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8화
본인의 우려와는 다르게 알리사는 매우 편한 동행자였다. 음식이나 잠자리를 가리거나 불평을 하지도 않았고, 쉽게 뒤처지지도 않아서 크게 신경을 써야 하거나 보살필 일이 없었다. 아직 길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기도 했지만, 타고난 성정 자체가 낯선 환경에 쉽게 적응하는 편 같았다.
혹시 해코지를 하려는 사람이 따라붙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마을을 떠나온 지 며칠이 지나도 아무 일 없이 잠잠했다. 알리사의 가족들 역시 말없이 사라진 딸을 찾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대로 떠나줘서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오아시스가 있네. 오늘은 여기서 밤을 보낼까?”
“응, 좋아.”
고개를 끄덕인 후 시벨리우스가 익숙한 동작으로 품 안에서 종이를 꺼내 들었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린 진을 치려는 것이다. 눈앞에서 순식간에 완성되는 집을 보며 알리사는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볼 때마다 정말 신기해. 이게 주술이라는 거랬지? 블루 엘프는 다 이런 걸 할 줄 알아?”
“아니, 아마 거의 없을 거야. 아마 나만 할 수 있지 않을까?”
“시벨 씨는 주술을 어떻게 배우게 된 건데?”
“그런 게 있어. 내가 좀 특별하거든.”
초롱초롱한 얼굴로 묻는 말에 시벨리우스는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알리사에겐 우리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쪽으로 입을 맞춘 상태였다. 한시적인 동행인 데다 언젠가는 헤어질 상대인 만큼, 너무 깊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 양쪽에게 전부 나을 거란 판단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평범한(치고는 재능이 비범하긴 하지만) 인간에게 우리들의 사연을 전부 밝히는 건 부담스럽기도 했다.
다행히 알리사의 예지력도 그 정도까지는 감지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때문에 그녀는 우리를 정령사와 신관, 엘프 주술사로 구성된 모험가라고만 알고 있었다.
“시벨 씨만 주술을 할 수 있다면, 블루 엘프 중에서 시벨 씨가 제일 강한 거야?”
“당연하지. 100 대 1로 싸워도 내가 이길걸?”
“피이, 책에서 봤는데, 허풍이 심한 남자는 매력이 없댔어.”
새초롬하게 쏘아붙인 말에 시벨리우스는 낄낄거리고 웃었다. 여인에게 친절하다더니, 그는 알리사가 합류한 날부터 눈에 띄게 그녀를 귀여워하고 있었다. 식사 시간 때면 알리사에게만 특별 요리를 만들어 줄 정도였다. 그래선지 두 사람은 며칠 사이에 상당히 친해져 있었다.
나는 투닥거리는 두 사람의 모습을 웃으며 바라본 다음 낮 시간 내내 모래 바람을 막느라 쓰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이사나 역시 나를 따라 후드를 벗은 뒤 문 앞에서 가볍게 털어 냈다. 행여나 집 안에 모래가루가 떨어질까 신중한 모습이었다.
“오늘은 유난히 바람이 강했지?”
“응, 갈수록 더 강해지는 것 같아. 그래선지 옷도 빠르게 해지는 것 같고.”
“흠, 내일은 아무 마을이나 들러볼까? 알리사한테 필요한 물건들도 구입해야 하니까.”
“응, 좋아.”
집에도 들르지 않고 곧장 떠나온 탓에 알리사는 맨몸에 무일푼 상태였다. 재정적으로 부담이 될 건 없었지만 남자밖에 없는 일행이다 보니 여성용 비품은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었다. 당장은 입고 있는 옷 한 벌로 버티게 둔다고 해도 계속 그대로 생활하는 건 무리다. 특히 얼마 후면 본격적으로 사막을 가로질러야 할 시기였다. 당분간은 인가를 접할 기회가 없으니 그 전에 필요한 비품들을 준비해 둬야 했다.
가벼운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언제부터인가 알리사가 우리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왠지 심통에 가득 찬 얼굴이었다.
“왜 그래, 알리사?”
“이건 정말 불공평해.”
“응? 뭐가?”
“뭐긴 뭐야! 당신들 얼굴이지!”
삿대질까지 하며 외치는 소리에 나와 이사나는 어리둥절해져서 눈을 깜빡였다.
