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2화
의식이 먼저 돌아온 건 엔딜이었다. 눈을 뜬 후에도 감각은 돌아오지 않았는지 그는 한동안 멍한 표정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 모습을 모두가 조마조마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엔딜? 정신이 좀 듭니까?”
카이테인의 질문에 의미 없이 배회하던 눈동자가 멈췄다. 흐릿하던 눈동자에 조금씩 초점이 돌아오고 있었다. 그는 그 상태로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의아한 시선을 보내기를 잠시,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그가 흠칫 얼굴을 굳혔다. 드디어 현재 상태를 자각한 것이다.
“어?”
눈빛이 선명해지기 무섭게 엔딜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당황한 얼굴로 몸을 더듬어가는 손길이 분주했다. 어떻게 된 건지 온몸으로 묻고 있는 얼굴을 본 카이테인이 웃으며 설명했다.
“시술은 무사히 끝났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엔딜. 성공하셨다고 합니다.”
“……! 저, 정말?”
두 눈을 부릅뜬 엔딜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니 조금 전에 봤던 일행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맨 처음 소식을 알렸을 때, 문밖에 있던 카이테인과 일행들도 모두 저런 얼굴을 했었다. 특히 아침이 돼서야 상황을 알게 된 일행들은 더욱 놀란 기색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한 아이의 운명이 바뀌었으니 당황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라피스가 바로 시작하는 바람에 얼결에 휘말리긴 했는데, 돌이켜보면 참 대책 없이 일을 저지르긴 했다. 무사히 성공해서 천만다행이다. 만약 실패했다면 사람들의 얼굴을 차마 바라볼 수 없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결과는 좋았고, 나는 어느 때보다 위풍당당한 상태였다. 일행들 역시 지나간 일을 나무라는 대신 함께 기뻐해 주었기 때문에 현재 방 안의 분위기는 몹시 밝은 상태였다. 누구라도 이곳을 보면 좋은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눈치가 빠른 엔딜이 그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좀처럼 실감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흉터 없이 매끈한 자신의 가슴을 들여다보고는 더욱 의심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엔딜이 구석에 서 있는 라피스를 힐끔 보았다가 내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니 그제야 불안해하던 얼굴에 안도감과 기쁨이 떠올랐다.
“세실은…….”
나는 어깨를 으쓱인 다음, 몸을 비켜 그가 뒤쪽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다른 쪽 침대에 곤히 잠들어 있는 세실을 발견하자 엔딜은 허둥지둥 몸을 일으켰다. 덮치듯이 달려간 후, 그는 거의 매달리다시피 한 자세로 동생의 얼굴을 눈으로 천천히 더듬어 갔다.
“아……!”
부릅떠진 눈이 부들부들 떨리는 듯하더니, 빠르게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나도 느낀 세실의 변화를 일평생 동생을 돌보아 왔던 엔딜이 몰라볼 리가 없었다. 엔딜은 몇 번이나 세실의 얼굴을, 그녀의 좀 더 밝아진 피부와 머리카락을 하염없이 매만졌다.
“아아아……!”
그때마다 그의 입에서 신음 소리인지 통곡 소리인지 모를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차오른 격정과 수많은 감정의 잔류들을 꾸역꾸역 삼키는 소리였다. 지켜보는 나까지 눈물이 날 것 같아 있는 힘껏 숨을 삼켰다. 다른 일행들의 눈도 새빨개져 있었다.
후두둑, 구슬처럼 떨어진 눈물이 세실의 뺨을 적셨다. 차가운 감촉에 의식이 돌아온 걸까. 감겨 있던 세실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연한 보라색의 눈동자가 천천히 드러났다. 그 모습에 모두가 일제히 숨을 죽였다.
“으응……오빠?”
멍한 상태로 눈을 깜빡이던 소녀가 눈앞에서 울고 있는 엔딜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손을 뻗자 엔딜이 황급히 붙잡았다.
“세실! 세실, 괜찮아? 나 알아보겠어?”
“응, 오빠. 왜 울고 있어? 또 나 때문에 슬펐어?”
애틋한 표정을 지은 세실이 두 손으로 엔딜의 눈물을 닦아냈다. 엔딜이 울면서 고개를 젓자, 그의 머리를 꼭 끌어안고 토닥이기까지 했다. 이미 이런 상황엔 익숙하다는 듯,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어?”
한동안 엔딜을 달래는 것에 집중하던 세실이 뒤늦게 우리들을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누구세요?”
낯선 사람들의 모습에 긴장한 듯 작은 어깨가 굳었다. 그것을 본 카이테인이 황급히 앞으로 나섰다. 아는 사람을 발견하자 세실의 표정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괜찮습니다, 세실. 세실을 도와주러 와주신 분들입니다.”
“절 도와주러요?”
“예, 밤새 세실을 치료해 주셨답니다.”
그 말과 함께 카이테인이 자연스럽게 나를 전면에 내세웠다. 정확히는 라피스도 같이 소개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가 시선을 회피하는 바람에 나만 붙잡힌 상태였다. 덕분에 얼결에 나서게 된 나는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세실의 눈이 더 커졌다.
