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162화 (162/608)

제162화

“아가씨 가문의 병사들이야. 저들에겐 거의 연례행사지.”

얼떨떨하게 서 있는 우리를 향해 대장장이 팔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사나가 당황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용케 이 거리에서 저들의 존재를 눈치챘군요. 기척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는데.”

“하하, 놀랍지? 아가씨는 매우 감이 좋거든. 나도 늘 볼 때마다 신기하다니까. 오늘도 기도 시간을 빼먹고 나오신 모양이군. 병사들이 애 좀 먹겠어.”

“귀한 집 아가씨 같은데, 보호자도 없이 혼자 다니게 둬도 괜찮은 겁니까?”

“아아, 뭐, 그건 문제없을 거야. 저런 병사 몇 명보다 아가씨가 더 강하실 테니까.”

대답하는 어조가 묘했다. 이사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대충 무슨 뜻인지 짐작했다. 조금 전 소녀에게서 짙은 대지의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근방에 정령사가 있을 것 같더라니, 역시나 예상이 맞았다. 설마 저렇게 어린 소녀일 줄은 몰랐지만.

대장장이 팔론은 한동안 소녀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씁쓸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사나를 돌아보았을 땐 다시 손님을 상대하는 능글거리는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그나저나 아가씨가 관심을 보인 걸 보니 손님도 제법 신분이 높은 사람인가 보구만? 반려성에 관심을 보이고 오신 건가? 쯧쯧, 그래 봤자 눈앞에 두고 못 알아봤으니 틀렸네, 틀렸어. 우리 아가씨가 그런 부분에선 얄짤없거든.”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응? 반려성 몰라?”

이사나가 고개를 젓자 그는 곤란한 얼굴로 볼을 긁었다.

“뭐야, 그냥 단순 여행객이셨어? 거참, 특이하네. 지금까지 아가씨가 알아본 사람 중에 그냥 허투루 온 사람은 없었는데 말이지.”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려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뭐, 좋아. 말해 준다고 딱히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대장장이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크게 헛기침을 했다.

“반려성은 말이지. 이 마을에 내려오는 오래된 전설이야.”

“전설이요?”

“다른 말로는 푸른 달의 전설이라고들 하지. 지금은 버림받은 사막이지만 언젠가는 이 땅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 풍요로운 세상이 된다고 해. 그때가 가까워지면 표식으로 하늘에 푸른 달이 떠오르는데, 그날 태어난 여아는 대지의 축복을 받아 반려의 운명을 타고난다고 하지.”

대장장이는 마치 시를 읊는 사람처럼 그윽한 눈을 한 채 말했다. 푸른 달이 점지한 반려의 성. 그 별의 운명을 받은 여아는 훗날 제왕의 반려가 된다고 했다. 그녀와 결혼한 사람이 제왕이 되는 건지, 제왕이 된 자만이 그녀를 반려로 맞이할 수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설명을 마친 대장장이의 얼굴은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와 이사나는 잠시간 서로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그래서요?”

“그래서라니! 저 알리사 아가씨가 바로 그 전설의 반려성이라는 거지.”

“헤에?”

“진짜야! 내가 봤거든! 아가씨가 태어났을 때 푸른 달이 뜬 걸 말이야!”

큰 목소리로 외친 대장장이는 몹시 흥분한 얼굴이 되어 떠들기 시작했다.

“그날의 일은 아직도 똑똑히 기억해. 해가 저문 지가 한참 지났는데 별이 하나도 뜨지 않는 거야. 사방이 너무 캄캄해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었어. 그런데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새파란 달이 떡하니 떠오르지 않겠어? 어찌나 신비하면서도 무섭던지. 겁에 질려 마른침만 꿀꺽꿀꺽 삼키는데 어디선가 희미하게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더군. 그 아이가 바로 알리사 아가씨였어. 그때 알았다니까. 그 전설이 사실이었다는 걸!”