“얼굴?”
“그래! 얼굴! 아직도 적응이 안 돼! 무슨 남자들이 이렇게 예뻐? 난 인정할 수가 없어! 이건 세상 모든 여자들에 대한 도전이라고!”
“아하하…….”
또 그 소리였냐.
나는 허무하게 웃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처음 우리가 후드를 벗었을 때 그녀가 보였던 반응이 새삼 떠올랐다. 마치 배신당한 표정이었더랬지.
마을에 있었을 때나 토벌에 참여했을 땐 내내 후드를 쓰고 있었기에 얼굴을 보일 기회가 없었다. 결국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는 순간에나 제대로 얼굴을 마주 보게 됐는데, 그게 나름대로 알리사에겐 깊은 인상을 준 모양이다. 이미 며칠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서러워하는(?) 알리사를 보며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알리사 너도 예쁘잖아.”
“이건 그거랑은 전혀 다른 문제야. 마치 내 정체성을 시험당하는 기분이라고.”
“그 정도야?”
“그래! 엘 씨도 만약 어떤 여자애가 엘 씨보다 훨씬 남자답고 잘생겼다고 생각해 봐! 뭔가 굴욕적이면서 경쟁심이 마구 치솟아 오를걸? 어떤 느낌인지 알겠어?”
……아니, 모르겠는데.
내가 떨떠름하게 반응하자 알리사는 맥이 빠진 얼굴을 하곤 푹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잘생긴 여자보다 예쁜 남자가 세간의 평이 더 좋긴 하지. 아무튼 예뻐서 좋겠다.”
“툭하면 여자로 오해받기나 하는데 좋긴. 특히 시벨처럼 잘생긴 친구랑 다니면 여자들이 날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다고. 그게 얼마나 비참한데.”
“뭘 모르네. 그거야 시벨 씨는 벌써 성인이고, 엘 씨는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그렇지. 남자의 진가는 나이가 들수록 발휘되는 거 몰라? 나중에 성인이 되면 엘 씨도 여자들이 엄청 따라다닐걸?”
“그, 그래?”
“정말이야. 수도에 가면 다바솔이란 남작가가 있어. 그 가문의 둘째 아들이 어릴 때 엄청 예쁘기로 유명했거든. 지금은 스무 살이 넘었는데 무지 잘생긴 얼굴로 커서 여자애들한테 굉장히 인기가 많아. 그 얼굴을 한 번만 보고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애들도 있을 정도지. 내 이복 언니도 그 도령을 보기 위해 가출까지 한 적이 있었어. 결국 중간에 붙잡혀서 돌아왔지만.”
“그렇구나.”
“그래. 그러니까 엘 씨는 다른 생각 말고 부지런히 먹어서 얼른 크기나 해. 장래가 촉망되는 외모니까.”
나름 희망찬 소식이긴 했다. ……내가 성장할 일이 없다는 문제만 없다면 말이다.
강제로 변형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상태는 오래 유지하진 못한다. 결국 나는 평생 이 애매한 나이 대에서 여자로 오해받으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한숨이 나오는 일이었다. 우울해지는 내 표정을 오해했는지 알리사의 눈빛이 대번에 날카로워졌다.
“뭐야, 지금 내 말을 못 믿는 거야? 진짜라니까. 그 유명한 도련님의 어린 시절보다 엘 씨가 더 예쁘게 생겼다고. 그러니까 성장하면 더 대단해질 거야! 자신감을 가져!”
“……뭐, 고마운 말이긴 한데. 직접 본 것처럼 말하네?”
“이복 언니가 그 남자를 좋아했다고 했잖아. 연령별로 그 남자의 초상화를 전부 수집했었거든. 덕분에 나도 본 거지 뭐. 확실히 잘생기긴 했더라고.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네 취향은 뭔데?”
어린애랑 이런 대화를 해도 되는 걸까. 이미 때 늦은 고민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조금 주저하며 물었다. 알리사는 그런 고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망설이지도 않고 곧장 대답했다.
“나 말이야? 난 수수하게 잘생긴 사람이 좋아.”
“……뭔가 앞뒤가 안 맞지 않아?”