“와아, 천사님이다.”
“푸핫!”
방정맞은 웃음소리의 주인은 라피스였다. 그래, 네가 이런 말을 듣고 안 웃을 리가 없지. 나는 어깨를 떨면서 웃는 녀석을 한번 노려본 다음, 더없이 상냥하게 세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안녕, 세실. 난 엘이라고 해. 네 오빠의 친구야.”
“오빠의 친구요?”
세실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확인하듯이 엔딜을 응시했다. 하지만 엔딜은 울음을 삼키느라 제대로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오히려 흐느낌이 더 심해진 것 같았다.
“그런데 오빠가 왜 이렇게 울어요?”
“기뻐서 그래.”
“기뻐서요?”
“응, 세실. 몸은 좀 어때? 평소랑 달라진 점은 없어?”
그 말에 세실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천천히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이후 소녀는 자신의 몸에 생긴 변화를 느낀 듯했다. 얼굴을 살짝 찌푸린 세실이 황급히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눈을 빠르게 깜박여보더니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기도 했다. 그러더니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오빠. 나 뭔가 이상해.”
“으응? 이, 이상하다니?”
뜻밖의 반응에 당황했는지 엔딜이 눈물을 그치고 급히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난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혈색이 감도는 얼굴만 봐도 괜찮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세실이 자신의 몸을 돌아보며 말했다.
“하나도 안 어지러워. 열도 안 나. 몸이 엄청 가벼워진 것 같아. 진짜 이상해. 왜 이러지? 오늘 굉장히 좋은 날인 것 같아. 천사님을 만나서 그런가 봐.”
아무것도 모른 채 해맑게 웃는 얼굴에 엔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손을 뻗어 자신의 품 안에 동생을 꼭 끌어안았다.
“오빠?”
“맞아, 세실. 천사님을 만나서 그래.”
악문 입술 사이에서 울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떡하지? 너무 행복해서 무서워질 것 같아. 이제 괜찮아, 내 동생. 이제 다 괜찮아.”
다시 흐르기 시작한 눈물이 뚝뚝 세실의 어깨를 적셨다. 세실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얌전히 안긴 채 가만히 그의 등을 토닥였다.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다정한 손길에 엔딜은 눈을 감고 말없이 흐느꼈다.
창문 가득 화사한 햇살이 밀려들어 왔다.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깨끗해진 하늘은 어느 때보다 청명한 색을 품고 있었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빛들이 두 남매의 앞날을 비추는 것 같았다.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은 남매였지만 그다지 걱정이 되진 않았다. 저 둘이라면 반드시 잘 해나갈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이곳을 떠난다고?”
잠시간 깨어 있던 세실은 금방 다시 잠들었다. 아무래도 큰 수술을 겪고 난 후이니만큼 한동안은 몸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그사이 엔딜은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태어난 이후로 쭉 살아온 고향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놀라서 바라보자 그는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일을 돕고 있는 가게 주인이 참 좋은 사람이거든요. 그 사람한테 동생이 하나 있는데, 카터스 제국에서 장사를 하나 봐요. 그쪽에 일손이 필요하다고 해서 지원해 보려고요.”
“그래도 괜찮겠어?”
“네, 사실은 진작부터 떠나고 싶었어요. 이곳에 있으면 아무래도 일족들에게 신세를 지는 느낌을 피할 수가 없으니까요.”
엘프의 숲은 하이 엘프의 주관할 영역이고, 그 안에서 산다는 사실만으로도 두 남매는 그들의 비호를 받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엔딜은 그 사실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이미 실제적인 교류도 다 끊긴 상황에서 마치 그들의 도움을 받는 것 같은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에 관해서는 두 남매의 곁을 지켜온 시큐엘도 같은 의견이었다. 원래는 돌아오자마자 바로 숲을 떠날 예정이었다는데, 예상과 다르게 카이테인의 신성력으로도 세실의 병세가 차도를 보이지 않아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고 했다. 아직 엔딜의 마나로는 시큐엘의 소환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이제 가장 큰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미뤄뒀던 결정을 서두르는 것 같았다.
―하해와 같은 은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모든 상황이 정리된 후에야 소환된 시큐엘은 질릴 정도로 감사인사를 했다. 사납게 생긴 늑대가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광경은 신선했으나, 그가 심각한 팔불출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엔딜을 위하는 마음이야 익히 알았지만 이제 보니 세실을 더 끔찍하게 아끼는 것 같다. 나중에 세실이 자라서 시집간다고 하면 엔딜보다 그가 더 대성통곡할 것 같다는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근데 카터스 제국은 너무 멀지 않아?”
“그렇긴 하죠. 사실 저도 이렇게 멀리 갈 생각까진 없었어요. 하지만 나이도 어린 데다 엘프인 저희가 정착할 만한 곳을 찾기가 쉽진 않잖아요. 그런데 카터스 제국은 이종족에 대한 시선이 여기보다는 자연스럽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네, 그곳의 황제가 재원 발굴에 혈안이 되어 있대요. 실력만 있으면 이종족도 등용한다고 해요. 덕분에 소식을 듣고 이종족들이 몰려들어서 그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곳이라면 세실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미 많은 것들을 조사해 봤는지 설명에 거침이 없었다. 일족들에게는 떠난다는 사실도 알리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동안 받은 식재료 값과 집세만 계산해서 집 안에 놔두고 갈 예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흥에 취한 엔딜이 앞으로의 계획을 떠드는 것을 일행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들었다. 다만 이사나만은 홀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사나?’
