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237화 (237/608)

제237화

“아무튼 드래곤 대응 방어진이라니, 골치 아프게 됐네.”

이래서야 상황이 안타까워도 대놓고 해결해 주긴 틀렸다. 강제로 깨트리는 순간 스스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셈이었으니까.

게다가 내 경우엔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일반 정령과는 달리 정령왕은 계약자의 마나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는다. 아예 안 쓰는 건 아니지만 사용량이 희박할 정도로 적은 편이라 거의 순수한 본인의 힘이나 다름없었다. 정령왕의 힘은 자연 그 자체이기 때문에 방어진에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장점 같긴 한데, 지금 같은 경우엔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생겼다. 방어진의 영향을 받지 않으니 반대로 깨트리는 것도 못하는 것이다. 아마 나한테는 대부분의 마법 결계가 이런 식일 거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새삼 라피스가 굉장하긴 했다. 저 녀석은 대체 무슨 수로 날 가뒀던 거야? 자칭 천재라는 녀석이 틀을 짜는 데만 몇 년이 걸렸다고 엄청나게 강조하더라니. 정말 작정하고 만든 결계이긴 했나보다.

그사이 포탄이 다 떨어졌는지 작전에 투입된 병사들이 뗏목을 물리고 돌아왔다. 굳어 있는 그들의 표정만큼이나 지휘관들의 얼굴도 어두웠다.

“소용없습니다. 영향을 거의 받지 않습니다. 이대로는 아까운 포탄을 낭비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어렵군요. 일단 가까이 접근할 수만 있다면 다른 방법을 고안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저들의 탐지 마법을 무효화시킬 방법은 없겠습니까? 하다못해 다른 쪽으로 유도를 한다든가.”

“새를 잡아다 날려서 시선을 분산시켜 볼까요?”

“수백 마리는 되어야 할 텐데 그걸 언제 다 잡아옵니까? 게다가 탐지 마법은 섬세한 마법입니다. 새와 사람의 생명 반응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생명이 아닌 건?”

그때 생각에 잠겨 있던 이사나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옆에 있던 카웰 공작이 그 말에 관심을 보였다.

“생명이 아니라 하심은?”

“저들이 감지할 수 없는 것을 활용해 보자는 겁니다. 빈 배에 가연(可燃) 물질을 실어 돌진하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새벽 시간대를 노리면 한동안 소란을 일으킬 순 있을 것 같은데요.”

“좋은 방법이긴 합니다만, 조종하는 사람이 없이 돌진을 어떻게……?”

“페리스, 정령술로 유속을 만들 수 있을까?”

이사나의 질문에 사람들이 전부 페리스를 주목했다. 사방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시선에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배를 움직이는 걸 원하시는 거라면 그 자체는 가능하긴 합니다만.”

“가능하다고요!”

“네, 하지만 시선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키려면 배를 여러 군데 배치하시겠지요. 그렇게 되면 범위가 넓어지니 그리 강한 유속은 만들지 못합니다. 바람을 같이 쓰면 좀 더 빨라지긴 하겠지만 그래도 직접 노를 젓는 것보다는 느릴 겁니다. 무엇보다 그 상태를 그리 오래 유지하지도 못합니다. 부끄럽지만, 아직 제가 상급 정령이 쓰는 힘을 오래 버틸 수 있을 정도로 마나가 충분하지 않아서요.”

“그럼 얼마나 버틸 수 있겠소?”

“길어봤자 7분 정도일 겁니다.”

“7분이라. 너무 짧군.”

큰 호수라서 노를 저어도 30분은 걸리는 거리였다. 적당한 거리까지는 사람들의 힘으로 끌어가더라도, 느리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20분 정도는 유지할 수 있어야 했다. 카웰 공작이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다른 쪽 물의 정령사가 이어간다 해도 페리스 그대보다 더 빠르게 하진 못하겠지.”

“네? 아, 네. 뭐, 그거야…….”

