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6화
“그런데 엘 님 손등에 있는 그것은…….”
“네? 아!”
아무 생각 없이 시선을 내리자 마신의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뿔싸 싶어 나는 얼른 손등을 가렸다. 그가 엘뤼엔의 사제라는 사실을 잠시 잊었다. 형벌의 교황인 내가 다른 신의 문장을 새기고 돌아왔으니 그의 입장에선 충분히 불쾌해할 만한 상황이었다.
“이, 이건 말이죠, 카이 씨! 여기엔 조금 복잡한 사정이…….”
황급히 변명하려고 하자 카이테인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빙긋 웃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신 것 같군요. 고초가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아하하,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죠…….”
“정말 잘 돌아오셨습니다.”
따뜻하게 건네는 말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누군가가 맞아준다는 건 참 이상한 기분이다. 그에게서 풍기는 엘뤼엔의 기운 때문인지, 처음 오는 장소인데도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엔딜은 인간들의 마을에 나가 있다구요?”
“예, 최근 상가에서 일자리를 구해 저녁까지는 나가 있습니다. 이제 슬슬 돌아올 시간입니다.”
“열심히 살고 있네요.”
“기특하지요?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꽤 친해졌는지 엔딜을 언급하는 카이테인의 눈동자가 다정했다. 우리와 헤어진 이후 엔딜은 귀환하자마자 곧장 일자리부터 구했다고 한다. 정령사로서의 자신을 내세우지 않기 위해서인지, 영주관에서 오라는 제안도 거절하고 그냥 평범한 육체노동을 택한 것 같았다. 어부들에게 날씨를 알려주는 것도 그만뒀다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세실이라고 했죠? 여동생의 병은 좀 어때요?”
“아아, 그건…….”
평온하던 카이테인의 낯빛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생각지 못한 반응에 몸이 저절로 움찔했다. 부드럽던 공기가 묵직해지면서 단숨에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카이테인은 초조한 듯, 난처한 표정으로 깍지 낀 자신의 손을 어루만졌다.
“사실, 엘 님이 예정보다 빨리 와주셔서 지금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카이 씨의 성력으로도 별로 호전이 없는 건가요?”
물어보면서도 설마 싶었는데 예상이 맞았다. 카이테인이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살펴보시겠습니까?”
* * *
카이테인이 안내한 곳은 응접실 옆으로 이어지는 작은 방이었다. 호기심이 생겼는지 시벨리우스도 동행했다. 방 안은 침대와 서랍장만 놓인 단출한 구조로 이뤄져 있었다. 커튼을 쳐둔 탓에 전체적으로 어두침침했고, 사방 가득 약초 냄새가 짙게 풍겼다. 그곳에 작은 소녀가 잠들어 있었다.
“이 아이가 바로 세실입니다.”
나는 누워 있는 소녀의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하얀 피부와 색이 바랜 듯한 금발, 오밀조밀하게 귀여운 이목구비까지. 전체적으로 오빠인 엔딜과 많이 닮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들풀처럼 생생하던 엔딜과는 다르게 소녀는 몹시 마른 데다 병색이 완연했다.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회색빛이 돌았고, 조금씩 내뱉는 호흡은 희미한 촛불처럼 약했다.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생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엘프……인가? 순혈은 아닌 것 같은데.”
뒤편에 서 있던 시벨리우스가 소녀의 모습을 보고 중얼거렸다. 내가 보기엔 엔딜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어 보이는데, 그의 눈에는 구분이 되는 모양이었다.
“엘프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래.”
“흠, 역시. 근데 많이 아파 보이네.”
나는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카이테인 쪽을 응시했다.
“정확히 어떤 상태인 거예요?”
“보다시피 기력이 쇠해서 움직이지를 못합니다. 성력을 쓰면 잠시간은 호전이 됩니다만, 몇 시간 정도가 한계입니다. 그나마도 유지시간이 점점 줄어들어서 최근엔 깨어 있는 날보다 잠들어 있는 날이 더 많습니다. 본인이 의식을 차리고 싶어 해도 일어나질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설명하는 카이테인의 얼굴은 착잡해 보였다.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에 수없이 좌절하고 고뇌를 느껴왔던 것 같았다.
