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161화 (161/608)

제161화

“저기, 트로웰이란 게 내가 아는 그 트로웰 맞아? 다른 트로웰이 아니고? 예를 들어 그 전대의 트로웰이었다든가?”

“아니. 내가 살던 당시에 있었던 일이니까 지금의 트로웰이 한 일 맞아.”

“…….”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들려오는 대답에 머릿속이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나를 보며 다정하게 웃던 얼굴이 떠올랐다. 가끔 엄격할 때도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친절하고 상냥한 성품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아는 그와는 심상이 매치되지 않았다.

“트로웰이 왜 그런 저주를 내렸지?”

“으음, 사람 하나 잘못 배출한 죄라고 해야 하나. 일종의 연대책임을 진 거라고 보면 돼.”

“그게 무슨 소리야?”

“나도 자세한 상황은 잘 몰라. 대강 듣기로는 바람의 왕과 관계된 것이었는데…….”

“바람의 왕? 미네르바 말이야?”

곧 이어진 설명에 나는 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시 미네르바가 사랑하던 인간에게 배반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그 사실에 분노한 트로웰이 그자를 응징하기 위해서 땅에 저주를 내렸다는 것이다.

“그 배신자가 타라 대륙 출신이었거든.”

덧붙이는 말을 들으며 나는 흐릿한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그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같다. 물욕에 눈이 멀어 미네르바를 능멸했다는 어느 남자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결국 그자는 모든 것을 다 잃고 처참하게 삶을 마감했다고 했던가? 그때만 해도 머나먼 옛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는데 그로 인한 결과가 눈앞에 있으니 불현듯 현실감이 들었다.

저주까지 내리다니, 정말 엄청나게 화났었나 보구나. 하긴 그 이야기를 했을 당시에도 트로웰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내겐 그저 흥미로운 과거 일화 중 하나에 불과했지만, 그에겐 크나큰 상처로 남은 기억인 것이다. 4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저주가 남아 있을 정도로.

사정을 알게 되니 혼란도 한층 가라앉았다. 다소 과격하긴 하지만 그렇게 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됐다. 그 시절을 겪지 않은 나도 화가 나는데 직접 옆에서 지켜본 트로웰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초록은 동색이라더니, 아무래도 그의 입장에 좀 더 감정이 이입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 그의 마음이 어느 정도는 괜찮아진 것 같다는 점이었다. 땅의 정령사가 태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대지의 기운이 강해졌단 뜻이다. 트로웰이 이 지역을 신경 쓰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미 처음부터 그 사실을 짐작한 바 있던 시벨리우스가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

“4천 년이 지나서야 용서하다니, 그놈의 뒤끝 한 번 길기도 하지. 심지어 인간의 문명은 한 번 멸망하기도 했다며. 그럼 관련된 혈통이고 뭐고 이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텐데 그걸 지금까지 끌어오고 있을 건 뭐람. 아무튼 성격하고는.”

“아하하, 정령계에만 있어서 시간이 이렇게 흐른 걸 몰랐던 게 아닐까? 어쩌면 잊고 있었다거나.”

“설마. 장담하지만 전부 다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걸? 일부러 방치해 둔 게 틀림없어. 그래도 좀 의외긴 해. 동료를 위해 이렇게 오랫동안 분노하고 있다니. 그 녀석에게 그런 의리가 있을 줄은 몰랐어.”

“트로웰이 뭐가 어때서?”

“아무한테도 관심 없잖아, 그 녀석. 엘퀴네스가 그저 냉정하고 무심한 편이라면 그 녀석은 타인 그 자체를 경멸하는 느낌이랄까. 심지어 같은 정령들에게조차 무자비할 정도니까. 말수도 적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고.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단아 같은 느낌?”

“……누가? 트로웰이?”

“응.”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저주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내 표정이 이상했는지 시벨리우스가 의아하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왜 그래, 엘?”

“으음, 왠지 네가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내가 아는 사실과 다 조금씩 다 어긋나는 것 같아. 혹시 다른 사람을 그랑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아니, 트로웰 맞아. 외형도 네가 확인해 줬잖아?”

“그치만 네 설명으론 너무 심하게 배타적인 느낌인걸. 내가 아는 트로웰은 전혀 그렇지 않아. 얼마나 친절한데.”

“너한테만 그런 게 아니고?”

“어? 나한테만?”

“말했잖아. 그 녀석 너 만난 이후로 성격 많이 좋아졌다고. 그때도 유독 너한테 약하긴 했어. 아마 다른 사람한테는 전혀 다른 모습일걸?”

“…….”

일순 목구멍이 막힌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시벨리우스의 말을 부정하기엔, 나는 내가 없을 때의 그에 대해선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라피스에게서도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아는 모습이 그의 전부는 아닐 거라고 했었지. 그땐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을 뿐,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그 사실에 조금 화가 났다. 그를 위해 준비하고 있던 수많은 변명들이 전부 한순간에 쓸모없는 휴지 조각이 된 기분이었다.