전설을 목격한 사람은 그 외에도 꽤 많았기 때문에 푸른 달에 태어난 여아에 대한 소문은 금방 마을 밖으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수도에서 한참 떨어진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고, 전설 자체를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보니 관련 이야기는 근방에서만 한동안 오르내리다가 사그라졌다고 했다. 그래도 가끔씩 소문에 반응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대부분은 별을 읽는 점술가나 박사들이었지만 드물게 제왕의 자리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자들은 대부분 소위 말하는 세도가의 사람들이었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그런 사람들은 소녀가 먼저 알아본다는 사실이었다.

“정확히는 재능이 특출하거나 신분이 높은 사람을 알아보는 거지만. 그런 사람이 이 마을에 들리는 경우는 보통 반려성의 전설 때문이거든.”

“하지만 저흰 진짜 그냥 여행객입니다.”

이사나가 난처한 목소리로 변명하자 대장장이는 껄껄 웃었다.

“하하, 내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아. 전설에 관심을 보이고 온 거라면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모를 리가 없지. 게다가 알았어도 손님은 그다지 관심이 없으셨을 것 같은데?”

“예?”

“반응이 영 시큰둥하시거든. 아마 지금 이 전설에 대한 것도 그저 허풍이다 싶으시지?”

“……그런 건 아니지만. 전설이라든가, 신이 정해 준 운명 같은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담담한 대답에 나는 쓰게 웃었다. 이사나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너무나 잘 알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신이 내린 운명 때문에 그의 아버지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으니까. 그의 입장에선 노골적으로 반감을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참아주고 있는 셈이었다. 그런 사실을 알 리 없는 대장장이는 호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지. 사실 이 마을에서조차 그 전설을 허풍으로 아는 사람이 더 많아. 하지만 난 전설이 진짜라고 믿어. 알리사 아가씨는 어릴 때부터 정말 특별하셨거든. 특히 식물을 굉장히 잘 키우시지.”

“식물이요?”

“그렇다니까. 아가씨가 돌보는 식물은 다른 것들에 비해 몇 배나 건강하게 자라. 혹시 여기로 오는 길에 유달리 풍작인 농지 하나 보시지 않았어?”

“네, 봤습니다.”

“거기가 바로 아가씨 가문에서 소유한 농지야. 아가씨가 태어난 이후로 그곳은 한 번도 흉작을 낸 적이 없어. 지난 긴 가뭄 때도 그 농지에서만은 제대로 작물이 자랐지. 덕분에 다들 죽어 나갈 때도 이곳의 사람들만은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어. 한마디로 아가씨가 이 도시의 은인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주변 사람들의 분위기가 조금 묘하던데요?”

나는 조금 전에 느꼈던 사람들의 표정을 떠올리며 말했다. 소녀를 날카롭게 경계하던 시선은 아무리 봐도 은인을 대하는 태도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러자 대장장이의 얼굴이 처음으로 굳어졌다. 그는 불쾌한 낯으로 주위 상인들을 노려본 다음 낮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자들은 그저 아가씨가 무서운 거야.”

“무섭다고요?”

“사람들은 보통 자신과 다른 것에 거부감을 느끼잖아. 아가씨가 너무 특별하니까 오히려 무섭게 느껴지는 거지. 기분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냐. 나도 가끔은 아가씨가 두려울 때가 있으니까. 특히 최근엔 식물을 잘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이상한 능력들이 더 생기셔서…….”

“무슨 능력인데요?”

“아마 들으면 놀라실걸? 조금 전에 병사들이 오는 걸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셨지? 그게 말이야 실은…….”

“예지력이 있나요?”

“헉! 어떻게 아셨지?”

역시나. 기겁해서 두 눈을 부릅뜬 대장장이를 보며 나는 가볍게 웃었다. 내 옆에서 이사나는 뭔가를 짐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들은 전말을 통해 알리사란 소녀가 땅의 정령사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았다.

“반려성은 대지의 축복을 받은 존재라면서요.”

“그, 그랬지. 그게 왜?”

“예지력은 땅의 힘에 영향을 받거든요. 대지의 기운을 강하게 타고 나면 예언의 능력이 생길 수 있어요. 물론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요.”

“세상에! 그런 거였어? 그, 그럼 이상한 게 아닌 거야?”

“이상한 게 아니라 대단한 거죠. 그만큼 강한 힘을 타고났다는 뜻이니까요.”

