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250화 (250/608)

제250화

정답을 맞췄다는 듯, 세르피스―보다 정확히는 그녀의 껍데기를 쓴 존재가 두 눈을 크게 휘어 접었다. 빌어먹을, 데자크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세르피스의 의식을 장악한 건가. 이제 별 짓을 다 하는군.”

“그녀는 내 충실한 종이지. 나를 위해 쓰이는 걸 영광으로 알 거다.”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네 진짜 몸은 사용할 수 없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굳이 세르피스를 앞세울 이유가 있을 리 없고……. 설마하니 봉인이라도 된 건가?”

연신 실실거리고 있던 얼굴에서 처음으로 미소가 사라졌다. 데자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려는 얼굴과는 다르게 그의 머릿속은 흥분으로 들끓었다. 카류안은 봉인되었다. 루카르엠이 무사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 셈이었다.

“알 만하군. 그 와중에도 틈을 만들어 튀어나오다니. 끈질긴 점만은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아아, 꽤 아슬아슬했다. 하마터면 손을 써 보지도 못하고 전부 집어 삼켜질 뻔했지. 마침 세르피스가 내 곁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

잠시 굳어졌던 세르피스, 아니 카류안의 얼굴에 다시 여유가 돌아왔다. 솔직하게 실토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다. 당할 뻔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자신은 명백히 방심하고 있었고, 뒤이어 일어날 일을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아무렴,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마신의 끄나풀이라고만 여겼던 루카르엠이 설마 마신 그 본인이었을 줄이야!

그래, 마신이었다. 그 아득하리만치 광포한 기운, 세상을 전부 발밑에 둔 것처럼 강력한 존재감! 그런 힘을 지닌 자가 겨우 일개 마족일 리가 없었다. 그의 권능이 눈앞에서 개방되는 순간, 숨 막히는 압력에 버둥거리면서도 머릿속에서는 폭죽이 터지는 듯했다. 사지가 덜덜 떨리는 것에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 아아, 루카르엠이 마신이었다! 내가 그로 하여금 정체를 드러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감출 수 없는 흥분에 카류안은 얼굴 근육을 실룩거렸다. 봉인? 그따위야 알 게 무언가. 중요한 것은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이었다. 그가 죽이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의 힘으로도 죽이지 못한 것이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차이인지, 눈앞의 남자에게도 가르쳐줘야 할 것 같았다. 카류안은 나른하게 웃었다. 불길한 기분을 느낀 데자크가 경계 어린 눈으로 그의 모습을 주시했다.

“뭘 계획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루카르엠 님이 봉인했다면 세르피스의 힘으론 풀 수 없을 거다. 그녀를 통해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글쎄, 과연 그럴까?”

의미심장한 미소와 동시에 데자크는 자신을 덮치는 섬뜩한 기운을 느꼈다. 황급히 피했으나, 그 힘이 쫓아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손톱이 목에 박혔고, 그는 요란한 소음을 내며 바닥에 사정없이 처박혔다.

“……!”

붙잡힌 부분에서 끔찍한 통증이 밀려들었다. 있는 힘껏 저항해도 그를 억죄고 있는 손은 풀리지 않았다. 데자크의 두 눈이 충격으로 흔들렸다. 그가 알고 있던 세르피스의 힘이 아니었다.

단순히 의식만을 장악한 것이 아니었던가. 데자크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상태에서도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그를 한 손으로 내리 누르고 있는 여인이 그 모습을 보고 빙긋 웃었다.

“놀랐나? 내게서 권능이 생긴 후로 세르피스는 나의 충실한 신도가 되었지. 나는 그녀에게 내 힘의 일부를 심어 주었다. 마신이 허락한 옹졸한 힘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지. 이렇게 너 정도는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큭! 네……놈!”

“그자도 그걸 알아보았을 거야. 그럼에도 그녀를 죽이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더군. 그래, 이번만큼은 데자크 네 말이 맞다. 세르피스의 힘으론 아무리 애를 써도 봉인을 풀 수 없을 거다. 내게 걸린 봉인은 마신의 힘이 아니면 풀리지 않게 되어 있는 것 같거든.”

