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다음 날 샴페인 용병단은 직접 유족들을 찾아가 마수를 처분한 돈을 전했다. 그렇지 않아도 주목을 받고 있었던 사람들의 이 같은 결정은 주민들을 온통 흥분 상태로 만들었고,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금세 마을 전체로 퍼져 나갔다. 덕분에 휴센 일행은 이곳 사람들에게 거의 영웅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된 상태였다.
그것뿐이면 상관이 없겠지만 문제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마을의 영주가 저택의 만찬에 초대해 온 것이다. 이미 숱한 초대를 사양해 온 참인 데다 그렇지 않아도 일정이 늦춰진 상태였기 때문에 일행들은 처음엔 정중히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막무가내였다. 매 시간마다 시종을 보내 쫓아다니면서 권하는가 하면, 초대에 응하지 않으면 성문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유치한 협박까지 해 올 정도였다. 그렇다 보니 평민인 휴센 일행으로서도 완강히 거부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상단주가 배려해 준 덕분에 만찬 후에 바로 출발하는 것으로 상황을 겨우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영주의 저택에는 휴센 일행만 다녀오기로 했다. 초대받은 자리에선 아무래도 후드를 벗어야 할 테니 나와 이사나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갈 길이 바쁘다는데 굳이 붙잡다니. 여기 영주는 참 이상한 사람이네요.”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을 우리가 대신했으니 뜨끔한 거겠지. 어떻게든 영주로서의 위신을 세우려는 걸 거야. 아무튼 우리는 다녀오마.”
“조심하세요.”
“그냥 저녁만 먹는 건데 뭐, 설마 별일이 있겠어?”
염려하는 말에 휴센 일행은 느긋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러나 그날 저녁, 숙소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우리에게 돌아온 건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휴센 씨 일행이 지하 감옥에 갇혔다니!?”
침통한 표정으로 소식을 전해 온 건 칵테일 용병단의 단장 빌트였다. 사람들이 모두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는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나도 방금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들은 거야. 만찬 자리에서 굉장히 무례한 행동을 했다고 하더군.”
“말도 안 돼. 그들이 그럴 리도 없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손님을 지하 감옥에 가두다니? 자기들이 먼저 초대한 거잖아! 세상에 이런 경우가 어디 있어?”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 대체 무슨 있었기에 그래?”
사람들은 모두 황당해했지만 아무도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러던 중에 들려온 또 다른 소식은 모두를 기함하게 만들었다. 만찬 자리에서 망나니로 불리는 영주의 큰아들이 이릴과 쉐리를 희롱했다는 것이다.
흔치 않은 여자 용병인 데다가 미모가 출중한 두 사람이 난봉꾼으로 알려진 그의 흥미를 산 것 같았다. 그러자 불같은 성정의 헤롤이 바로 격분하여 덤벼들었고, 그 결과 영주의 아들에게 작은 자상을 남겼다. 바로 그것이 휴센 일행이 지하 감옥에 갇힌 이유였다.
원인을 알게 되자 사람들은 모두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기가 막혀서 화낼 기운도 잃은 것 같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내 질문에 빌트는 괴로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글쎄, 지하 감옥에 갇힌 죄수들의 처분은 영주의 맘에 달린 거라서…… 아마도 보석금을 요구하겠지.”
“보석금?”
“씁쓸한 일이긴 하다만 요즘 세상에선 웬만한 범법은 돈으로 다 해결되거든.”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던 것 같다. 돈만 있으면 살인마도 풀려난다고 했던가. 그때도 꽤 충격이었는데 새삼 다시 들으니 마음이 매우 무거웠다.
“아마 영주는 처음부터 이런 걸 노린 걸지도 몰라. 마수를 처분한 돈을 전부 유족들에게 줬으니 돈이 많다고 생각했겠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자기 영지민들이잖아요. 그들을 도운 사람들에게 돈을 뜯어내려고 이런 일을 꾸몄다고요?”
“참 더럽지만, 그게 바로 현실이지.”
대꾸한 사람은 코웰이었다. 그는 퉁명스러운 얼굴로 시근덕거렸다.