물론 예지력이라고 해도 트로웰처럼 훤히 내다보는 수준은 아닐 것이다. 보통은 강렬한 예감 정도에 가까운 편이고, 그나마도 정확도가 높다고 할 순 없었다. 그래도 다가오는 병사들을 한발 앞서 감지할 수 있을 정도면 제법 뛰어난 쪽이라고 봐야 했다. 원래는 태어나면서부터 지니고 있는 능력이었을 텐데, 최근에 생겼다고 하는 걸 보면 그동안은 10년 가뭄의 영향을 받아 억눌려 있었다가 이제야 깨어나고 있는 듯했다.

대장장이는 나를 빤히 주시하고 있었다. 수더분한 얼굴로 웃고 있었지만 탐색하는 시선에 더 가까웠다.

“왜 그러세요?”

“아, 아니, 저기…… 손님은 아시는 게 참 많은 것 같네. 그럼 혹시 아가씨가 부리는 그 괴상한 것의 정체도 아시려나?”

“괴상한 것이요?”

“으음, 아가씨를 지키는 존재라고 할까. 사실 그게 나타난 이후로 사람들의 반감이 더 심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냐. 그전까진 이렇게 노골적으로 피하는 수준은 아니었거든.”

“대체 뭐기에……?”

의아해져서 바라보자 그는 살짝 주위의 눈치를 살폈다. 행여 목소리가 새어 나갈까 조심스러워하는 기색이었다. 나까지 덩달아 긴장해 있는데, 대장장이의 나직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건 평소엔 전혀 보이지 않다가 아가씨가 부르면 모습을 드러내지. 겉모습은 커다란 나무인데, 눈코입도 달려 있고 마치 사람처럼 움직여.”

“……나무라고요?”

“응, 그것도 엄청 큰 나무야. 그게 나타날 때면 땅에서 불쑥 솟아나. 그때마다 일대가 온통 진동하는데, 그게 진짜 얼마나 무서운지…….”

긴장의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가 말하는 것의 정체는 내가 너무나 잘 아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허무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 괜찮아요. 위험한 거 아니에요. 아마 멀든인 것 같네요.”

“멀든? 헉, 맞아! 아가씨도 그걸 그렇게 부르셨어! 손님은 그게 뭔지 아시는 거야?”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나는 당혹감을 역력히 드러내고 있는 대장장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멀든은 정령이에요. 땅의 중급 정령이요.”

“저, 정령?”

“네, 중급 정령을 처음 보셨나 보네요. 땅의 정령들이 겉모습이 조금 위압적이긴 하죠. 그래도 보기와는 다르게 순한 성격이니까 그렇게 겁먹지 않으셔도 돼요.”

자연체의 정령은 어디를 가도 많지만, 멀든은 숲에서 자주(물론 내 눈에만) 발견할 수 있는 정령이었다. 한눈에도 화려한 외형인 다른 정령들에 비해 그는 나무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다 워낙 과묵한 편이라 존재감이 그리 강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것 역시 어디까지나 내 기준일 뿐이고, 평범한 사람들의 입장에선 나무가 움직인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위협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사실 나로서도 멀든의 존재는 의외였다. 유달리 기운이 강하다 싶더라니, 설마 그 어린 소녀가 중급 정령사일 줄이야. 하기야 예지력이 있다는 건 인간으로서 지닐 수 있는 대지의 힘이 최고 수준이라는 뜻이다. 타고난 재능만으로는 이미 상급 정령사인 페리스를 훌쩍 넘어서는 것 같았다. 지금은 나이가 어려 육체가 견디지 못하겠지만, 불과 몇 년만 지나면 상급 정령인 클레이도 소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10년 후쯤에는 트로웰을 소환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내가 속으로 즐거운 상상을 하는 동안 대장장이는 놀란 표정으로 얼어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눈을 부릅뜬 채 물었다.

“그, 그게 정말 정령이라고? 그럼 아가씨가 정령사란 말이야?”

“네? 모르셨어요? 강하다고 하시기에 당연히 아시는 줄 알았는데.”