“그거…… 잘됐군. 꼴좋다고 하면 되는 건가?”

숨을 헐떡이는 와중에도 데자크는 낮게 이죽거렸다. 그 순간 그의 목에 박혀 있던 손톱이 더 깊이 파고들었고, 그는 신음을 토했다.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야지, 데자크. 마신의 힘이 아니면 풀 수 없다, 그건 즉 마신의 힘만 있으면 풀 수 있다는 뜻이 되지 않겠나.”

“……! 너…….”

부릅뜬 눈이 흔들렸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직감했기 때문이다. 카류안은 얼굴에 더욱 나른한 미소를 그려냈다. 뺨을 쓰다듬던 하얀 손이 점차 아래로 내려가 심장 부근을 맴도는 것을, 데자크는 굳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 마계에는 매우 특별한 존재가 있지. 스스로 마신의 정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마신의 힘이 가장 진하게 서린 마력을 지닌 존재가 말이야.”

“…….”

짐작했던 그대로의 대답이었다. 데자크는 참혹한 심정으로 두 눈을 감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세르피스를 돌무더기 안에서 구해오는 것이 아니었다. 루카르엠이 따라오지 말라고 했을 때, 그가 말한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어야 했다. 경고를 어긴 대가가 이런 식으로 돌아오게 될 줄이야. 눈앞에 닥친 죽음의 위협보다 자신의 멍청함에 치가 떨렸다. 자신 때문이다. 알량한 충정 따위로 모든 것을 망쳐버리고 만 것이다.

“그 마력은 전승되는 힘이지. 너를 죽이기만 하면 누구든지 얻을 수 있는. 비록 그 대상이 마신의 권능에서 벗어난 이단자라 할지라도.”

귓가에서 흩어지는 숨결이 더럽다. 데자크는 그의 몸을 짓누르고 있는 여인을 사나운 눈으로 쏘아보았다. 그 눈빛마저도 사랑스럽다는 얼굴로 지켜본 카류안이 더 짙은 웃음을 흩뿌렸다.

“나를 위해 죽어줘야겠다, 데자크 룬.”

* * *

출정식을 앞두고 알리사에게는 고위 간부급에 해당하는 지위와 함께 직속 부대가 배정됐다. 작전 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정식으로 지휘권을 부여받은 셈이었다. 이에 앞서 이사나는 그녀에게 ‘알드레프’라는 성을 내리고, 귀족을 뜻하는 ‘드’의 칭호와 더불어 자작 작위를 수여했다. 서류상의 절차는 전쟁이 끝난 후에나 밟을 수 있겠지만, 황제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하사한 것인 만큼 이미 그 자체로 실효(實效)가 있었다.

그녀를 위한 인장도 함께 내려졌다. 밤하늘처럼 검은 바탕에 푸른색을 띤 두 개의 초승달이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문양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에서 초승달은 승리의 여신 스피어를 상징하는 문양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말해 그녀의 별칭인 ‘스피어의 딸’을 작정하고 드러낸 인장이나 다름없었다. 달인데도 은색이 아니라 푸른색을 택한 건 알리사의 탄생 배경에 깔린 ‘푸른 달의 전설’을 반영한 것으로 보였다. 이사나의 세심한 면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전장에서 큰 공훈을 세운 자가 포상을 받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스왈트 제국에서 나이가 어린 여성이 작위와 함께 지휘권을 받는 건 몹시 파격적인 일이었다. 그 탓에 알리사의 행보를 곱지 않게 보는 이들도 있었다. 대다수가 귀족이거나, 남성 우월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자들이었다. 그나마 황제의 뜻에 대놓고 반하는 기색을 보일 생각은 없는지 아직까진 별다른 충돌이 일어나진 않는 중이었다.