“내가 살던 마을의 영주 놈도 그랬어. 어느 농부가 자기 밭에서 고대 유물을 발견해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됐거든. 그랬더니 있지도 않은 세금이며 말도 안 되는 법률을 들먹여서 돈을 계속 뜯어 가더라고. 그러다 나중엔 사람을 시켜 농부의 외동딸을 납치하고는 몸값으로 목돈을 바치게 했어. 겉으로는 산적에게 당한 것처럼 꾸며 놨는데, 기실 그들 배후에 영주가 있었다는 건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였지.”
“그걸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나요?”
“하고야 싶지. 근데 증거도 없는 걸 괜히 언급했다가 도리어 덤터기나 쓰지 않겠어? 아무리 분해도 남의 일에 그렇게까지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아. 나도 그렇고…….”
그는 급격히 흐려진 얼굴로 우물거렸다. 시선을 내리까는 모습에서 옅은 죄책감이 드러나 있었다. 민주주의가 확립된 나라에서도 부정부패는 떼어 낼 수 없는 빛과 그림자다. 하물며 신분제가 존재하는 이곳에선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황실은 내분으로 인해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고, 백성들은 소리 높이는 법을 잊는 대신 체념을 배웠다. 그들의 비참한 심경이, 억울한 기분이 느껴져 가슴이 답답했다.
그나마 유일한 위안은 이 제국의 미래가 그다지 어둡지는 않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이 나라를 사랑하는 이사나가 곧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갈 테니까. 가벼운 기분으로 시작한 여정이 이제는 마치 사명처럼 느껴졌다.
“영주관에 찾아가 봐야겠어요.”
“아서라, 너희들이 찾아가 봤자 별로 소용없을 거야.”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요. 어떻게 되어 가는지 돌아가는 상황만이라도 알아봐야겠어요. 라이, 넌 여기에 있어. 나 혼자 다녀올게.”
“뭐? 하지만…….”
“괜찮아. 금방 다녀올게.”
걱정하는 사람들을 물리친 나는 그 길로 여관을 나와 영주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뜻밖의 광경을 목도할 수 있었다. 후줄근한 차림의 사람들이 영주관 앞에 몰려나와 있었던 것이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들이었다. 그들은 영주관 앞에 서있는 한 남자를 향해 애원을 하고 있었다.
“부탁드립니다, 나리. 제발 그분들을 사면해 주십시오.”
“좋은 분들입니다. 결코 나쁜 마음을 품고 죄를 지은 건 아닐 겁니다. 그분들이 저희들에게 베푼 은혜를 봐서 제발 이번 일을 용서해 주십시오.”
“흥, 주제를 모르는 놈들이구나! 네놈들에게 은혜를 베풀면 귀족에게 상해를 입힌 죄가 사해진단 말이냐!”
“그,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시끄럽다! 아무튼 그 일은 아버님께서 결정하신 일이다. 애원이라면 아버님께 가서 하거라. 나는 갈 길이 바쁘다. 어서 비키지 못할까!”
그 한마디를 통해 나는 남자의 정체를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그가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영주의 큰아들인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뺨에 작은 흉터가 새겨진 것이 보였다. 실수로 부딪혀 스친 축에도 들지 못할 것 같은 작은 생채기였다.
‘겨우 저런 상처 때문에 그 사람들을 감옥에 보냈단 말이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유족들 사이에서 누군가 묵직한 자루를 들고 나섰다. 이미 눈에 익은 것이라 나는 단번에 그 자루의 정체를 눈치챘다. 휴센 일행이 그들에게 준 금화 자루였다. 영주의 아들 역시 무언가를 짐작한 듯 눈을 빛냈다.
“이게 뭐지?”
“저희들이 바치는 것입니다. 약소하지만 이것을 바칠 테니 제발 그분들을…….”
그러자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옆에 있던 병사가 자루를 낚아채듯 받아들었다. 그가 자루 안을 펼쳐 보이자, 영주의 아들에게서 잠시간 탐욕스러운 표정이 스쳤다.
“흠흠, 그래. 이것을 그 무례한 용병들의 보석금으로 바친다, 이 말이지?”
