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169화 (169/608)

제169화

“다, 다른 이야기는? 다른 건 더 없었어?”

“다른 거? 아, 그러고 보니 또 다른 일화도 있었어. 물의 정령왕이 그 소년에게 친구를 만들어 준 이야기.”

“친구?”

“응, 소년은 동물들 외에는 친구가 없었거든. 그것을 안타까워한 물의 정령왕이 소년이 가장 아끼던 백마를 사람으로 만들어 줬대. 그래서 둘이 다시없을 친한 친구가 되었다는 거야. 굉장하지?”

“윽, 아냐. 그 녀석이 만들어 준 게 아니라 원래 사람이거든?”

“응? 원래?”

“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서둘러 고개를 흔든 다음, 시벨리우스는 상기된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기대감이 가득 담겨 반짝이는 그의 두 눈을 보면서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 순간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책에 실렸단 내용은 시벨리우스가 말해 줬던 ‘엘’의 이야기와 거의 비슷했다. 두 번째 일화에서 등장했다는 백마는 아마도 시벨리우스를 말하는 거겠지. 그게 몹시 충격적이었다.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임에도 새삼스럽게 놀란 것을 보면, 아마도 나는 그동안 그의 말을 완전히 믿고 있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사실 내 입장에선 그게 당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과거에 물의 정령왕을 소환한 인간이 있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으니까. 내 본능은 이사나가 최초의 인간 계약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 ‘엘’이란 존재 자체가 허구일지 모른다고, 은연중에 바라고 있었나보다.

하지만 이런 책까지 남아 있다면 얘기가 다르지 않을까. 적어도 불완전한 상태인 내가 느끼는 막연한 본능보다는 이쪽이 더 확실한 증거로 보였다. 마치 그림 속의 인물이 갑자기 사진으로 나타난 것 같았다. 심란한 기분에 나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그 책은 어디서 산거야?”

“산 거 아냐. 누가 줬어.”

“누가?”

의아해져서 묻자 알리사는 돌연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 갑자기 달라진 그녀의 분위기에 나와 일행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누군지는 몰라. 마을에서는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아마 지나던 이방인이었겠지. 아무튼 되게 잘생긴 오빠였어.”

“오빠? 남자였어?”

“응, 피부가 초콜릿처럼 까맣고, 아주 예쁜 황금색 눈동자를 갖고 있었어. 머리칼은 밤하늘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지. 굉장히 아름다운 사람이었어.”

“……!”

트로웰.

그녀가 설명한 외형으로 떠오르는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긴 사람이 그 말고 또 있을 리가 없었다. 나만큼이나 놀란 듯, 당황한 이사나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그 사람이 너한테 책을 줬다고?”

“응, 언젠가 내게 도움이 될 거라고 했어. 그러고 보니 멀든의 소환식을 발견한 것도 바로 그 책에서였어. 정확히는 누군가 적어놓은 거였지. 한 귀퉁이에 낙서처럼 쓰여 있었거든.”

그건 아마 트로웰이 적어 두었을 것이다. 그라면 알리사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그녀의 존재를 감지했을 테니까. 책을 건네준 건 소환 주문을 알려주기 위해서였겠지. 수많은 책 중에서 굳이 그 책을 선택한 것도 그의 의도였을까?

“……미치겠네.”

무심코 중얼거린 소리가 컸던 모양이다. 모두의 시선이 쏟아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얼른 구겼던 표정을 수습했다.

“미안, 그냥 혼잣말이야. 어떤 책인지 나도 한 번 자세히 읽어보고 싶네. 집에 있는 거야?”

“아니, 부스러져서 버렸어.”

“부스러져?”

“응, 멀든을 소환하자마자 갑자기 글자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잘게 가루가 되어 버리더라고. 그래서 그냥 빗자루로 쓸어 담아서 버렸지.”

