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159화 (159/608)

제159화

다정한 말에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졌다. 타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존재마저 지워지는 걸 감수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지금 그 말만 들어도 그가 얼마나 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그런 사람으로 오해받는 것조차 미안해질 만큼. 목구멍까지 치솟아 오른 사과의 말을 삼키며 나는 간신히 다른 말을 내뱉었다.

“굉장히 많이 친했나 봐.”

“그야 내 생애 첫 친구인걸. 넌 나한테 먼저 손을 내밀어준 유일한 존재야. 인간에 대한 선입관을 버리게 된 것도 다 네 덕분이었어.”

“되게 좋은 녀석이었나 보네.”

“단순히 그 정도가 아냐. 그냥 옆에 가기만 해도 힘을 얻는 기분이랄까? 마치 온몸으로 빛을 뿜어내는 것 같았지. 다른 사람들도 다 널 많이 좋아했어.”

“다른 사람들?”

“응. 네 주위에 있던 사람들.”

“……엘퀴네스도?”

엘뤼엔을 언급한 건 다분히 충동적이었다. 무심코 물어본 즉시 나는 곧바로 후회했다. 시벨리우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기 때문이다.

“당연하지. 그 냉정하고 무뚝뚝한 녀석이 넌 얼마나 살뜰하게 챙겼다고. 노골적으로 귀찮아하면서도 네가 부탁하는 건 다 들어줬어.”

“그, 그렇구나.”

“아마 그에게 그런 특혜를 받은 존재는 이전에도 이후로도 너밖에 없었을 걸? 단순히 계약관계 때문이라고 보기엔 그것을 넘어서는 깊은 유대감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 오죽하면 별명이 ‘아버지’였을까.”

아버지.

예상치 못한 단어에 한순간 눈앞이 하얗게 점멸했다. 아마 가벼운 충격을 받은 것 같기도 했다.

“……아버지?”

“하하, 특이하지? 네가 그를 그렇게 불렀어. 엘퀴네스도 딱히 그 호칭을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고. 그래서 주위에선 대부분 너희를 부자(父子)로 알고 있었지.”

“너, 내 아들 해라.”

아직도 잊히지 않는 말이 다시금 귓가에 울렸다. 회상할 때면 늘 뭉클해질 만큼 기분이 좋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저 먹먹하기만 했다.

그때 그가 그런 제안을 한 이유가 늘 궁금했었다. 왜 하필 아버지인지, 왜 그날 처음 보는 나를 아들로 삼으려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만한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이런 식으로 해답을 얻게 될 줄은 몰랐다. 왜 ‘엘’에 대한 언급만 들으면 마음이 초조해졌는지 알 것 같았다. 바로 이걸 확인하고 싶지 않았던 거다.

지금 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깍지 낀 두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데, 끝까지 남아서 마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이중적인 마음도 같이 들었다. 이런 내 상태를 의식하지 못한 듯 시벨리우스는 신 난 얼굴로 떠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네가 물의 정령왕이 됐다는 건 그 녀석은 이미 소멸했다는 뜻이겠구나. 하긴, 그 당시에도 이미 소멸할 시기가 가깝다고 듣긴 했지. 조금 아쉽네. 네가 자신의 후임으로 태어났다는 걸 알면 그 녀석이 무슨 표정을 지을지 궁금한데 말이지.”

“……별로 아무렇지 않던데.”

“응? 뭐라고?”

“아냐, 아무것도.”

고개를 흔들자 시벨리우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가 곧 다시 자신의 이야기로 돌아갔다. 전대의 엘퀴네스가 얼마나 괴팍한 정령왕이었는지, 그 때문에 계약자인 엘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등등. 대부분 엘뤼엔에 대한 험담들 위주였다. 처음부터 정령왕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아 보이더라니, 그와는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난 그의 말을 거의 듣고 있지 않았다. 이미 내 머릿속은 엘뤼엔과 처음 만났던 그 순간으로 돌아간 지 오래였으니까.

