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화
“잡아라!”
그 순간 떨어진 명령에 복면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누군가의 거친 손이 내 몸에 닿으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 기척은 내 앞에 닿지도 못하고 곧 튕겨 나갔다. 새파란 물의 장벽이 접근을 쳐낸 것이다.
“크악!”
“……!”
내가 한 일이 아니었다. 당황해서 돌아본 난 허공에 떠 있는 운디네를 발견했다. 언제나 상냥하게 웃고 있던 얼굴이 지금은 매우 사납게 굳어져 적들을 향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 상황을 파악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사나가 정령을 소환한 것이다.
“저, 정령이다!”
“저 녀석…… 정령사였나!”
마신의 교단인들 쪽에서도 즉각 정황을 파악하고 접근을 멈췄다. 나는 얼떨떨해하며 이사나를 바라보았다.
“……라이.”
“엘, 여기 일은 내가 해 볼게. 나한테 맡겨 줘.”
이사나는 침착하게 말한 뒤 기운을 모았다. 그러자 안개비가 내리는 것처럼 물방울이 솟아오르더니, 그 자리에서 일시에 수많은 운디네들이 소환됐다.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의 숫자에 딱 맞춘 숫자였다.
‘와아…….’
다수의 정령이 모습을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내는 광경은 굉장히 아름다웠지만, 그만큼 위협적이기도 했다. 아마 어지간히 뛰어난 정령사라도 이렇게 많은 정령을 다루진 못할 것이다. 마신의 교단인들 역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깨달은 것 같았다. 그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여유로운 기세가 사라졌다.
“……과연, 평범한 동행인은 아니었군.”
“경고다. 목숨을 부지하고 싶으면 조용히 물러나라.”
경계하는 자들을 향해 이사나는 차분히 경고했다. 언제나 수줍게 말하던 그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서늘한 음성이었다.
“흥, 건방진 놈이군. 그까짓 정령 좀 다룰 줄 안다고 기세가 등등한 모양인데, 곧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뭣들 하는 거냐! 당장 저자를 쳐라!”
“예!”
소강상태가 걷히고 복면인들이 모두 살기를 띤 채 달려들기 시작했다. 위협이 되는 존재를 먼저 제거해야겠단 생각 때문인지 그들의 공격은 모두 이사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사나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해나갔다.
“운디네!”
그의 부름에 운디네들이 기다렸다는 듯 공중을 선회하며 복면인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휘이이익! 촤아악! 물바람이 일어날 때마다 쓰러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붉은 핏물이 튀었다. 그동안 귀엽다고만 생각했던 운디네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크아악!”
“커헉!”
형태가 굳어지지 않은 정령들 앞에 인간의 병기는 무용지물이었다. 부하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가자 명령을 내린 자는 매우 흥분해서 소리쳤다.
“멈추지 마라! 물러서지 말고 공격해! 너희들의 모든 힘을 다해 공격하란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다그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동안 나는 여유를 되찾고 느긋하게 전투를 구경했다. 얼결에 떠맡기긴 했지만 이렇게 선전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헤에, 이사나 엄청 강해졌네. 앞으론 내가 나설 필요도 없겠는걸?’
오래지 않아 대다수의 복면인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멀쩡히 서 있는 건 처음 명령을 내린 남자 한 명뿐이었다.
“이제 당신만 남았군.”
“큭…….”
이사나의 말에 그는 이를 갈았다. 데려온 수하들은 모두 쓰러진 상태다. 나는 그가 얌전히 항복하거나 혼자서 달아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짧게 혀를 찬 그가 갑자기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내더니 무언가 중얼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소름 끼칠 정도로 어두운 기운이 피어올랐다.
‘어? 뭐지?’
불길한 기분에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긴장시켰다. 그에게서 새어 나오는 기운은 마족의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섬뜩하고 불쾌한 느낌이었다. 검은 기운은 바닥으로 흘러내려가 쓰러져 있는 복면인들을 덮었다. 그러자 그들에게서 거친 신음이 흘러나오더니 모두 고통스럽게 몸을 뒤틀었다.
“컥! 으으으…….”
이어진 현상에 나는 눈을 부릅떴다. 그들의 몸이 점차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차마 눈을 뜨고 지켜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광경이었다.
“으아…… 크아아악!”
“……!”
누군가 마지막 비명을 터트렸을 때 나는 급히 숨을 삼켰다. 사람의 형체가 갈가리 터져 나가고, 그 자리에 시커먼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것은 새빨간 안광을 흩뿌리는 거대한 지네였다.
“저, 저게 뭐야.”
갑자기 벌어진 현상에 이사나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 놀란 탓인지 몰아치던 공격도 잠시 중단됐다. 그 순간 끄르륵, 듣기 싫은 소리가 울리더니 괴물 지네가 입안에 검은 거품을 물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곤 큰 소리로 외쳤다.
“라이! 위험해!”
“어? 우왓!”
콰아아앙! 치이이익!
뜨거운 무언가가 쏘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간발의 차이로 나는 이사나를 끌어안고 바닥을 굴렀다. 다행히 폭발이 터지기 전에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괜찮아, 이사나?”