자연적인 현상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다른 사람에게 소환식이 노출되지 못하도록 트로웰이 미리 조치해 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는 장래에 알리사가 나를 만날 거란 사실까지 알았을지 모른다. 물론 한 번도 그런 언급을 한 적은 없었으니, 그냥 나의 억측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나한테 대체 뭘 바라는 거야.’

자꾸만 생각이 나쁜 쪽으로 기운다. 그가 어디까지 알고,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나는 조금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순간이 더 두렵게 느껴졌다.

* * *

“그러고 보니 그 오빠는 지금 어떻게 자랐을까? 정말 아름다웠는데. 분명 엄청 멋있어졌겠지?”

한번 떠올리고 나니 생각을 멈출 수 없었는지 알리사는 계속 회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심상치 않은 모습에 시벨리우스가 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인상 깊었어?”

“진짜 예뻤거든. 생각해 보니 내가 남자를 보면서 가슴이 엄청 두근거린 건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 아마 그게 첫사랑이었나 봐.”

“예쁜 사람은 취향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그 사람은 예외야.”

짓궂게 묻는 시벨리우스의 말에 알리사는 새초롬한 얼굴로 대답했다. 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뺨을 보니 정말로 한눈에 반하기는 한 모양이었다.

“아아, 한 번이라도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자랐든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

“뭐, 언젠가는 만나겠지. 보아하니 그쪽은 네 재능을 알아봤던 모양인데.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만나보려고 하지 않겠어?”

“그 말은 다시 날 찾아올 수도 있다는 뜻?”

“아마도?”

“헉! 안 돼! 난 이미 마을을 떠났는데!”

좌절하는 알리사의 모습이 재밌는지 시벨리우스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와 반대로 왠지 이사나는 매우 시무룩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그녀에게 진실을 알려줄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굳이 소년의 정체를 밝힐 필요는 없겠지.’

모든 사실을 알았다가 괜히 무리해서 정령왕을 소환하려고 하면 오히려 낭패다. 그리고 알리사는 매우 높은 확률로 그러고도 남을 아이였다.

재능이 아무리 차고 넘쳐도 그녀의 작은 육체는 정령왕이 소환되는 충격을 절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 기반이 다져질 때까지는 모른 척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어라? 못 보던 사이에 귀여운 아가씨가 늘었네요?”

“……!”

그 순간 눈앞에서 불쑥 튀어나온 얼굴에 나는 반사적으로 숨을 삼켰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한 남자가 거꾸로 매달린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루카르엠. 잊을 만하면 나타나 나를 괴롭히고 있는 마족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꺄악! 뭐, 뭐야!”

갑자기 등장한 남자의 모습에 놀란 알리사가 기겁하며 옆에 있던 이사나에게 매달렸다. 시벨리우스는 금방이라도 덤벼들 듯이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알짱거리고 있는 그의 얼굴을 한 손으로 멀찍이 밀어냈다.

“……요즘 안 보이기에 돌아간 줄 알았는데요.”

“에이, 그럴 리가요. 이제 막 재밌어지고 있는 참인데 벌써 돌아갈 리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인사도 없이 떠나갈 정도로 무례하지는 않습니다.”

“아뇨, 그냥 가도 돼요.”

“어머나, 왜 이러실까. 우리 사이에.”

우리 사이는 무슨. 가볍게 혀를 차는 동안 그는 공중에서 빙그르르 돌아 내 옆에 가볍게 안착했다. 중력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행동에 알리사의 얼굴이 굳었다.

“뭐야, 엘 씨. 그 사람 누구야? 인간 맞아?”

“실례. 전 루카르엠이라고 합니다. 저 멀리 마계에서 왔답니다.”

대꾸한 사람은 루카르엠 본인이었다. 천연덕스러운 대답에 알리사는 다시 기겁했다.

“마, 마계라니. 설마 마족?”

“마계에 사는 종족은 마족밖에 없지요. 그래도 겉보기엔 인간이랑 크게 다르지 않죠?”

그는 웃으며 물었지만 이미 알리사는 듣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맙소사. 마족이 왜 여기에……. 에, 엘씨. 사제라고 하더니, 마신관이었어?”