여기서 다른 물의 정령사가 나를 가리킨다는 사실을 아는 페리스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짧은 희망으로 화색이 돌던 사람들의 얼굴에 다시 근심이 서렸다. 몰래 지켜보던 내 기분 역시 착잡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내가 나서기만 하면 얼마든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단지 정체를 드러내는 게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곤란한 상황을 모른 척 방관한다는 것이 내심 양심을 괴롭게 만들었다. 아무도 내 정체를 모른다면 모를까, 이사나와 친위 기사단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더 신경 쓰였다. 설령 그들이 괜찮다고 해도 내가 괜찮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마음에 걸리면 네가 몰래 들어가서 성벽에 있는 놈들을 전부 다 해치워. 그러면 되는 거 아니야?”

라피스는 남의 고민을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갑자기 조용해져서 들어가 봤더니 이미 다 죽어 있었다고? 그건 너무 대놓고 수상하잖아.”

“그게 뭐 어때서. 어차피 그 정도로는 모든 상황을 파악하진 못해. 그냥 신의 가호가 임했다고 여기고 기뻐하겠지.”

“……그래도 그건 싫어.”

“왜? 신한테 공로를 빼앗기는 것 같아서? 그런 점은 트로웰이랑 똑같군. 너도 정령왕이라 이거냐.”

사실은 아직 직접 사람을 해치기엔 내 정신력이 강하지 않다는 이유가 더 크다. 놀림을 당할 게 분명하니 그런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순 없었지만.

“아무튼 그건 싫어. 다른 방법은 없을까?”

“굳이 돌아가겠다면야. 저쪽 애들이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면 되겠네.”

“좀 진지하게 대답할 수 없어?”

“진지하게 대답한 거거든? 이쪽이 안 다치고 전쟁을 끝내고 싶은데 저쪽을 죽이기도 싫다면 쟤들이 투항하는 수밖에 더 있냐?”

“그러니까 지금 그 방법을 고민하는 거잖아! 천지개벽이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누가 투항을 하냐!”

“그럼 일어나면 되는 거 아니야?”

발끈해서 대꾸하는 순간 낭랑한 소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알리사였다.

“어?”

“그 천지개벽 말이야. ……안 되나?”

“…….”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나는 알리사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알리사 역시 시선을 피하지 않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대화가 오가지도 않았는데 수많은 의견을 교환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엘?”

갑자기 말이 없어진 나를 일행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나는 그 시선들에 반응하지 않은 채 라센 성을 돌아보았다.

“저 방어진. 외부의 힘을 차단하는 거랬지?”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나 보네?”

라피스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흥미를 담은 붉은 눈동자를 마주한 채 나 또한 가볍게 웃었다.

“내부의 힘엔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지 않아?”

* * *

“자네에게 좋은 생각이 있다고?”

카웰 공작이 불신을 담은 시선으로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사나는 물론, 그 자리에 함께 있는 사람들 또한 그 사람을 응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 대다수가 평생 동안 몸을 단련한 무인들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위압적인 체구를 지닌 자들이 무장까지 한 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으니 그 앞에 홀로 서 있는 이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다. 사실 실제로도 작았다.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여자아이였으니까.

“네. 저기, 그게……그러니까…….”

모두의 앞에 서서 입술을 깨물고 있는 사람은 바로 알리사였다. 그녀가 원망스러운 얼굴로 나를 힐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싫다는 것을 어르고 달래서 나서게 한 참이니 그럴 만도 했다.

어색하게 웃어주자 그녀의 눈빛이 더 살벌해졌다. 끝나면 두고 보자는 의지가 선명하게 전해져서 식은땀이 저절로 흘렀다. 즐겁지 않은 일을 억지로 시킨 만큼 한동안 싫은 소리를 듣는 건 각오했던 바다. 하지만 이 일로 두고두고 원망을 사더라도 여기서 사람들 눈에 띄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덕분에 이 계획의 또 다른 주축 일원이기도 한 알리사가 대신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다.

“자네는 아직 약관도 넘기지 못한 나이 아닌가? 작고 어린 소녀의 몸으로 뭘 할 수 있다는 거지?”

다행스럽게도 공작의 고압적인 태도가 그녀의 투지를 불러일으켰다. 내키지 않은 표정이 역력하던 알리사가 그 말에 바로 태도를 바꾸고 정색했다.