나와 일행들은 알리사의 호위 무사 자격으로 참전하기로 했다. 여기서 ‘일행들’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라피스와 데르온도 이쪽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한 사람쯤은 이사나 옆에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작 이사나의 측근들 쪽에서 극구 거부했다. 오히려 라피스의 경우엔 제발 데리고 가 달라고 따로 부탁까지 받았을 정도였다.

“대체 그동안 무슨 짓을 한 거야.”

같은 용건을 들고 찾아온 사람의 숫자가 열 명을 넘어섰을 때쯤, 나는 라피스를 불러다 앉혀 놓고 진지하게 물었다. 라피스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알고 싶어?”

“……아니, 됐어. 그냥 말하지 마. 왠지 들어 봤자 속만 뒤집힐 것 같아.”

“잘 생각했네.”

기특하다는 듯 뻔뻔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쥐어박고 싶은 충동이 무럭무럭 솟아오른다. 그래도 내 시선이 닿는 곳에서만큼은 얌전히 지내 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사기적인 능력을 가진 주제에 성격은 개차반인 녀석이 통제까지 되지 않았다면 정말 괴로웠을 것이다. 물론 이 관계도 라피스가 마음을 바꾸면 언제든지 틀어질, 종잇장보다 가벼운 관계긴 했으나, 본인이 원해서 머무는 것이라고 한 만큼 한동안은 내 의견에 따라 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욱 단호하게 말했다.

“미리 말해 두는데, 앞으로의 여정에서 쓸데없는 분란은 일으키지 말아줘.”

“내가 뭘?”

“시벨이나 데르온에게 시비 걸지 말라고.”

“시비는 그놈들이 걸거든?”

“웃기지 마. 내가 널 몰라? 네 쪽에서 먼저 고운 반응을 안 하니까 다들 발끈해서 그러는 거잖아. 무시하고 무안을 주는 것도 시비를 거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흥, 애초에 그 녀석들이 나한테 말을 안 걸면 일어나지도 않는 일이야.”

“아무튼 싸우지 마. 노파심에 추가하자면 대련도 안 돼. 상대가 청하는 걸 받아주는 것도 금지야.”

“뭐야, 대련 정도는 건전하잖아?”

“너희들 능력이 건전하지 않아. 평범한 인간들의 육체가 얼마나 약한지 염두에 두고 행동하란 말이야. 꼭 대형 참사가 일어나 봐야 영향력을 알겠어?”

“쳇.”

“난 분명히 말했어. 일반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행동은 하지 마. 이걸 무시하고 멋대로 굴면…….”

“계약은 안 끊는다고, 네 입으로 말했을 텐데.”

정령왕 주제에 한 입으로 두말할 생각이냐는 듯, 그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물론 나 역시 그런 녀석이 무척이나 가소로웠다. 나는 당연히 알고 있다는 뜻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마나로 시큐엘 다섯 마리 소환해서 역소환시켜 버릴 거야.”

“…….”

“그 다음은 열 마리.”

“…….”

“엄청 아플걸?”

“…….”

침묵이 내려앉고 팔팔하던 기세가 단숨에 수그러드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한결 조신해진 라피스를 보며 그가 내 의사를 제대로 이해했음을 깨달았다. 진작 이렇게 할 걸. 괜히 말로 설득하려고 했나 보다. 역시 말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은 진리인 모양이었다.

“흠, 엘퀴네스기만 하면 성격은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역시 예전 성격이 더 취향인 것 같아. 너 다시 인간으로 태어났다 올 생각 없냐?”

“그냥 네가 엘퀴네스로 태어나는 게 더 빠르지 않겠냐.”

진지하게 묻는 얼굴에 헛웃음으로 받아치자 그는 몹시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뭔가 크게 착각하는 모양인데, 난 정령왕이 되고 싶은 게 아니다. 그런 게 되지 않아도 나는 지금 나 자체로도 몹시나 완벽하고 만족스럽다. 그저 지금 이 상태에서 정령왕을 장신구처럼 두고 싶은 것뿐이다.’ 따위의 헛소리가 이어지는 것을 한 귀로 듣고 흘리고 있을 때였다.

