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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왕 엘퀴네스-245화 (245/608)

제245화

“…엘.”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살짝 눈을 떴더니 푸르스름한 물결이 부드럽게 출렁거리는 감촉이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이곳이 물의 영역 안이라는 걸 깨닫는다. 개운하고 상쾌한, 기분 좋은 감각이다. 조금만 더 이 상태로. 가능하다면 영원히 이렇게 있고 싶었다. 오랜만에 단잠에 푹 빠진 것 같았다.

“……려? 엘?”

나를 부르는 소리가 또 울렸다. 아직 일어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났다. 모처럼 편하게 쉬는데 왜 자꾸 귀찮게 하는 거야. 쫓아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지금은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듣지 못한 척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에서 몸을 돌려 누웠다. 이렇게 하면 포기하고 그냥 가겠지. 상대하는 것도 귀찮으니까 얼른 가 버려. 속으로만 투덜거렸더니 상대는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기척이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나른하게 늘어져 있던 신경이 한순간에 곤두선다. 누군가의 손이 허락도 구하지 않고 내 몸에 닿으려 하고 있다.

감히.

벌떡 일어나 그 손이 내 어깨에 닿기 전에 잡아챘다. 생각지 못한 일에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뜬 상대의 모습이 보였다. 초콜릿 같은 피부, 부드럽게 흐트러진 새카만 머리칼 아래 보석처럼 화려한 황금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소년이었다. 그가 누군지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트로웰이다.

“엘?”

뭐야, 트로웰이었잖아. 조금 당황한 듯한 그를 보고 있으려니 치솟던 짜증이 조금 가라앉았다. 음, 그래. 트로웰이면 할 수 없지. 나는 잡고 있던 그의 손을 얌전히 놔주었다.

“……아아, 트로웰. 무슨 일이야?”

“…….”

“트로웰?”

말이 없는 그를 돌아보자,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트로웰이 보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묘한 표정이다. 아까 붙잡은 팔이 아파서 화가 났나? 뒤로 꺾은 것도 아니고, 그렇게 세게 잡진 않았던 것 같은데. 내 나름대로 이유를 추론해 보고 있는데 그가 대뜸 질문을 건넸다.

“엘, 잠들기 전까지 뭐 하고 있었는지 기억해?”

“잠들기 전까지……? 미네가 태어나서 같이 있었잖아.”

“그리고?”

“왠지 조금 피곤해져서, 쉬려고 내 영역으로 돌아왔어.”

그래, 그런 후에 바로 잠들었었다. 본계에 돌아왔다는 사실이 안정감과 충족감을 주기도 했고, 새 바람의 기운에 적응하느라 몸이 약간 노곤해진 원인도 있는 것 같았다.

“흠, 기억엔 문제가 없네. 일시적인 현상이구나. 그럼 됐어.”

……뭐가 일시적인 현상이고, 뭐가 됐다는 건데? 어리둥절해져서 바라봤지만 트로웰은 말없이 생긋 웃기만 했다. 반짝거리는 눈동자가 굉장히 재밌는 걸 발견한 표정이라 조금 불길해졌다.

“그보다, 여긴 무슨 일이야?”

“아, 쉬는 걸 방해해서 미안해. 생각보다 너무 오래 잠들어 있는 것 같아서. 자리 오래 비워도 괜찮겠어?”

“자리?”

“아크아돈 말이야. 벌써 자리 비운 지 나흘째야.”

“아…….”

시간이 벌써 그렇게 흘렀다고? 얼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마음 같아선 좀 더 본계에서 머물고 싶지만 이사나 쪽의 상황을 마냥 방치할 수는 없었다. 나흘이나 지났으니 슬슬 기다림이 짜증으로 번져 있을 시기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도 문제지만 라피스 녀석이 성질을 부리기 전에 돌아가긴 해야 할 것 같았다.

“트로웰, 너는?”

“난 한동안 더 본계에 있을 거야.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샴페인 용병단도 참전할 예정이거든. 인간들의 전쟁 쪽은 흥미 없어서 한동안 유람하겠다고 선언해 뒀어.”

“그래.”

가볍게 대꾸하고 머리를 쓸어 넘기는데 다시 시선이 느껴졌다. 트로웰이 또다시 묘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왜?”