수수하면 수수한 거고 잘생긴 거면 잘생긴 거지. 수수하면서 잘생긴 건 또 뭐래? 어이가 없어서 중얼거리자 알리사는 그런 게 아니라며 완강히 고개를 저었다.
“단정하게 잘생긴 얼굴 말이야. 여기 있는 남자들처럼 너무 화려하게 튀는 인상 말고. 조금 순하게 생겼으면서도 준수하게 생긴 사람 말이지.”
“……즉, 잘생기긴 해야 한다는 거구나.”
“뭐, 어때. 어차피 이상형인데. 그냥 단정하기만 해도 나쁘진 않지만, 이왕이면 잘생긴 쪽이 좋잖아?”
딱히 틀리지는 않은 말이라 나는 머쓱하게 웃었다. 어린애답지 않게 다부지더니, 지금은 마치 성인 여자랑 대화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정령술은 조금 익숙해졌습니까?”
그때쯤 대화를 전환시켜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이사나가 다른 질문을 건넸다. 일행이 된 날로부터 그는 알리사에게 조금씩 정령술을 지도하고 있었다. 대외적으로 정령사는 그뿐이었으니 그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기도 했다. 그의 질문에 알리사는 곧바로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또 그런다, 이사나 씨. 그냥 말 놓으라니까.”
“아, 으응. 정령술은 어때?”
당황한 이사나가 말투를 고치자 알리사는 찌푸린 얼굴을 바로 풀고 활짝 웃었다.
“좋아, 잘했어.”
칭찬하는 말에 이사나의 얼굴이 수줍게 변했다. ……왠지 벌써부터 이 두 사람의 관계가 훤히 보이는 것 같았다.
‘아, 그러고 보니 단정하면서 준수한 얼굴이 있었잖아?’
그 순간 불쑥 떠오른 사실에 나는 이사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래, 왜 바로 연상하지 못했을까. 지금이야 지나치게 화려한 인상이 되긴 했지만 마법으로 변환하기 전 그의 원래 얼굴은 단정하면서 차분한 느낌이었다. 그 정도면 알리사의 이상형에 충분히 부합할 것이다. 비록 본인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게다가 이사나는 황제잖아. 알리사는 제왕의 반려고. 헤에, 이거 뭔가 그럴 듯한데?’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그들의 모습이 갑자기 심상치 않게 보였다. 이런 내 생각을 알 리가 없는 두 사람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사나 씨가 가르쳐 준 대로 열심히 하고 있어. 확실히 하급 정령을 자주 소환하면서 놀기 시작하니까 점점 기운이 강해지는 것 같아. 이제 멀든을 소환해도 많이 힘들지 않아. 전엔 불러내기만 해도 심장이 뻐근했거든.”
“다행이네.”
“이사나 씨는 상급 정령사랬지? 물의 상급 정령 이름이 시큐엘이랬던가?”
“응, 맞아. 땅의 상급 정령 이름은 알아?”
“당연하지. 정령 계보는 전부 다 외웠어. 하급 정령은 놈, 멀든은 중급 정령이고, 상급 정령은 클레이라고 했잖아. 바람의 정령은 실프, 슈리엘, 진 순이고, 불의 정령은 카사, 샐러맨더, 이그니스, 그리고 물의 정령은 나이아스, 운디네, 시큐엘. 맞지?”
“응, 똑똑하네. 전부 맞췄어.”
가벼운 감탄에 알리사는 한껏 으스대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꾸준히 수련하면 상급 정령사가 될 수 있을까?”
“응, 가능할 거야. 알리사는 성장이 빠른 편이니까.”
“정말?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정말이야. 인간 중에서 알리사 정도의 재능은 흔치 않다고 했어.”
“했어? 누가 그런 말을 했는데?”
“어, 아무튼 그렇다는 거야.”
아주 잠깐 이사나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떨어졌다. 다행히 별로 궁금하진 않았던 듯, 알리사는 금방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뭐, 좋아. 아무튼 나한테 정령사의 재능이 넘친다는 거지? 더욱 부쩍 성장해서 몇 년 안으로 반드시 클레이와 계약해 주겠어!”
“후후, 의욕이 넘치는구나, 알리사.”
“당연하지! 클레이랑 계약하고 나면 마지막 관문에도 도전할 거야!”
