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아까 분명히 봤지, 데르온?”
“그래.”
“어떻게 생각해?”
건네 온 질문에 데르온은 선뜻 대답을 잇지 못했다. 초조해하는 세르피스만큼이나 그 역시 조금 전의 상황이 믿어지지 않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갑자기 나타난 세르피스가 자신을 억지로 끌고 갈 때부터 시작됐다. 그녀는 몹시 흥분되어 있었고,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거란 모호한 말만 되풀이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데르온은 그저 세르피스가 귀찮기만 했다. 매번 남모르게 사고를 치고 다니는 여인이다 보니 이번엔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고 온 건가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직접 현장을 지켜보고 난 지금, 그는 이제야 그녀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황제가 정령사라는 얘기는 듣지 못했는데.”
“그것도 제법 강해. 내가 보낸 베히모스를 일격에 죽였다고.”
“그럴 수밖에. 그가 조금 전에 소환한 건 시큐엘이었다. 물의 최상위 정령이지.”
“뭐야, 그럼 상급 정령사란 말이야?”
경악하는 반응에 데르온은 성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의 능력도 놀랍긴 했지만 지금 그의 신경을 온통 사로잡고 있는 건 다른 부분이었다. 그는 초조한 표정으로 세르피스를 돌아보았다.
“세르피스, 아까 그 푸른 머리칼을 가진 소년 말이야. 네가 마수를 보냈을 때 그 소년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나?”
“소년? 아, 그 신관을 말하는 거야?”
“신관?”
“치료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고. 덕분에 정말 아쉬웠지, 뭐야. 한 녀석 정도는 죽일 수 있었는데.”
투덜거리는 말에 데르온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로써 그의 가정이 확실해졌기 때문이었다.
“……물의 정령왕이로군.”
“……뭐?”
급격히 낮아진 상대의 호흡을 느끼며 데르온은 씁쓸히 말했다.
“물의 정령왕 엘퀴네스. 그가 가진 고유의 치료 능력은 치유의 신만큼이나 강력한 것으로 유명하지. 조금 전 그 소년의 모습을 보았나? 물색의 머리칼과 눈동자, 그런 외형적인 특징은 인간에게서는 흔치 않아. 게다가 황제가 탈진하자 물의 기운을 직접 움직이더군. 정령왕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지.”
“마, 말도 안 돼! 정령왕이 황제를 돕고 있다고?”
“나로선 치료하는 모습까지 보았으면서 그의 정체를 깨닫지 못한 네가 더 놀라운데. 신관이 쓰는 성력과는 분명 달랐을 텐데 말이야.”
“아, 아냐! 비슷했어! 신관처럼 똑같이 기분 나쁜 기운이었단 말이야!”
“……실례, 네 구분 기준이 상당히 단순하다는 걸 잊었군.”
노골적으로 비꼬는 말에 세르피스의 얼굴이 붉어졌다. 사실 그녀도 이상하다고 여기고 있긴 했었다. 신관의 것치고는 드물게 강력한 데다가, 그것이 발현했을 때 묘하게 두려움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신관이라 하나 고작 인간 따위에게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것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던 건 그가 엘뤼엔의 사제라고 했기 때문이다. 마족들에게 마신 다음으로 악명이 높은 형벌의 신, 그 이름으로부터 파생한 본능적인 거부감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정령왕이 황제를 돕고 있는 거지? 설마 황제가 정령왕을 소환한 걸까?”
“그것까진 알 수가 없지. 다만 우리로서는 일이 더 재미있게 되었군.”
묘한 어조의 대답이었다. 세르피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데르온을 바라보았다.
“……뭐야, 설마 이것도 보고하지 않을 생각?”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않나? 어차피 멀리서 지켜보는 건 마찬가지인데 말이야.”
“흐응…….”
긴장감이 흐르던 공기가 나른하게 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다. 세르피스는 농염하게 웃으며 데르온의 옆에 바짝 몸을 밀착시켰다.
“난 용감한 남자가 매력 있더라. 혹시 나한테 잘 보이고 싶은 거야?”
“무슨 헛소리야.”
“데르온 공작께서 요즘 들어 너무 무모한 모험을 즐기시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정말 괜찮겠어? 이번에야말로 마왕 전하가 알게 되면 정말 화내실 거야.”
희고 가는 손가락이 그의 어깨와 팔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노골적인 유혹의 손길이었지만 데르온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대꾸했다.
“우리의 마왕께서 잊은 것이 하나 있지.”
“……?”
의아하게 바라보는 세르피스의 시선을 무시한 채, 데르온은 차갑게 웃었다.
“마계에서 내가 섬기는 존재는 오직 마신뿐이라는 것 말이야.”
* * *
클모어에 가까워질수록 날씨는 점차 혹한으로 변했다. 나무마다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바람의 세기도 강해졌다. 아직 이름만 가을일 뿐, 이미 겨울이나 마찬가지였다.