“아니, 아무것도 아냐. 이렇게 보니 정말 전대 엘퀴네스랑 느낌이 똑같네.”

“뭐라는 거야. 나도 엘퀴네스니까 당연하지.”

“하하, 그건 그래. 아참, 엘. 미네르바가 부탁하고 간 블레스터 말인데.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서 내가 좀 알아봤거든. 그런데 찾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어.”

“……그 정령검은 카리브디스 공작이 갖고 있는 거 아냐?”

“그렇긴 한데…….”

“네 의도를 이해할 수 없는데. 아무리 소드 마스터라고 해 봤자 고작 인간일 뿐인데. 내가 인간 하나도 못 찾을 것처럼 못미더워 보여?”

시큰둥하게 물었더니 트로웰은 살짝 입을 벌렸다. 왠지 감탄한 것 같은 얼굴이었다.

“굉장해. 성격에 따라 분위기가 이렇게 다르다니.”

“……뭐?”

“음, 아무것도 아냐. 이런 건 스스로 깨달아야 재밌으니까.”

“무슨…….”

“어쨌든 본론부터 말할게. 블레스터가 미네르바의 힘을 품고 있었던 건 알지? 힘 자체는 회수가 됐는데, 고유 능력은 아직 남아있는 것 같아.”

“고유 능력? 은신의 힘 말이야?”

“응, 그 힘을 변질된 블레스터가 정령을 향해 활용하기 시작했어.”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알 것 같아 한숨이 흘러나왔다. 바람의 미네르바가 지닌 고유 능력은 그림자의 장막, 즉 완벽한 은신이다. 본래는 왕에게만 허락된 능력이나, 그 절반의 힘을 나눠 가졌던 블레스터도 같은 능력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보통 이런 경우엔 임시로 부여된 권한인지라 회수되는 것과 동시에 전부 사라지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블레스터는 마검화가 진행되는 바람에 오히려 영향이 남아버린 듯했다.

미네르바의 그림자에 숨으면 정령들도 찾기 어렵다. 게다가 지금 대화를 토대로 파악하길, 블레스터가 쓰는 그림자의 힘은 정령들의 시야를 교란하는 쪽으로만 특화된 모양이었다.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이며, 누구를 가장 경계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거다. 미친 주제에 생존본능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말 그대로 영향이 남은 정도에 불과하니까 그렇게 대단한 수준은 아닐 거다. 그래도 자신보다 하급인 정령들 정도는 충분히 속일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 ‘정령의 눈’으로는 찾을 수 없다는 소리였다. 그 힘의 비호를 받고 있을 카리브디스 공작도 마찬가지였다.

“……인간들의 정보를 통해 행선지를 파악해야 하는 건가. 귀찮게 됐네.”

“바로 이해하니까 신선한데?”

“이걸 이해 못 하는 쪽이 더 이상한 거 아냐? 난 본성을 잊은 거지 머리가 나빠진 게 아니거든?”

“으음, 지금은 본성도 잊은 건 아닌 것 같은데.”

“뭐?”

“엘, 지금 바로 중간계로 내려가는 거지?”

그가 갑자기 다른 질문을 하는 바람에 머릿속이 금세 흐트러졌다. 얼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트로웰의 금안이 신비한 빛을 품기 시작했다. 그의 고유능력이 발현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어디 보자……. 아, 마침 라피가 일행들이랑 떨어져 있는 것 같네. 그 아이부터 먼저 만나도록 해. 다른 일행들은 조금 더 있다가 만나는 게 낫겠어. 지금으로부터 약 세 시간 후쯤?”

“왜 그래야 하는데?”

“그래 봬도 라피는 상황 파악이 빨라. 드래곤이니까 정신력도 강하지. 혹시 일이 생기더라도 뒤탈이 적은 쪽이 낫잖아.”

무슨 일을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묻는 것도 귀찮아서 관뒀다. 트로웰이 말한 대로 해서 손해 볼 건 없으니까. 그냥 그렇게 하지, 뭐.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이동하려는데 트로웰이 갑자기 내 팔을 붙잡았다.

“왜?”

“엘,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우리?”

“나랑 이프리트, 그리고 미네 말이야.”

