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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왕 엘퀴네스-251화 (251/608)

제251화

“야, 진정해. 생명 반응 있어.”

“……!”

아득해지던 정신이 돌아온 건 나를 툭하고 친 라피스 덕분이었다. 속삭이듯 들려오는 그의 말을 듣고서야 나는 급히 마음을 다잡고 방 안쪽의 기척을 살폈다. 그러자 정말로 뚜렷한 호흡과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그중 심장 박동은 크고 작은 두 개의 진동으로 나뉘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미처 살피지 못했던 것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몰라도 일단 둘 다 살아 있긴 한 모양이다. 숨만 붙어 있으면 내가 어떻게든 살려낼 수 있다. 혼탁하던 머릿속이 조금 맑아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한결 진정하고 나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 대다수가 고용인들과 저택 내부를 지키는 일반 병사들이었다. 문 앞에 고인 핏물이 충격적이긴 하지만 그 덕분에 아직 누구도 안에 들어가지 않은 건 다행스러웠다. 이 정도는 상황만 해결되면 충분히 수습 가능한 범위였다.

“이쪽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모두 이만 돌아가세요.”

“예? 하지만…….”

“괜찮아요. 별일 없을 테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머뭇거리던 사람들은 내가 재차 물러가길 권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흩어졌다. 아마 카웰 공작에게 보고가 올라가겠지만, 이사나가 알아서 수습해줄 테니 별다른 문제는 없을 터였다.

사람들이 전부 돌아간 것을 확인한 후, 나는 라피스와 함께 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혹여 누군가 다시 기웃거릴지도 모를 것을 대비해 들어온 후에는 문을 단단히 잠그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문 앞에 번져 있는 핏물은 안쪽까지 흥건하게 이어져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붉은 길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는 걸음이 천 근처럼 무거웠다. 평소라면 몇 걸음 만에 도달할 길인데 긴장한 탓인지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이윽고 짧은 복도가 지나, 마침내 방이 드러났을 때. 나는 그 자리에서 잠시 멈춰 섰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조건 반사적인 반응이었다. 마찬가지로 라피스 역시 내 옆에 따라 멈춰선 상태였다. 그로서는 드물게도 몹시 얼빠진 듯한 표정이 떠오른 채였다. 아마 내 얼굴 역시 그와 비슷할 것 같았다.

눈앞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괴상한 광경이 보이고 있었다. 우선 다 죽어갈 거라 예상했던 데르온은 멀쩡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상태였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는데, 문제는 그가 하고 있는 행위였다.

그는 알 위에 자신의 피를 떨어트리고 있는 중이었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할 때마다 그의 손에서 다량의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 피는 알을 적시고도 모자라 사방으로 흘러넘쳤다. 주위에 흐르고 있는 흥건한 피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었던 모양이다.

“이게 대체…….”

나는 질린 기분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닥과 천장, 그리고 벽면까지 온통 마법진이 가득했다. 옆으로는 물론 안에서도 서로 몇 겹씩 겹쳐지는 복잡한 형태의 다중 마법진이었다. 역시 그의 피로 그린 듯 전부 검붉은 색을 띤 그것에서 짙은 비린내가 풍겼다. 알은 바로 그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흠, 내가 아는 형식과는 다르긴 하지만 구조를 보니 대다수 보호와 유지, 기운의 흐름을 돕는 마법진이네.”

“그래?”

“응, 육체를 강화하거나 단련시키는 종류의 보조 마법들이야. 흐음, 마족들은 이런 식으로 수식을 짜는군? 흐음. 이건 좀 괜찮네.”

중얼거리는 라피스의 눈빛이 무섭도록 반짝거렸다. 중간계에서 쓰는 것과는 다른 마법진의 형태가, 잠재되어 있는 그의 학구열을 건드린 것 같았다. 마법진을 살피느라 정신없는 그를 내버려 두고 나는 다시 데르온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쨌거나 라피스의 말대로라면 이 마법진은 알을 보호하기 위해 그려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가장 정확한 건 당사자에게 물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데르온…….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예요?”