나는 생각에 잠긴 듯한 그의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그때 청량한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저도 엔딜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차분하게 말문을 연 사람은 바로 카이테인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쏠리자 그는 언제나처럼 부드럽게 웃었다.
“카이 씨도요?”
“예, 그렇게 해도 괜찮겠습니까?”
“으음, 카이 씨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야…….”
어차피 카이테인과는 처음부터 한시적인 동행이었고, 내게 그의 결정을 반대할 권한 같은 건 없었다. 그럼에도 의견을 구해 오는 것이 그가 나를 잠깐 스치는 인연이 아니라 계속 함께 할 동료로 여기고 있었다는 뜻 같아서 고마웠다. 오히려 그 결정에 당황한 사람은 엔딜이었다.
“사, 사제님이 왜?”
“싫으십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치료해드리기로 하고 왔으면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리네요. 하다못해 두 사람이 좋은 곳에 정착하는 것만이라도 돕고 싶습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사제님이 옆에 있어 줘서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든든했었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니,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하하, 그렇게 봐주시니 고맙군요. 솔직히 말하면 방금 전 한 말은 그저 구실에 불과하고 사실은 엔딜과 세실, 두 사람과 조금 더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이 더 큽니다. 엔딜 군은 어떨지 몰라도 저는 그동안 꽤 즐거웠거든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치사하게 이렇게 나오기야? 앞으로도 세실이랑 시큐엘이랑 사제님이랑, 우리 넷이서 같이 지내고 싶다고……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단 말이야! 폐가 될까 봐 간신히 참고 있었는데!”
“그게 정말입니까? 몹시 기쁜데요.”
“젠장,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암튼 이럴 때 보면 사제님은 사람 맘을 너무 모른다니까!”
툴툴거리면서도 엔딜의 얼굴은 기쁨을 감추지 못해 홍당무처럼 붉어져 있었다. 카이테인 역시 감동해서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함께 지내는 동안 정말 많이 정들었던 모양이다. 그들 사이에 견고하게 쌓인 유대감이 느껴져서 몹시 흐뭇했고,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
성인 남자인 데다 번듯한 사제의 직분을 지닌 카이테인이 함께해 준다면 엔딜 남매가 낯선 땅에 정착하는 것도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그가 나서준 덕분에 큰 걱정 하나를 덜어낸 기분이었다. 난 정말 그에게 도움만 받는구나. 지난날 엔딜을 돕기로 했을 때도 그의 배려를 받아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라피스가 눈부신 활약으로 모두의 주목을 이끄는 태양 같다면, 카이테인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달 같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이,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거야?”
마냥 앉아서 대기하는 시간이 지루해진 듯, ‘태양’ 쪽이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아무렇지 않은 모습인데 어지간히 인내심이 짧은 녀석이었다. 불퉁하게 파고드는 라피스의 시선에 나는 금방 일어나겠다는 뜻으로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우리들 사이에 오가는 분위기를 읽은 카이테인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가시는 겁니까?”
“네, 그래야죠.”
이미 이곳에서의 용건은 전부 끝났다. 평화로운 시기라면 휴양하는 기분으로 며칠 더 묵어도 괜찮겠지만, 지금은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는 상태였다. 가장 큰 문제인 악신 쪽은 카노스가 해결한다 해도, 대공 역시 방심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를 몰아내는 과정 또한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카이테인도 우리들의 사정을 알기 때문인지 붙잡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조금 더 머물렀다 가시길 권하고 싶지만, 하셔야 할 일이 있으시니 그럴 수도 없겠군요. 비록 함께 하지는 못하나 모두를 위해 항상 기도하고 있겠습니다. 엘님과 여러분의 앞날에 엘뤼엔 님의 가호가 함께 하시길.”
“고마워요. 카이 씨도 언제나 무탈하길 바랄게요.”
그 어느 것보다 든든한 축언(비록 시벨리우스와 라피스는 얼굴을 일그러트렸지만)에 나는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엔딜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자 웃음이 흘러나왔다.
“뭘 그렇게 울상을 짓고 있어? 다시는 못 보는 것도 아닌데.”
“저, 정말이요, 엘 님? 우리 다시 만날 수 있나요?”
“그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린 정령으로 연결되어 있잖아. 시큐엘의 가족인 너는 나의 가족이기도 해. 카터스 제국이든, 그 어디서라도. 무슨 일 생기면 언제든 연락해. 바로 달려올 테니까.”
정령사와 정령은 가족 같은 관계. 언젠가 카노스가 했던 말이 떠올라서 한 말인데 입으로 뱉고 보니 내가 더 뿌듯해졌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던 엔딜이 그 자리에서 눈물을 터트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