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179화 (179/608)

제179화

한 사람 한 사람 꼼꼼히 치료를 해 주고 나자 어느새 제법 시간이 흘러 있었다. 그러는 동안 아이들은 처음보다는 한층 안정된 모습이 되어 갔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서 완전히 경계를 풀지는 않았다. 그때 그들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어, 그런데 형은 누구세요? 혹시 우리를 구하러 온 거예요?”

질문하는 목소리는 확연히 떨리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도 모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응, 맞아. 구하러 온 거야.”

고개를 끄덕여주자 아이들은 또다시 마른침을 삼켰다. 이미 감옥 안에서 풀려났는데도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여, 여긴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아저씨들이 아무도 구하러 오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그랬어?”

“네. 도와줄 사람은 없으니 기다리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 봤자 전혀 소용없다고.”

“그렇구나. 나쁜 녀석들이라서 그런지 거짓말도 잘하네. 이렇게 구하러 왔는데 말이야. 그치?”

장난스러운 대답에 아이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제야 경계가 풀어진 듯 나를 바라보는 눈들이 초롱초롱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나는 기쁨을 숨기지 못하는 아이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여길 빠져나갈 거야. 길이 어두우니까 모두 조심히 따라와.”

“네!”

힘차게 답한 후 아이들은 차례대로 줄을 지어 섰다. 졸졸 따라오는 모습을 보니 마치 유치원 교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감옥이 있는 공간을 나서자 주위는 한층 어두워졌다. 일정 간격으로 횃불이 걸려 있긴 했지만, 지하인 데다 한창 깊은 새벽 시간대다 보니 전체적으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겁먹은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연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동안 옆에 바짝 달라붙은 알리사가 내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엘 씨, 굉장하다.”

“그래?”

“응, 진짜 깜짝 놀랐어. 근데 혼자 온 거야?”

“아니, 시벨이랑 이사나는 밖에서 퇴로를 만들고 있어. 곧 합류할 거야.”

“그렇구나.”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후 알리사는 배시시 웃었다. 모두가 구하러 왔단 사실이 기쁜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바깥쪽 일은 얼마나 진행됐으려나?’

일단 출구가 있는 방향으로 향하고는 있지만, 퇴로가 완성되기 전엔 섣불리 밖으로 나갈 순 없으니 한동안 안에서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에 기절한 사람들이 깨어나기라도 하면 상당히 골치 아파질 터였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통로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감옥에 들어가기 직전. 내가 미리 기절시켜 둔 무리 중 하나인 것 같았다.

“히익!”

마찬가지로 그들을 발견한 아이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내게 달라붙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아이들을 달랬다.

“괜찮아. 그냥 기절한 것뿐이야.”

“혀, 형이 저렇게 한 거예요?”

“응.”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들은 겨우 안심한 얼굴로 굳었던 얼굴을 풀었다. 하지만 반대로 나는 얼굴을 굳혔다. 쓰러져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으으…….”

“……!”

움직임을 감지하기 무섭게, 한 사람에게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예상보다 의식을 차리는 시간이 빠른 것 같았다. 깜짝 놀란 아이들이 빠르게 물러나는 것과 동시에 나는 곧장 다가가 꿈틀거리고 있는 남자의 뒤통수를 강하게 내리쳤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의식을 차리려던 남자는 다시 그대로 고꾸라졌다. 다시 한 번 완전범죄(?)가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이 경악한 얼굴로 바라보는 것이 느껴져 조금 민망했지만 의식을 차리게 내버려 두는 것보다는 나았다. 오히려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한 사람이 의식을 차리기 시작했다는 건, 다른 사람들도 곧 깨어날 거란 뜻이었으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의식이 돌아오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어떡하지? 몸에 다시 충격을 줘 볼까?’

별로 어려울 건 없는 일이긴 한데, 아이들 앞에서 능력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도 될지가 의문이었다. 대놓고 티가 나진 않겠지만, 한동안 눈을 감고 의식을 집중해야 하는 거라 다른 사람의 시선엔 이상해 보이긴 할 것이다.

고민하는 내 모습에 아이들도 심각한 기분을 느꼈는지 서로 불안한 시선을 교환했다. 바로 그때였다.

“……!”

돌연 누군가 턱하고 내 어깨를 붙잡았다. 나는 깜짝 놀라 바로 몸을 빼고 물러섰다.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아이들 사이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설마 그 사이에 누군가 완전히 의식을 차린 건가? 낭패감에 나는 누군지 확인하지도 않고 무작정 반격부터 가하려고 했다. 그러자 상대가 허둥대는 것이 느껴졌다.

“잠깐! 나야, 나.”

“……!”

이어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공격하려던 것을 바로 멈췄다. 그제야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 제대로 보였다. 훤칠한 체구와 키, 나와 마찬가지로 검은색 일색의 복장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달리 얼굴을 가리진 않았지만, 바뀐 피부색과 머리칼 덕분에 전혀 다른 인상이 된 시벨리우스가 바로 앞에 서 있었다.