떨떠름하게 말을 걸어보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긴 이 정도 자극에 정신이 돌아올 정도면 이미 바깥에서 소음이 나던 순간에 바로 반응했을 것이다. 나는 단숨에 데르온에게 다가가 그의 한쪽 귀를 붙잡고 소리쳤다.

“데르온! 지금 뭐 하냐니까요!”

“우억!”

다행히(?) 사람이 죽어 나가도 모를 것 같은 집중력도 직접적인 접촉에는 약한 모양이었다. 이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데르온이 기겁한 얼굴로 돌아보았다.

“헉! 에, 엘 님? 여, 여긴 언제 오셨습니까?”

나를 바로 알아보는 걸 보니 인지 능력은 정상인 것 같다. 바로 죄지은 것처럼 눈치를 살피는 모습을 보아 머리에 이상이 생긴 건 더더욱 아닌 모양이었다. 나는 의심스럽게 그를 바라보다가 눈짓으로 주변의 광경을 가리켰다. 명백히 해명을 요구하는 행동이었고, 데르온도 단숨에 이해한 것처럼 보였다. 그는 비장할 정도로 진지해졌다.

“아, 그게…… 방을 더럽힌 걸 사과드리겠습니다. 이 일만 끝나면 제가 다 말끔히 치우겠습니다.”

그래 봤자 돌아온 건 핀트가 전혀 어긋난 대답이었지만 말이다. 머리가 아픈 게 피비린내 때문인지, 눈앞에 앉아 있는 마족 남자의 속 타는 대답 때문인지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따져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나는 일단 데르온의 손을 붙잡았다. 무슨 짓을 한 건지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치유술을 불어넣기도 전에 대상이 먼저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가 냉큼 손을 거둔 것이다.

“앗, 치료하시면 안 됩니다! 아직 더 필요합니다.”

“더 필요하다니……. 피 말인가요?”

이 행위에서 얻는 것이라곤 줄줄 흐르는 피뿐이니 그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가볍게 눈을 찌푸리는 내게 데르온은 머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피는 왜…….”

아무리 그가 엉뚱한 성격이라도 이런 짓을 벌이는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차분하게 설명을 들어보려는데 아래쪽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무심코 시선을 내리자마자 나는 바로 당황했다. 바닥에 얌전히 놓여 있던 알이 부들부들 떠는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 이런.”

혀를 찬 데르온이 급히 알을 향해 손을 뻗었고, 잠시 중단되었던 행위가 다시 이어졌다. 피를 짜내어 알 위에 떨어트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들썩거리던 진동이 빠르게 잦아들어 갔다. 나는 긴장한 채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알이 완전히 얌전해지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조심스럽게 물었다.

“태동……이에요?”

본래 이맘때쯤엔 알이 움직이는 것이 정상이라고 했었다. 처음엔 그런 종류인 건가 싶었는데, 왠지 느낌이 조금 이상했다. 방금 전의 그 광경은 그저 움직인다기보다는 차라리 발작을 일으키는 모습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게 단순한 착각만은 아니었는지 데르온이 착잡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거랑은 조금 다릅니다.”

“태동이 아니면요?”

“무슨 원인인지 기력이 갑자기 크게 떨어지셨습니다. 그 탓에 태아의 상태가 불안정해지신 것 같습니다. 일단 급한 대로 제 피를 공급해드렸더니 조금 나아지시긴 했는데, 좀처럼 회복이 되시질 않는군요. 보시다시피 공급을 잠시만 중단해도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십니다.”

“그래요? 일단 제가 한번 볼게요.”

나는 데르온이 하는 일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조심스럽게 알을 살폈다. 손을 대어 보는 순간 이상은 바로 느껴졌다. 늘 따뜻하다 못해 뜨끈뜨끈한 온도를 품고 있었는데 지금은 지나칠 정도로 차가웠다. 심장은 제대로 뛰고 있는 반면 생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당황해서 데르온을 쳐다보자 그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부터 이랬어요?”