“그, 그렇습니다.”
“뭐, 좋아. 아버지께 내가 잘 말씀드려 보지.”
“그게 정말이십니까? 감사합니다, 나리! 감사합니다!”
“알았으니까 그만 돌아가 보도록 해. 아까부터 내 갈 길을 방해하고 있잖아.”
“예,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리!”
사람들이 넙죽 절을 하자 영주의 아들은 귀찮다는 듯이 손짓을 했다. 그러나 돌아서는 그들 뒤로 그가 병사들과 나누는 대화 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도련님, 정말 그놈들을 풀어 주실 겁니까?”
“그럴 리가 있나. 감히 내 몸에 상처를 낸 놈들을 이렇게 간단히 풀어 줄 것 같으냐?”
“그럼 돈은…….”
“흥, 난 말씀을 드려 본다고 했지 풀어 준다곤 하지 않았어. 다 저 무지한 놈들이 멋대로 착각한 거지. 거기까진 내가 책임질 일이 아니잖아?”
“과연, 역시 명석한 도련님다우십니다.”
내가 정령이 아니었다면 들리지 않았을 작은 소리였다. 설마 저런 식으로 돈을 가로챌 생각을 할 줄이야. 눈앞에서 뻔히 일어난 사기 행각에 나는 기가 막혀 주먹을 꾹 말아 쥐었다. 영주의 아들과 그 일당들은 내가 듣고 있다는 건 까맣게 모른 채 저들끼리 희희낙락했다.
“그보다 늦겠습니다, 도련님. 어서 가시지요. 오늘은 어제보다 더 좋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로즈마담이라는 가게에 새 아이가 들어왔는데 정말 기가 막힌 미색이랍니다.”
“호오, 그래? 그거 정말 기대되는군.”
“저도 몇 번 가 봤지만 정말 그만한 곳이 없습지요. 절대 후회하시지 않을 겁니다.”
“좋아! 기분도 좋은데 오늘 마시는 술은 전부 내가 사겠다. 다들 마음껏 취해 보자고.”
“헤헤, 역시 도련님밖에 없으십니다.”
대화의 내용으로 보아 지금 그들이 향하는 장소는 뻔했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앞으로 척척 걸어갔다.
“이봐요.”
그러자 갑자기 나타난 내 모습에 놀랐는지 영주의 아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야, 네놈은.”
“아까 받은 그 돈, 그냥 돌려주세요.”
“뭐라고?”
“없는 사람들에게서 돈을 받는 것도 모자라 착복할 생각을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아요? 영주의 아들쯤 되면 천벌이 무섭지도 않은가 보죠?”
“무, 무슨 소리를!”
그 순간 영주의 아들 곁을 있던 병사들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중 몇 사람은 이미 낯이 익은 자들이었다. 이 마을에 온 첫날, 신고를 핑계 삼아 수배 벽보를 들고 찾아왔던 바로 그 병사들이었던 것이다. 그들 역시 나를 알아봤는지 잠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도련님, 그 아이입니다.”
“뭐?”
“그 왜, 제가 전에 말씀드렸던…….”
한 병사가 넌지시 운을 떼자 영주의 아들 역시 묘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사전에 어떤 얘기가 오간 건지는 몰라도 그다지 유쾌한 의미가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호오, 네가 바로 그 수상한 녀석이란 말이지?”
“……네?”
“너에 관한 얘기는 이미 들었지. 상당히 수상한 자가 있는데 유명한 용병들이 비호하고 있어서 제대로 살피질 못했다고 말이야. 과연 한눈에 보기에도 수상한 차림이군.”
그 말에 나는 무심코 다시금 내 차림을 점검했다. 하지만 그저 평범한 여행복에 후드를 쓰고 있을 뿐이었다. 지나가는 여행객 중 백이면 백이 대게 이 차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누가 보더라도 억지스러운 트집이었지만 영주의 아들은 당당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 다 끝났다고 여겼겠지.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금은 널 숨겨 줄 용병들이 없으니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검문을 받고 신분을 분명히 밝혀야 할 거야. 그런 의미에서 그 너저분한 후드를 벗어라. 네놈의 얼굴을 확인해야겠다.”