알리사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연했다. 마족을 가까이 하는 인간은 마신의 사제들뿐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대다수 사람들은 마신관을 두려운 존재로 여겼다. 알리사의 눈에 깃들기 시작한 경계심을 보며 나는 얼른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신관 아니야.”

“그럼 저 마족은 뭔데?”

“……그냥 할 일 없는 마족?”

“그게 무슨…….”

“사제라……. 저 아가씨는 그렇게 알고 있는 거군요.”

옆에서 나직하게 중얼거리는 소리에 나는 루카르엠을 노려보았다. 쓸데없는 소리 하면 죽는다! 경고를 담은 시선에도 그는 긴장감 없이 웃기만 했다. 의미심장한 눈빛에 퍼뜩 불길한 기분을 느낀 찰나였다.

“너무하시네요. 일행이 됐다면 사실관계 정도는 전부 제대로 밝히셔야죠. 좋아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뭐? 잠깐…….”

“진실은 이렇답니다, 귀여운 아가씨. 실은 제가 엘 님한테 한눈에 반해서 쫓아다니고 있는 중이죠.”

“그만 두…… 하?”

이건 또 무슨 소리야? 황당해져서 쳐다보자 그는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일부러 장난 친 거란 사실을 깨닫자 맥이 확 풀렸다. 정말 속을 알 수 없는 마족이었다.

근데 하고 많은 변명 중에서 하필이면 저런 말도 안 되는 설정을 부여할 건 뭐람? 일이 더 복잡하게 꼬였단 생각에 나는 서둘러 해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알리사는 진심으로 그가 하는 말을 믿은 것 같았다.

“그, 그랬구나. 하지만 엘 씨는 남자인데?”

“아아, 그렇죠.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땐 가슴이 찢기는 것 같았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마법 중에는 성별을 바꾸는 마법도 있으니까요!”

“우와아, 정말?”

“네! 하지만 그 마법은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 진행할 수 있는 거라서요. 자, 그런 의미에서 엘 님! 순순히 제 여자가 되어 주시죠!”

“뭐라는 거야!”

달려드는 얼굴을 격분해서 밀어내자 그는 구석에 가서 우는 척을 했다. 그 모습을 본 알리사가 웃음을 터트렸다.

“재밌는 사람이네.”

밝은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의 얼굴엔 어느새 경계심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 유치한 희극이 상당히 마음에 든 모양이다. 그것에 용기를 얻었는지 울먹이는 척을 하던 루카르엠이 다시 쪼르르 다가와 내 옆에 달라붙었다. 워낙 능청스러운 남자이긴 했지만 오늘따라 더 뻔뻔하게 구는 것 같았다. 게다가 유달리 밀착하는 것 같은데, 그저 단순한 착각인가? 찝찝한 기분에 한마디 하려는데, 그 순간 루카르엠이 말이 먼저 이어졌다.

“엘 님, 너무 심하게 밀치신 거 아닙니까? 저 상처받았어요.”

“그러게 누가 쓸데없는 소리 하래요?”

“전 도와드리려고 한 건데!”

“당신은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거든요? 아무튼 쓸데없는 데 신경 쓰고 싶지 않으니까 어서 사라져요. 이왕이면 마계로 돌아가면 더 좋고.”

급속도로 피곤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나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하지만 이때쯤이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물러나곤 하던 마족이 어째서인지 이번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실실 웃었다.

“또 뭐예요.”

“아뇨, 이제 제가 근처에 와도 별로 경계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요.”

“하아?”

“예를 들면 이렇게 제가 팔을 잡아도…….”

말하면서 그는 내 양팔을 가볍게 잡았다.

“이렇게 가만히 계시잖아요?”

“……그래서요?”

“슬슬 사이가 좋아진 것 같지 않아요? 이쯤에서 재밌는 시험을 해 봐도 좋을 것 같군요.”

“시험?”