나는 그가 느꼈을 당혹감을 이해했다. 카이테인은 엘뤼엔의 사제들 중에서도 대사제에 가까운 존재다. 그쯤 되는 존재의 성력이면 타고난 체질마저 개선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가 치료해서 낫지 않은 환자가 없었을 것이다. 엔딜을 돕기로 결정했을 때도 겸손하게 말하긴 했지만 완치를 의심하진 않았을 터였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이곳의 상황에 대해선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설마 그의 성력으로도 호전이 되지 않는 병이라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상태인 것 같았다.
“일단 제가 한번 시도해 볼게요.”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살짝 심호흡을 한 후 한 손으로 소녀의 이마를 덮었다. 잠시 후 새하얗게 피어난 물안개가 소녀의 전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치유의 힘이 온전히 스며들었다고 느껴졌을 때쯤, 창백하던 피부에 홍조가 조금씩 감돌았다.
“안색이……!”
지켜보고 있던 카이테인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러나 반대로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내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의아하게 여긴 듯, 카이테인이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엘 님?”
“……좀 이상해요.”
대답과 동시에 나는 조금 더 강하게 치유의 힘을 불어넣었다. 한층 더 짙어진 물안개가 소녀의 몸을 휘감더니 그 자리에서 천천히 흩어졌다.
“역시…….”
짐작했던 대로였다. 손을 떼어내며 가볍게 혀를 차자 카이테인이 긴장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이거, 치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네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까부터 치유력이 스며들지 않고 겉돌기만 해요. 그냥 체력만 회복시키는 수준이에요. 보통 멀쩡한 사람을 상대로 치유력을 쓰면 이렇거든요. 고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이 상태는…….”
“누가 봐도 죽어가고 있죠. 질환이 아닌 건 분명하고, 역시 체질의 문제인 것 같은데. 그렇다 해도 고쳐서 수습할 수 있는 쪽이었다면 나았을 거예요. 아예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건 애초에 ‘나아야’ 하는 부분이 아니라는 소리예요.”
“처음부터 치유의 대상이 아니라는 거군요. 저희들의 힘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인 겁니까?”
“아마도…….”
나는 착잡한 기분으로 소녀의 상태를 다시 유심히 살폈다. 옆에서 덩달아 살피고 있던 시벨리우스의 얼굴도 심각해졌다.
“고칠 수 없는 체질이라니 특이하네. 없는 걸 만들어내야 하는 거라면 모를까, 엘퀴네스의 치유력이라면 어지간한 건 다 고칠 수 있을 텐데. 장기(臟器)라도 하나 없는 건가?”
“으음, 그런 것 같진 않아. 엘프와의 혼혈들에게서만 생기는 증상이라는데…….”
“엘프 혼혈한테서만?”
“응, 다들 성인이 되기 전에 죽는다나 봐. 시벨, 넌 혹시 뭔가 아는 거 없어?”
비록 진짜 엘프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살아온 존재인 만큼 갖추고 있는 지식도 많을 것이다. 기대감을 품고 묻자 그는 곤란해하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글쎄. 그런 증상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
“그래?”
“응, 엘프의 피가 독도 아닌데 다른 인종과 섞였다고 해서 문제가 될 리……아.”
대답을 잇다 말고 뭔가 깨달은 듯, 시벨리우스의 입이 멈췄다. 조금 굳어진 듯한 표정이라 나는 조급해져서 물었다.
“왜 그래? 뭔가 생각난 거 있어?”
“으음, 잠시만.”
이어진 시벨리우스의 행동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가 소녀의 손가락에 상처를 냈기 때문이다. 심지어 피가 맺히자 그것을 살짝 혀로 핥기까지 했다.
“시벨? 지, 지금 뭐하는 거야?”