“얼굴은 이미 보였는데요?”
“흠흠, 영주의 아들인 내가 직접 확인하겠다는 거잖아! 감히 내 말을 거역하겠다는 거냐?!”
여기 사람들은 얼굴을 못 봐서 죽은 귀신이 붙었나? 왜 툭하면 후드를 벗으라고 난리람.
나는 나직이 혀를 차며 보란 듯이 후드를 벗었다. 이미 얼굴을 보인 만큼 새삼 다시 드러내는 게 굳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지금은 이사나도 옆에 없겠다, 공개를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나를 본 영주의 아들은 잠시간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얼굴이 야비한 표정으로 바뀌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거, 정말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군.”
“그렇죠, 도련님? 그러게 제가 진즉 말씀드렸잖습니까.”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병사들이 얼른 끼어들었다. 영주의 아들은 윗입술을 혀로 훑으며 기분 나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용병 계집들도 그렇고, 요즘은 평민들 수준이 제법 나쁘지 않단 말이야. 안 그래도 일이 잘 안 풀려서 짜증이 났는데 이렇게 되려고 했던 모양이군. 난 정말 운이 좋아.”
“무슨 소리를…….”
“다들 뭐 하고 있어? 다들 저 계집을 잡아.”
“예, 도련님!”
“……!”
뭐야, 나 또 여자로 오해받은 거야?
뒤늦게 사태를 파악했을 땐 나는 꼼짝도 못 하는 처지가 되었다. 어느새 다가온 병사들이 양옆에서 어깨를 붙잡았기 때문이다.
다짜고짜 여자라고 오해한 상황, 그런데 갑자기 결박을 명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좋은 의도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점차 식어 가는 머리를 느끼며 눈앞의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는 자신의 계산대로 돌아가는 것이 즐거운지 히죽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고분고분 구는 게 좋을 거다, 계집. 감옥에 있는 네 일행들이 무사하길 바란다면 말이야.”
“뭐라고요?”
“그 용병 계집들이 탐났지만 사내놈들이 드세서 어디 손을 댈 수가 있어야 말이지. 네가 그 계집들 몫만큼 만족을 시켜 준다면 그놈들도 전부 방면해 주도록 하겠다. 어때? 이만하면 나쁜 거래는 아닐 테지? 너도 일행들이 걱정이 돼서 찾아온 것일 테니 말이야.”
그 말에 간신히 참고 있던 분노가 확 솟구쳤다. 한다 한다 했더니 이렇게 끝까지 추악할 줄이야. 처음부터 알아봤지만 인성부터 마인드까지 전부 썩어 빠진 놈이 분명했다.
“넌 눈을 장식으로 달고 있냐? 내가 어딜 봐서 여자야?”
“뭣? 이년이 감히 누구에게 하대를…… 응? 그런데 방금 뭐라고 했지?”
“나 여자 아니라고. 좋은 말로 할 때 이 팔 놓으시지?”
나는 최대한 화가 난 어조로 협박했다. 사실 이 정도 제압을 뿌리치는 것 쯤, 내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마음 같아선 정체가 드러나든 말든 지금 당장이라도 날려 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알 리가 없는 영주의 아들이나 병사들은 모두 코웃음을 쳤다.
“흥, 누가 그런 거짓말을 믿을 것 같으냐? 거짓말을 해도 그럴듯하게 해야지.”
“아, 씨! 나 진짜 여자 아니라니까!”
“하하, 정말 재밌는 계집이구나. 뭐, 그거야 벗겨 보면 확실해질 테지.”
“뭐야?”
“그렇게까지 증명하고 싶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확인을 해 주겠다는 거다. 다들 뭐 하고 있어? 당장 저 계집의 옷을 벗기지 않고.”
명령을 받은 즉시 병사들이 내 몸에 손을 댔다. 익숙한 손짓을 보니 이런 일을 해 보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닌 것 같았다.
‘이것들이 진짜!’
그런데 그 순간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촤아악, 물줄기가 솟구치더니 내게 손을 댄 병사들의 팔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 것이다.