왜 갑자기 이런 걸 묻는 거지? 나는 조금 의아한 기분으로 트로웰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재밌어하더니, 지금은 왠지 불안한 시선이었다.

“내 가족이지.”

별다른 고민 없이 말했더니 그의 눈이 조금 커졌다. 혹시 이렇게 대답하면 안 되는 건가? 하지만 이것 말고 달리 떠오르는 표현이 없었다. 오히려 그게 아니라고 하면 화가 날 것 같다. 아니, 이럴 땐 그냥 화를 내는 게 맞지 않나? 그래도 트로웰한테는 가급적이면 화내고 싶지 않은데. 이런저런 번민 때문에 속으로 적당한 대처 방식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트로웰의 입가에 천천히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기쁨을 감추지 않는 상기된 두 뺨. 부드럽게 휘어 접힌 눈 안에서 화사한 금안이 더욱 환하게 반짝거렸다. 직전까지 머릿속을 장악하던 수많은 생각들이 일시에 증발할 만큼, 가슴이 벅차오르도록 아름다운 미소였다.

“고마워, 엘. 그 말이 듣고 싶었어.”

* * *

라피스의 기운을 따라 도착한 곳은 거대한 분수가 있는 광장 안이었다. 한창 전쟁 준비로 바쁜 시국과는 다르게 주민들의 생활은 매우 평화로워 보였다. 과일과 군것질거리를 파는 노점들, 분수대 앞에 앉아 만남을 즐기고 있는 연인들. 한쪽에선 유랑극단이 구경꾼들 앞에서 한창 공연을 펼치고 있는 중이었다. 아이들이 서로 장난치면서 뛰어다니는 광경을 잠시간 지켜보다가 나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 라피스의 기운을 따라 왔는데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서 뭘 하는 거야.”

그냥 이사나한테나 갈까 싶었지만 트로웰의 당부가 돌아서려는 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가 굳이 라피스한테 먼저 가라고 한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왠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묘하게 이상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무시해서 좋을 건 아니었다.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나는 다시 인내심 있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해가 쨍쨍한 오후, 가장 해야 할 일이 많은 시각이었다. 대체 이 시간에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썩 보기 좋은 용건일 것 같진 않았다. 만나기만 해 봐라. 속으로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는데 문득 묘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분수대 한 곳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있었다. 그것만이라면 특이할 게 없겠지만 구성원 대다수가 여인들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보여, 보여?”

“얘, 좀 더 가까이 가봐.”

“쉿! 이러다 들키겠어.”

한껏 목소리를 낮춘 그녀들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대화가 오갔다. 한눈에도 누군가를 몰래 훔쳐보고 있는 광경이었다. ……왠지 굉장히 싫은 예감이 들었다. 지난 경험상 대체로 이런 예감은 아주 잘 맞아 떨어지는 편이다.

나는 몰려 있는 여인들의 뒤쪽으로 다가가 힐끗 건너편을 살펴보았다. 분수대 가장자리에 두 팔을 베고 누워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머리카락은 피처럼 붉었고, 얼굴은 어지간한 여인보다 화려해서 어디에서나 시선을 끌 듯한 외모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도 저렇게 생긴 사람이 있었다. 레드 드래곤 라피스라즐리라는 녀석이 딱 저렇게 생겼더랬다.

‘……그럼 그렇지.’

위대하신 드래곤 씨는 한가롭게 태양 빛을 받으며 낮잠을 주무시는 중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광장 한복판, 그것도 가장 눈에 띄는 장소에서. 정말이지 징그러울 정도로 튀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여인들 사이를 가르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밀쳐지는 손길에 얼굴을 찌푸린 여인들은 내가 앞으로 나가는 걸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분수대 앞에 가까이 다가설수록 뒤쪽에서 흐르는 긴장감이 점점 더 진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모두가 조마조마한 시선으로 내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라피스에게 말을 거는 순간을 주시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런 평화로운 방법을 택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목표하던 지점에 이른 즉시, 나는 라피스의 몸을 그대로 발로 걷어찼다. 가장자리에 몸만 걸치고 있던 탓에 그는 곧바로 균형을 잃었고, 그대로 분수 속에 떨어졌다.

“꺄악!”