“아…….”

당황해서 쳐다보고 있으려니 그의 옆쪽에서 복면을 쓴 남자가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이사나였다.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이 이곳에 있다는 건 한 가지 뜻을 의미했으니까.

“다행히 늦진 않았지?”

한쪽 눈을 찡긋한 시벨리우스가 내 기분을 읽은 것처럼 경쾌하게 말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구출 작전이 성공적으로 완료된 순간이었다.

* * *

시벨리우스가 술법으로 만든 퇴로는 굉장히 신기했다. 평소와 똑같은 길처럼 보였지만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마치 투명한 장막 안에 휩싸인 기분이 들었다. 심지어 버젓이 경비대 바로 옆을 지나가가도 누구 하나 우리를 발견하는 사람이 없었다. 발을 크게 구르거나 소리를 내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모습이 투명해진 게 아니라 존재하는 세상 자체가 분리된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술법엔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조금이라도 정해진 길을 이탈하면 술법의 영향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라무스에서 완전히 멀어질 때까지 시벨리우스가 걸어가는 방향에 맞춰 조심조심 따라 걸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이 술법이 구출 작전의 일등공신인 건 변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라무스에서 제법 멀어졌을 때쯤, 우리는 아이들끼리만 인가로 내려가게 했다. 이왕이면 보호자를 찾을 때까지 함께해 주고 싶었지만 이 작전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누구의 소행인지 알지 못하는 게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보다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 알리사 역시 아이들과 같이 가도록 했다.

검푸른 새벽녘, 고즈넉한 정취를 풍기던 마을은 갑작스러운 아이들의 출현으로 발칵 뒤집혔다. 실종된 자녀를 찾기 위해 이시올타에 머물고 있던 부모들은 소식을 듣자마자 맨발로 뛰쳐나와 아이들을 맞이했다. 이사나와 시벨리우스도 자연스럽게 그들 사이에 섞여 들어가 알리사와의 감동적인 재회를 연출했다(물론 난 정령의 모습으로 함께 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변장을 푼 두 사람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이후의 상황은 일사천리였다. 부모와 상봉한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라무스 안에서 벌어지고 있던 사태를 전부 고발했다. 그들의 입을 통해 밝혀진 끔찍한 진실들에 충격을 받은 건 마을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자랑이자 긍지이던 학술원에서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으니 당연했다.

격분한 사람들은 횃불과 무기를 챙겨 들고 그 자리에서 곧장 라무스로 쳐들어갔다. 한밤중 갑자기 일어난 사태에 당황한 경비대가 비상경보를 울려 사람들을 깨웠고, 혼비백산한 라무스 원장이 잠옷 차림으로 성난 마을 사람들을 맞이했다.

그러나 다 같이 몰려간 비밀 통로엔 이미 아무도 없었다. 아이들이 사라진 걸 깨닫자마자 바로 몸을 뺀 것이다. 부조수 우슬라를 비롯한 이번 일의 가담자들 중 몇이 붙잡히긴 했지만, 관련자 전부를 색출해내진 못했다. 취조하려는 과정에서 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 평소에 즉효성 독약을 소지하고 다녔던 것 같았다. 저지르고 있는 짓만큼이나 지독한 자들이었다.

하지만 전부 적발했다 해도 이미 신뢰가 망가진 상태에서 그 사실을 믿어줄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제국에서 가장 크고 명망 있는 학술원에게 이런 분위기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라무스 원장은 교수진을 비롯한 전 직원을 해임하고, 그 자신도 사임할 뜻을 밝혔다. 새로운 원장과 구성원이 정해질 때까지 학생들 또한 모두 집으로 돌려보낸다는 것 같았다. 사실상 임시 폐교나 마찬가지였다.

“몇백 년의 유구한 전통을 지닌 학술원이 한순간에 이렇게 되다니…….”

이른 아침부터 이시올타 앞에 길게 줄지어 선 짐마차들을 지켜보며 이사나는 매우 안타까워했다.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을 태운 마차였다. 아마도 대략 일주일간은 비슷한 광경이 계속 될 것 같았다. 시벨리우스 역시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다른 학술원도 날벼락이긴 마찬가지일 거야. 라무스에서 이런 큰일이 터졌으니 비슷한 사례가 없는지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되겠지.”

“다른 곳에도 있을까?”

“분명히 있을 거야. 라무스처럼 큰 곳을 노릴 정도라면 다른 학술원에 잠입하는 건 일도 아닐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밝혀지진 않겠지. 새 학기마다 실종자가 생기는 게 흔한 일인 건 사실인 모양이니까, 관련되어 있어도 무조건 모른 척할 게 분명해. 애초에 비밀 통로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발견될 리도 없고. 오히려 수법이 점점 더 치밀해지고 은밀해지겠지.”