기겁해서 물러서기 무섭게 그가 퉤 하고 피를 뱉어내더니 얼굴을 왕창 찌푸렸다. 손수건으로 몇 번이나 입을 닦아내는 모습에선 불쾌해하는 티가 역력했다.
“젠장, 정말 하이 엘프였잖아. 누가 이런 미친 짓을 한 거야?”
“응? 하이 엘프?”
“이 여자애 엘프 쪽 부모 말이야. 그냥 평범한 엘프가 아니라 하이 엘프인 것 같아.”
나는 언젠가 카이테인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던 엘프의 종류를 떠올렸다. 하이 엘프는 제사장 신분으로, 엘프들의 귀족 계급이라고 했었다.
“그게 왜?”
소녀가 하이 엘프와의 혼혈이라니. 그렇다는 건 그녀의 오빠인 엔딜 역시 하이 엘프라는 소리였다. 그게 조금 놀랍긴 했지만 시벨리우스가 경악하는 이유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단순히 신분이 높은 것뿐 아닌가? 어리둥절해져서 쳐다보자 시벨리우스는 조금 멈칫하더니 당황한 얼굴로 설명했다.
“아, 그게, 하이 엘프의 피는 조금 성질이 독특하거든. 다른 종과 섞이지 않아.”
“어? 섞이지 않는다고?”
“응, 정확히는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고 해야 하나. 일단 혼합이 되긴 하는데, 하나로 융합되지는 않고 끊임없이 밀어내면서 공격하려고 해. 한 마디로 몸 안에서 두 개의 세력이 충돌하는 셈이지.”
“설마, 세실이 지금 그 상태라는 말이야?”
“맞아. 이렇게 되면 육체가 자해하는 거나 다름없어. 누구든 오래 버티지 못해. 그래서 하이 엘프들은 2세를 위해서라도 다른 인종과의 혼인을 금(禁)하고 있어. 무슨 생각인지 이 소녀의 부모는 그걸 잊어버린 모양이지만.”
“그럴 수가…….”
“그럼 살릴 수 있는 방도가 전혀 없다는 소리입니까?
신음을 삼키는 내 옆에서 카이테인이 절망적인 얼굴로 물었다. 시벨리우스 역시 좋지 않은 표정이긴 마찬가지였다.
“없어. 엘의 말대로 이건 몸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니야. 그냥 타고난 성질이 이런 거라 치료가 안 돼. 둘 중 하나의 피를 없앨 수 있다면 또 모르지.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잖아?”
털썩.
순간 뒤편에서 무언가가 크게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돌아보자 언제 돌아온 건지 엔딜이 문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바닥에는 그가 떨어트린 듯한 바구니가 엉망으로 엎어져 있었다. 그 속에서 흘러나온 과일들이 바닥을 아무렇게나 굴러다녔다.
“엔딜…….”
방금 전의 대화를 전부 들은 건지 그의 얼굴이 창백했다. 그는 부들부들 떨면서 시벨리우스를 노려보았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치료할 수 없는 체질이라니. 그럼……세실은 절대 나을 수 없다는 거야? 무슨 짓을 해도?”
“네가 이 아이의 오빠야? 유감이긴 하지만 네 동생은…….”
“성인이 되기 전에 죽을 운명이다? 지금 그런 소리를 하려고 하는 거야? 당신도 세실이 크레아 님의 저주를 받았다고 하는 거냐고!”
“……어른들이 그렇게 말했나 보지?”
“그래! 그렇게 말했어! 이 아이가 아직 제대로 눈을 뜨지도 못할 때부터! 세실은 더러운 피를 지녀서 저주를 받았다고! 그러니까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식으로 말했어!”
절규하듯 외치는 말은 예전에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도 엔딜은 비통한 표정으로 동생의 병을 두둔했었다.
“미친놈들.” 시벨리우스가 거칠게 욕설을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죄 없는 어린 아이를 향해 쏟아졌던 폭언들에 불쾌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저주는 아냐. 그냥 맞지 않는 것들이 섞이는 바람에 나타나는 부작용 같은 거지.”