클모어 공작령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구조로, 이국 상인들이 자주 오가는 흔히 말하는 자유 무역 도시였다. 항로를 이용한 모든 교역 품목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모두 이곳을 거쳤다. 다른 대륙으로 향하는 가장 가까운 지름길이자 유통망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동시에 클모어는 가장 안전한 교역로이기도 했다.
황제의 치세가 흐트러진 나라는 안팎으로 시달리기 마련, 현재 스왈트 제국은 각지마다 해적들의 출몰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태였다. 타국으로 향하는 항로는 여럿이지만 대부분이 해적들에게 점령당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고, 유일하게 소탕에 성공한 것은 클모어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해 듣기로는 클모어의 영주이자 이사나의 사촌인 카웰 드 콘첼 공작은 해군 출신으로, 현역 시절 수많은 전투를 승전으로 이끈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중앙 귀족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그의 무위를 잊지 못해 그를 따라 낙향을 한 기사와 병사들도 셀 수 없이 많았다고 했다.
그런 사람이 다스리고 있는 영지인 만큼 엄청난 군사력을 갖춘 것은 당연한 일. 보유하고 있는 해군의 병력만 2만이 넘었고, 도시 안의 치안도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그 덕분에 상인들에게는 가장 안전한 도시이자 가장 큰 상권을 보전한 도시이기도 했다.
그러나 클모어에 다다른 현재. 우리들은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성문 앞 검문이 다른 그 어느 도시보다 철저했기 때문이다.
이곳의 경비대는 단순히 신분증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일일이 얼굴을 확인했다. 더불어 대공의 병사들까지 감시의 눈을 켜고 행렬을 주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까지 해 오던 방식으로는 결코 통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검문이 굉장히 엄격하네. 왠지 예전보다 더 심해진 것 같지 않아?”
“최근 들어 난민이 늘었다더군. 그 틈에 수배자들이 섞여 들어올지 모르니 예의 주시하는 모양이야.”
“쩝, 아무튼 엄청 느리네. 이러단 오늘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겠는데?”
성문 앞은 하염없이 이어진 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행렬에 사람들은 저마다 지루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앞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더 초조해졌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정체가 발각되는 건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이사나 역시 불안한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어떻게 하지? 이쯤에서 헤어지는 게 좋을까?’
어차피 휴센 일행과는 클모어까지만 함께하기로 한 관계다. 목적지가 코앞이니 이쯤에서 제 갈 길을 간다고 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헤어진 후에도 검문을 뚫을 방법은 다시 고민해 봐야겠지만, 다 함께 있는 자리에서 발각이 되는 것보다는 나았다.
결심을 굳힌 나는 고개를 들고 휴센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운을 떼려는 순간 그가 우리를 향해 돌아서며 입을 열었다.
“저어, 휴센…….”
“엘, 라이. 너희들에게 할 얘기가 있는데, 잠시 시간 좀 내줄 수 있을까?”
“네? 무슨 얘기요?”
갑자기 건네 온 말에 나는 당황해서 본래 하려던 말을 삼켰다. 휴센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희가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얘기다. 여긴 듣는 사람들이 많으니 장소를 옮기는 게 좋을 것 같군.”
그는 내가 무어라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먼저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사전에 미리 약속된 일이었는지 다른 샴페인 용병단원들 역시 그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나와 이사나는 어리둥절해하면서 천천히 그들을 따라갔다.
잠시 후 도착한 곳은 성벽 옆쪽으로 자리 잡은 숲 안이었다. 한낮임에도 울창한 나무 그늘 때문에 근방은 전체적으로 어두침침했고, 오가는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숲과 맞닿아 있는 벽면은 무성한 덤불에 덮여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휴센, 대체 무슨 일이에요?”
왠지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나는 조금 경계하면서 물었다. 휴센은 아무런 대답 없이 벽면 쪽으로 걸어가더니 몸을 굽히고 덤불 사이를 파헤쳤다. 그러자 그 안에서 이끼가 잔뜩 낀 담이 드러났다. 놀랍게도 그 사이엔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다.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체구가 작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크기였다.
“이건…….”
“보다시피 성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다. 몇 사람을 제외하면 잘 모르는 곳이지.”
“이걸 왜…….”
“여기로 들어가면 검문을 피할 수 있을 거다.”
“……네?”
나는 한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검문을 피할 수 있을 거라니, 설마 우리가 숨어 다니는 처지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건가?
멍하니 바라보자 그들은 따스한 눈빛으로 우리를 응시했다. 지금까지 아무런 내색도 없었던 사람들이라 더 당혹감이 일었다. 왜 아무것도 묻지 않고 이런 호의를 베푸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바로 그때 휴센이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일제히 그를 따라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휴, 휴센? 다들 왜 이러세요?”
느닷없이 벌어진 상황에 나는 깜짝 놀라 주춤거렸다. 이사나 역시 크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우리를 경악하게 만든 건 다음으로 이어진 휴센의 말이었다.
“예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것을 용서하십시오, 황제 폐하. 부디 무사히 환궁하십시오.”
“……!”