“으음, 그건 오히려 안 좋은데. 하다못해 마신교의 짓이라는 것만이라도 알려지면 좋을 텐데 말이야. 익명의 제보라도 하고 올 걸 그랬나?”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곧장 알리사를 챙겨 일찌감치 마을을 빠져나온 참이었다. 다른 부모들 중에서도 아이를 찾자마자 서둘러 귀환한 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의 눈길을 받진 않았다. 단지 우리가 줄 수 있는 정보를 나누지 않고 온 것만은 조금 미안했다. 하지만 내 말에 시벨리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그 정도는 여기 사람들의 힘만으로도 알아낼걸. 알아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게 문제지. 상대는 신전이고, 그 중에서도 마신교는 특히 은폐하는 데 도가 튼 집단이니까. 증거를 잡아낼 리가 없어. 의혹에서만 그칠 게 뻔해.”

“……하긴, 발각되자 자결할 정도니.”

“예전부터 마신교도의 신앙은 좀 광기에 가까운 편이었어.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겠지. 게다가 지금 마신교는 그저 잔챙이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야. 흔들어 봤자 꼬리 자르기밖에 안 돼. 완전히 끝내려면 이 모든 일을 진행하고 있는 주범을 치는 수밖에 없어.”

“대공 말이구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어진 결론에 입맛이 썼다. 결국 유카르테 대공, 그자가 문제다.

라무스는 이 제국의 자랑이기도 했다. 만약 이 일의 배후에 스왈트 제국의 대공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국제 정세에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급속도로 악화될 두 제국의 관계가 우리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복권한 후에 이사나가 해야 할 일이 더 늘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어쨌거나 대공을 물리치기 전까진 어디를 가도 그의 손길을 피하긴 힘들 것이다. 그건 곧 안전한 장소가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무엇보다 알리사를 생각하면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시벨리우스 역시 같은 생각을 했는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재능이 뛰어날수록 제물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그랬지?”

“응, 분명 그렇게 말했어.”

“그럼 알리사의 재능은 성인이 될 때까지 숨기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

그건 나도 같은 의견이었다. 똑같은 범행 대상이라도, 더 나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 당연히 그쪽을 더 집요하게 노릴 것이다. 이대로라면 알리사는 어디를 가도 마신교의 표적이 될 게 뻔했다. 적어도 제물의 조건에서 벗어나는 십 대 중후반이 될 때까지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하는 게 나았다. 하지만 알리사의 재능을 밝히지 않고 정착할 만한 곳을 찾을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문제에 우리는 한창 머리를 맞대고 고심했다. 그때 불쑥 가까이 다가온 알리사가 비장한 어조로 물었다.

“그냥 당신들이랑 쭉 같이 가면 안 돼?”

“어? 우리랑?”

당황해서 되묻자 알리사는 조금 머뭇거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이사나, 그리고 시벨리우스는 잠시간 난처한 시선을 교류한 뒤에 입을 열었다.

“으음, 전에도 말했다시피 우리 일정은 굉장히 위험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지금보다 더 심하게 고생할 거야.”

“괜찮아.”

“우리가 이 제국 사람이 아닌 건 알지? 이곳에서의 용무를 마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해. 네 입장에선 고향을 완전히 떠나는 거야. 일단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지도 몰라.”

“여기나 다른 대륙이나 새로 적응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야. 별로 다시 돌아올 생각도 없고.”

“하지만…….”

“내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겠다고 했잖아.”

그 순간 이어진 말에 나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알리사는 진지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전부터 계속 생각했는데, 내가 먼저 나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아무것도 몰라. 하지만 당신들은 나도 모르는 내 가치를 먼저 알아봐 줬지. 앞으로 그 이상으로 날 알아봐 줄 사람이 있을까?”

“그거야…….”

“게다가 알아본다고 해도 그 사람이 보는 건 결국 정령사인 나일 뿐이야. 한때 마을에서 멸시 당하던 재앙의 소녀에 대해선 알지도, 관심을 갖지도 않겠지. 강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그치만 당신들은 내가 무력할 때도 다정하게 대해 주고 몇 번이나 구해 줬잖아. 진짜 가치를 알아준다는 건 그런 거 아냐? ……틀려?”

“…….”

이번만은 나도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할 말을 잃은 채 알리사를 가만히 응시했다. 금잔화를 닮은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내 시선을 받았다. 이미 마음의 결심을 단단히 굳힌 얼굴을 보니 말려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나는 한숨을 내쉰 다음 이사나를 바라보았다. 어쨌거나 여정의 중심인물인 만큼 그에게 결정을 맡길 심산이었다. 시선의 의미를 읽은 듯 이사나는 한동안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한참 만에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알리사, 정말 후회하지 않겠어?”

“응, 후회 안 해.”

“그럼 알리사도 약속해.”

“뭘?”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또 무엇을 알게 되더라도, 우리를 우리 그 자체로만 보겠다는 약속.”

그 말에 알리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조건이라는 표정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녀가 우리에게 바란 부분을 역으로 요구당한 셈이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반응은 망설임 없이 이어졌다.

“좋아, 약속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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