 웃는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 미네르바는 오히려 이채 어린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