“그치만 치료할 수 없다며!”
“……그건 그렇지.”
“그것 봐! 그렇게 말하면서 저주가 아니라고? 치료법이 없다니. 애초에 나을 수 있는 게 아니라니! 그게 다 뭐야. 세실이 마치 죽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 같잖아! 그게 저주와 뭐가 달라?”
“…….”
“그럴 리가 없어!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황망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말에 시벨리우스는 물론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직후 엔딜이 빠르게 내 양팔을 붙잡았다.
“거짓말이죠? 엘 님! 그렇죠?”
“엔딜.”
“엘 님이 왔는데! 지금 우리 앞에 엘 님이 있는데! 나랑 사제님 모두 엘 님만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에요. 드디어 꿈꾸던 그날이 왔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리가 없어. 그렇죠? 제발 그렇다고 해줘요. 찾아보면 분명 방법이 있을 거예요. 분명……!”
실성한 것처럼 일그러진 얼굴은 이미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두 눈을 빠르게 깜빡일 때마다 그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차마 똑바로 보기 힘들 만큼 처절한 표정이었다.
엔딜에게 그의 하나뿐인 여동생이 어떤 의미인지는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모든 일족들과 등을 지면서까지 지켜낸 소중한 아이였다. 엘프면서 셀 수 없는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이고 정령사로서의 자존심까지 전부 버려가며 돈을 벌었던 것도 전부 동생을 위해서였다. 동생을 살릴 방도를 찾기 위해서.
엔딜에게 그의 여동생은 인생의 전부일 것이다. 오직 동생이 살 수 있다는 희망만 품고 살아온 그에게 차마 이제 그만 단념하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가슴이 먹먹해서 대답을 잇지 못하고 있는데 시벨리우스가 나직이 혀를 차며 말했다.
“소용없다니까. 타고난 피를 무슨 수로 바꿔?”
“그러니까! 그 방법을 찾아보자는 거잖아! 넌 대체 뭐야! 누군데 아까부터 멋대로 지껄이는 거야! 나랑 세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세실은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었어! 죽을 리가 없단 말이야!”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닌데, 우긴다고 불가능한 일이 가능하게 되진 않아.”
“씨발! 닥쳐! 닥치라고!”
거칠게 내뱉는 고함소리가 마치 통곡하는 것처럼 들려서 지켜보는 것조차 괴로웠다. 엔딜은 거의 매달리듯이 내게 애원했다.
“엘 님, 제발! 제발 괜찮다고 해줘요! 네? 세실을 고칠 수 있다고. 제발……!”
“이봐. 너 자꾸 엘을 곤란하게 하면…….”
“시벨.”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뜻으로 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시벨리우스는 불만스럽게 입을 벙긋거렸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물러섰다. 나 역시 마음속으로는 천만 번이고 한숨을 내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도 지금 가장 힘들고 처참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엔딜의 앞에서 그럴 순 없었다.
결국 내가 택한 건 그가 제일 원하는 말을 들려주는 것이었다.
“네 말대로 찾아보면 뭔가 좋은 방법이 있을 거야, 엔딜. 함께 알아보자.”
“저, 정말이죠? 이대로 세실을 포기하지 않으시는 거죠?”
“응. 뭐, 이렇게 물러나는 건 정령왕 체면에도 맞지 않으니까.”
울먹거리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해지는 걸 보며 나는 쓰게 웃었다. 달래 두긴 했지만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결국 찾아올 현실을 조금 뒤로 미루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아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엔딜조차도. 그렇지 않고서야 잠들어 있는 동생을 바라보는 얼굴이 저렇게 슬플 리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정령왕의 힘이 대단하긴 해도 무적이라고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내가 가진 치유력으로는 저주를 풀 수도 없고, 타고난 피를 바꾸지도 못한다. 애초에 치유가 필요한 부분이 아니니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안타까운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무척이나 속상했다. 점차 진정되어 가는 분위기와는 반대로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