“아니에요, 시벨 님. 트로웰 님은 저한테도 친절하셨어요.”

때마침 옆에서 듣고 있던 이사나가 나서서 거들어주는 덕분에, 나는 우울해지려던 기분을 간신히 붙들 수 있었다. 그의 말에 시벨리우스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뭐야, 너도 그 녀석을 만났어?”

“네, 트로웰 님의 유희에 한동안 신세진 적이 있었거든요. 덕분에 위험한 순간도 무사히 넘겼고요.”

“그래? 그 녀석이 웬일…… 자, 잠깐! 유희? 지금 유희라고 했어? 정령왕으로서 만난 게 아니라 다른 신분으로 위장한 트로웰을 만났단 소리야? 그 녀석이 인간들과 어울려 다닌다고?”

빠른 속도로 연거푸 되묻는 시벨리우스의 얼굴은 경악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이사나에게 친절하게 대했다는 것보다 그가 유희를 한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용병으로 지내고 계세요. 동료들과도 굉장히 친해 보이시던데요.”

“그게 정말이야? 말도 안 돼! 그 독선가가 인간들과 어울리다니! 정말 개과천선이라도 한 건가? 세월이 무섭긴 무섭구나.”

“그렇게 많이 변하신 거예요?”

“아까도 말했잖아. 정말 답 없는 꼬맹이였어. 아, 그래. 그 녀석이 예전에 무슨 짓 하려고 했는지 기억 안 나지, 엘? 그때 무슨 일이 있었냐면…….”

“……그런 거 내가 알 바 아니잖아.”

“어?”

얼빠진 듯한 음성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고개를 들자 시벨리우스와 이사나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그대로 뱉어버리고 만 모양이다. 나는 황급히 웃으며 말했다.

“미안, 이 얘기는 이제 그만 하자. 자리에 없는 사람을 험담하는 것 같아서 내키지 않아.”

“아, 으응.”

다행히 어색한 분위기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화제는 곧장 다른 쪽으로 옮겨 갔고, 우리는 다시금 화기애애해져서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비춘 탓인지 그 뒤로 시벨리우스는 과거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듯 보였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생겨도 곧바로 입을 다무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이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론 그의 말에 흔들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다행스러웠다. 그런 내 모습에 혐오감이 일었다.

“진짜 싫다…….”

이런 감정은 익숙하지 않다. 적어도 강지훈이었을 땐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았을지언정, 내게 쏟아지는 온정을 의심해 본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모든 진실을 똑바로 확인할 용기를 지닌 것도 아니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아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때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군가 알려주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어린애가 된 기분이었다.

* * *

소레타의 상가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넓었다. 게다가 마침 큰 장이 서는 날이라 거리마다 다양한 좌판들이 가득 늘어서 있었다. 특히 이름도 알 수 없는 향신료 종류가 많았는데, 이것이 시벨리우스가 지닌 요리사의 혼을 불태운 듯했다. 그는 온갖 좌판을 돌아다니며 향신료의 종류와 쓰임새를 분석하는 것에 몰두했다. 덕분에 잠깐 들리기로 한 계획은 한없이 늘어져 벌서 몇 시간째 이어지고 있었다. 말려 볼까도 싶었지만 제 세상이라도 만난 듯이 한없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차마 그럴 수도 없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꼼짝없이 이곳에서 하룻밤 묵어가야 할 듯했다.

그가 향신료에 정신이 팔린 동안 나는 이사나와 함께 느긋하게 시장을 구경했다. 향신료만큼이나 좌판을 채우고 있는 건 다양한 장신구와 보석들이었다. 이사나의 말에 의하면 알폰프 제국은 대륙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와 금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 때문에 척박한 환경이면서도 현존하는 제국들 중에서 제일 부강하다는 평을 받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사나가 부러워한 건 이곳의 제련 기술이었다. 땅에서 얻어낼 만한 게 광물밖에 없어서 그런지, 알폰프 제국의 대장장이들은 금속을 다루는 솜씨가 매우 뛰어났다. 대륙에 유통되는 품질 좋은 철기는 대부분 이곳에서 생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당연히 무기 제작 수준도 매우 뛰어났다. 다만 이곳에선 검보다 도의 보급률이 훨씬 높은 데다가 모양 자체도 특이하게 날이 휘어 있거나 변형되어 있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그 때문에 이사나는 대장간 앞을 지날 때마다 몹시 아쉬워했다. 그가 익히고 있는 검술은 온전히 검에만 맞춰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핫, 마스카 대륙에서 오신 모양이구만? 이곳에서 검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쪽 출신이지.”

호탕하게 웃는 대장장이를 향해 이사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서 어쩌지? 단검 정도라면 모를까, 이 지역에선 장검은 제작하지 않거든.”

“괜찮습니다. 어쩔 수 없죠.”

“다른 건 찾는 게 없으신가? 갑옷이나 방패라든지. 그 밖에 체력 훈련에 필요한 보조 기구들도 있는데 말이야.”

“보조 기구요?”