“수시간은 된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쭉 피를 공급한 건가요?”

“예.”

기력이 떨어졌다는 말대로 알 속의 태아는 아프다기보다는 몹시 결핍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떨어지는 피를 흡수하면서도 부족해서 헐떡거리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사실 대다수 흘러넘치기만 하는 상태라, 데르온이 공급하는 양만큼 제대로 흡수하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시험 삼아 치유의 힘을 불어넣어 봤지만 그 또한 조금 안정시키기만 할 뿐, 큰 효과를 보이진 않았다. 다쳤거나 병에 걸린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기운이 너무 약한데. 애초에 부실한 알인 거 아니야?”

한창 전전긍긍해가며 알을 살피고 있는데 라피스가 다가오면서 한마디를 던졌다. 이쪽이 심각해 있거나 말거나 마법진 구경에 여념이 없더니, 양껏 흥미를 채웠는지 혼자서만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런 주제에 대뜸 와서 한다는 참견이 저런 성의 없는 발언이라니. 평소에 남의 속을 뒤집는 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럴 리가 있냐. 마신이 직접 선택한 알이라고 했잖아. 마계의 미래를 바꿀 정도로 대단한 운명을 타고난 아이라고.”

“흠, 그럼 정반대라서 문제인가 보네.”

“정반대라서?”

“타고난 마력이 너무 강해서 몸이 버티지 못하는 거지. 작은 가죽 부대에 무한대로 술을 부어 넣으면 터지려고 하는 것처럼.”

그 순간 뭔가를 깨달았는지 데르온의 얼굴이 급격히 굳었다. 서둘러 알을 살피던 그가 짧게 신음을 삼켰다.

“원인을 알았습니다, 엘 님. 보통 신체가 다 완성된 후에 마력이 생기는 것이 정상인데, 주군은 그 반대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나요?”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만, 강한 알이 외부의 자극을 자주 받으면 그런 일이 생기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최근 성장 속도가 느려지신 것이 걱정되어 마력을 수시로 불어넣었는데 아무래도 그게 문제가 됐나 봅니다. 전부 제 불찰입니다.”

“으음,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그의 얼굴이 죄책감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보고 나는 서둘러 질문을 건넸다. 어차피 벌어진 일, 안 그래도 한시가 급한데 탄식을 할 시간도 아껴서 대처를 모색하는 것이 더 나았다. 데르온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흐려졌던 얼굴을 바로 다잡았다.

“일단 마력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신체를 성장시켜야 합니다. 지금처럼 필요한 만큼 피를 주입해드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피면 아무거나 다 괜찮나요? 몬스터나 동물의 피도?”

“아뇨, 가능하면 동족일 것일수록 좋고, 그게 아니라도 최소한 농도가 짙은 마력이 담긴 것이어야 합니다. 그것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될 때까지 공급하려면 한두 명분으로는 어림도 없을 겁니다. 일단 고비를 넘길 때까지만이라도 제 피를 드리면…….”

“하지만 벌써 몇 시간째 이런 상태로 있었다면서요. 이렇게 피를 많이 흘려도 괜찮은 거예요? 아무리 마족이라 해도 무한정으로 피가 생성되는 건 아닐 텐데요.”

실제로 그는 지금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나마 마족이니까 이만큼 버티는 거지, 인간이었다면 이미 죽음의 문턱을 넘기고도 남았을 것이다. 부정하지도 못한 채 난감한 표정을 짓는 데르온을 보다가 나는 곧바로 라피스를 응시했다. 시선이 닿자마자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왜 나를 쳐다봐.”

“드래곤의 피면 마력도 담겨 있지 않아?”

“흥, 마력뿐이겠냐. 내 피로 종족을 바꾸는 것도 봤잖아? 저 녀석의 부실한 피보다 내 피가 백배는 더 나을걸.”