“으응.”
이사나는 정신이 없는 얼굴이었다. 급히 돌아보자 그가 서 있던 자리를 시커먼 진액이 뒤덮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액체가 바닥을 녹이며 검은 구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조금 전 괴물이 입안에 머금고 있던 것이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이사나가 그것을 맞았을 거라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뭐지?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사람이 괴물의 모습으로 변하다니! 게다가 온몸에서 뿜어지는 마력을 봐선 저건 틀림없는 진짜 마물이었다. 그것도 상당히 강한. 나는 주춤거리는 이사나를 일으킨 다음 얼굴을 굳혔다. 그사이 변화를 마친 마물들이 우리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키익!”
“케에엑!”
“크르르륵!”
각자 흉측한 모습으로 변한 것들 사이에서 쇠를 긁는 것 같은 기괴한 소리가 울렸다. 그때 광기에 찬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큭! 크하하하!”
웃고 있는 사람은 그들을 지휘하던 남자였다. 함께한 동료들이 모두 마물이 되었는데도 그만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나는 그가 이 모든 현상을 주도했다는 걸 확신했다. 단번에 역전이 된 상황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몹시 흥분하고 있었다.
“이거 정말 굉장하군! 그자의 말이 사실이었어!”
‘……그자?’
혼자서 외치는 소리를 들으니 아마 그 역시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저지른 일인 듯했다. 이런 엄청난 사태에 뒷배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왠지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찝찝했다.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의문은 오래가지 못했다. 바로 뒤이어 그에게서 공격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자, 가라! 가서 마음껏 너희들의 식량을 취해라!”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살기를 흩뿌리던 마물들이 기다렸다는 듯 덤벼들었다. 이사나의 운디네들 역시 가만히 있지 않고 맞대응했다. 그러나 이번엔 결과가 달랐다. 마물이 쏘아 낸 진액을 맞는 순간 운디네의 형체가 그대로 허물어진 것이다. 역소환의 전조였다.
“……으읏!”
“라이!”
마나가 강제로 역류한 충격 때문인지 이사나가 심장을 부여잡고 무릎을 꿇었다. 한순간에 핏기를 잃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퍼엉! 그 순간 또 하나의 운디네가 공격을 받고 흐트러졌고, 이사나는 울컥 피를 토했다. 마물들은 멈추지 않고 또 다른 운디네에게 덤벼들었다. 이대로 두면 모든 정령이 역소환이 될 기세였다. 나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정령을 돌려보내! 어서!”
내 말에 이사나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인 다음, 모든 정령의 소환을 해지했다. 그러자 방해물이 사라진 마물들이 곧장 우리 위를 덮쳐들었다.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에 미처 방어할 틈을 만들지 못했다. 거대한 이빨이 이사나에게 들이밀어지는 것을 본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그를 감싸 안았다.
콰직!
“윽!”
섬뜩한 감각과 함께 송곳니가 사방에서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짓이겨진 피부에서 붉은 피가 튀었다. 어차피 가짜이긴 했지만, 생생한 현장감에 무의식적으로 몸이 떨렸다. 생각보다 고통이 크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물론 다른 쪽에 있는 어느 누군가는 그렇지 않겠지만.
‘……미안, 라피스.’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사과를 건넸다. 라피스와 계약을 한 이후로 나는 그의 마나만을 이용해서 형체를 유지하는 중이었다. 즉, 내가 받은 충격이 고스란히 그에게 전해진다는 뜻이다. 가벼운 수준의 상처라면 상관없겠지만, 이정도 부상엔 아무리 드래곤인 그라도 여파가 있을 게 분명했다. 지금쯤 피를 토하고 있을 라피스를 생각하니 저절로 식은땀이 흘렀다.
‘나중에 엄청 화내겠네.’
어쨌건 지금은 이 상황을 해결하는 게 먼저다. 나는 힐끔 마물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차라리 괴물의 모습이 돼서 다행이다. 인간의 형태가 아니라면 죽이는 것에 거부감이 들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우선 날 물고 있는 마물들을 향해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내게 접촉한 모든 것들이 일시에 쩌적 얼어붙었다. 힘을 주어 내리치자 그것들은 전부 산산조각이 나 흩어졌다. 역시 아무렇지 않았다.
‘좋아.’
“키이이익!”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황한 듯 마물들이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놀란 건 지휘하는 남자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숨을 삼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네놈은!”
그 사이 이사나는 완전히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나는 살짝 혀를 찬 다음, 아직 내 몸에 붙어 있는 잔해를 완전히 떨궈 냈다. 그리고 상처가 나서 너덜거리는 몸을 깔끔히 복원했다. 그러자 지켜보고 있던 남자의 숨소리가 더 커졌다. 단순히 상처를 치료하는 차원을 넘어 옷까지 멀쩡히 복구되었으니 놀랄 만도 했다.
“네, 네 녀석! 인간이 아니군!”
“……뭐, 보시다시피?”