잠시간 정적이 흐르고 싸늘한 공기가 흘렀다. 마치 세상의 모든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작은 호흡 하나, 바람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이사나는 마치 못이 박힌 것처럼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굳어진 그의 입술이 숨을 토해 낸 건 그로부터 한참 만의 일이었다.
“어떻게…….”
힘겹게 내뱉어진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휴센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로 대답했다.
“처음부터 알았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수배지에 공개된 폐하의 연령과 비슷하다는 것,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얼굴을 보이지 않으시려는 것을 보고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고발하지 않은 겁니까? 왜 지금까지 나를…….”
“저희는 황제 폐하의 백성입니다.”
“…….”
막힘없이 이어진 대답에 이사나는 다시 숨을 멈췄다. 휴센은 결연한 얼굴로 말했다.
“저는 배운 것 없이 미천한 용병일 뿐이라 높으신 분들의 일은 잘 모릅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제가 배운 건 황제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이 내리는 존재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이 땅의 황제는 바로 폐하이십니다. 저희가 어찌 감히 황제를 고발할 수 있겠습니까?”
“허나…… 그대들이 위험해질 수 있었습니다.”
“이 제국의 근본을 지키는 일입니다. 설령 목숨을 잃는다 해도 기꺼이 임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
이사나는 이번에도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간 굳어 있던 그는 이내 천천히 떨리는 손을 들어 머리를 덮었던 후드를 젖혔다. 지난 시간 동안 많이 길어버린 금색의 머리칼과 차분한 푸른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정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드러내는 얼굴이었다.
“폐, 폐하의 용안을 뵙습니다!”
휴센 일행은 거의 엎드리다시피 몸을 굽히고 소리쳤다. 이미 정체를 알고 있음에도 실제로 본모습을 본 충격이 큰 것 같았다. 그런 그들을 향해 이사나가 살짝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모두 고개를 드십시오.”
“…….”
“괜찮습니다. 모두 고개를 들고 나를 보십시오.”
망설이던 휴센 일행은 재차 거듭된 말에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이사나는 조금은 벅찬 듯, 숨이 가쁜 표정으로 그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나는, 지금까지 형편없는 황제였습니다.”
“폐하…….”
“이름뿐인 황제의 지위 안에 갇힌, 그저 무력하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어린아이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그대들이 기대하는 것을 이루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그대들은 나를 도운 걸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나직하게 질문을 건네는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꺼질 듯 위태로웠다. 휴센 일행은 한동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서로 조심스레 시선을 교환했다. 잠시간의 침묵을 깨고 입을 연 건 헤롤이었다.
“일전에 폐하께서 하신 말씀을 기억합니다. 부패하지 않은 관리가 다스리는 세상, 아무도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는 나라가 올 거라고 하셨지요. 저는 그 말씀을 믿습니다.”
“…….”
“설령 그런 세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가슴속에 그 같은 마음을 품었던 황제가 계셨다는 것만으로 저희는 충분합니다. 폐하, 감히 아뢰옵건대 부디 자신을 잃지 말아 주십시오. 폐하께서 가시는 길이 곧 만백성이 향하는 길입니다. 그 방향이 어디를 가리키든 저희는 당신이 가시는 길을 따를 겁니다.”
“나의 길이라…….”
한동안 이사나는 각인하듯이 그의 말을 조용히 읊조렸다. 휴센 일행은 그런 그의 모습을 조마조마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이윽고 이사나는 생각을 정리한 듯 맑은 눈동자를 들었다.
“신은 백성을 위해 황제를 내리고, 황제는 백성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하지요. 아직 보인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도 그대들은 나를 믿어 주는군요. 부끄럽게도.”
“폐하…….”
“이것만은 약속하지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건 내가 스스로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날 믿는다고 해 준 그대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결코 내가 먼저 좌절하거나 물러나지 않겠습니다.”
“폐하!”
휴센 일행은 모두 감격에 휩싸인 표정을 지었다. 이사나는 그들의 몸을 하나하나 손수 일으킨 다음, 두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비록 용병의 신분이라 하나 그대들이 내게 보여 준 정신은 제국을 지키는 기사에 못지않았습니다. 이 숨이 끊어지는 날까지, 그대들의 용기와 충정을 잊지 않겠습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모실 수 있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폐하! 부디 가시는 앞길에 신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정중한 인사에 이사나는 흐릿하게 웃었다. 새빨개진 눈동자엔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눈물이 가득한 채였다.
페리스들과 헤어질 때도 그는 저런 식으로 울고 싶은 표정을 지었다.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지금은 훨씬 의연하게 미소 짓고 있다는 것이다. 이별에 아쉬움을 느끼긴 해도 그 사실을 아파하거나 미련을 두지는 않는다. 그의 시선은 더 이상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짧은 시간, 그가 몰라볼 만큼 성장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기사들이 지금 이 모습을 본다면 감격이 차오르지 않을까. 보지 않아도 그들이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이사나의 성장은 그들의 가장 큰 바람이자 염원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