그래, 그때 엘뤼엔은 정말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나란 존재 자체를 처음 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들처럼 생각하던 존재와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났는데 감정을 전혀 비추지 않을 수 있다니. 아무리 엘뤼엔이 무뚝뚝한 편이라지만 조금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의 무심한 시선은 그저 반가운 기분을 숨기고 있었던 것뿐일까? 그게 아니면…… 아무리 닮아 봤자 내가 ‘엘’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까.

“아, 그러고 보니 트로웰은 어때? 아직 그 녀석은 그대로 있지? 벌써 소멸할 시기는 아닌 것 같은데.”

그 순간 귓가에 들려온 낯익은 이름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나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트로웰?”

“응, 짧은 흑발에 금안을 지닌 소년 모습 맞아? 약간 고양이 같은 눈매를 지닌.”

“그렇긴 한데…….”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거참, 그런데도 네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니. 그 녀석이 과거의 일을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단 뜻이겠지? 쯧,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아무튼 기분 나쁜 놈이라니까.”

“……저, 저기, 잠깐만. 왜 갑자기 여기서 트로웰 이야기가 나와? 설마 트로웰도 엘을 알아?”

설마 설마 하면서도 나는 또 묻고 말았다. 마음속 간절히 아니라는 대답을 바랐다. 하지만 이번에도 시벨리우스는 무정하리만치 단숨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물론 알지. 네게 검을 가르쳤던 게 바로 그 녀석인걸.”

“검을 가르쳐?”

“응. 네가 가르쳐달라고 부탁했고, 그 녀석 쪽에서 그걸 받아들였다고 들었어. 상당히 지독하게 훈련시켰다고 하던데. 그런데도 뭐가 그리 좋은지 네가 트로웰을 엄청 따랐어. 귀찮아하는데도 노골적으로 달라붙어서 나중엔 트로웰이 두 손 두 발 다 들었지. 그 더러운 성질머리가 나중에 가선 조금 나아졌는데, 그게 다 네 공헌이라고 보면 돼.”

“…….”

엘뤼엔에 이어 트로웰도 그와 인연이 있을 줄이야. 생각해 보면 그 역시 처음부터 내게 지나치게 친절했었던 것 같다. 눈이 마주쳤을 때 그가 지었던 반가운 표정은 오랜 가뭄이 끝난 덕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 이유만은 아니었었나 보다. 아, 그러고 보니 날 처음 ‘엘’이라고 부르겠다고 한 사람도 아마 그였던가?

“……그래, 그랬던 거구나.”

나는 조금 크게 숨을 내뱉었다. 충격을 크게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기분이 별로 나쁘진 않았다. 소중한 사람과 닮았다면 잘해 주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마 솔직하게 말했어도 난 전부 이해했을 것이다. 그저 이왕이면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듣게 하는 것보다 직접 말해 줬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데 왜일까. 갑자기 주위가 차가워진 기분이 들었다. 빠르게 스며드는 한기에 어깨를 움츠리고 두 팔을 살짝 감싸 안았다. 난 분명 온도를 느끼지 못할 텐데 이상한 일이다. 그런 내 모습이 이상해 보였는지 한참 신이 난 얼굴로 떠들던 시벨리우스가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았다.

“엘? 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 보여.”

“으응, 아니, 아무것도 아냐.”

억지로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지만 분명 어색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 표정이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복잡하게 엉켜드는 감정을 추스르는 것만으로도 버거웠으니까.

‘네가 정령왕이 아니었어도, 그들이 널 사랑했을까?’

언젠가 꿈속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다시 내게 물었다. 마치 그 질문 자체가 지금의 나를 향한 대답 같았다.

틀어진 수레바퀴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나를 채워 나가던 것들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져 가는데, 나는 멍하니 지켜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걸 내가 잡아도 되는 것인지조차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내심 허무하면서도, 조금 서글펐다.