“꺄아악!”

“……!”

어디선가 어렴풋이 여인의 비명소리가 들려 왔다.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라피스도 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 역시 소리를 들은 것이 분명했다.

“뭐지? 방금 들린 거 분명 비명 소리였지?”

“위층 같은데.”

라피스의 고개가 끄덕여지는 걸 확인하고 나는 곧장 방을 나섰다. 계단을 따라 급히 위층으로 올라서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몰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 또한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 나온 것 같았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대강의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 방문이 하나 열려 있었고, 그 앞에 하녀 복장을 한 여성이 창백한 얼굴로 주저앉아 있었다. 아마도 그녀가 비명을 지른 본인인 것 같았다. 그녀를 부축하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 또한 얼어붙은 듯 굳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 모두 홀린 듯이 방을 주시하고 있는 걸 보니, 그 안쪽에서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한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그 방의 주인이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마족 데르온, 바로 그에게 배정된 손님방이었으니까. 그것을 의식하고 나자 얼굴이 저절로 굳어졌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데르온이라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다. 이곳에 온 뒤로 그는 지극히 얌전히 지내오고 있었다. 심지어 눈에 띄지 않게 지내겠다고 맹세(?)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참이었다. 그런 그가 일부러 소란을 일으키려고 할 리 없었다. 이럴 때 그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알이 부화한 거 아냐?”

“……!”

마침 떠올린 생각이 귓가에서도 생생히 들려왔다. 어느새 뒤따라온 라피스가 옆에서 중얼거린 소리였다. 잠시 나와 그의 시선이 마주쳤고, 우리는 동시에 방 쪽으로 달려갔다.

정말 마족 아이가 태어났고, 사람들이 그 광경을 목격한 거라면 큰일이다. 알에서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대놓고 드러내는 셈이었으니까. 원래 이곳 사람들은 마신의 교단 덕분에 마족에게도 우호적인 편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자칫하면 애꿎은 아이한테 화가 미칠지도 몰랐다.

“잠깐만요, 다들 비켜 주세요!”

사람들 사이를 가르며 파고들자 멍하니 굳어 있던 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뒤로 냉큼 물러났다. 내가 이 방의 주인과 동료라는 것을 알아보고 다들 반색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나 막상 방 앞에 도착하고 나니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나를 맞이했다. 주위에 비릿한 피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냄새는 분명할 정도로 방 안에서부터 새어 나오고 있었다. 열려진 문 앞은 검붉은 액체가 흥건했다. 누가 보아도 알 수 있을 만큼 붉고 선명한 핏물이.

“무슨…….”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시에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이렇게 많은 피가 어디서 흘러나온 걸까, 라는 의문이었다. 마족의 알이 부화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지만, 피가 흘러나온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설령 알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도 이렇게 많은 양일 리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데르온이 문을 활짝 열어둔 채 방치하고 있다는 것도 이상했다. 아이가 태어난 것이든, 그게 아니든. 그가 안에 있다면 사람들이 문을 열도록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마 그는 지금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인 건 아닐까. 어쩌면 마왕이 살아남은 알을 눈치채고 없애러 온 걸지도 몰랐다. 거기까지 생각하는 순간, 머릿속에서 불길한 광경이 펼쳐졌다.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데르온과 파괴되어 흩뿌려진 알의 잔해가 굴러다니는 모습이었다. 단순히 상상일 뿐이지만 문 안쪽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상황이 그렇지 않을 거라 장담하기가 어려웠다. 아주 잠깐 방심한 그 사이에, 그들을 지키지 못한 걸지도 모른다.

‘말도 안 돼.’

온몸이 부르르 떨리도록 끔찍한 기분에 나는 얼른 머리를 흔들었다. 카노스가 어떻게 맡기고 간 아이인데, 그걸 이렇게 허무하게 잃을 수는 없었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나름의 정을 쌓았던 데르온이 죽는 건 더 싫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