어차피 여기까지 와서 숨길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그리고 그를 살려서 보낼 생각도 없었기에) 나는 편안히 긍정했다. 남자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큭!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뭐하는 거냐! 다들 저자를 공격해! 숨통을 끊으란 말이다!”
재차 이어진 명령에 머리 위로 새카만 그림자들이 드리워졌다. 마물들이 떼로 덮쳐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시 얌전히 당해 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나는 혀를 찬 다음 물의 장막을 만들어 방어했다.
콰앙! 콰아아아앙!
마물의 공격이 와 닿는 순간 생각보다 상당한 타격이 느껴졌다. 고통은 없었지만 온몸이 흔들릴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타격은 연달아 이어졌고, 그럴수록 내게 닿는 압력도 커졌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슬슬 반격할 준비를 했다. 사실은 훨씬 더 빨리 대응할 수도 있었지만 망설임 때문에 속도가 느려졌다. 마물들은 확실히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들을 지휘하고 있는 남자가 문제였다.
‘……저 사람까지 죽일 수 있을까.’
이 와중에도 인간을 공격한단 사실엔 저항감이 일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자를 살려 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나에 대해 안 것은 일단 차지하더라도, 그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동료들을 마물로 만들어 버린 것으로 모자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도 않는 작자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저런 존재를 살려 두었다간 세상에 큰 해악이 될 게 뻔했다. 할 수 없이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직접 보지 않으면 공격하기 편할 것 같아서였다.
이상한 느낌을 받은 건 그때쯤이었다. 왠지 갑자기 이마가 뜨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이마를 감싸고 있는 서클렛에서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온도에 둔감한 내가 뜨겁다고 느낄 정도면 거의 달궈져 있는 상태라고 봐도 무방했다.
“뭐…….”
당황스러운 기분에 서클렛을 확인하려던 순간이었다.
슈우우욱! 퍼어엉!
“……윽!”
“키이이익!”
갑자기 눈앞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미처 대비치 못한 충격이라 나는 이사나와 함께 바닥을 굴렀다. 마물들 역시 반대 방향으로 멀찍이 떠밀려나는 것이 보였다.
“뭐,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나는 힘겹게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다. 세찬 바람과 함께 사방에 매캐한 흙먼지가 자욱했다. 조금 전 폭발의 영향인 듯했다. 어느 정도 바람이 잦아들었을 때, 나는 바로 앞에서 일렁이는 형체를 발견하고 긴장했다. 누군가가 내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설마…….’
나는 황급히 서클렛을 만졌다. 조금 전까지 뜨거웠던 감각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단순히 그것만이었다면 잠깐 착각했던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느낌이 달랐다. 겉모습은 변하지 않았지만, 왠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물질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서클렛이 제 기능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던 차이였다. 한마디로, 이 안에 걸려 있던 봉인이 풀린 것이다.
‘젠장.’
충격을 받으면 갇혀 있던 죄수가 나타난다고 했던가?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조금 전의 압력 때문에 영향을 받았던 모양이다. 하필 이런 상황에 서클렛의 봉인까지 풀리다니. 이게 쾌조가 될지 난조가 될지 알 수가 없어서 속이 바짝 타들어 갔다.
그 사이 서서히 연기가 걷히고 흐릿하던 형체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윽고 보이는 광경에 나는 황망히 눈을 깜빡일 수밖에 없었다.
“어……?”
벌어진 입에서 저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뭔지 선뜻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건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근처에 있는 마물들처럼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어떤 의미에선 상당히 친숙한 존재이기도 했다.
나는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그것’의 위아래를 쭉 훑어 내렸다. 뻗은 목과 새하얀 등선, 그 위를 뒤덮은 찬란한 은빛의 갈기. 우아하게 자리 잡은 네 개의 다리 밑으로 긴 꼬리가 찰랑거렸다. 아몬드 형의 눈동자 사이에 미려하게 뻗은 콧잔등, 조각처럼 다듬어진 이마 위엔 금색의 긴 뿔이 돋아 있었다. 그리고 난 이런 모습을 한 존재를 부르는 호칭을 알고 있었다.
“……유니콘?”
그랬다. 그건 유니콘이었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심지어 두 눈을 비벼보고 수십 번 깜빡여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내가 아는 점과 조금 다른 건 등허리에 비둘기처럼 새하얀 날개를 달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오히려 그 때문에 더 현실감이 없었지만.
날개를 단 유니콘이라니, 설마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멍청한 표정으로 한없이 쳐다보고 있자 유니콘이 고개를 슬쩍 고개를 돌렸다. 푸른 잉크를 담은 것 같은 눈동자가 내 쪽을 곧게 응시했다.
“푸르르르…….”
눈이 마주치자 유니콘은 기분이 좋은 듯이 경쾌하게 투레질을 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뚜렷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드디어 만났다, 엘.』
“엥?”
뭐, 뭐야. 어디서 들려온 말이지? 낮은 남성의 음성에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그러자 유니콘의 푸른 눈동자가 더욱 크게 휘어 접혔다.
『네가 와줄 거라 믿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