* * *

엘뤼엔의 궁처는 오늘도 몹시 분주했다. 천사들의 품에 한가득 안긴 서류들이 처리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탁자 위에 쌓이는 모습은 이미 이곳에선 너무 익숙해진 광경 중 하나였다. 특히 최근엔 억지로 떠맡은 마계의 일까지 합쳐져 그야말로 숨 돌릴 틈도 없는 업무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그 살벌한 현장 한가운데, 나드엘은 천천히 두 눈을 천천히 껌뻑거렸다. 조금 전부터 이상하리만치 머리가 멍했다. 다른 천사들은 아직 그녀의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였다.

“피를 나눠줬다?”

나직한 목소리가 청량한 울림을 담고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갔다. 방금 전 올라온 보고서를 검토하던 엘뤼엔이 입을 연 것이다. 그저 간단한 반문일 뿐인데, 맞은편에 서 있는 천사들은 귓가에서 속삭이는 밀어라도 들은 것처럼 얼굴을 붉혔다.

외모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신은 많다. 하지만 그만큼 좋은 목소리를 가진 신은 없을 거라고 그들은 자부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화가 나서 빈정거리는 목소리조차 너무 매력적이라 더 듣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물론 이 사실이 본인에게 알려지는 날에는 단순히 빈정거림으로 끝나진 않을 테지만. 그 사실을 상기한 천사들은 황급히 일에 집중했다.

“자주는 아닙니다만, 간혹 연회를 열어 베풀거나 치하하는 뜻으로도 피를 내렸다고 합니다.”

“전부 인간의 피가 맞나?”

“예. 피의 질과 신선도를 보아 연령대는 대부분 이십 대 미만. 성년을 넘기지 못한 인간들의 것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톡톡.

엘뤼엔은 턱을 괸 자세에서 가볍게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두드렸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길 때 보이는 버릇이었다.

명계의 신 섀넌에게서 들은 언질에 따라 최근 그는 마계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피의 유통 과정을 조사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드러나는 정황마다 딱히 문제로 삼을 만한 것이 없었다.

마왕 카류드리안은 매우 노련한 자였다. 그는 대부분의 일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처리했고, 어설픈 꼬리를 남기지 않았다. 주술의 흔적은커녕 그가 홀로 피를 독식하고 있다는 증거 역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 같으면 어김없이 합당한 부재증명이 함께 따라왔다. 뒤가 너무 깨끗해서 오히려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엘뤼엔은 문득 섀넌과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를 상기했다.

“단독 범행이라고 할 경우,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거지?”

그저 최악의 상황을 가늠하기 위해 물었던 말이었다. 주신의 권능에 도전한다는 건 스스로 육신을 벗고 초월자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 암흑 주술은 대개 질이 나쁘지만 유독 그 주술만이 금기로 정해진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엘뤼엔의 질문에 섀넌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흡수한 힘이 꽤 많긴 하지만 아직 그 정도까지 진행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마 지금쯤 변화하는 육체의 힘에 적응하지 못해 잠들어 있는 시간이 많을 테지요. 그 상태가 더 진행 되면 본격적인 탈피가 시작됩니다. 그렇게 되면 위험합니다.”

“신이 된다는 건가?”

“그것도 그냥 신이 아닙니다, 엘뤼엔 님. 수천수만의 피를 삼키고 태어나는 악신입니다. 그 힘이 완성되면 주신의 권능에 필적하고도 남습니다.”

주신이라. 엘뤼엔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주신은 모든 신들의 조물주이자 만물의 부모와 같은 존재다. 생명의 탄생과 죽음, 살아가는 일에 필요한 모든 제도가 주신이 정한 규칙에 의해 돌아가는 것이라 해도 무방했다. 그런 그와 같은 힘이라면 아무도 악신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소리와 다름없었다.

그건 현재의 신계에는 매우 심각한 일이었다. 지금 이 세상은 주신의 부재 상태가 된 지 오래다. 그가 깊은 잠에 빠져 스스로 자신의 몸을 봉인했기 때문이다. 시기마다 새로운 신의 영혼이 창조되고 주신으로부터 공치사를 받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가 남긴 힘의 흔적에 불과할 뿐, 진짜 주신의 본체는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악신이 태어나면 세상이 송두리째 그의 권속에 들어갈 것이 뻔했다.