“후후, 역시 관심 보일 줄 알았다니까. 가장 많이 찾는 건 아무래도 이거지.”

대장장이가 자랑스럽게 내민 건 쇠로 만들어진 두꺼운 팔찌였다. 무게별로 종류가 다양했는데, 아마 모래주머니처럼 근력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인 것 같았다. 마침 본격적으로 훈련에 들어간 참이라 그런지 이사나는 반색하며 물건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그중에서 적당히 무게가 나가는 팔찌를 골랐다.

“이걸로 할게요.”

“오, 그러시겠어? 30타드만 주셔.”

아직 이곳의 화폐 단위는 익숙하진 않았지만 아주 비싼 금액은 아니었다. 이미 몇 곳의 마을을 거치는 과정에서 다수의 보석을 환전해 둔 상태라 금전은 넉넉하게 있었다. 이사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려 했다. 그 순간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15타드.”

“……!”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우리가 서 있는 가판대 바로 아래였다. 놀라서 바라보자 빼꼼히 내밀고 있는 주황색 눈동자가 보였다. 투명할 정도로 하얀 피부에 황금색 실타레 같은 머리카락을 지닌 귀여운 외모의 소녀였다. 시선이 마주친 이사나와 소녀가 두어 번 깜빡, 서로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알리사 아가씨!”

뒤늦게 목소리의 정체를 파악한 대장장이가 기겁해서 소리쳤다. 아마 그것이 소녀의 이름인 것 같았다. 이름이 불린 소녀는 불만스럽게 대장장이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거 15타드짜리잖아? 왜 여행객이라고 더 올려 받아? 관청에 확 찔러 버린다?”

“헉! 그걸 대체 어떻게 아신…… 아니, 그보다 아가씨가 왜 여기 계시는 겁니까? 설마 또 도망쳐 나오셨어요?”

“도망이 뭐야, 품위 없게. 이왕이면 외출이라고 해 주지 않겠어?”

가볍게 코웃음을 친 소녀는 숨어 있던 좌판 아래에서 몸을 빼내곤 치맛단을 툭툭 털어 냈다. 이제 막 열두 살쯤 됐을까? 생각보다 훨씬 작고 아담한 체구였다. 일어선 직후 소녀는 대뜸 이사나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며 말했다.

“15타드.”

당당한 요구에 이사나는 당황한 얼굴로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주었다. 의도를 파악할 겨를도 없이 거의 무의식적인 행동 같았다. 만족스럽게 받아 든 소녀가 돈을 대장장이에게 건네주자, 그는 아쉬움이 역력한 얼굴로 이사나에게 팔찌를 내밀었다.

“운이 좋구만, 손님. 하필 이 시점에서 정의의 수호자를 만나다니 말이야.”

“예? 수호자?”

“그 입 다물어, 팔론. 아무것도 모르는 여행객 등쳐먹으려는 쪽이 나쁜 거지.”

소녀가 투덜거리는 대장장이를 흰 눈으로 보며 쏘아붙였다. 대장장이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항변했다.

“그래 봤자 애초에 비싼 것도 아니라 푼돈 수준입니다. 이 정도 부수입은 있어야 저도 가끔은 간식이라도 사먹을 것 아닙니까. 아무튼 아가씨는 너무 고지식하시다니까요.”

“이게 뭐가 고지식해?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가장 필요한 밑바탕은 백성의 기본 의식 수준 향상이야. 그딴 사고방식으로 이 제국이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

“……또 어려운 책을 보셨군요.”

대장장이는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분위기를 보아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소녀가 등장한 이후로 이상하리만치 주변의 기류가 달라졌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껄끄럽다는 듯 자리를 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술렁이는 시선 속엔 소녀를 향한 경계의 기색이 완연했다. 그에 비해 소녀나 대장장이는 주변 반응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때 돌연 소녀가 불쑥 이사나를 쳐다보았다.

“근데 당신 누구야?”

“예?”

“아니, 질문을 바꿀게. 내가 누군지 알겠어?”

뜬금없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한 질문이었다. 이사나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소녀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진짜 몰라?”

“모릅니다만.”

“그래? 날 모른단 말이지…….”

노골적으로 위아래를 훑어 내리는(그래 봤자 천으로 전신을 감싼 탓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겠지만) 소녀의 행동에 이사나는 더욱 안절부절못했다. 하지만 그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갑자기 소녀가 흠칫 어깨를 떨더니, 어딘가를 가만히 노려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대장장이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히죽 웃었다.

“것 봐요. 도망 맞으시구만.”

“시끄러. 나 이만 갈게. 다음에도 사기 치다 걸리면 용서 안 해?”

“여부가 있겠습니까.”

싱글싱글 웃으며 대꾸하는 말을 뒤로한 채 달려 나간 소녀는 순식간에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마치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난 기분이었다. 하지만 소녀가 갑자기 달아난 이유는 알 것 같았다. 조금 전 소녀가 바라본 장소에서 한 무리의 병사들이 우르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아 아무래도 소녀를 찾으러 나온 사람들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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