“방안을 마련하는 데 나이와 성별은 상관없잖아요? 겉면으로 사람을 판단하려 하시다니, 공작님은 지난 일을 전혀 반성하지 않는 분이시군요?”

“그게 무슨 뜻이지?”

“저주에 걸렸을 때를 상기해 보세요. 공작님의 눈으로 내린 판단이 맞았던가요?”

“그건 저주에 걸렸기 때문…….”

“아뇨! 공작님이 평소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는 분이시기 때문이죠! 스스로의 판단을 숙고할 줄 아는 분이었다면 저주에 걸려 이지가 흐려졌더라도 그렇게 확고하게 자신의 생각만 믿진 않았을 거예요!”

박력 있는 답변에 공작과 그 가신들은 한 대 얻어맞은 얼굴을 했고, 이사나의 친위대들은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지, 지금 공작님께 감히 무슨 말을……!”

“그래서, 알리사. 네가 생각한 방법이란 게 뭔지 말해 줄래?”

뒤늦게 정신을 차린 공작의 가신들이 나서려고 하는 것을 이사나가 자연스럽게 끊어냈다. 그들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상대가 황제이다 보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부드럽게 웃는 이사나의 얼굴을 마주하자 알리사도 기분이 나아졌는지 표정이 밝아졌다.

“응! 그건 말이지……!”

이후 알리사는 준비한 계획을 열심히 설명했다. 그 결과, 지금 나와 알리사는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호수 앞에 나와 있는 상태였다.

이번 계획을 실행하는 인원은 나와 그녀, 단 두 명이었다. 누가 봐도 무모해 보일 수밖에 없는 일이 성사된 것엔 이사나와 친위대 기사들의 역할이 컸다. 그들이 공작 측 사람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밀어붙였기 때문이다(이때 다들 나를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바라봐서 아주 곤란했다). 카웰 공작의 경우엔 마뜩잖은 표정을 지었지만 반대하지는 않았다. 뭐든 좋으니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인 것 같았다.

“거참, 아무리 정령사들이라지만. 고작 두 사람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다는 건지.”

“폐하께서 허락하셨으니 지켜나 보죠. 자신만만하게 설명하던데 어디 얼마나 대단할지 궁금하군요.”

“겁먹은 채 돌아와 병사들의 사기를 꺾지나 않으면 다행일 겁니다.”

계획을 들었을 때부터 정색하고 반대하던 공작의 가신들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수군거렸다. 나는 그들이 떠드는 소리를 한 귀로 듣고 흘리면서 라피스의 마나를 빌려 시큐엘 하나를 형상화시켰다. 마음 같아선 두 마리를 부르고 싶었지만 평범한 상급 정령사는 하나의 상급 정령밖에 두지 못하니 아쉬움을 눌러 참아야 했다. 다행히 시큐엘의 거대한 덩치는 성인 두 사람을 태워도 끄떡없을 만큼 넉넉했다. 나는 시큐엘의 등에 먼저 올라탄 다음 알리사를 앞에 태우는 것으로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준비됐어, 알리사?”

“응!”

“좋아, 그럼 출발한다. 최대한 빠르게 달려, 시큐엘!”

-예, 알겠습니다!

힘차게 대답한 시큐엘이 단숨에 호숫가로 달려들었다. 그러자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헛숨이 터져 나왔다. 물에 빠질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들의 우려와는 반대로 우리를 태운 시큐엘은 그대로 물 위를 달려 나갔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얼빠진 얼굴을 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설마 이런 식으로 호수를 건널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해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정령, 특히 물의 정령에 대해서는 정보가 알려진 것이 거의 없으니 그럴 만도 했다.