문제는 그 사실을 증명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마계는 정령계, 신계, 명계와 함께 4대 차원에 속하는 곳이다. 중간계와는 달리 4대 차원은 서로 동등한 조건하에 공생하는 관계이기에 아무나 함부로 개입할 수도, 오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문제가 생겨도 다른 쪽에서 파악하는 것이 늦고, 적극적으로 수습하는 것이 힘들었다. 정령계에서 벌어진 이상 현상을 신계에서 뒤늦게 파악한 것 역시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신들 중에서 마계에 직접 간섭할 수 있는 건 모든 조건에서 자유로운 주신과 마계를 창조한 마신, 오직 그 둘뿐이었다.

“아참, 그러고 보니 한 가지 더 재밌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만.”

게다가 섀넌이 암시한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엘뤼엔은 급격하게 피로해진 눈가를 꾹꾹 문질렀다. 금기의 흔적 외에도 증거를 찾아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악신의 탄생 전조보다 그의 심기를 더욱 거스르는 사안이었다.

“이번 대의 정령왕 엘퀴네스가 행방불명되었다가 돌아온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아, 하긴 워낙 유명한 일이라 모르실 리가 없겠네요.”

“……그래서 할 말이 뭐지?”

“당시 영혼의 분배를 담당하던 자들을 전부 조사해 봤는데 말입니다. 그중 한 자에게서 최면이 걸렸던 흔적이 발견됐다더군요.”

“최면?”

“모두가 공통적으로 증언하는 상황을 혼자 달리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3이라는 숫자를 2라고 인식하고 있는 식으로 말입니다. 본인은 다섯 번째 통로로 향했다고 알고 있지만 실상은 두 번째 통로였던 거죠. 워낙 교묘한 왜곡이라 자세히 짚어 보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 같고요. 아마 꼬리를 밟아 가다 보면 더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는 건…….”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신 것 같군요.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전 누군가 고의적으로 엘퀴네스의 탄생을 방해한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온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것 같았다. 흉흉하게 빛나는 엘뤼엔의 두 눈을 보며 섀넌은 말없이 웃었다. 그 역시 엘뤼엔이 정령왕 엘퀴네스를 양자로 맞이했다는 소문을 들은 것이 분명했다.

“범인은?”

“유감스럽게도 아직 추적 중입니다. 물론 짐작 가는 곳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엘뤼엔은 섀넌의 말을 바로 이해했다. 엘퀴네스가 사라짐에 따라 아크아돈엔 큰 재앙이 일어났고, 그 틈에 수많은 아이들이 죽었다. 그리고 그 피가 모두 마계로 유통되었다. 이런 사실 속에서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은 너무도 뻔했다.

“마계의 짓이라고 보는 건가?”

“무대가 필요했겠지요.”

“무대?”

“처음부터 피를 모을 작정으로 일을 벌인 겁니다. 순조롭게 유통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았겠죠. 가급적 생명력이 넘쳐흐르는 땅, 그러면서도 신계의 감시가 덜 미치는 곳 말입니다. 그런 조건에서 보기에 아크아돈 만큼 최적의 장소가 없었겠지요. 단 하나, 정령왕의 존재가 방해가 되었겠지만 마침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시기였죠. 오히려 그것마저 계산했을지도 모릅니다. 정령왕 하나의 탄생만 막아도 다른 정령왕들의 발까지 묶을 수 있을뿐더러, 아크아돈엔 재앙이 일어나게 되니까요.”

물론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소견일 뿐입니다. 설명이 이어질수록 점점 흉포해지는 엘뤼엔의 기세를 보며 섀넌은 서둘러 뒷말을 붙였다. 하지만 그것이 고작 소견 따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건 섀넌도 엘뤼엔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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