풍덩, 물줄기가 크게 솟아오르는 것과 동시에 사방에서 여인들이 경악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돌아보지 않아도 그녀들이 나를 미친놈처럼 본다는 걸 훤히 알 수 있었다. 아무도 내게 달려들지 않은 건 물속에서 라피스가 바로 튀어 올랐기 때문이었다. 잘 자다 느닷없이 봉변을 당한 탓인지 그는 머리끝까지 화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젠장! 누구야? 누가 감히 겁도 없이……!”

푹 젖은 꼴로 머리를 쓸어 올리던 그가 눈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 잠시 말을 멈췄다. 여기서 나를 보게 될 줄은 몰랐는지 조금 당황한 모습이었다.

“……뭐야, 너였냐. 어쩐지 기척이 전혀 없더라니. 자고 있는 사람한테 이게 무슨 짓이야?”

“그냥 열 받아서.”

“뭐?”

“그 귀하신 몸은 고급 여관 침대가 아니면 눕지 않는 거 아니었어? 언제부터 분수대가 고급 침대가 됐을까?”

“뭘 모르시는군. 숙박은 무조건 편리성 위주, 낮잠 장소는 불편해도 낭만이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신조야.”

“아, 그러셔?”

철벅거리는 소리와 함께 라피스가 젖은 상태로 분수대 안을 빠져나왔다.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인데, 물에 빠트린 건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물이 줄줄 흐르는 상황에서도 그의 사기적인 외모는 전혀 퇴색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다른 의미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더 자극해 버린 듯했다. 라피스가 옷의 물기를 짜낼 때마다 근처에서 구경하던 여인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중 일부는 내게 고마운 시선을 보내고 있어서 입맛이 썼다.

“……그냥 발로 밟을걸.”

“하? 나흘이 넘도록 연락 한 번 없던 주제에 왜 돌아오자마자 행패야?”

“행패가 아니라 응징이다. 왜 이 시간에 너 혼자 이런 곳에 있는 건데? 다른 애들은 어쩌고?”

“내가 보모냐. 그놈들이 나랑 무슨 상관이야?”

“그렇게 말하면 실망인데. 최소한의 동료 의식도 없는 거면 네가 여기 있을 이유는 없어.”

“쯧, 또 계약 끊겠다고 협박하는 거냐?”

“아니, 계약은 끊지 않아. 멋모를 때면 몰라도 지금은 나도 네 마나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니까. 계약을 끊으면 나도 불편해질 텐데, 그건 여러모로 손해지.”

“……네가 순순히 계약을 끊지 않겠다고 하니까 더 이상한데. 나한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그냥 이쪽 일에 관여할 필요 없이 편한 곳에서 네 멋대로 살라는 거야. 어차피 인간의 수명은 짧고, 이사나는 백 년도 못 살고 죽을 거야. 그 정도 기간을 기다리는 건 네게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여기서 피차 서로 피곤해질 필요가 없다는 말이지.”

뭐라도 반응할 줄 알았는데 한동안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돌아보니 라피스가 묘한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곳에 오기 직전까지 트로웰이 날 보던 눈빛이랑 왠지 조금 닮은 것 같았다.

“뭘 그렇게 봐?”

“흠, 안 본 사이에 네가 의사 전달을 꽤 재수 없게 하는 방식을 배운 것 같아서 말이야. 수법이 고단수가 된 건지, 네 성격이 이상해진 건지 분간하려고.”

“뭐?”

“그전에 몇 가지 확인 좀 하자. 네가 그동안 자리 비운 이유 말인데, 정령왕의 세대교체와 관련된 거 맞아?”

“글쎄. 네가 묻는 말에 내가 대답해야 할 의무가 있어?”

“하? 의무? 너 지금 되게 짜증 나게 말하고 있는 건 아냐?”

“내 말투가 짜증 난다고? 듣던 중 반가운 말이네. 근데 너도 만만치 않아.”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어쨌든 질문엔 대답해. 너 조금 전에 내게 동료 의식 운운했었지? 그럼 너도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적어도 동료라면 말없이 사라졌던 이유는 설명해야 한다고 보는데.”

“아, 그런가? 그건 확실히 그렇네. 좋아. 그럼 대답할게. 맞아, 미네르바의 세대교체가 있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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