“마지막 관문?”
“땅의 정령왕 트로웰 말이야. 정령왕과 계약하는 인간은 거의 없다며? 내가 그중 한 사람이 되어 주겠어!”
자신이 세운 계획에 스스로 도취한 듯, 알리사는 꿈꾸는 얼굴로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정령사라면 누구나 막연하게 희망하는 일이겠지만, 알리사의 경우엔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마냥 무모하게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와 이사나가 말없이 웃어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시벨리우스는 불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런 녀석이랑 계약해서 뭘 하려고. 별로 큰 도움도 안 될걸?”
“뭐야, 시벨 씨. 마치 트로웰을 본 적 있다는 말투네?”
“……엘프는 정령과 친밀한 종족이니까. 오래전에 잠시 본 적 있어. 네가 태어나기도 전인 아주 먼 옛날에.”
“헤에, 그러고 보니 엘프는 오래 산댔지? 시벨 씨는 몇 살이야? 겉으로 보기엔 이십 대 같은데.”
“천…… 아니, 백오십 정도 됐어.”
무심코 대답하던 시벨리우스는 얼른 엘프의 수명에 맞춰 고쳐 말했다. 천오백은 유니콘의 나이에선 젊은 축이었지만, 엘프의 수명대로 하면 이미 한참 전에 무덤에 들어가 있을 시기였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알리사는 본래보다 한참 줄여 말한 나이에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백오십? 세상에, 시벨 씨 완전 할아버지였구나?”
“아, 아니야. 인간들의 기준에서나 많은 나이지, 엘프들 중에선 젊은 나이라고.”
“그치만 난 인간이니까 인간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게 당연하잖아? 백오십이면 거의 조상님 수준인걸? 나랑 대화가 통한다는 게 신기해. 난 늙은이들은 다 꼰대인줄 알았는데.”
“……늙은이 아니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트로웰이랑 계약은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 녀석은 4천 살도 더 넘었다고.”
“헉! 정말?”
“게다가 성격도 더럽지.”
“어, 얼마나?”
“말도 마. 마음에 안 들면 그 자리에서 숨통을 확……!”
“……시벨.”
나직하게 이름을 부르자 신나서 떠들던 시벨리우스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험담할 생각에만 빠져서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간 잊은 모양이었다.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 내가 보내는 경고의 시선을 읽은 듯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뭐, 아무튼 친해지기 쉬운 성격은 아니었어. 꽤 예전 일이니 지금은 달라졌을지도 몰라.”
“하긴,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면 벌써 오래전이겠네. 트로웰은 어떻게 생겼어? 정령왕들은 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던데 그게 사실이야? 다들 굉장히 아름답게 생겼다는 건? 혹시 다른 정령왕도 본 적 있어?”
“잠깐, 하나씩 질문해, 하나씩.”
속사포로 쏟아지는 질문에 시벨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제야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알리사가 민망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미안.”
“하하, 괜찮아. 근데 의외로 자세히 알고 있네? 그런 건 다 어떻게 알았어?”
“책에서 봤어. 정령왕에 관한 이야기책을 읽었거든.”
“이야기책?”
“사람들 사이에 오르내리는 전설이나 설화들을 동화 형식으로 재구성한 책이야. 네 명의 정령왕에 대한 이야기들이 각각 나뉘어서 쓰여 있었지. 그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건 물의 정령왕의 이야기였어.”
“호오, 물의 정령왕 말이지.”
빙그레 웃은 시벨리우스가 내게 의미심장한 시선을 던졌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히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러다 심장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다는(애초에 있지도 않지만) 생각에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어진 다음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곧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됐다.
“아주 먼 옛날에 물의 정령왕을 소환한 한 인간 소년이 있었대. 그 소년은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어서 외톨이었다나 봐. 그러자 그런 소년의 처지를 가엾게 여긴 물의 정령왕이 그의 아버지가 되어서 소년이 죽는 날까지 평생 지켜주기로 약속했대. 너무 근사하지 않아?”
“……!”
시벨리우스가 눈을 크게 뜨는 것과 동시에, 나는 가만히 숨을 삼켰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이 이야기를 설마 여기서 듣게 될 줄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마치 불시에 습격을 당한 기분이었다. 시벨리우스 역시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