“그럼 내가 왜 쳐다보는지도 알겠네.”

“……쯧.”

의외로 라피스는 무의미한 저항(?)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냥 짧게 짜증을 내기만 했을 뿐, 그대로 알을 집어 든 것이다. 순순히 나서는 그를 보고 데르온이 오히려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도와주시는 겁니까?”

“뭐, 별 시답지 않은 녀석이라면 나도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미래의 마왕이라며. 빚을 지워 둬서 손해 볼 건 없겠지. 너무 기대할 건 없어. 그래 봤자 급한 불만 꺼주는 것뿐이니까.”

“그거면 충분합니다. 고맙습니다.”

두 눈이 일렁이는 채로 고개를 숙이는 데르온을 보고 라피스는 조금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답지 않게 머쓱해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 라피스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데르온과 눈이 마주치자 그는 가볍게 헛기침을 한 후에 말했다.

“애초에 네 방식은 너무 비효율적이야. 마법진을 이렇게 많이 깔아 두면 뭐해. 기능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는데.”

“그렇습니까? 제가 알고 있는 방식으로 보호진을 펼친 것뿐입니다만.”

“중첩으로 늘어놓기만 했잖아. 이래 봤자 강화밖에 안 된다고.”

“중첩의 목적이 그것 아닙니까?”

“응용력이 그것밖에 안되니까 사서 고생을 하지.”

“무슨…….”

“잘 봐둬.”

경고하듯이 쏘아붙인 후 라피스는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냈다. 그 상태에서 손짓을 하자 놀랍게도 그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궤적을 따라 허공에 붉은 선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판이 존재해서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다.

그가 그려내는 것 또한 주위에 있는 것들과 비슷한 형식의 마법진이었다. 빠르게 움직이던 손가락이 진을 전부 완성하는 그 순간, 붉기만 하던 선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더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사방에 그려져 있던, 앞서 데르온이 만들어둔 마법진들에게서도 빛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순식간에 사방이 붉은빛으로 가득해지고, 그려진 무늬들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단순히 그렇게 보인다는 감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살아서 움직였다. 각자 있던 자리에서 벗겨져 나와 허공에 둥실둥실 뜨고는, 라피스가 만든 마법진 앞으로 줄지어 모여들기까지 했다.

그 놀라운 현장 속에서 나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라피스는 늘 예상하지 못한 일을 해내곤 했지만, 훗날 가장 굉장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오늘을 떠올리게 될 것 같았다. 데르온 역시 완전히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이게 대체…….”

모여든 마법진들은 라피스의 마법진 속에 겹치듯이 스며들었다. 더해지는 숫자가 늘어날수록, 바탕은 점점 더 짙은 색을 띠었다. 맑은 붉은색에서 불투명한 붉은색으로, 이어서 더 짙은 적갈색으로. 전부 다 스며들었을 때쯤엔 붉다 못해 새카만 색이 완성되어 있었다. 라피스는 그렇게 하나가 된 마법진을 가로로 눕힌 다음 그 위에 알을 내려놓았다. 그럴 만하니 하는 행동이겠지만, 그저 액체에 불과할 마법진이 막상 접시처럼 알을 받치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더 어이가 없어졌다.

나와 데르온이 얼빠진 상태로 지켜보는 동안, 그는 이번엔 알 위에 직접 뭔가를 적어 갔다. 그러자 바닥을 받치고 있던 마법진이 천처럼 펄럭이더니 위로 뻗으며 서서히 알을 감싸기 시작했다. 기어가듯 표면을 덮어가던 것이 마침내 완전히 알을 덮고 검은 덩어리를 이루기까지는 순식간이었다. 그 상태를 유지하는 시간 또한 굉장히 짧았다. 전부 삼켜졌다고 느끼기 무섭게 마치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알 속으로 스며들어 갔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렸을 땐 알은 본래의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와 라피스의 품에 얌전히 안겨 있었다. 마치 현란한 마술쇼를 지켜본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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