“몰랐어! 알 수 있을 리가! 그냥 무섭게 생긴 것이 아가씨를 지켜 주고 있다고 생각했지, 그게 정령이라곤 전혀 생각도 못 했어.”

“아하하, 본인한테 물어보지 그러셨어요.”

“물어보긴 했지. 근데 아가씨도 뭔지 모른다고 하시더라고.”

“엥? 계약한 장본인이 멀든을 모른다고요?”

예상치 못한 답변에 나는 얼굴을 왕창 찌푸렸다.

“마물일지 환수일지 중에서 고민하고 계시던데? 사실 딱 봐도 정령처럼 생기진 않았잖아.”

“마물이라니…… 잠깐만요. 그럼 혹시 자기가 정령사라는 것도 모르고 있는 건가요?”

“응, 아마 그럴걸?”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계약까지 마친 정령사가 자신이 정령사라는 걸 모르고 있을 수가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서 나는 떨떠름하게 물었다.

“정체도 모르면서 어떻게 정령 소환을 했대요?”

“아, 그거 말이지. 듣기론 그냥 어느 책에 있는 주문을 보고 따라해 봤는데 갑자기 튀어나왔다고 하시더군. 나오자마자 계약을 요구해 왔는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위험한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받아들였대. 멀든이란 이름은 책에 적혀 있던 그대로 부른 것뿐이고.”

“그런 말도 안 되는…….”

“하하, 황당하지? 우리 아가씨가 좀 그래. 굉장히 담이 크시지.”

“…….”

그게 그저 담이 크다는 말로 표현하고 말 일인가? 나는 황망한 심정을 감추지 못한 채 이사나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내게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정령사가 되다니. 설마 이사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 줄은 몰랐다. 아니, 어떤 의미에선 그보다 더 특이한 아가씨였다. 적어도 이사나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그게 정령이었단 말이지. 하하하하, 그래, 그럼 그렇지. 우리 착한 아가씨를 지키는 존재가 괴물일 리가 없지.”

우리야 굳어 있건 말건, 대장장이는 연신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중얼거리기 바빴다. 한껏 밝아진 얼굴을 보니 멀든의 정체 때문에 상당히 고심해 왔던 모양이다. 그동안 멀든이 겪었을 고초가 능히 짐작이 갔다.

중급 이하의 정령들은 계약의 순간을 제외하고는 말로 의사를 전달하지 못한다. 정확히는 그들의 언어를 이쪽의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것뿐이지만. 계약자가 자신을 마물 취급하는데 제대로 해명하지도 못하고 속으로 얼마나 답답했을까. 만나면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야 할 것 같았다.

“저기, 그런데 중급 정령이란 건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대형 몬스터도 죽일 수 있나?”

한동안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던 대장장이가 질문을 해온 건 그로부터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단순히 궁금해하는 것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초조한 표정이었다. 나는 속으로 의아해하면서도 질문에 대답했다.

“몬스터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중급쯤 되면 어지간한 수준의 전투는 가능하긴 해요. 단지 그 아가씨의 경우엔 체력이 먼저 받쳐줘야겠지 만요.”

“체력?”

“정령 소환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체력이요. 소환 시에 정령사 쪽에서 받는 육체적 부담이 제법 크거든요. 이건 하루아침에 숙련되는 게 아니라 꾸준히 적응훈련을 해야 돼요. 하지만 정령술을 모른다면 제대로 했을 리가 없겠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선 당장 본 능력을 발휘하긴 힘들 거예요.”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그 적응훈련이라는 건 뭘 해야 하는 거야?”

“별로 어렵지 않아요. 정령을 수시로 불러내서 같이 있는 시간을 꾸준히 늘려나가면 돼요.”

“그것뿐?”

“말 그대로 적응하는 거니까요. 정령술의 기본은 서로 교감하는 것에서 시작해요. 처음부터 상위 정령을 다루는 건 어렵고, 보통은 하위 정령으로 훈련하는 편이에요. 아가씨의 경우엔 놈을 부르면 되겠네요.”

“놈?”

“땅의 하급 정령 이름이에요. 하위 정령은 계약하지 않아도 부를 수 있으니 마음껏 활용하라고 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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