빠르게 달려가자 요새에서 바로 공격이 시작됐다. 그들 쪽에서도 당황했는지 허둥거리는 움직임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화살이 날아드는 속도보다 시큐엘이 피하면서 달리는 속도가 더 빨랐다. 그럼에도 날아오는 화살은 내가 눈치껏 쳐냈다. 인간보다 뛰어난 반사 신경과 동체신경이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처음엔 몇 개 되지 않던 화살은 우리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점차 불어나더니, 끝자락에 다다랐을 땐 말 그대로 비처럼 쏟아질 지경이 되었다. 중간 중간 떨어지는 포탄 때문에 몇 번 물벼락도 맞았다. 타고 가는 것이 시큐엘이라 망정이지, 평범한 뗏목이었다면 물이 출렁거리는 압력만으로도 이미 여러 번 뒤집혔을 것이다. 물론 그 경우엔 처음부터 포탄을 피할 수도 없었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순식간에 호수를 건넜다. 노를 저어도 30분은 걸린다는 거리가 시큐엘을 타고 전속력으로 달리니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도착한 후에는 하늘에서의 공격이 뚝 끊겼지만(사각지대라 공격하고 싶어도 못할 것이다) 살기는 여전히 느껴지고 있었다.

“휴우, 생각보다 더 굉장하네. 고작 두 사람 넘어오는 걸로 이렇게 화살을 쏴대다니. 어지간한 사람은 절대 못 넘어오겠는데?”

“주, 죽는 줄 알았어.”

졸지에 화살 비를 통과해야 했던 알리사는 시큐엘의 털을 꼭 붙잡은 채 부들부들 떨었다. 내가 함께 있어도 무섭긴 했던 모양이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다음 위를 올려다보았다. 까마득한 성벽 위에서는 한창 병사들이 웅성거리는 중이었다. 우리가 호수를 건너는 것을 막지 못한 탓인지 제법 날카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우리 측 진영에도 소란이 일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호수 건너편에서 한창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부드럽게 웃고 있는 이사나와 일행들, 그 옆에서 친위 기사들이 휘파람을 불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공작의 측근들 역시 뭐라고 소리치고 있기에 들어봤다가 탄식이 절로 흘러나갔다.

“우리들, 진짜 신용이 없구나.”

“왜?”

“다시 돌아와서 병사들을 하나씩 같은 방법으로 옮기라는데?”

“헐, 미친 거 아냐?”

경악하는 알리사의 표정에 피식 웃었다. 어차피 다음 일이 전개되면 저 사람들도 얌전히 입을 다물 것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이번 계획에서 돋보일 존재는 내가 아니었으니까. 저 사람들이 그 사실을 깨닫기만 하면 된다.

“그럼 시작할까, 알리사?”

웃으며 건넨 말에 알리사가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눈을 감고 천천히 주변에 기운을 집중했다. 요새 안으로 이어져 있는 수로, 그 너머로까지 구석구석 연결되어 있는 모든 물의 흐름이 느껴졌다. 그중에서 원하던 부분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여기, 이쪽이면 될 것 같아.”

알맞은 위치를 짚어주자 알리사는 심호흡을 한 다음 정신을 집중했다.

“멀든 소환!”

그녀의 부름에 바닥이 들썩이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나무 하나가 불쑥 치솟아 올랐다. 소환되자마자 나를 발견한 멀든은 꾸불꾸불 줄기를 움직여 보였다.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가 정중하게 울렸다.

-물의 왕께 인사드립니다.

“어서와, 멀든.”

가볍게 화답해 주자 멀든의 줄기가 더욱 빠르게 요동쳤다. 몹시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나는 슬쩍 우리 진영 쪽을 바라보았다. 이쪽을 보라며 소리치고 있던 공작의 측근들이 멀든이 등장한 것을 보고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확실히 존재감만큼은 4대 정령들 중에서도 땅의 정령이 제일 크긴 한 것 같다.

클레이였다면 더 난리 났을 텐데. 나는 바위 거인의 형상을 하고 있는 땅의 상급 정령을 떠올리며 약간의 아쉬움을 삼켰다. 사실 클레이라면 더 재밌는 방식으로 이 상황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냥 근처의 바위를 집어 들어 던지면 될 테니까. 타고난 힘 자체가 워낙 강한 편이라 그 정도는 계약자의 마나를 많이 쓰지도 않는다.

‘뭐, 그래도 이번 계획엔 멀든도 적합하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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