반문하는 순간 몸에 가벼운 소름이 돋았다. 붙잡힌 부분으로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뭐하는 거예요?”

“뭐하는 걸까요?”

당황스러운 기분에 묻자 루카르엠은 앵무새처럼 대꾸했다. 다른 때라면 그 태평한 말투에 얄미운 기분부터 느꼈겠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착각이 아니다. 그의 손이 닿은 부분부터 힘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낭패감에 나는 얼른 그를 떨쳐내려고 했다. 그런데 마치 접착이 된 것처럼 그의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쪽에서 붙잡고 있는 게 아니라 내가 그의 손을 밀어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뭐야, 이거…….”

굳은 얼굴로 중얼거리자 그제야 일행들도 이쪽의 분위기를 눈치챈 것 같았다. 풀어졌던 공기가 다시 팽팽히 당겨지며, 이사나와 시벨리우스가 경계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야, 엘?”

“잠깐, 이쪽으로 오지 마.”

시벨리우스가 다가오려는 것을 느끼고 난 얼른 경고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나한테 일어난 일에 일행들까지 휘말리게 할 순 없었다. 루카르엠을 노려보자 그는 여전히 실실 웃는 얼굴로 태연하게 말을 건넸다.

“혹시 음향목이라고 아십니까?”

“음향……?”

“접촉한 상대의 기운을 흡수하는 마목이죠. 그 마목은 천 년에 한 번 단 하나의 과실을 맺는데, 그것을 먹은 사람은 며칠간 모체인 음향목과 똑같은 능력을 지니게 된답니다. 신기하죠?”

……그래, 그래서 네가 그 과실을 먹었다는 건 잘 알겠다.

내가 어쩌자고 이 마족 앞에서 방심하고 있었을까. 나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달래며 최대한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좋은 말로 할 때 이거 놔요.”

“유감스럽게도 불가능합니다. 제 능력 밖의 일이라서요.”

“장난해요?”

“정말입니다. 한번 흡수가 시작되면 자의로는 멈출 수 없게 되어 있거든요.”

곤란하다는 말투와는 다르게 그의 얼굴엔 웃음기가 선명했다. 명백히 이 상황을 즐기는 얼굴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그가 한 말의 진실 여부를 떠나 한 가지는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설령 가능하더라도 놔줄 생각이 없는 거다.

“일단 한번 흡수가 시작되면 중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뿐입니다. 더 이상 흡수할 것이 없게 되거나, 연결된 통로를 잘라 내거나 말입니다.”

“그 말은…….”

“즉, 엘 님께서 유지 마나를 전부 빼앗기고 역소환되시거나, 제 팔을 자르시거나 하시는 수밖에 없겠네요.”

귓가에서 나직하게 속삭이는 음성엔 웃음기가 담겨 있었다. 이런 끔찍한 얘기를 웃으면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 이 마족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 망할 마족 같으니.’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쉰 다음 일행들 쪽을 바라봤다. 그나마 다행인 건 루카르엠이 이 모든 내용을 나한테만 들리도록 작게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딴에는 나름대로 소란이 커지지 않게 배려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하나도 고맙진 않지만). 덕분에 이쪽에서 오가는 대화를 알지 못하는 일행들은 다들 어리둥절해하고만 있었다. 우려를 담아 응시하는 시선들에 나는 안심하라는 뜻으로 웃어 보였다. 질 나쁜 장난에 걸린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벗어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붙잡을 수 있는 건 결국 실체가 있기 때문이니까. 이대로 형체를 벗어버린 후 자연체로 돌아가 버리면 간단히 해결될 것이다. 다만 그렇게 되면 알리사에게 내 정체를 대놓고 밝히는 꼴이나 다름없다는 게 문제였다. 그것도 가장 최악의 방식으로.

‘할 수 없지.’

고민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눈앞의 마족이 무엇을 원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붙잡힌 채 마냥 기운을 뺏길 수는 없다. 나중에 수습하면서 골치를 썩더라도, 우선은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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